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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로 만든 문화재는 왜 딱딱해질까? 산화와 탄성의 상실

cho007 읽는 시간 약 28분

손가락으로 눌렀다가 놓으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고무.

고무의 가장 익숙한 특징은 바로 이 탄성이다. 잘 휘어지고 늘어나면서도 힘을 제거하면 원래 형태에 가까워지는 성질 덕분에 고무는 신발, 타이어, 공, 방독면, 전선, 기계 부품, 장난감, 의료기구, 산업제품 등 수많은 물건에 사용되어 왔다.

이 가운데 근현대의 생활과 산업, 기술사를 보여주는 물건들은 이제 박물관에서 보존해야 하는 문화유산이 되고 있다.

그런데 오래된 고무를 살펴보면 이상한 변화가 발견되기도 한다.

한때 말랑했던 고무가 나무처럼 딱딱해지고, 조금만 구부려도 표면에 균열이 생긴다. 반대로 어떤 고무는 표면이 끈적거리거나 형태가 늘어진다. 색이 흐려지기도 하고 표면에 가루나 막처럼 보이는 물질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같은 ‘고무’인데 왜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늙는 것일까?

116편에서 플라스틱 내부의 첨가제가 이동하면서 표면이 끈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고무가 가진 가장 중요한 성질인 탄성이 왜 사라지는지를 살펴본다.

핵심은 고무가 단순히 말라서 딱딱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무의 탄성은 고분자 사슬의 구조와 움직임에서 만들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산소와 빛, 열 등이 이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면 고무는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늘어나고 돌아올 수 없게 된다.

목차

고무와 플라스틱은 완전히 다른 재료일까?

고무와 플라스틱은 일상에서는 서로 다른 재료처럼 구분된다.

플라스틱은 단단하고 고무는 부드럽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둘 모두 고분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분자는 작은 분자 단위가 반복적으로 연결된 긴 분자 사슬이다.

고무의 독특한 탄성도 이러한 긴 분자 사슬의 움직임과 관계가 있다.

다만 모든 고분자가 고무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분자의 화학구조와 사슬 사이의 연결 상태, 온도, 첨가제 등에 따라 재료의 성질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고무를 이해하려면 먼저 ‘부드러운 물질’이라는 외관보다 내부의 고분자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천연고무는 정말 나무에서 얻을까?

천연고무는 고무나무 등에서 얻는 라텍스를 원료로 만들 수 있다.

라텍스는 고무 성분의 미세한 입자가 물속에 분산되어 있는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천연고무의 중요한 고분자는 폴리이소프렌이다.

이 고분자는 길고 유연한 분자 사슬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가 고무의 탄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하지만 나무에서 얻은 천연고무를 그대로 사용하면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안정적인 고무제품과는 성질이 다를 수 있다.

온도에 따라 지나치게 부드러워지거나 끈적해질 수 있고, 낮은 온도에서는 성질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고무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 등장한다.

가황이다.

가황은 고무를 어떻게 바꾸는 과정일까?

가황은 고무의 고분자 사슬 사이에 연결을 만들어 물성을 조절하는 과정이다.

전통적으로 천연고무의 가황에서는 황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분자 사슬 사이에 연결이 만들어지면 각각의 사슬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서로 연결된 망상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 연결을 가교라고 한다.

그렇다고 사슬들이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고무를 잡아당겼다가 놓으면 원래 상태에 가까운 형태로 돌아갈 수 있다.

즉 적절한 가교구조는 고무다운 탄성을 만드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고무는 왜 잡아당기면 다시 돌아올까?

고무를 잡아당기기 전에는 긴 고분자 사슬들이 비교적 무질서하게 구부러지고 얽힌 상태로 존재한다.

힘을 가하면 사슬들이 힘의 방향을 따라 더 정렬되고 펼쳐진다.

힘을 제거하면 분자들은 다시 더 무질서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분자 수준의 변화가 우리가 눈으로 보는 탄성과 연결된다.

여기에 적절한 가교가 사슬들이 서로 완전히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그래서 고무는 늘어날 수 있으면서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이 구조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다면 당연히 탄성도 변할 수밖에 없다.

