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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뒷면의 종이는 떼어내도 될까? 배접지의 역할과 제거의 판단

cho007 읽는 시간 약 11분

그림을 보존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뒷면 종이를 제거하다가 작업을 멈춘 사례가 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이 소개한 중국 회화 보존 사례에서는 그림 뒷면의 색이 기존 배접지에 붙어 있는 부분이 발견되었다. 보존전문가들은 그 부분의 종이를 무리하게 떼지 않고 다시 제자리에 붙여 보존했다. 제거를 계속하면 앞에서 보이는 그림의 모습까지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종이를 새것으로 바꾸는 일이 언제나 작품에 이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가 옛 그림을 볼 때는 대개 먹선과 색, 화면의 구성을 살핀다. 그러나 그 모습을 지탱하는 구조는 뒷면에도 있다. 얇은 종이나 비단 뒤에 붙은 배접지는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 작품의 형태와 취급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변색되고 일부가 떨어진 배접지는 어디까지 남기고, 어떤 경우에 제거해야 할까?

배접지는 단순히 그림 뒤에 붙인 종이일까?

배접은 종이나 직물 등의 뒷면에 다른 종이를 붙여 지지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때 사용하는 종이가 배접지다.

그림이 그려진 바탕 종이나 비단은 얇고 유연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찢어지거나 일부가 사라졌다면 그 자체만으로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배접지는 이런 바탕을 뒤에서 받쳐주고, 취급할 때 힘이 한 부분에만 집중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뒷면에 종이가 보인다고 해서 모두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 바탕에 바로 붙은 층도 있고, 그보다 바깥에서 전체 구조를 지지하는 층도 있다. 찢김이나 접힌 자리를 보강하기 위해 좁은 종이가 덧붙여진 경우도 있다.

따라서 배접지를 조사할 때는 종이 한 장의 상태뿐 아니라 어느 위치에 어떤 목적으로 붙어 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왜 그림 뒷면에 여러 겹의 종이가 있을까?

서화의 뒷면은 한 장의 종이로만 구성되지 않을 수 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의 일본 회화 장황 소개에서는 첫 배접 이후 취약한 접힘을 보강하고, 추가 배접을 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장황은 그림에 테두리와 지지 구조 등을 더해 족자·두루마리·병풍 등의 형태로 꾸미는 작업이다.

여러 층은 각각의 역할을 하면서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하지만 층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더 좋은 상태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어떤 종이를 사용했는지, 두께와 유연성은 적절한지, 접착층이 고르게 유지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 반복해서 덧붙인 종이가 기존 구조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경우도 검토해야 한다.

보존에서 필요한 것은 겹수를 세어 좋고 나쁨을 정하는 일이 아니라, 각 층의 기능과 현재 상태를 이해하는 일이다.

배접지가 누렇게 변했다면 교체해야 할까?

뒷면 종이가 갈색이나 노란색으로 변하면 제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색 변화만으로 교체 여부를 정할 수는 없다.

변색된 종이가 아직 충분한 지지력을 유지할 수도 있고, 겉으로는 밝아 보여도 이미 약해져 기능을 잃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서는 색과 함께 종이의 취약성, 찢김, 층 사이의 분리, 접착 상태, 그림 바탕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과거 처리에 관한 기록이 있다면 배접지가 언제 어떤 이유로 붙었는지도 참고할 수 있다.

작품을 지지하는 종이가 변했다는 사실과 그 종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 사이에는 여러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배접지의 외관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보다 현재 그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판단하는 것이 먼저다.

배접지를 떼다가 원래 그림도 함께 떨어질 수 있을까?

배접지 제거에서 중요한 위험 중 하나다.

그림이 그려진 원래 종이와 배접지는 접착제로 연결되어 있다. 오래된 접착층이 고르게 분리되지 않거나 원래 바탕이 매우 약하면, 배접지와 함께 바탕 섬유가 떨어질 수 있다.

비단 그림에서는 직물의 틈과 손상 부위를 통해 안료가 배접지에 붙어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안료는 색을 내는 입자 형태의 재료다.

그림 뒷면에 의도적으로 색을 칠한 작품도 있다. 이를 배채라고 하며, 뒤에서 칠한 색이 비단 등을 통해 앞면의 표현에 영향을 주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에는 뒷면을 단순히 작업을 위한 빈 공간으로 취급할 수 없다.

도입부의 스미스소니언 사례에서도 원래 색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기존 배접지를 남겼다.

남김없이 제거하는 것보다 원본의 손실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 순간이다.

물을 사용하면 안전하게 분리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배접에는 전분풀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수분을 이용해 접착층을 부드럽게 하면 분리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를 모든 작품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림의 먹이나 색, 바탕 재료도 수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안료를 붙잡는 결합재가 약해지거나, 종이와 비단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스미스소니언의 보존문헌 자료에서도 배접지 제거 중 수분이 취약한 비단과 안료층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설명한다.

따라서 제거 방법을 정하기 전에 기록재료와 접착층의 성질, 바탕의 취약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제한된 시험을 통해 반응을 살피지만, 시험 범위와 방법 역시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

오래된 종이가 들떠 있다는 이유로 물을 묻혀 잡아당기거나, 접착제가 녹을 것이라고 예상해 임의로 적시는 행동은 적절하지 않다.

