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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직물은 왜 만지기만 해도 손상될까? 섬유 문화재 보존의 과학

cho007 읽는 시간 약 21분

박물관에 전시된 조선시대 의복이나 오래된 비단, 자수, 깃발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형태가 잘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옷인데도 색과 무늬가 남아 있으니 겉으로는 생각보다 튼튼해 보인다.

하지만 보존과학자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겉으로 멀쩡한 직물도 실제로는 섬유 하나하나의 강도가 크게 떨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들어 올리는 순간 직물이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찢어지거나, 접힌 부분이 갈라지고, 작은 실 조각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오래된 직물 문화재를 다룰 때는 단순히 “조심해서 만지면 된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왜 오래된 직물은 이렇게 약해지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직물이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목차

직물은 수많은 섬유가 연결된 구조다

옷감 한 장을 멀리서 보면 하나의 평평한 재료처럼 보인다.

하지만 확대하면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난다.

아주 가는 섬유가 모여 실을 만들고, 그 실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직물을 구성한다.

따라서 직물 문화재의 강도는 단순히 천의 두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섬유 자체의 상태와 실의 꼬임, 직조 구조, 제작 방식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수백 년 동안 화학적 열화가 진행되어 개별 섬유가 약해지면 겉으로 형태가 남아 있어도 전체 직물은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오래된 직물에는 어떤 섬유가 사용됐을까?

역사적인 직물에는 다양한 천연섬유가 사용됐다.

대표적으로 면, 마, 견, 모 등이 있다.

면과 마는 식물에서 얻는 섬유이며 주요 구조 성분으로 셀룰로오스를 생각할 수 있다.

반면 비단인 견과 양모인 모는 단백질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섬유다.

같은 직물 문화재라도 어떤 섬유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열화 특성과 보존 방법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43편에서 살펴본 종이 역시 셀룰로오스가 중요한 재료였다.

하지만 같은 셀룰로오스 계열이라도 종이와 면직물은 제조 과정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비단은 왜 그렇게 약해질까?

비단은 누에고치에서 얻은 섬유로 만들어진다.

주요 섬유 성분인 피브로인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비단은 가늘고 아름다운 광택을 가지고 있어 역사적으로 고급 의복과 장식품에 널리 사용됐다.

하지만 오랜 시간 빛과 열, 산화 등의 영향을 받으면 분자 구조가 변화하면서 섬유 강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 결과 겉으로는 비단의 형태가 남아 있어도 작은 힘에 실이 끊어질 정도로 취약해질 수 있다.

특히 오래 전시된 직물에서는 빛에 의한 누적 손상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빛은 직물 문화재를 어떻게 손상시킬까?

빛은 섬유 문화재에서 매우 중요한 열화 요인이다.

빛 에너지는 섬유와 염료의 화학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직물이 오랫동안 강한 빛에 노출되면 색이 점차 옅어지고 섬유 자체의 강도도 감소할 수 있다.

문제는 빛에 의한 손상이 누적된다는 점이다.

오늘 하루 전시했다고 바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장기간 노출량이 쌓이면 결국 변색과 재질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박물관에서는 직물과 같이 빛에 민감한 문화재의 조명 조건과 전시 기간을 신중하게 관리한다.

색이 바랜 직물을 다시 염색하면 되지 않을까?

문화재 보존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색이 바랬다고 해서 새로운 염료로 다시 칠하거나 염색하면 현재 남아 있는 원래 재료와 역사적 정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색이 제작 당시보다 옅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상태 자체가 문화재가 지나온 시간을 보여준다.

또 정확한 원래 색을 아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다.

현재 남아 있는 색소와 문헌, 과학 분석 등을 통해 과거의 색을 연구할 수는 있지만 이를 근거로 문화재 전체를 새롭게 염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36편에서 살펴본 색차계와 같은 장비는 현재 색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직물은 왜 햇빛에 특히 조심해야 할까?