오래된 고무는 단순히 수분이 빠져서 딱딱해지는 걸까?

고무가 딱딱해진 모습을 보면 마른 가죽처럼 수분이 부족해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무의 노화를 단순한 건조 현상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고무에서는 고분자 사슬의 산화와 가교구조의 변화, 첨가제의 이동이나 손실 등 여러 과정이 함께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오래된 고무에 물이나 기름을 공급한다고 원래 탄성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이미 고분자의 화학구조가 변했다면 표면을 젖게 만드는 것과 분자 구조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산소는 고무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공기 중 산소는 고무 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부 고무는 산소와 반응하면서 산화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는 고분자 사슬의 화학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사슬이 끊어지는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고, 반대로 사슬 사이의 새로운 연결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어느 변화가 더 중요하게 나타나는지는 고무의 종류와 배합,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산화된 고무가 항상 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딱딱하고 취약해질 수 있고, 다른 것은 부드러워지거나 끈적한 특성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산화가 진행되면 왜 딱딱해질까?

고무의 탄성을 위해서는 고분자 사슬이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노화 과정에서 사슬 사이의 연결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움직임이 제한될 수 있다.

그 결과 재료가 점점 뻣뻣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손으로 눌렀을 때 쉽게 변형되던 고무가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해지고, 구부렸을 때 원래처럼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단단해졌다는 것은 고무가 더 건강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탄성을 잃고 취약해지는 과정일 수 있다.

고무가 딱딱해지면 왜 균열도 잘 생길까?

유연한 고무는 외부에서 힘을 받으면 변형되면서 힘을 분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노화로 유연성이 감소하면 같은 힘을 받아도 변형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특정 부분에 응력이 집중될 수 있다.

특히 접혀 있던 부분이나 계속 눌려 있던 곳, 날카로운 모서리 주변에서는 응력이 집중되기 쉽다.

그 결과 작은 균열이 생기고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

오래된 고무 문화재를 원래처럼 보이게 하려고 강제로 펼치거나 구부리는 행동이 위험할 수 있는 이유다.

오래 접혀 있던 고무를 펼치면 왜 갑자기 갈라질까?

오랫동안 같은 형태로 보관된 고무는 이미 그 상태에서 노화가 진행되었을 수 있다.

겉으로는 접혀 있을 뿐 특별한 손상이 없어 보여도 접힌 안쪽과 바깥쪽에는 서로 다른 힘이 작용하고 있다.

노화로 탄성이 충분히 감소한 상태에서 갑자기 펼치면 고분자 구조가 그 변형을 견디지 못할 수 있다.

표면에 미세균열이 생기거나 기존 균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오래된 고무제품의 변형을 발견했다고 바로 원래 모양으로 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현재 어느 정도의 변형을 안전하게 견딜 수 있는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모든 고무가 오래되면 딱딱해질까?

그렇지는 않다.

고무는 하나의 재료가 아니다.

천연고무뿐 아니라 다양한 합성고무가 존재하며 각각 화학구조가 다르다.

여기에 가황 방식과 첨가제, 충전재, 안료 등의 차이까지 더해진다.

따라서 노화 과정도 서로 다를 수 있다.

어떤 고무는 산화되면서 딱딱하고 취약해질 수 있지만 다른 고무에서는 사슬 절단이나 첨가제 변화가 두드러져 부드러워지거나 끈적해질 가능성도 있다.

‘오래된 고무 = 단단해진 고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는 어떻게 다를까?

천연고무의 대표적인 고분자는 폴리이소프렌이다.

반면 합성고무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예를 들어 스티렌-부타디엔 고무, 니트릴 고무, 부틸 고무, 네오프렌으로 알려진 폴리클로로프렌 등 다양한 재료가 개발되어 사용되었다.

각각 필요한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자동차와 산업제품, 전기제품, 생활용품 등에서 용도에 맞춰 사용되었다.

문제는 오래된 문화재에서 현재 보이는 외관만으로 정확한 고무 종류를 알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검은색 고무라고 모두 같은 고무는 아니다.

검은색 고무에는 왜 검은색 물질을 넣을까?

많은 고무제품에서는 카본블랙이 사용되어 왔다.

