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공기가 돌을 녹일 수 있을까? 대기오염과 석조문화재의 검은 표면
오래된 석조 건축물이나 조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비를 직접 맞는 부분은 비교적 밝은데 처마 아래나 조각의 움푹 들어간 부분은 오히려 검게 변해 있는 경우다.
처음 보면 단순히 먼지와 매연이 쌓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검은 부분을 깨끗하게 닦아내면 원래 돌의 표면이 다시 나타날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석조문화재의 검은 표면 가운데 일부는 단순히 표면에 먼지가 얹혀 있는 것이 아니라 대기오염물질과 석재가 오랜 시간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진 변화와 관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석회암이나 대리석처럼 탄산칼슘을 주요 성분으로 하는 석재에서는 주변 환경과 수분, 오염물질이 함께 작용하면서 표면의 화학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때로는 그 결과 검고 단단한 껍질처럼 보이는 층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를 흔히 검은 crust(black crust)와 관련해 설명한다.
63편에서는 돌의 기공으로 들어간 물이 얼고 녹으면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동결·융해를 살펴봤다.
64편에서는 물과 함께 이동한 염류가 결정화하면서 문화재를 내부에서부터 손상시킬 가능성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공기가 돌의 표면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목차
공기가 정말 돌을 손상시킬 수 있을까?
돌은 매우 단단해 보인다.
수백 년 동안 비와 바람을 견딘 석탑이나 석조 건축물을 보면 공기 정도가 돌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석재 역시 주변 환경과 화학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대기에는 기체와 수분뿐 아니라 다양한 입자와 오염물질이 존재할 수 있다.
이 물질들이 석재 표면에 침착하고 물과 만나면 표면에서 여러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한 번의 반응으로 돌이 갑자기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아주 작은 변화가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반복된다는 것이다.
문화재 보존에서는 바로 이러한 느린 변화가 중요하다.
대기오염물질은 어디에서 올까?
도시의 대기에는 다양한 물질이 존재한다.
자동차와 산업시설, 난방과 연소 과정 등 여러 배출원이 영향을 줄 수 있고 먼지와 미세한 입자도 섞여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석탄과 같은 연료의 연소가 도시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미친 시기도 있었다.
특히 석조문화재의 풍화와 관련해서는 황을 포함한 대기오염물질이 오랫동안 중요한 연구 대상이었다.
하지만 실제 야외 문화재의 표면에서는 한 종류의 오염물질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수분과 먼지, 염류, 생물학적 요인, 온도 변화 등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검게 변한 석재를 보고 “자동차 매연 때문이다”라고 하나의 원인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돌 표면에 먼지가 붙는 것도 손상일까?
먼지가 붙었다고 해서 즉시 석재가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표면 침착물은 문화재의 외관을 변화시키고 원래 표면을 가릴 수 있다.
또 입자의 종류와 환경에 따라 수분과 오염물질을 머금는 표면층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거칠고 다공성인 석재는 매끄러운 표면보다 입자가 머물기 쉬운 조건을 가질 수 있다.
작은 균열과 조각의 움푹 들어간 부분에도 오염물이 축적될 수 있다.
따라서 표면의 검은색은 단순한 색 변화가 아니라 문화재와 주변 환경이 오랫동안 상호작용해온 결과일 수 있다.
산성비가 돌을 녹인다는 말은 사실일까?
산성비라는 표현은 대기오염과 문화재 손상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한다.
특히 산에 민감한 탄산염계 석재에서는 산성 환경이 표면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문화재의 풍화를 단순히 “산성비가 돌을 녹였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비의 화학적 특성뿐 아니라 석재의 종류와 공극 구조, 표면 상태, 비를 맞는 방향, 건조 속도, 대기 중 입자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건물에서도 위치에 따라 손상 모습이 다른 이유다.
석회암과 대리석은 왜 특히 주목할까?
석회암과 대리석은 주로 탄산칼슘과 관련된 광물 조성을 가진 석재다.
