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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에 어떤 금속이 들어 있는지 어떻게 알까? XRF 분석의 원리

cho007 읽는 시간 약 13분

박물관에 전시된 금빛 장신구를 보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이 문화재는 정말 순금으로 만든 것일까?”

청동 거울이나 동전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구리만 사용했을까, 아니면 주석이나 납 같은 다른 원소도 들어 있을까?”

그렇다고 수백 년, 수천 년 된 문화재를 잘라서 실험실로 가져갈 수는 없다. 가능한 한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재료에 관한 정보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문화재 보존과학 분야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분석 기술 가운데 하나가 XRF(X-ray Fluorescence), 즉 X선 형광분석이다.

XRF를 이용하면 문화재에 큰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표면과 가까운 영역에서 검출되는 여러 원소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금속 문화재뿐 아니라 회화의 안료, 도자기 표면, 유리 등 다양한 문화재 재료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문화재에 X선을 비추는 것만으로 어떻게 어떤 원소가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

XRF는 무엇일까?

XRF는 X-ray Fluorescence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일반적으로 X선 형광분석이라고 한다.

원리는 생각보다 흥미롭다.

분석 장비에서 나온 X선을 문화재 표면에 조사하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와 상호작용한다.

충분한 에너지를 받은 원자에서는 내부 전자껍질의 전자가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면 원자는 불안정한 상태가 되고, 바깥쪽 전자껍질에 있던 전자가 빈자리를 채우면서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특성 X선을 방출한다.

중요한 점은 원소마다 전자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출되는 특성 X선의 에너지도 원소에 따라 달라진다.

XRF 장비는 이 신호를 검출해 어떤 원소가 존재하는지를 분석하는 단서를 얻는다.

쉽게 표현하면 문화재에 X선을 보내고, 문화재 속 원소가 보내오는 고유한 신호를 읽는 셈이다.

금인지 구리인지 어떻게 구별할까?

예를 들어 금빛을 띠는 금속 문화재를 XRF로 조사했다고 가정해보자.

분석 결과에서 금(Au)과 관련된 신호가 검출될 수 있고, 구리(Cu)나 은(Ag) 등 다른 원소의 신호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해당 측정 위치에서 어떤 원소가 검출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청동 문화재에서도 마찬가지다.

청동은 일반적으로 구리를 기반으로 다른 원소가 포함된 합금이므로 구리뿐 아니라 주석이나 납 등과 관련된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원소 조성 정보는 문화재의 재료 특성, 제작 기술, 시대별 금속 사용 방식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XRF의 가장 큰 장점은 문화재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

전통적인 화학 분석 중에는 문화재에서 일부 시료를 채취해야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문화재는 일반적인 산업 제품과 다르다.

조각 하나라도 원래 문화재의 일부이기 때문에 분석을 위해 마음대로 떼어낼 수 없다.

XRF는 이러한 문제에서 큰 장점을 가진다.

일반적인 XRF 측정은 분석 대상의 특정 지점에 X선을 조사하고 방출되는 신호를 측정하므로 시료 채취 없이 조사할 수 있는 비파괴 분석법으로 널리 활용된다.

다만 비파괴라는 말이 “아무 조건에서나 마음대로 측정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화재의 상태를 확인하고 장비를 안전하게 배치하며 측정 과정에서 표면에 충격이나 접촉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보존과학에서는 분석 결과만큼이나 분석 과정에서 문화재를 안전하게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휴대용 XRF는 박물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XRF 장비 가운데에는 실험실에 설치되는 장비뿐 아니라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XRF(pXRF)도 있다.

이러한 장비는 문화재를 분석실까지 이동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용할 수 있다.

크기가 크거나 무거운 문화재, 이동 자체가 위험한 유물이라면 연구자가 장비를 문화재 가까이 가져가 여러 위치를 조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덕분에 박물관 수장고나 보존처리실, 발굴 현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휴대용이라는 이유로 분석이 단순해지는 것은 아니다.