카본블랙은 매우 미세한 탄소계 입자로 고무의 색뿐 아니라 기계적 특성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타이어를 비롯한 여러 고무제품에서 중요한 충전재로 사용된다.

따라서 검은색은 단순히 장식적인 색이 아닐 수 있다.

재료의 기능과 배합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은색이라는 이유만으로 카본블랙의 종류나 함량, 고무의 정확한 재질을 판단할 수는 없다.

고무에 첨가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고무제품은 기본 고분자만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가황에 필요한 물질과 가황 반응을 조절하는 첨가제, 산화를 늦추기 위한 산화방지제, 충전재, 안료, 유연성을 조절하는 성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제품의 용도에 따라 배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고무 문화재 보존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고무 종류가 같더라도 제조시기와 배합이 다르면 장기적인 열화 거동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무에서도 첨가제가 표면으로 이동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116편에서 플라스틱의 첨가제 이동을 살펴봤듯이 고무에서도 일부 저분자 성분이 내부에서 표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표면에 희거나 뿌연 물질이 나타나는 현상도 경우에 따라 첨가제 이동과 관련될 수 있다.

하지만 표면의 흰색 물질을 모두 같은 성분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외부 오염이나 다른 재료에서 이동한 물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면에서 새로운 물질이 발견되면 먼저 그것이 원래 고무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무가 끈적해지는 것도 첨가제 때문일까?

첨가제 이동이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가능성은 아니다.

고무의 고분자 사슬이 열화되어 분자량이 작은 물질이 증가하면 표면 물성이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 사용된 코팅이나 접착제가 변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끈적임이라는 결과만으로 원인을 하나로 결정하면 안 된다.

같은 증상이 서로 다른 화학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플라스틱과 고무 보존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빛을 받으면 고무는 더 빨리 늙을까?

일부 고무는 빛에 의해 열화가 촉진될 수 있다.

특히 자외선을 포함한 높은 에너지의 빛은 고분자에서 광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산소가 함께 존재하면 광산화 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고분자 사슬이 변화하고 색과 광택, 기계적 성질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고무 문화재 역시 불필요하게 강한 빛에 장기간 노출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하다.

다만 빛에 대한 민감도는 고무 종류와 배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열은 고무 노화를 어떻게 바꿀까?

온도가 높아지면 많은 화학반응의 속도가 증가할 수 있다.

고무의 산화반응 역시 온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높은 온도에 장기간 노출되면 노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차갑게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고무의 기계적 성질 자체가 달라질 수 있고 재료에 따라 더 단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보존환경은 단순히 ‘낮을수록 좋다’가 아니라 재료의 특성과 실제 상태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고무에도 유리전이온도가 있을까?

있다.

116편에서 플라스틱을 설명하면서 등장했던 유리전이온도는 고무를 이해할 때도 중요하다.

고분자의 유리전이온도보다 충분히 높은 온도 영역에서는 사슬이 비교적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어 고무 같은 탄성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온도가 크게 낮아지면 사슬의 움직임이 제한되어 재료가 더 단단하고 유리처럼 취약한 성질을 보일 수 있다.

고무의 배합과 구조는 실제 사용 온도에서 필요한 탄성을 갖도록 설계된다.

따라서 고무의 탄성은 단순히 화학조성뿐 아니라 온도와도 연결되어 있다.

오래된 고무는 새 고무보다 온도 변화에 더 민감할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

노화 과정에서 고분자 구조와 가교 상태, 첨가제 조성이 달라졌다면 재료가 온도 변화에 반응하는 방식도 처음과 같지 않을 수 있다.

새 제품의 물성을 기준으로 오래된 문화재의 거동을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다.

수십 년 전의 고무 문화재는 같은 종류의 새 고무와 화학적으로 동일한 출발점을 가졌더라도 현재는 다른 재료처럼 행동할 수 있다.

따라서 보존에서는 새 재료의 물성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화재의 현재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오존도 고무를 손상시킬 수 있을까?

일부 고무에서는 오존이 매우 중요한 열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오존은 산소 원자 세 개로 이루어진 반응성이 높은 기체다.

