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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표면에서 떨어진 작은 가루 하나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cho007 읽는 시간 약 14분

문화재를 조사하던 중 바닥에서 아주 작은 가루 몇 알이 발견됐다고 생각해 보자. 손가락으로 집기도 어려울 정도로 작고, 얼핏 보면 먼지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냥 청소해 버려도 되는 먼지일까?

보존과학자에게는 이런 작은 물질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가루가 문화재에서 실제로 떨어져 나온 것이라면 그 안에는 문화재를 구성하는 재료의 성분뿐 아니라 어떤 부분이 약해지고 있는지, 표면에 무엇이 쌓였는지, 과거에 어떤 물질이 사용되었는지에 관한 정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재에서 직접 시료를 떼어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미 떨어져 나온 미세한 조각이나 가루가 분석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가루 하나를 분석 장비에 넣는다고 문화재의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료가 작을수록 더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이 가루는 정말 문화재에서 떨어진 것일까? 문화재의 어느 층에서 나온 것일까? 먼지나 주변 물질이 섞이지는 않았을까?

작은 시료를 분석하는 과학은 결국 아주 적은 물질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느냐의 문제인 동시에, 그 정보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작은 가루는 왜 그냥 버리면 안 될까?

문화재 표면에서 떨어진 가루는 그 자체가 손상의 결과일 수 있다.

안료층의 일부가 떨어진 것일 수도 있고, 부식 생성물이 탈락한 것일 수도 있으며, 석재나 도자기 같은 재료의 미세한 조각일 수도 있다. 표면에 쌓여 있던 오염물이나 과거 보존처리에 사용된 재료가 떨어져 나온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정체를 확인하기 전에는 단순한 먼지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이유는 문화재에서 새 시료를 채취하는 것과 이미 떨어져 나온 물질을 확보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분석을 위해 원래 붙어 있는 부분을 떼어내면 문화재에 작은 변화라도 생긴다. 반면 이미 분리된 조각은 상황에 따라 문화재에 추가적인 손상을 주지 않고 분석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분석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다면 결과 해석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루의 출처는 어떻게 확인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치와 상태를 기록하는 것이다.

가루가 발견된 위치 주변에 실제 손상 부위가 있는지 살펴본다. 표면에서 비슷한 색이나 질감의 물질이 떨어지고 있는지도 비교한다.

예를 들어 붉은색 미세 조각이 발견됐다면 주변의 붉은 채색층과 관련이 있는지 확대 관찰할 수 있다. 검은색 가루라면 문화재 원재료인지, 표면 오염인지, 다른 물질인지 바로 결정하지 않고 주변 상태부터 살펴봐야 한다.

가루를 수습할 때도 발견 위치와 날짜, 주변 상태를 함께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시료일수록 이런 정보가 중요하다. 분석이 끝난 뒤 성분을 알아내더라도 어디에서 나온 물질인지 모른다면 그 결과를 문화재의 특정 손상과 연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미경으로 가루를 보면 무엇이 달라질까?

맨눈으로는 모두 비슷한 먼지처럼 보이던 입자도 현미경 아래에서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입자의 색과 크기, 모양, 투명도, 표면 상태 등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입자는 각진 결정처럼 보일 수 있고, 어떤 것은 얇은 층이 떨어져 나온 조각처럼 보일 수 있다. 섬유 형태의 물질이나 금속성 광택을 가진 입자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관찰은 다음 분석 방법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하나의 가루 덩어리처럼 보였던 시료가 확대했을 때 서로 다른 색의 여러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면 처음부터 혼합물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현미경은 단순히 크게 보는 장비가 아니라 작은 시료를 분석하기 전에 무엇을 분석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첫 번째 도구가 될 수 있다.

가루 한 알에서 어떤 원소가 들어 있는지도 알 수 있을까?

미세한 시료의 원소 조성을 조사하는 데는 여러 분석법이 활용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주사전자현미경과 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분석을 결합한 SEM-EDS 분석이다.