측정 조건과 대상 재료의 특성, 표면 상태 등을 고려한 전문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XRF로 그림의 안료도 조사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회화 문화재의 색은 안료에 포함된 원소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색 영역에서 검출되는 원소를 바탕으로 사용된 안료의 후보를 좁히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회화 제작 기술과 보존 상태를 연구하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특히 작품에서 직접 물감을 떼어내기 어려운 경우 비파괴 XRF 조사는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주의점이 있다.

XRF가 직접 알려주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소에 관한 정보이지, 안료의 정확한 화합물 이름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특정 원소가 검출됐다고 해서 하나의 안료만을 의미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같은 원소가 여러 종류의 재료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료를 정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면 다른 분광학적 분석이나 현미경 관찰, 필요에 따라 미세시료 분석 등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같은 문화재인데 위치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XRF 분석에서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문화재 전체가 반드시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금속 장신구의 몸체와 장식 부분이 서로 다른 합금일 수 있고, 표면에 도금층이 존재할 수도 있다.

회화에서도 빨간색 부분과 파란색 부분은 당연히 다른 재료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보존처리 과정에서 새로운 재료가 추가됐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한 지점의 XRF 결과만 측정하고 “이 문화재 전체의 성분은 이것이다”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보존과학자는 조사 목적에 따라 여러 위치를 측정하고 각 위치의 결과를 비교한다.

측정 지점을 사진이나 도면에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

표면의 녹이나 오염물도 결과에 영향을 줄까?

그렇다.

XRF는 주로 표면 및 표면 가까운 영역에서 얻는 신호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화재 표면 상태가 해석에 중요하다.

오랜 시간 매장되어 있던 금속 문화재에는 부식 생성물과 흙 등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또한 표면에 도금층이나 코팅층이 존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측정된 결과가 내부 몸체의 조성을 그대로 대표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표면이 금으로 도금된 문화재에서 금 신호가 강하게 검출됐다고 해서 문화재 전체가 순금이라고 바로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바로 이런 이유로 문화재 XRF 분석은 장비를 대는 것보다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XRF로 정확한 함량까지 알 수 있을까?

XRF는 조건에 따라 정량 분석에도 활용될 수 있지만 문화재에서는 단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산업 현장에서 균질하고 평평한 표준 시료를 측정하는 것과 수백 년 동안 부식되고 표면이 불규칙해진 문화재를 측정하는 것은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화재의 표면 곡률과 거칠기, 부식층, 도금, 오염, 측정 거리와 재료의 불균질성 등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휴대용 XRF 화면에 특정 원소의 비율이 표시됐다고 해서 그 숫자를 곧바로 문화재 전체의 정확한 합금 비율이라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

정확한 정량 분석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한 표준물질과 보정, 분석 조건에 대한 검토 등이 중요해진다.

XRF와 32편의 X선 촬영은 같은 기술일까?

둘 다 X선을 이용하지만 목적은 다르다.

32에서 다룬 X선 방사선 촬영(Radiography)은 X선이 문화재를 통과하는 정도의 차이를 이용해 내부 구조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숨겨진 못이나 연결 구조, 균열, 내부 공간 등을 찾는 데 유용하다.

반면 XRF는 문화재에 X선을 조사한 뒤 발생하는 특성 X선을 측정해 원소 정보를 얻는 분석법이다.

쉽게 정리하면,

X선 촬영 → 내부 구조를 본다

XRF 분석 → 어떤 원소가 있는지 조사한다

같은 X선을 이용하더라도 얻으려는 정보가 전혀 다른 것이다.

도자기에도 XRF를 사용할까?

XRF는 금속만 분석하는 기술이 아니다.

도자기나 유리 등 무기질 문화재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

도자기의 태토나 유약에서 검출되는 원소 정보를 비교하면 재료 특성을 연구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여러 유물의 원소 조성을 비교해 특정한 경향이 나타나는지 살펴보고, 다른 고고학적·과학적 자료와 결합해 생산 기술이나 산지 문제를 연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XRF 결과 하나만으로 “이 도자기는 무조건 이 지역에서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산지 연구에는 원료의 특성과 제작 기술, 고고학적 출토 맥락, 다른 분석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 내용은 40 「오래된 도자기는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태토 성분으로 생산지를 추적하는 과학」에서 더 자세히 다루게 된다.