탄산칼슘은 환경 조건에 따라 산성 물질과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대기오염과 수분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표면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연구할 때 중요한 대상이 된다.
하지만 같은 ‘대리석’이라고 해도 광물 조직과 입자 크기, 균열 상태 등이 다를 수 있다.
석재가 놓인 환경도 다르다.
문화재 보존에서는 재료 이름 하나만으로 손상 속도를 결정하지 않는다.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와 함께 어떤 환경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노출되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검은 껍질은 무엇일까?
오래된 석조 건축물에서 검고 비교적 단단한 층이 표면에 형성된 경우가 있다.
이를 블랙 크러스트(Black crust)라고 부르기도 한다.
단순히 검은 먼지가 두껍게 붙은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탄산칼슘계 석재의 표면이 황을 포함하는 대기 성분과 수분 등의 영향을 받으면 원래의 광물 표면이 변화하고 석고와 같은 황산염 광물이 형성되는 과정이 관련될 수 있다.
여기에 대기 중 검은 탄소질 입자와 먼지 등이 포획되면 층이 어둡게 보일 수 있다.
즉, 검은색은 오염입자 때문일 수 있지만 그 입자를 붙잡고 있는 층 자체는 석재 표면의 화학적 변화와 관련될 수 있는 것이다.
검은 층을 긁어내면 깨끗한 돌이 나올까?
바로 이 지점에서 56편에서 살펴본 문화재 세척의 딜레마가 다시 등장한다.
검은 층이 보기 싫다고 칼이나 강한 세척 방법으로 제거하면 아래의 원본 석재 표면까지 함께 손상시킬 수 있다.
특히 변화된 층과 원래 석재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검은 층 아래의 석재가 이미 약해져 있다면 표면층을 제거하는 순간 원본 입자도 함께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먼저 그 층이 무엇인지 조사해야 한다.
단순한 먼지인가?
화학적으로 변화된 층인가?
원래 표면은 어디까지 남아 있는가?
현재 층이 문화재를 지속적으로 손상시키고 있는가?
이 질문이 세척보다 먼저다.
왜 처마 밑이 더 검게 변할까?
흥미롭게도 석조 건물에서 비를 직접 맞는 부분보다 비를 덜 맞는 부분에 검은 층이 발달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물이 많으면 무조건 검은 층이 만들어진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비를 직접 맞는 표면에서는 침착물이 씻겨나갈 수 있다.
반대로 비가 잘 닿지 않는 처마 아래와 움푹 들어간 장식 부분에서는 대기 중 입자가 축적되기 쉽다.
수분은 존재하지만 빗물에 의한 세척 효과는 적은 미세환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같은 건축물에서도 표면의 방향과 돌출 정도에 따라 전혀 다른 풍화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비를 많이 맞는 곳은 오히려 깨끗하다는 뜻일까?
겉으로 밝게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밝다고 반드시 보존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다.
빗물이 석재 표면의 일부 성분을 용해하거나 씻어내면서 표면 자체가 조금씩 후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한쪽에서는 검은 침착층이 쌓이고 다른 쪽에서는 표면이 서서히 용해되거나 침식될 수 있다.
외관만 보고 어느 부분이 더 건강한지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화재 보존에서는 색뿐 아니라 표면 형상과 입자 상태, 균열, 물질 조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석재 표면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도 측정할 수 있을까?
58편에서 살펴본 3D 스캔이 이런 문제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같은 문화재를 일정한 기준으로 반복 측정하면 표면의 형상 변화를 비교할 수 있다.
특정 조각의 돌출 부분이 과거보다 얼마나 후퇴했는지 또는 어느 부분에서 재료 손실이 집중되는지 조사할 수 있다.
다만 작은 변화를 확인하려면 장비의 정확도와 측정 조건, 데이터 정합 방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측정 오차를 실제 풍화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사진과 3D 기록을 함께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은색만 보면 오염 정도를 알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표면이 검다고 오염이 심하고 밝다고 깨끗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래 석재 자체가 어두운 색일 수도 있고 생물막이나 다른 침착물이 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과거 보존처리 재료가 변색된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색은 중요한 관찰 정보이지만 원인의 확정은 아니다.