주사전자현미경, 즉 SEM은 전자빔을 이용해 시료 표면을 매우 확대해서 관찰하는 장비다. 일반적인 광학현미경보다 훨씬 미세한 표면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EDS를 함께 사용하면 분석 지점에서 어떤 원소들이 검출되는지를 조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눈으로는 하나의 입자처럼 보이더라도 위치별로 원소 조성이 다른지 비교할 수 있다.

이런 정보는 입자의 정체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하지만 특정 원소가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그 물질의 정확한 이름이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소는 여러 종류의 화합물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소를 알면 재료의 정체도 바로 알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철이 검출됐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고 그 입자가 단순히 철 금속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철을 포함한 광물일 수도 있고, 부식 과정에서 형성된 화합물일 수도 있으며, 안료나 주변 오염물과 관련된 성분일 가능성도 있다.

칼슘이 검출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칼슘은 여러 광물과 재료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칼슘이라는 원소 하나만으로 정확한 물질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보존과학에서는 원소 분석 결과와 함께 입자의 형태, 색, 결정 구조, 분자 정보 등을 필요에 따라 비교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원소가 있는가?“와 “그 원소들이 어떤 물질을 이루고 있는가?“가 서로 다른 질문이라는 점이다.

결정처럼 보이는 가루는 어떻게 확인할까?

미세한 가루가 결정성 물질이라면 결정 구조를 조사하는 분석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염류 분석에서 언급했던 X선 회절 분석, 즉 XRD가 대표적이다.

결정성 물질은 원자들이 일정한 구조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X선을 조사했을 때 물질마다 특징적인 회절 패턴이 나타난다. 이를 기준 자료와 비교하면 어떤 결정성 물질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시료가 매우 적거나 여러 물질이 복잡하게 섞여 있으면 결과를 해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모든 물질이 XRD 분석에 적합한 결정성을 갖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가루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XRD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시료의 성질과 조사 목적을 판단해야 한다.

아주 작은 안료 조각도 구분할 수 있을까?

문화재 표면에서 떨어진 가루가 채색층에서 나온 것으로 의심된다면 안료 분석을 검토할 수 있다.

현미경 관찰과 원소 분석, 라만 분광분석 등의 방법을 목적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라만 분광분석은 레이저를 조사했을 때 물질에서 나타나는 빛의 변화를 측정해 분자 구조에 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다. 특정 안료나 광물성 물질을 구분하는 데 유용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색이 같다고 같은 안료인 것은 아니다.

육안으로 비슷한 붉은색을 띠는 물질이라도 화학적 성분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반대로 같은 재료라도 입자의 크기나 혼합 상태, 열화 정도 등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가루의 색은 중요한 단서이지만 최종적인 성분 판정 그 자체는 아니다.

가루에서 유기물도 찾아낼 수 있을까?

가능한 경우가 있다.

작은 시료에 접착제, 코팅재, 결합재 같은 유기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면 적외선 분광분석이나 라만 분석 등으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84편에서 살펴본 FT-IR도 이런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분석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미세시료에서는 문화재 원재료와 오염물, 보존처리 재료가 함께 섞여 있을 수 있다.

특히 유기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되거나 분해되어 처음과 다른 화학적 특징을 나타낼 수도 있다.

따라서 특정 신호가 나타났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사용된 제품의 정확한 이름이나 사용 시기를 확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여러 분석 결과와 과거 보존 기록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한 알밖에 없다면 여러 분석을 어떻게 할까?

여기서 미세시료 분석의 중요한 문제가 나타난다.

시료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데 알고 싶은 것은 많다는 점이다.

어떤 분석은 시료를 거의 변화시키지 않고 진행할 수 있지만, 어떤 분석은 시료를 준비하거나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또는 전부가 소모될 수 있다.

그래서 작은 시료일수록 분석 순서를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육안 및 현미경 관찰처럼 시료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방법을 적용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분석을 선택할 수 있다.

모든 장비에 한 번씩 넣어 보는 것이 좋은 분석은 아니다.

불필요한 분석으로 귀중한 시료를 소모하면 나중에 더 중요한 질문이 생겼을 때 사용할 시료가 남지 않을 수도 있다.

보존과학에서는 작은 시료 자체도 제한된 조사 자원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분석하고 남은 가루는 버려도 될까?

