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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수분은 어떻게 측정할까? 문화재 함수율과 수분 진단

cho007 읽는 시간 약 12분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말라 있는 오래된 목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손으로 만져도 축축하지 않고 표면에 물방울도 없다. 그렇다면 이 문화재에는 수분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도 될까?

꼭 그렇지는 않다.

문화재 재료에는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수분이 존재할 수 있다. 특히 목재처럼 주변 공기와 수분을 주고받는 재료나 미세한 구멍을 가진 다공성 재료에서는 표면의 모습만으로 내부 수분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보존과학에서는 이처럼 재료가 가지고 있는 수분의 양과 분포를 조사한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함수율이다.

그런데 문화재의 수분을 측정하는 일은 단순히 숫자 하나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방법으로 측정했는지, 어느 위치에서 측정했는지, 어떤 재료인지에 따라 그 숫자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의 ‘함수율’은 정확히 무엇을 뜻할까?

함수율은 쉽게 말하면 재료가 얼마나 많은 수분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특히 목재에서는 함수율이 중요한 상태 지표로 활용된다. 목재는 주변 공기의 상대습도와 온도에 따라 수분을 흡수하거나 방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재 속 수분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방울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목재의 세포벽과 관련되어 존재하는 수분도 있고, 조건에 따라 세포 내부의 빈 공간 등에 존재하는 물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겉이 말라 보여도 목재 내부에는 일정량의 수분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종이, 직물처럼 흡습성이 있는 유기질 재료 역시 주변 환경과 수분을 주고받는다. 석재나 벽체처럼 공극이 있는 무기질 재료에서도 물은 미세한 틈과 통로를 따라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에서 수분을 조사할 때는 단순히 “젖었는가, 말랐는가”보다 어디에 수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손으로 만져 보면 수분 상태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감각은 정밀한 측정기가 아니다.

표면이 축축할 정도로 수분이 많다면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지만, 내부에 존재하는 수분이나 작은 차이를 손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문화재를 반복해서 만지는 행위 자체도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눈으로 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수분 때문에 색이 짙어진 흔적이나 얼룩, 결로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수분 문제를 의심할 수 있지만, 그런 흔적이 없다고 해서 수분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보존과학자는 육안 관찰과 함께 재료에 적합한 측정 방법을 선택한다.

목재 수분계는 어떻게 물을 찾아낼까?

목재의 수분 상태를 조사할 때 사용될 수 있는 장비 가운데 하나가 전기저항식 수분계다.

원리는 수분에 따라 목재의 전기적 성질이 달라지는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정한 조건에서 목재의 함수율이 변하면 전기저항도 달라진다. 장비는 이러한 전기적 특성을 측정하고 설정된 보정 관계를 이용해 함수율을 추정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붙는다.

측정값은 목재의 수종, 온도, 측정 방향, 전극의 접촉 상태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사용하는 장비의 측정 범위와 보정 방식에 따라서도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화면에 나타난 숫자를 곧바로 절대적인 값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어떤 조건에서 얻은 측정값인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문화재에 전극을 꽂아도 괜찮을까?

전기저항식 측정에서는 장비에 따라 핀 형태의 전극을 목재에 접촉시키거나 삽입하는 방식이 사용될 수 있다.

일반 목재를 검사하는 상황에서는 작은 흔적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문화재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주 작은 구멍이라도 원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재에 적용할 때는 측정 목적과 필요한 정확도, 표면 상태, 흔적이 남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손상된 부분이나 눈에 띄지 않는 위치라고 해서 무조건 전극을 삽입해도 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문화재 조사에서는 정보를 얻기 위해 문화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항상 함께 따라온다.

이 때문에 접촉 흔적이나 손상을 줄일 수 있는 다른 측정 방법이 검토되기도 한다.

표면을 손상시키지 않고 수분을 측정할 수도 있을까?

가능한 방법들이 있다.

전기용량이나 유전 특성의 변화를 이용하는 비파괴형 수분 측정 장비가 그 예다. 물은 많은 문화재 재료와 다른 전기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료 속 수분이 달라지면 장비가 감지하는 값도 달라질 수 있다.

표면에 핀을 삽입하지 않고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은 문화재 조사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주의해야 한다.

장비가 표시하는 값을 언제나 재료의 정확한 절대 함수율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료의 밀도와 조성, 내부 구조, 측정 깊이, 표면 상태 등에 따라 측정 결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종류의 재료가 겹쳐 있는 문화재에서는 해석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따라서 비파괴 측정이라는 말은 아무 조건 없이 정확한 함수율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적외선 열화상으로도 수분을 찾을 수 있을까?

문화재 조사에서 수분과 관련된 이상 영역을 살펴보기 위해 적외선 열화상이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열화상 카메라는 물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장비가 아니다. 물체 표면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정보를 이용해 표면 온도 분포를 영상으로 나타낸다.

그런데 수분이 있는 부분에서는 증발이나 열전달 특성 등의 영향으로 주변과 다른 온도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넓은 벽체나 건축물 표면을 조사할 때 특정 부분에서 주변과 다른 열적 패턴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면 추가 조사가 필요한 위치를 찾는 단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화면에서 온도가 다른 부분이 나타났다고 해서 곧바로 “저곳에는 물이 있다”고 결론 내리면 안 된다.