필요하면 확대 관찰과 성분 분석 등을 통해 검은 층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현미경으로 검은 층을 보면 무엇이 보일까?
38편에서 살펴본 현미경은 석재 표면의 풍화층을 조사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육안으로는 하나의 검은 층처럼 보이지만 확대하면 석재 입자와 결정, 먼지 입자 등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층의 균열과 박리 상태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표면에서 이미 떨어져 나온 작은 파편이 있다면 이를 우선적인 분석 대상으로 고려할 수도 있다.
42편에서 살펴본 미세시료 분석의 원칙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XRF로 오염된 돌을 분석할 수 있을까?
37편에서 살펴본 XRF는 문화재 표면의 원소 정보를 조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석재의 원래 조성과 변화된 표면층 사이에 특정 원소 분포의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XRF 결과 하나만으로 특정 화합물이 존재한다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
XRF는 주로 원소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결정상이나 분자 구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다른 분석법과 함께 해석해야 한다.
문화재 분석에서 여러 방법을 조합하는 이유다.
Raman으로 돌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Raman 분석을 통해 특정 광물이나 화합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원래 석재를 구성하는 광물과 표면에 새롭게 형성된 물질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화재 표면은 매우 복잡하다.
오염과 형광, 거친 표면 등이 측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장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표면에서 완벽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분석은 장비 이름보다 적절한 질문과 시료·측정 위치의 선택에서 시작한다.
대기오염 때문에 돌의 글자가 사라질 수도 있을까?
장기간의 표면 손실이 반복된다면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석비나 석조 조각의 글씨는 표면의 아주 작은 높낮이 차이로 정보를 전달한다.
표면이 지속적으로 풍화되면 획의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깊이가 얕아지면서 판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때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돌 몇 밀리미터가 아니다.
문자와 문양이라는 문화재의 정보가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석재 풍화는 재료 손실과 정보 손실을 동시에 의미할 수 있다.
조각상의 얼굴이 점점 흐려지는 것도 같은 문제일까?
여러 원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비와 바람, 염류, 동결·융해, 온도 변화, 생물학적 성장과 대기오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돌출된 코와 입술, 손가락처럼 작은 부분은 표면적과 노출 조건이 달라 다른 영역보다 먼저 손상될 수도 있다.
따라서 얼굴이 흐려졌다고 해서 특정 원인 하나만 지목해서는 안 된다.
석재 문화재의 풍화는 흔히 여러 과정이 겹쳐 나타난다.
자동차가 많은 도로 옆 문화재는 더 위험할까?
교통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차량과 도로 활동에서 발생하는 여러 입자가 문화재 주변 대기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화재의 실제 노출 정도는 도로와의 거리뿐 아니라 바람의 방향, 주변 건물, 식생, 강수와 표면 방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도로 옆이라는 이유만으로 손상 정도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필요하다면 실제 문화재 주변의 환경을 측정하고 표면 침착과 상태 변화를 장기간 관찰해야 한다.
실내에 들어오면 대기오염 문제는 사라질까?
완전히 사라진다고 볼 수 없다.
실내에도 외부에서 유입된 입자와 다양한 오염원이 존재할 수 있다.
건축재료와 전시재료, 접착제, 목재 등에서 방출되는 물질도 문화재와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11편에서 살펴본 박물관 대기오염물질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다만 실내에서는 여과와 환기, 진열장, 수장용 포장 등을 이용해 문화재 주변 환경을 더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리 진열장이 오염물질을 완전히 막아줄까?
진열장은 외부 먼지와 급격한 환경 변화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진열장이 완전히 밀폐된 것은 아니다.
또 진열장 내부에서 사용하는 재료 자체가 휘발성 물질을 방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진열장 내부의 재료 선택과 환기 특성, 문화재와의 호환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23편에서 살펴본 마이크로클라이밋은 단순히 작은 공간을 닫아놓는 기술이 아니다.