일부만 들떴다면 전부 제거해야 할까?

층 사이가 떨어진 범위와 원인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일부 접착이 약해졌지만 다른 부분의 구조가 안정적이라면, 제한된 범위의 보강이나 부분적인 처리를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배접지 전반이 기능을 잃었거나 그림에 해로운 영향을 주고 있다면 더 넓은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들뜬 곳을 발견했다고 곧바로 틈에 풀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층이 분리되었는지, 그 아래 원래 재료가 어떤 상태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스미스소니언이 공개한 다른 보존 사례에서는 작품의 전반적인 상태와 두껍게 올린 안료의 취약성을 고려해 전체 재장황 대신 부분 재장황을 선택했다. 재장황은 기존 장황을 수리하거나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이다.

전체를 손보는 방법과 일부를 남기는 방법 사이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작업 범위는 손상의 크기만이 아니라 개입으로 생길 위험까지 함께 검토해 정한다.

배접지가 그림의 앞모습에도 영향을 줄까?

그림이 얇은 종이나 비단에 그려졌다면 뒷면의 상태가 앞에서 보이는 모습과 관련될 수 있다.

배접지의 색과 두께, 바탕과의 밀착 상태가 달라지면 화면의 인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보강 종이의 가장자리나 두께 차이가 앞면의 굴곡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스미스소니언의 「임제의현 초상」 보존 소개에서는 과거 보강 종이에 의해 생긴 융기한 선이 그림 앞면에서 관찰된 사례를 설명한다.

따라서 새 배접지를 고를 때는 단순히 튼튼한 종이인지뿐 아니라 작품과 결합했을 때 어떤 표면과 유연성을 만드는지도 살펴야 한다.

뒷면의 교체는 앞면과 무관한 작업이 아니다. 그림 전체가 어떻게 보이고 움직일지를 함께 고려하는 일이다.

새 종이는 두껍고 질길수록 좋을까?

강한 종이를 붙이면 그림도 강해질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작품에 필요한 성질은 강도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족자처럼 말고 펼치는 형식에서는 유연성이 중요하다. 특정 부위만 지나치게 두꺼워지거나 뻣뻣해지면 주변과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충분한 지지가 필요한 작품에 너무 약한 종이를 사용하면 기대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

보존전문가는 섬유의 성질, 두께, 종이의 방향성, 접착제와의 관계, 건조 후 상태 등을 함께 검토한다. 같은 종류의 종이라도 작품에 적용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좋은 종이’라는 이름만으로 적합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이유다. 원래 바탕과 남겨둘 층에 어울리는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오래된 배접지에도 남겨야 할 정보가 있을까?

배접지는 그림을 지지해 온 재료인 동시에 과거 수리의 흔적일 수 있다.

종이의 섬유와 제작 흔적, 덧댄 순서와 범위, 남아 있는 표기 등을 통해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어 왔는지 조사할 단서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오래된 배접지를 모두 원래 제작 당시의 재료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후대에 여러 차례 바뀌었을 수 있으며, 조사만으로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제거가 필요하다면 기존 상태와 층의 관계를 기록하고, 떨어져 나온 재료 중 보관할 가치가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 무엇을 제거했고 무엇을 남겼는지 명확해야 미래의 보존전문가도 현재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

배접지 제거 여부는 어떻게 결정할까?

보존전문가는 제거했을 때의 이익과 원본에 가해질 위험을 함께 검토한다.

기존 배접지가 여전히 작품을 지지하고 있는지, 유해하거나 부적절한 재료가 포함되어 있는지, 안전하게 분리할 수 있는지, 안료나 원래 바탕과 분리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미국 북동부문서보존센터인 NEDCC도 원래 구조의 일부가 아닌 뒷면 지지체가 해롭거나 부적절한 경우, 원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제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 원칙을 전통 서화에 적용할 때는 더 세심한 구분이 필요하다. 배접 자체가 작품을 지탱하는 구조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원래 바탕이고 무엇이 지지층인지, 현재 작품이 어떤 관계 속에서 유지되고 있는지를 파악한 뒤 처리 범위를 정해야 한다.

결국 옛 그림 뒷면의 종이는 떼어내도 될까?

필요한 경우 제거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래되고 변색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제거해서는 안 된다.

배접지는 약해진 그림을 받쳐주고 있을 수 있으며, 원래 안료나 바탕과 분리하기 어려운 상태일 수도 있다. 일부를 남기는 편이 원본을 더 잘 보호하는 선택일 수 있고, 반대로 부적절한 지지층을 제거해야 작품의 상태를 개선할 수도 있다.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깨끗하게 떼어냈는가’가 아니다.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 어느 부분을 남기거나 제거했는가’다.

옛 그림은 앞면의 이미지와 뒷면의 구조가 함께 유지되어 온 물건이다. 보존에서는 보이지 않는 종이 한 겹도 그 관계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뒷면의 종이뿐 아니라 그림을 둘러싼 비단 테두리와 족자의 전체 구성까지 바꾸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새로운 장황은 작품을 보호하면서도 무게와 유연성, 감상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

148편 「족자를 다시 꾸미면 그림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장황과 작품의 구조적 균형」에서는 배접을 넘어 작품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관계를 살펴본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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