분석이 끝났다고 해서 남은 시료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다면 남은 시료를 적절하게 보관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현재의 분석 기술로 충분히 알 수 없었던 정보를 미래에는 새로운 방법으로 조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분석 결과를 다시 검토하거나 다른 연구와 비교할 필요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시료의 출처와 채취 위치, 날짜, 분석 이력 등을 기록하고 남은 시료와 연결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작은 가루라도 문화재에서 나온 물질이라면 원래 대상과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기록하는 것이 분석만큼 중요하다.

바닥에서 주운 가루라면 문화재의 성분을 대표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이것은 미세시료 분석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바닥이나 진열장 안에서 발견된 가루에는 문화재에서 떨어진 물질뿐 아니라 일반 먼지, 섬유, 흙, 청소 과정에서 유입된 입자 등 다양한 물질이 섞일 수 있다.

문화재에서 떨어진 것이 확실하더라도 그 작은 조각이 문화재 전체의 성분을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채색 문화재에서 떨어진 한 조각은 특정 색층의 일부만 보여줄 수 있다.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표면이라면 어느 층에서 떨어졌는지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작은 시료에서 얻은 결과를 문화재 전체로 확대해서 해석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이 가루에서는 이 성분이 확인됐다”와 “이 문화재 전체가 이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전혀 다른 주장이다.

작은 시료일수록 오염이 왜 더 문제가 될까?

시료가 매우 작으면 외부에서 섞인 극소량의 물질도 분석 결과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손으로 직접 만졌을 때 묻는 물질, 보관 용기의 오염, 수습 과정에서 사용한 도구에 남아 있던 잔류물 등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미세시료를 다룰 때는 깨끗한 도구와 적절한 용기를 사용하고 시료가 다른 물질과 섞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료가 작다고 해서 분석이 간단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양이 적기 때문에 채취와 보관, 전처리 과정에서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여러 장비의 결과가 서로 다르면 어느 것이 맞을까?

예를 들어 현미경으로는 하나의 광물 입자처럼 보였는데 원소 분석에서는 여러 원소가 검출되고, 라만 분석에서는 예상했던 물질의 신호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반드시 어느 한 장비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각 분석법이 보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미경은 주로 형태와 색 같은 시각적인 정보를 보여주고, EDS는 원소 조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라만 분석은 분자의 진동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다. XRD는 결정 구조를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같은 가루를 조사하더라도 서로 다른 층위의 정보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분석 결과가 단순하게 일치하지 않을 때는 각각의 분석이 무엇을 측정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이런 과정이 바로 작은 시료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핵심이다.

보존과학자는 작은 가루 하나를 어떻게 조사할까?

먼저 어디에서 발견됐는지를 기록한다. 주변 문화재 표면에 비슷한 탈락 흔적이 있는지 살펴보고 시료가 문화재와 실제로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확인한다.

그다음 현미경으로 시료의 형태와 색, 입자 상태를 관찰한다.

여기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조사 질문을 정한다.

원소 조성이 필요한지, 결정 구조를 확인해야 하는지, 유기물의 존재를 살펴봐야 하는지에 따라 분석법을 선택한다.

필요하다면 SEM-EDS, 라만 분광분석, FT-IR, XRD 등 서로 다른 원리의 분석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장비의 수가 아니다.

시료를 가능한 한 보존하면서 필요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분석 순서를 만드는 것이다.

작은 가루 하나만으로 문화재 전체의 상태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출처가 명확하고 적절한 분석을 거친 미세시료는 육안으로는 알 수 없었던 재료의 성분과 손상 상태, 표면에 남아 있는 물질의 정체를 추적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결국 미세시료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작은 것을 분석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그 작은 시료가 문화재의 어느 부분을 대표하는지 이해하고, 제한된 양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은 뒤, 결과가 말해 주는 범위를 넘어서 해석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문화재에서 얻을 수 있는 단서가 눈에 보이는 가루나 조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데도 문화재 주변에서 특유의 냄새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 냄새를 만드는 물질은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집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냄새 성분을 붙잡아 어떤 물질이 공기 중에 나오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다음 86편에서는 「문화재의 냄새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 휘발성 물질과 열화 진단」이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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