문화재가 진짜인지도 XRF로 알 수 있을까?

문화재 진위 연구에도 XRF 분석 결과가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시대에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알려진 재료와 관련된 원소가 발견된다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시대적으로 가능한 원소가 검출됐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진품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에도 과거에 사용했던 재료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재 진위 판단은 XRF 하나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제작 기법, 재료, 양식, 출처, 연대측정과 다른 과학 분석 결과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31에서 살펴본 방사성탄소연대측정과 마찬가지로 과학 분석은 강력한 증거를 제공하지만 하나의 장비가 모든 질문에 답해주는 것은 아니다.

XRF 지도를 만들 수도 있다

문화재의 한두 지점만 측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표면을 여러 지점에 걸쳐 조사하면 원소가 어디에 분포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대표적인 방식이 XRF 매핑(XRF Mapping)이다.

회화 작품에서 특정 원소의 분포를 넓은 영역에 걸쳐 조사하면 육안으로 보이는 색과 원소 분포 사이의 관계를 연구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현재 표면 아래에 존재하는 제작 흔적이나 과거의 구성과 관련된 단서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34편에서 적외선 촬영으로 밑그림을 살펴봤다면 XRF 매핑은 또 다른 물리적 원리를 이용해 작품의 재료 분포를 연구하는 셈이다.

보존처리 전에도 XRF가 필요한 이유

문화재를 보존처리하려면 먼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금속처럼 보인다고 해서 모두 같은 금속은 아니다.

구리 합금과 철, 은, 금 등은 각각 부식 특성이 다르며 같은 계열의 금속이라도 합금 조성이나 표면 처리에 따라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잘못된 재료 판단을 바탕으로 보존처리를 진행하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보존전문가는 육안 관찰과 현미경 조사, X선 촬영, XRF 등 필요한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존처리 방법을 결정한다.

즉, XRF의 목적은 단순히 “이 문화재에 금이 몇 퍼센트 들어 있다”를 알아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화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제작됐고,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 이해해 보다 안전한 보존 결정을 내리기 위한 도구다.

눈으로 보이는 색과 실제 재료는 다를 수 있다

금빛이라고 모두 금은 아니고 은빛이라고 모두 은도 아니다.

표면 색만으로 문화재 재료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37에서 살펴본 XRF 분석은 바로 이러한 한계를 과학적으로 보완한다.

문화재에 X선을 조사하면 원자에서 발생하는 특성 X선을 통해 어떤 원소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보는 금속 문화재의 합금 연구부터 회화 안료, 도자기와 유리의 재료 조사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다만 XRF가 모든 것을 알려주는 만능 분석기는 아니다.

표면 상태와 측정 위치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원소를 알아냈다고 해서 곧바로 정확한 화합물이나 재료명을 확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문화재 보존과학의 핵심은 장비 자체보다 여러 조사 결과를 서로 연결해 해석하는 데 있다.

31편에서는 탄소-14를 통해 문화재의 연대를 추정했고, 32편과 33편에서는 X선과 CT로 내부를 들여다봤다. 34과 35편에서는 적외선과 자외선으로 그림에 숨어 있는 제작·복원 흔적을 살펴봤으며, 36편에서는 색차계를 이용해 변색을 숫자로 기록했다.

그리고 37편에서는 한 단계 더 들어가 문화재를 이루는 원소의 흔적을 X선으로 읽는 방법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원소보다 훨씬 작은 문화재 표면의 흔적과 구조를 직접 확대해서 보면 무엇이 보일까?

육안으로는 매끈한 물감층도 수십 배, 수백 배 확대하면 안료 입자와 균열, 섬유, 부식 생성물 등 완전히 다른 세계가 나타날 수 있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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