특정 불포화 고무의 화학구조와 반응하여 표면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고무가 늘어난 상태에서 오존에 노출되면 특정 방향으로 미세균열이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오존 균열과 관련해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오래된 고무 문화재에서는 균열의 모양과 방향도 열화 원인을 추정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균열 모양만 보면 오존 손상인지 알 수 있을까?

특정한 균열 패턴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확정해서는 안 된다.

기계적 응력이나 산화, 반복적인 변형 등 다른 원인도 균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가 과거 어떤 형태로 사용되었는지, 어느 부분에 힘이 걸렸는지, 어떤 환경에 노출되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보존과학에서 균열은 결과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만든 과정이다.

고무가 늘어난 상태로 전시되면 더 위험할까?

노화된 고무에 지속적인 인장력이 작용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무 끈을 팽팽하게 늘여 원래 사용 모습 그대로 전시하거나, 고무 부품이 다른 부품의 무게를 계속 지탱하도록 하면 응력이 장기간 유지된다.

재료의 탄성이 충분하다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노화된 고무에서는 균열과 영구변형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 전시에서는 원래 기능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보다 현재 재료에 가해지는 힘을 줄이는 지지 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

고무줄 문화재를 원래 길이로 줄여놓을 수 있을까?

오래 늘어난 고무가 원래 길이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미 영구적인 변형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억지로 압축하거나 가열해서 원래 형태로 만들려 하면 새로운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문화재 보존에서 형태를 되돌리는 처리는 단순한 미관 문제가 아니다.

현재 재료가 변형을 견딜 수 있는지와 복원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때로는 변형된 현재 상태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고무가 하얗게 보이면 곰팡이일까?

반드시 그렇지 않다.

고무 표면의 흰색 물질은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첨가제가 표면으로 이동해 결정화하거나 막을 형성했을 수도 있고 외부 먼지가 붙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미생물이 존재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흰색이라는 시각적 특징만으로 곰팡이라고 판단해서 소독하거나 닦아내서는 안 된다.

먼저 물질의 형태와 분포, 현재 활동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

고무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도 산화 때문일까?

산화와 관련된 화학변화가 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색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관여할 수 있다.

원래 사용된 안료와 충전재, 빛에 의한 변화, 다른 재료와의 접촉, 표면 오염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갈변이나 황변만으로 산화 정도를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색 변화는 중요한 기록 대상이지만 그 자체가 열화 원인의 최종 답은 아니다.

냄새가 나면 고무가 분해되고 있다는 뜻일까?

일부 고무와 첨가제에서는 노화 과정에서 휘발성 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냄새가 변화의 단서가 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냄새만으로 고무 종류나 열화 정도를 판단할 수는 없다.

제품에 함께 사용된 플라스틱과 접착제, 섬유, 윤활제 등에서도 휘발성 물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86편에서 살펴본 휘발성 물질 분석처럼 보다 객관적인 조사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고무에 기름을 바르면 다시 부드러워질까?

오래된 고무가 딱딱해지면 기름이나 윤활제를 발라 유연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문화재에 임의의 오일을 바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표면이 일시적으로 부드러워 보일 수 있어도 고분자의 산화된 구조가 원래대로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오일이 고무 내부로 침투하면서 팽윤을 일으키거나 원래 첨가제와 상호작용할 수도 있다.

먼지가 더 잘 붙거나 장기적으로 색과 광택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

‘부드러워 보인다’와 ‘재료가 안정해졌다’는 전혀 다른 판단이다.

고무가 갈라졌다면 접착제로 붙이면 해결될까?

갈라진 부분을 접합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균열의 원인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고무 전체가 산화되어 취약해진 상태라면 균열 하나를 접착해도 주변에서 새로운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접착제가 고무보다 지나치게 단단하면 접합부 주변에 새로운 응력이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접착제 자체가 고무와 화학적으로 적합한지도 중요하다.

따라서 접착은 열화 원인을 없애는 치료가 아니라 필요한 경우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한적인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

고무 문화재는 왜 청소하기 어려울까?

노화된 고무 표면은 새 고무와 전혀 다른 상태일 수 있다.

표면이 끈적하면 먼지가 깊게 달라붙어 있고, 분말화가 진행되었다면 닦는 과정에서 원래 재료까지 떨어질 수 있다.