햇빛에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자외선 등 다양한 파장의 빛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일부 섬유와 염료는 빛에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오래된 의복이나 자수를 창가에 장기간 전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조명의 강도와 노출 시간을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전시와 휴지 기간을 조절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밝기를 낮추는 것만이 아니다.

문화재가 일정 기간 동안 받은 총광량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짧은 시간의 강한 빛과 오랜 시간의 약한 빛 모두 누적 노출이라는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직물도 습도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들까?

천연섬유는 주변 공기의 수분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상대습도가 변하면 섬유가 수분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면서 미세한 치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반복되는 경우다.

직물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 이미 약해진 섬유와 직조 구조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자수나 금속 장식, 안료 등이 함께 있는 복합 직물에서는 서로 다른 재료가 각기 다르게 반응하면서 추가적인 응력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직물 문화재에서는 극단적인 환경뿐 아니라 반복되는 급격한 온습도 변화도 중요하게 관리한다.

습도가 높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높은 상대습도는 곰팡이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25편에서 살펴봤듯 곰팡이는 적절한 수분과 영양분, 환경 조건이 갖춰지면 문화재 표면에서 성장할 수 있다.

직물은 유기재료이기 때문에 곰팡이가 발생하면 섬유 자체가 손상될 수 있다.

또 곰팡이가 만든 얼룩이 남거나 색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곰팡이를 발견했을 때는 표면만 청소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왜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는지 찾아내고 습도와 공기 흐름, 누수 여부 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너무 건조하면 안전할까?

그렇다고 지나치게 건조한 환경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섬유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지나친 건조는 유연성 감소와 취약성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직물에 가죽이나 나무, 종이 등이 함께 사용된 경우에는 각 재료가 환경 변화에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 보존에서는 “습도가 낮을수록 좋다”처럼 하나의 단순한 원칙을 모든 재료에 적용하지 않는다.

대상 문화재의 재질과 상태를 파악하고 급격한 변화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물은 왜 접힌 부분부터 찢어질까?

옷이나 천을 오랫동안 접어두면 특정 부분에 계속 압력과 변형이 집중된다.

새 직물이라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수백 년 동안 열화된 섬유는 상황이 다르다.

접힌 부분의 섬유가 이미 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펼치면 작은 힘만으로도 끊어질 수 있다.

특히 무거운 의복을 오랫동안 같은 위치에서 접어 보관하면 접힌 선을 따라 손상이 집중될 수 있다.

그래서 직물 문화재를 보관할 때는 날카로운 접힘을 줄이고 필요한 경우 부드러운 완충재를 사용해 접힘의 곡률을 완만하게 만드는 방법 등을 고려한다.

오래된 옷은 옷걸이에 걸어두면 안 될까?

현대 의류는 옷걸이에 걸어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모든 문화재 의복에 같은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오래된 직물은 자신의 무게조차 버티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옷걸이에 걸면 어깨와 봉제선 같은 특정 부위에 하중이 집중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물이 늘어나거나 찢어질 가능성이 있다.

상태가 충분히 안정적인 의복은 적절하게 제작된 지지체를 이용해 전시할 수 있지만 매우 취약한 직물이라면 평평하게 눕혀 보관하거나 전체 면을 지지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직물 문화재를 손으로 들면 왜 위험할까?

직물은 넓고 유연하기 때문에 한쪽 끝만 잡으면 나머지 부분의 무게가 잡은 위치에 집중된다.

새 천에서는 별문제가 없지만 취약한 문화재에서는 그 힘이 찢어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직물 문화재를 이동할 때는 한 부분을 잡고 들어 올리는 방식보다 전체 면을 충분히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큰 직물이라면 지지판이나 적절한 운반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22편에서 살펴본 전시 마운트의 핵심 원리와 같다.

문화재에 힘이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시키는 것이다.

장갑을 끼면 마음대로 만져도 될까?