그 안에 어떤 환경이 만들어지는지를 관리하는 기술이다.
나무 진열장이 문화재를 오염시킬 수도 있을까?
일부 목재와 목질 재료, 접착제, 도료 등에서는 휘발성 물질이 방출될 수 있다.
이러한 물질이 밀폐된 공간에 축적되면 특정 문화재 재료와 반응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금속처럼 환경의 화학적 조건에 민감한 재료에서는 진열장과 수장재료의 선택이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박물관에서는 문화재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 주변에서 사용하는 재료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 주변의 공기도 측정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대기 중 입자와 특정 기체성 오염물질을 조사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박물관과 문화재에서 모든 오염물질을 계속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문화재의 민감도와 주변 환경, 오염원 가능성을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59편에서 살펴본 데이터 기반 위험관리와도 연결된다.
측정의 목적은 숫자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보존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다.
비가 문화재를 씻어주니까 좋은 것 아닐까?
비는 표면에 쌓인 일부 오염물질을 씻어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수분 자체가 석재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64편에서 살펴본 염류 역시 물과 함께 이동할 수 있다.
겨울에는 63편의 동결·융해 문제와 연결될 수도 있다.
즉, 빗물은 어떤 상황에서는 오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면서 다른 상황에서는 열화 과정에 필요한 수분을 공급할 수도 있다.
문화재 환경에서는 하나의 요소가 항상 좋은 역할이나 나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에 방수제를 바르면 해결되지 않을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지만 매우 신중해야 한다.
표면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코팅이나 발수 처리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처리재가 석재의 기공과 수분 이동 특성을 바꾸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미 내부에 존재하는 수분과 염류의 이동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 처리재가 변색되거나 불균일하게 열화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에 제거하기 어려운 물질이 깊게 침투한다면 재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55편에서 살펴본 재처리 가능성의 문제가 석재 보존에서도 중요하다.
검게 변한 문화재를 고압세척하면 안 될까?
문화재에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강한 물리적 힘은 약해진 표면 입자와 풍화층을 함께 제거할 가능성이 있다.
겉보기에는 검은 때가 빠지면서 깨끗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원본 표면까지 깎아낸 결과일 수 있다.
특히 문자와 미세한 조각이 있는 문화재에서는 작은 표면 손실도 중요한 정보의 손실이 된다.
56편에서 이야기했듯 좋은 세척은 가장 깨끗한 결과가 아니다.
원본을 가장 많이 남기는 범위에서 필요한 오염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레이저 세척은 검은 표면에 사용할 수 있을까?
일부 석조문화재 보존에서 레이저 세척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특정 조건에서는 표면 침착물을 정밀하게 제거하면서 기계적 접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레이저라고 해서 자동으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석재와 오염층의 광학적·열적 특성, 조사 조건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조건이 적절하지 않으면 표면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작은 영역의 시험과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
첨단 장비도 결국 보존 원칙 안에서 사용해야 한다.
검은 층을 일부 남기는 경우도 있을까?
가능하다.
제거 과정의 위험이 너무 크거나 해당 층이 문화재의 역사와 환경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면 완전한 제거가 항상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표면 전체를 새것처럼 밝게 만드는 것이 문화재 보존의 목적도 아니다.
처리 전 조사와 시험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때로는 오염을 완전히 제거하기보다 손상을 일으키는 요인을 줄이고 현재 상태를 안정화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대기오염이 줄어들면 문화재 손상도 바로 멈출까?
오염원을 줄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문화재 내부와 표면에 형성된 변화가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축적된 염류와 풍화층, 균열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또 현재의 도시 대기환경은 과거와 오염물질의 구성과 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과거에 형성된 손상과 현재 진행 중인 손상을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재의 표면은 과거 환경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을 수도 있다.
검은 표면이 도시의 역사도 알려줄 수 있을까?
흥미로운 관점이다.
문화재 표면에 축적된 물질과 변화층은 문화재가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왔는지에 대한 정보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화 시기의 대기환경과 연소에서 발생한 입자가 오래된 건축물 표면에 흔적을 남겼을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검은 물질을 단순한 쓰레기로 생각하기 어렵다.