용매를 사용하면 첨가제를 추출하거나 고무를 팽윤시킬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검은색 고무에서는 표면 변화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세척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한 손상을 놓치기 쉽다.

따라서 세척은 먼저 작은 범위에서 재료의 반응을 확인하고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작업이다.

고무가 얼마나 딱딱해졌는지 숫자로 측정할 수 있을까?

산업 분야에서는 고무의 경도를 측정하는 여러 방법이 사용된다.

하지만 문화재에서는 측정 자체가 원본에 힘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부 경도 측정법은 표면을 누르는 방식이기 때문에 매우 취약한 문화재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측정값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용 시험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원본의 안전성과 측정으로 얻을 정보의 가치가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

잡아당겨서 탄성을 시험하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새로운 고무 시편이라면 인장시험을 통해 강도와 연신율 같은 중요한 물성을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유일한 문화재를 잡아당겨 파손될 때까지 시험할 수는 없다.

특히 노화된 고무는 작은 변형에서도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에서는 파괴적인 기계시험을 원본에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

필요하다면 유사한 재료의 시험편이나 별도의 연구용 시료를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현미경으로 보면 고무의 노화를 알 수 있을까?

현미경 관찰은 표면의 미세균열과 분말화, 침전물 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육안으로는 하나의 균열처럼 보였던 부분이 확대하면 수많은 작은 균열로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다.

표면에서 이동한 물질의 결정 형태를 관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미경만으로 고분자의 산화 정도를 모두 알 수는 없다.

형태를 관찰하는 것과 화학구조를 분석하는 것은 서로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고무 종류는 과학적으로 어떻게 확인할까?

적외선 분광분석이나 라만 분광분석과 같은 방법이 고분자 재질을 조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각 고분자는 화학결합 구조에 따라 특징적인 분광학적 정보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오래된 고무는 여러 첨가제와 충전재를 포함한다.

특히 카본블랙이 많이 들어 있는 검은 고무에서는 일부 광학적 분석이 까다로울 수 있다.

표면 열화 역시 분석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분석 결과만으로 모든 배합을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열분석으로도 고무의 상태를 조사할 수 있을까?

연구 목적에 따라 열분석이 고분자 재료의 특성을 조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온도가 변할 때 재료가 보이는 열적 거동을 측정하면 유리전이와 같은 특성이나 구성성분에 관한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분석법에 따라 시료가 필요할 수 있다.

문화재에서는 시료 채취 자체가 중요한 윤리적 판단이므로 얻을 정보와 원본 손실을 비교해야 한다.

분석할 수 있다는 것과 반드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새 고무와 비교하면 문화재의 노화 정도를 알 수 있을까?

비교자료는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현재 생산되는 새 고무와 수십 년 전 문화재를 단순 비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고무의 배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제품명이라도 제조시기에 따라 고분자와 첨가제, 가황 체계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가능하다면 제작시기와 조성이 비슷한 기준재료가 더 유용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문화재가 실제로 겪어온 빛과 온도, 사용, 보관 이력을 완전히 재현하기는 어렵다.

가속열화 시험으로 100년 뒤 고무 상태를 알 수 있을까?

높은 온도나 강한 빛 등을 이용해 재료 변화를 빠르게 관찰하는 가속열화 시험은 고분자 보존 연구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일어난 변화를 실제 수십 년이나 수백 년의 자연노화와 단순히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조건을 지나치게 강하게 만들면 실제 보존환경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가속열화는 미래를 그대로 재현하는 기계가 아니라 재료 사이의 상대적인 안정성과 열화 경향을 연구하는 도구에 가깝다.

이 문제는 130편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고무 문화재는 공기를 차단하면 오래 보존될까?

산소가 산화에 관여한다면 공기를 완전히 차단하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문화재 보존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밀폐공간에서는 고무나 다른 구성재료에서 방출된 휘발성 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

포장재와 문화재 사이의 상호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복합재료라면 고무 외의 재료가 어떤 환경을 필요로 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산소 농도를 조절하는 특수한 보존 방법은 목적과 재료에 따라 검토될 수 있지만 모든 고무 문화재를 밀폐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답은 아니다.