장갑은 문화재와 손의 직접 접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장갑을 착용했다고 해서 취급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갑 때문에 손끝 감각이 떨어지거나 장식에 걸리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직물 문화재 취급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문화재의 취약한 부분을 미리 파악하고 전체 구조를 충분히 지지하는 것이다.

즉, 보존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장비 하나가 아니라 적절한 취급 방법 전체다.

오래된 실이 끊어졌다면 다시 꿰매면 될까?

직물 문화재에 찢어진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일반 옷처럼 바느질해서 수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새 실을 강하게 당겨 봉합하면 약한 원래 직물에 힘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존처리에서는 필요에 따라 약해진 부분을 별도의 지지 직물로 받쳐주고 최소한의 스티치로 고정하는 방법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이때 사용하는 재료와 실, 바느질 위치 역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목적은 새 옷처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남아 있는 원래 직물의 하중을 줄이고 추가적인 손상을 방지하는 것이다.

직물 뒤에 다른 천을 덧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우 약해진 직물은 스스로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 보존용 지지 직물을 뒤쪽에 배치해 원래 직물이 받는 하중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 천이나 덧대는 것은 아니다.

지지 재료의 물성과 안정성, 색상, 원래 문화재와의 상호작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 원본을 지나치게 가리거나 미래의 연구와 재처리를 어렵게 만들지 않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55편에서 다룰 가역성과 재처리 가능성의 원칙이 여기에서도 중요하다.

직물의 얼룩은 모두 지워야 할까?

문화재에서 얼룩은 매우 복잡한 문제다.

음식물이나 물, 곰팡이, 금속 부식물, 과거 사용된 접착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 얼룩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얼룩이 단순한 오염은 아니다.

실제 사용 과정에서 생긴 흔적이라면 문화재의 역사와 관련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또 얼룩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이나 용매가 섬유와 염료에 더 큰 손상을 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세척 전에 얼룩의 성분과 의미, 제거 위험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56편에서 다룰 문화재 세척의 딜레마가 직물에서는 특히 중요하게 나타난다.

오래된 옷을 세탁기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문화재 직물에서는 절대 일반적인 의류 세탁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세탁기의 회전과 마찰은 취약한 섬유에 큰 물리적 힘을 가한다.

세제의 화학성분도 염료와 섬유, 금속 장식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물에 젖으면 직물의 무게가 증가하고 약해진 부분이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

전문적인 습식 세척이 검토되는 경우에도 섬유 종류와 염료의 안정성, 오염 상태 등을 충분히 조사한 뒤 매우 통제된 조건에서 진행해야 한다.

직물의 색이 물에 녹아 나올 수도 있을까?

가능하다.

역사적인 직물에는 다양한 천연 또는 합성 염료가 사용되었으며 일부 염료는 물이나 특정 용매에 민감할 수 있다.

따라서 세척 전에 색이 이동하거나 번질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 부분의 얼룩을 제거하려다가 주변의 원래 색까지 번지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 보존에서 작은 영역을 대상으로 사전 테스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자수는 일반 직물보다 더 복잡하다

자수 문화재는 바탕 직물 위에 여러 색의 실이 추가된 구조다.

금실이나 은실처럼 금속 재료가 포함되기도 한다.

따라서 하나의 문화재 안에 셀룰로오스 섬유와 단백질 섬유, 금속, 염료 등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

이 경우 한 재료에 안전한 처리법이 다른 재료에는 위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분이 섬유에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금속 장식의 부식을 촉진하거나 특정 염료를 이동시킬 수 있다.

복합재질 문화재의 보존이 어려운 이유다.

금실은 정말 금으로 만든 실일까?

역사적인 금속사에는 다양한 제작 방법이 존재한다.

얇은 금속을 가늘게 만들어 사용하거나 다른 재료의 표면에 금속을 적용한 뒤 실 형태로 제작하는 방식 등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겉으로 금색이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재료라고 단정할 수 없다.