다만 그 흔적을 연구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과 문화재에 지속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층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57편의 과거 복원 문제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정보 보존과 물질적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생각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대기오염에 의한 문화재 손상에도 영향을 줄까?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기후가 변하면 강수와 온도, 습도, 극한기상 등의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문화재 표면의 젖음과 건조 주기, 오염물질의 이동과 반응 조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60편에서 살펴봤듯 미래의 보존과학은 문화재 하나의 손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전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같은 문화재라도 앞으로 놓이게 될 환경이 달라진다면 기존 보존 전략을 다시 평가해야 할 수 있다.
석조문화재의 풍화 원인을 하나만 찾을 수 있을까?
실제 현장에서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을 생각해보자.
물은 돌의 기공으로 들어간다.
겨울에는 동결·융해와 관련될 수 있다.
물에 염류가 녹아 있다면 염류 이동과 결정화가 발생할 수 있다.
대기오염물질이 존재한다면 표면의 화학적 반응에도 관여할 수 있다.
여기에 생물의 성장과 온도 변화, 바람과 재료 자체의 특성이 더해진다.
따라서 석재 풍화는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여러 과정이 겹쳐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63편부터 65편까지 각각 다른 손상 원인을 나눠 살펴봤지만 실제 문화재에서는 이 현상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도시의 공기가 돌을 녹일 수 있을까?
결국 답은 조건에 따라 석재의 변화와 손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에 가깝다.
대기 중의 오염물질과 입자는 석재 표면에 침착할 수 있다.
수분이 존재하면 일부 물질은 석재와 화학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
특히 탄산칼슘계 석재에서는 표면 광물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물질이 형성될 수 있고 여기에 검은 입자가 축적되면 검은 crust가 발달할 수 있다.
반대로 비를 직접 맞는 영역에서는 표면 물질이 씻겨나가거나 석재 자체가 서서히 손실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검게 변한 돌을 단순히 ‘더러운 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검은 표면에는 오염물질과 석재, 수분 그리고 시간이 함께 만들어낸 복잡한 변화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이를 무조건 깨끗하게 제거하면 오히려 원래의 석재 표면까지 잃을 수도 있다.
보존과학자는 먼저 묻는다.
검은 물질은 무엇인가?
단순한 침착물인가, 석재가 변화해 만들어진 층인가?
현재도 손상이 진행되고 있는가?
물은 어디에서 들어오는가?
어떤 환경에서 이 층이 만들어졌는가?
제거했을 때 원본은 얼마나 남을 수 있는가?
문화재 보존에서 공기는 빈 공간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분과 기체, 미세한 입자를 끊임없이 문화재 표면으로 운반하는 환경이다.
63편에서 물이 얼면서 돌을 손상시키는 과정을 살펴봤고 64편에서는 물에 녹은 염류가 결정으로 변하면서 돌을 안에서부터 손상시키는 과정을 살펴봤다.
그리고 이번 65편에서는 공기 속 물질이 석재 표면 자체의 화학적 변화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오래된 돌 표면을 자세히 보면 검은 오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석탑과 석상에는 초록색 이끼처럼 보이는 것이 자라고, 주황색이나 회색의 딱지 같은 것이 표면을 덮기도 한다.
작은 식물처럼 보이는 이 생물들은 단순히 문화재 위에 올라앉아 있는 것일까?
아니면 돌에서 영양분을 얻고 산을 만들어 석재의 풍화를 촉진할 수도 있을까?
그리고 더 어려운 질문이 하나 있다.
수백 년 동안 문화재와 함께 살아온 이끼와 지의류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정말 올바른 보존일까?
다음 66편에서는 「돌 위에 자란 이끼는 문화재를 망가뜨릴까? 지의류·조류·미생물과 생물학적 풍화」를 통해 살아 있는 생물이 문화재의 일부가 될 때 발생하는 또 다른 보존의 딜레마를 살펴본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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