고무 문화재는 어떻게 놓아두는 것이 좋을까?

노화된 고무에서는 불필요한 힘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무거운 부품의 하중을 고무가 계속 지탱하고 있다면 별도의 지지대가 필요할 수 있다.

접힌 상태에서 펼치는 것이 위험하다면 현재 형태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다른 재료와 직접 접촉하면서 표면이 달라붙을 위험이 있다면 적절한 분리재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분리재 역시 문화재와 장기간 접촉하는 재료이므로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보존용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고무로 만든 물건을 원래처럼 작동시키는 것은 괜찮을까?

근현대 기술문화재에서는 실제 작동이 문화적 의미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작동 과정에서 고무 벨트와 패킹, 바퀴 같은 부품이 반복적으로 변형될 수 있다.

이미 산화되어 탄성이 감소한 고무라면 한 번의 작동만으로도 균열이나 파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작동 여부는 문화재의 의미와 재료 손상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원본 대신 복제품이나 디지털 자료를 이용해 작동 원리를 보여주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보존과학자는 오래된 고무를 어떤 순서로 조사할까?

먼저 문화재 전체에서 고무가 어디에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한다.

고무만으로 이루어진 물건인지, 금속이나 플라스틱, 직물 등과 결합된 복합문화재인지도 살펴본다.

그다음 변형과 균열, 경화, 끈적임, 분말화, 색 변화가 나타나는 위치를 기록한다.

특히 고무가 늘어나거나 눌린 상태로 있는지 확인한다.

제작연도와 제조사, 제품의 원래 용도에 관한 정보가 있다면 재료를 추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필요하면 현미경 관찰과 분광분석 등으로 고무 종류와 표면 변화를 조사한다.

과거 처리재료가 존재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가장 위험한 요인이 산화와 빛인지, 지속적인 기계적 응력인지, 다른 재료와의 접촉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오래된 고무를 새것처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보존의 목표일까?

그렇지 않다.

고무 문화재가 제작 당시보다 딱딱해졌다는 사실은 분명한 변화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고분자의 화학적 노화를 완전히 되돌려 새 고무와 같은 상태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무리하게 유연성을 회복하려는 처리는 오히려 새로운 물질을 문화재에 넣거나 원래 표면을 변화시킬 수 있다.

보존의 현실적인 목표는 남아 있는 원래 재료와 형태, 제작정보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앞으로 진행될 손상을 줄이는 데 있다.

때로는 탄성을 잃은 현재 상태 자체가 그 물건이 지나온 시간의 일부가 된다.

그렇다면 고무 문화재는 왜 딱딱해지는 걸까?

고무의 탄성은 긴 고분자 사슬이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적절한 가교구조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산소와 빛, 열, 오존 등의 영향을 받아 고분자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산화 과정에서 사슬이 끊어지거나 새로운 가교가 형성될 수 있으며, 첨가제가 이동하거나 손실되면서 물성도 달라질 수 있다.

그 결과 고무는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늘어나고 돌아오는 능력을 잃을 수 있다.

어떤 고무는 딱딱하고 취약해지고, 어떤 고무는 반대로 부드럽거나 끈적하게 변할 수 있다.

따라서 고무의 노화를 단순히 ‘말랐다’고 표현하는 것은 내부에서 일어난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보존과학자가 확인하려는 것은 현재 얼마나 딱딱한가만이 아니다.

어떤 고무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배합과 가황 구조를 가졌는지, 산화와 첨가제 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현재 어떤 힘을 받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런데 근현대 문화유산에는 고무보다 더 직접적으로 ‘기록’을 담고 있는 재료가 있다.

사진이다.

사진은 겉으로 보면 단순히 종이 위에 그림이 인쇄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빛에 반응하는 물질과 바인더, 지지체 등이 여러 층으로 구성된 복잡한 재료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종이가 남아 있어도 정작 사진 속 이미지가 흐려지거나 색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사진에서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잉크의 색일까, 아니면 이미지를 만들어낸 물질 자체가 변하는 것일까?

다음 118편에서는 「사진은 왜 시간이 지나면 이미지가 사라질까? 사진 재료의 화학적 열화」를 통해 사진 한 장 안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화학 변화를 살펴본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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