37편에서 살펴본 XRF와 같은 분석법을 활용하면 금속 장식에 포함된 원소를 조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분석 결과는 제작 구조와 표면 상태를 함께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

현미경으로 오래된 직물을 보면 무엇이 보일까?

38편에서 살펴본 현미경은 직물 문화재에서도 매우 중요한 조사 도구다.

육안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실도 확대하면 표면이 갈라져 있거나 섬유가 여러 조각으로 끊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섬유의 형태적 특징을 관찰하면 재료를 추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또 곰팡이 흔적이나 벌레 피해, 먼지와 오염물의 상태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현미경 관찰은 직물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존처리 전 조사에 매우 유용하다.

섬유의 종류는 어떻게 알아낼까?

직물의 재료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섬유의 형태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필요에 따라 미세시료 분석이나 분광학적 방법 등을 검토할 수 있다.

42편에서 살펴봤듯 미세시료를 채취해야 한다면 분석 목적에 필요한 최소량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떨어져 나온 실 조각이 있다면 이를 분석에 활용하는 방법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재료를 정확히 파악하면 어떤 환경과 보존처리가 적합한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해충도 직물을 먹을까?

그렇다.

일부 해충은 동물성 섬유와 유기물을 먹이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모직물과 털, 깃털 등이 포함된 문화재에서는 해충 피해를 중요하게 점검해야 한다.

작은 구멍이나 섬유 가루, 유충의 흔적 등이 발견되면 현재 활동 중인 해충인지 확인해야 한다.

24편에서 살펴본 IPM, 즉 종합적 해충관리가 여기에서 중요하다.

박물관은 해충이 발견될 때마다 무조건 살충제를 뿌리는 방식보다 유입 경로와 먹이원, 환경을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예방 중심의 방법을 활용한다.

오래된 직물에서 냄새가 나면 향을 없애야 할까?

오래된 직물에서는 보관 환경과 재료, 과거 사용 흔적 등으로 인해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다.

하지만 향수나 탈취제를 뿌려 냄새를 가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새롭게 추가된 화학물질이 섬유나 염료와 반응할 가능성이 있고 문화재에 새로운 오염을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곰팡이 냄새 등이 발생했다면 냄새를 없애는 것보다 먼저 습도 상승이나 미생물 발생 등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

직물 문화재의 먼지는 어떻게 제거할까?

먼지가 직물 사이에 쌓이면 외관뿐 아니라 장기적인 보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취약한 직물을 일반 청소기처럼 강하게 흡입하면 실이 함께 빨려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상태에 따라 부드러운 브러시나 제어된 저흡입 장비 등을 사용하면서 문화재에 직접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표면이 매우 취약하거나 장식물이 느슨하다면 먼지를 제거하지 않고 먼저 안정화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세척보다 문화재의 안전이 우선이다.

오래된 의복을 마네킹에 입혀도 될까?

박물관 전시에서는 의복의 원래 형태를 보여주기 위해 마네킹이나 전시 지지체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의 체형에 맞춘 일반 마네킹에 오래된 옷을 억지로 입히면 봉제선과 어깨, 허리 등에 큰 힘이 가해질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의 실제 크기와 형태에 맞는 지지체를 제작하고 압력이 특정 부분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면 내부에 부드러운 지지재를 추가해 하중을 넓게 분산한다.

전시 디자인보다 문화재의 구조적 안전이 먼저다.

큰 깃발이나 천은 어떻게 보관할까?

대형 직물은 크기 때문에 보관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접어서 보관하면 접힌 선에 손상이 집중될 수 있고 완전히 펼쳐 보관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문화재의 상태와 크기에 따라 평면 보관이나 적절한 직경의 롤을 이용한 말이 보관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말아서 보관하는 경우에도 직물 표면에 과도한 압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장식물이 눌리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보관 방법은 문화재의 크기뿐 아니라 재질과 장식, 현재 취약성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사진 기록이 직물 보존에서 중요한 이유

직물 문화재의 열화는 매우 천천히 진행될 수 있다.