햇빛을 받은 정도, 표면 색상과 재질, 바람, 내부 구조, 주변 열원 등도 표면 온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열화상은 수분의 존재를 무조건 확정하는 장비라기보다 수분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영역을 찾는 조사 수단 가운데 하나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수분을 정확하게 재려면 시료를 말려 보면 되지 않을까?

재료의 수분량을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시료의 질량 변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정한 조건에서 시료의 초기 질량을 측정한 뒤 건조하고, 건조 전후의 질량 차이를 이용해 수분량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재료 시험에서는 함수율을 확인하는 기본적인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원리는 명확하지만 문화재에서는 큰 문제가 있다.

측정을 위해 시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재에서 분석용 시료를 떼어내는 행위는 원형에 영향을 주므로 조사 목적과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단지 다른 측정법보다 직접적인 값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재에서 자유롭게 시료를 채취할 수는 없다.

따라서 문화재 보존과학에서는 측정의 정확성뿐 아니라 시료 채취로 얻는 정보가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정당화할 만큼 중요한가도 함께 판단한다.

한 번 측정해서 정상이라면 안심해도 될까?

수분 진단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바로 시간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목재 문화재의 특정 부분에서 비교적 낮은 함수율이 측정됐다고 하자. 그 숫자 하나만으로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비가 내린 뒤에는 어떻게 변하는지, 계절이 바뀌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주변 환경의 상대습도가 높아졌을 때 특정 위치에서 수분이 증가하는지를 살펴봐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경우에 따라 같은 위치를 일정한 조건과 방법으로 반복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의 측정이 사진 한 장이라면 반복 측정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상에 가깝다.

특히 건축문화재처럼 외부 환경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는 대상에서는 특정 시점의 숫자보다 수분 상태가 어떻게 변하고 다시 회복되는지에 관한 경향이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실내 습도를 측정하면 문화재 함수율도 알 수 있을까?

상대습도와 문화재의 함수율은 서로 관련될 수 있지만 같은 값은 아니다.

상대습도는 공기 중 수증기의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이고, 함수율은 재료가 포함하고 있는 수분의 양과 관련된 값이다.

흡습성이 있는 재료는 주변 공기와 수분을 주고받기 때문에 일정한 온도와 상대습도 조건이 충분히 지속되면 그 환경에 대응하는 수분 상태로 접근한다.

하지만 실제 문화재 환경에서는 온도와 상대습도가 계속 변할 수 있고, 두꺼운 재료의 내부가 표면과 같은 속도로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누수나 지면에서 올라오는 수분처럼 주변 공기의 상대습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분 공급원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보존과학에서는 환경 데이터와 재료의 수분 측정값을 서로 다른 정보로 보고 함께 해석한다.

수분이 많으면 무조건 문화재에 위험할까?

수분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문화재에서 동일한 손상이 발생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재료에 따라 수분에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목재와 종이 같은 유기질 재료에서는 수분 변화가 치수 변화나 생물학적 열화 조건 등과 관련될 수 있다. 금속에서는 수분이 부식 반응과 관련된 중요한 환경 요인이 될 수 있으며, 다공성 무기질 재료에서는 수분이 내부를 이동하면서 용해성 성분을 운반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숫자를 모든 문화재에 적용해 “이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단순하게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문화재의 재질과 구조, 보존 이력, 주변 환경, 수분이 공급되는 방식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보존과학자는 수분 측정값에서 무엇을 찾을까?

보존과학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단순히 “함수율이 몇 퍼센트인가?“만이 아니다.

어느 위치가 상대적으로 높은지,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하는지 감소하는지, 비가 온 뒤 특정 부분에서만 변화하는지, 주변 환경 변화와 측정값이 함께 움직이는지 등을 살펴본다.

이를 위해 조사 위치를 기록하고 같은 지점을 반복 측정하거나 여러 위치의 결과를 비교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환경의 온도와 상대습도, 육안으로 관찰한 손상 상태 등 다른 정보도 함께 검토한다.

이런 자료들이 쌓이면 단 한 번의 숫자에서는 알기 어려웠던 수분의 공간적·시간적 변화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문화재 수분 진단의 핵심은 물을 찾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디에 수분이 존재하고, 어떻게 변하며, 그 변화가 문화재의 상태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겉으로 말라 보이는 문화재 안에도 수분이 존재할 수 있으며, 수분계와 전기적 특성을 이용한 측정, 적외선 열화상, 시료의 질량 변화를 이용한 방법 등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어느 한 방법이 모든 문화재와 모든 상황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상의 재질과 조사 목적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수분처럼 문화재 내부에 숨어 있는 것은 또 있다. 표면에서 가느다란 선 하나만 보이는 균열도 실제로는 안쪽으로 얼마나 깊게 이어졌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문화재를 함부로 뜯어보지 않고도 균열이 표면 아래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다음 83편에서는 「문화재의 균열 깊이는 어떻게 알아낼까? 표면 아래 손상을 조사하는 방법」이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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