매일 바라보면 색이 조금씩 바래거나 작은 균열이 확대되는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래서 일정한 조건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상태를 기록하면 몇 년 뒤 중요한 비교자료가 된다.

특정 실이 끊어졌는지, 얼룩이 확대됐는지, 색이 달라졌는지, 장식물이 이동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21편에서 살펴본 컨디션 리포트는 단순한 행정 기록이 아니라 문화재의 시간 변화를 추적하는 과학적 자료인 셈이다.

디지털 복원은 원본을 건드리지 않는 또 다른 방법이다

색이 심하게 바랜 직물이나 일부가 사라진 문양을 실제 문화재에 새로 칠하거나 채우는 대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과거 모습을 연구하고 시각화할 수 있다.

고해상도 촬영과 색 분석, 역사 자료 등을 이용하면 원본에 물리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도 다양한 복원 가설을 보여줄 수 있다.

58편에서 다룰 3D 스캔과 디지털 기록 역시 같은 방향의 기술이다.

디지털 복원은 원본을 대체하지 않지만 원본에 손을 대지 않고 연구와 전시 해석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래된 직물을 새 옷처럼 만들 필요는 없다

직물 문화재의 주름과 바랜 색, 작은 수선 흔적은 모두 제거해야 할 결함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흔적은 실제 사용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어떤 흔적은 과거 사람이 수선하면서 남긴 역사일 수 있다.

따라서 보존처리에서 목표는 모든 흔적을 없애고 새 옷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는 손상을 줄이고 문화재가 가진 제작과 사용, 수리의 흔적을 가능한 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19편에서 살펴본 원형 보존의 개념이 직물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직물 문화재는 자신의 무게도 위험할 수 있다

오래된 직물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 가운데 하나다.

금속이나 도자기처럼 단단한 문화재에서는 물체 자체의 무게가 주로 운반 문제와 연결된다.

하지만 극도로 취약한 직물에서는 자신의 무게 자체가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벽에 수직으로 걸면 상단에 하중이 집중되고, 한쪽을 잡고 들면 잡은 부분에 힘이 집중된다.

그래서 직물 문화재 보존에서는 ‘얼마나 튼튼하게 고정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힘을 분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오래된 직물은 왜 만지기만 해도 손상될까?

결국 핵심은 섬유 수준에서 이미 열화가 진행되어 있기 때문이다.

셀룰로오스나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섬유는 빛과 산화, 수분, 오염물질, 미생물 등의 영향을 오랜 시간 받으면서 물리적 강도를 잃을 수 있다.

겉으로 형태가 남아 있다고 해서 내부 구조까지 건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상태에서 접거나 펼치고, 들어 올리고, 당기는 작은 힘이 가해지면 약해진 섬유가 끊어질 수 있다.

그래서 직물 문화재 보존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불필요한 취급을 줄이는 것이다.

가능하면 문화재를 직접 만지는 횟수를 줄이고, 이동해야 한다면 전체를 충분히 지지하며, 전시할 때도 특정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지 않도록 한다.

또 빛과 온습도, 먼지, 곰팡이와 해충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결국 섬유 문화재 보존은 약해진 실을 다시 새것처럼 만드는 기술이라기보다 남아 있는 수많은 섬유가 더 이상 빠르게 끊어지지 않도록 환경과 물리적 조건을 관리하는 과학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훨씬 익숙하게 접하지만 문화재가 되면 보존이 매우 까다로운 또 하나의 재료를 살펴본다.

오래된 흑백사진은 비교적 잘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사진은 은빛으로 번들거리거나 누렇게 변한다. 컬러사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색이 먼저 사라져 전체 색조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사진 속 인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진 역시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이기 때문이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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