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 자란 이끼는 모두 제거해야 할까? 미생물과 생물학적 풍화
오래된 석탑이나 성벽을 자세히 바라보면 돌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표면에는 초록색 이끼가 붙어 있고 노란색이나 회색의 얼룩처럼 보이는 지의류가 자라기도 한다. 습한 곳에서는 검거나 녹색을 띠는 얇은 막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단순하다.
“깨끗하게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문화재를 덮고 있는 생물이 보기에도 지저분하고 돌을 상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재 보존에서는 이 문제 역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문화재 표면에는 눈에 보이는 이끼뿐 아니라 조류와 곰팡이, 세균 등 다양한 생물이 존재할 수 있다. 이들은 수분과 빛, 온도, 표면의 영양물질 등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어떤 생물은 돌의 표면과 틈으로 들어가 물리적·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문화재 표면에서 생물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심각한 손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더 어려운 문제도 있다.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문화재와 함께 존재한 생물층을 제거하는 행위 자체가 약해진 문화재 표면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66편에서는 비와 눈, 수분이 야외 문화재의 풍화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펴봤다.
이번에는 그 수분을 이용해 문화재 표면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살펴보자.
문화재에 자라는 생물은 모두 제거해야 할까?
그리고 생물학적 풍화는 돌을 실제로 어떻게 변화시킬까?
목차
돌 위에서도 생물이 살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돌이 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흙도 없고 영양분도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환경의 돌 표면에는 다양한 미생물과 생물이 살아갈 수 있다.
비와 먼지, 공기 중 입자를 통해 작은 양의 유기물과 무기물질이 공급될 수 있고 돌의 미세한 틈에는 수분이 머물 수 있다.
표면의 방향과 햇빛, 온도, 습도에 따라 생물이 살 수 있는 작은 미세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수백 년 동안 야외에 노출된 석조문화재 표면에 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화재 표면에는 어떤 생물이 살까?
눈에 가장 쉽게 보이는 것은 이끼와 지의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작은 생물도 존재할 수 있다.
조류와 남세균, 곰팡이, 세균 등이 표면 또는 기공과 균열 주변에서 발견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여러 생물이 함께 살아가면서 복잡한 생물막을 형성할 수도 있다.
즉, 육안으로 보이는 초록색 표면이 하나의 생물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문화재 표면에는 작은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끼와 지의류는 같은 것일까?
아니다.
이끼는 식물에 속하는 생물이다.
습기가 있는 돌이나 토양, 나무 표면 등에서 자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지의류는 하나의 식물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곰팡이와 광합성을 하는 생물체가 공생 관계를 이루어 살아가는 복합적인 생물학적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돌 표면에 회색이나 노란색, 주황색의 납작한 얼룩처럼 붙어 있는 것이 지의류인 경우가 있다.
둘은 생물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문화재와 상호작용하는 방식도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검은 얼룩은 모두 곰팡이일까?
그렇지 않다.
문화재 표면의 검은색은 여러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65편에서 살펴본 대기오염에 의한 검은 오염층일 수도 있다.
금속 성분이나 광물의 변화로 색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조류와 곰팡이, 남세균 등 생물과 관련된 표면 변화일 수도 있다.
따라서 색만 보고 “곰팡이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보존과학에서는 눈에 보이는 색보다 그 물질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초록색이면 무조건 이끼일까?
이 역시 아니다.
초록색 표면에는 조류가 존재할 수 있고 다른 미생물과 함께 생물막을 형성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작은 이끼가 자라고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습하고 빛이 어느 정도 들어오는 환경에서는 광합성을 하는 생물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문화재 표면의 초록색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생물막은 무엇일까?
미생물이 표면에서 살아갈 때 단순히 하나씩 떨어져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여러 미생물이 표면에 부착하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물질과 함께 복잡한 층을 형성할 수 있다.
이를 생물막, 즉 바이오필름(Biofilm)과 연결해 설명할 수 있다.
생물막 내부에는 수분과 여러 물질이 유지될 수 있으며 외부 환경과 다른 미세한 조건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문화재 보존에서는 이러한 생물막이 표면의 수분 상태와 화학적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끼가 돌의 물을 오래 잡아둘 수도 있을까?
가능성이 있다.
이끼와 생물층은 표면의 수분 유지와 건조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비가 그친 뒤 주변의 노출된 돌은 빠르게 말라도 생물이 두껍게 자란 부분은 상대적으로 다른 수분 조건을 가질 수 있다.
66편에서 물이 석재의 기공과 균열로 들어가 다양한 풍화 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고 살펴봤다.
따라서 생물이 표면의 젖음과 건조 주기를 변화시킨다면 간접적으로 재료의 풍화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생물층이 동일한 효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종류와 두께, 문화재의 재질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식물 뿌리가 문화재를 깨뜨릴 수도 있을까?
큰 식물에서는 훨씬 명확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성벽이나 석축의 틈에 씨앗이 들어가 식물이 자랐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작은 풀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뿌리가 성장하면서 돌 사이의 틈과 균열을 따라 들어갈 수 있다.
식물이 커지면서 기존의 약한 틈에 물리적인 힘을 줄 가능성이 있고 구조가 불안정한 석축에서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유산에서 자라는 큰 식생은 단순한 미관 문제를 넘어 구조적인 위험과 연결될 수 있다.
나무가 성벽 위에서 자라면 바로 뽑으면 될까?
이것도 조심해야 한다.
이미 뿌리가 깊숙이 들어간 큰 식물을 무작정 잡아당기면 뿌리와 함께 돌이나 줄눈 재료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래된 석축에서는 뿌리가 구조 사이에 복잡하게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큰 식생을 제거할 때는 지상부와 뿌리의 상태, 구조적 안정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식물이 문제니까 당장 뽑는다”는 접근이 오히려 문화재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
아주 작은 미생물도 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가능하다.
미생물은 살아가면서 주변 환경과 물질을 교환한다.
대사 과정에서 여러 화합물이 만들어질 수 있고 표면의 국소적인 화학 환경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일부 미생물과 곰팡이는 유기산 등 다양한 대사산물을 생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물질이 특정 광물과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생물학적 풍화는 단순히 뿌리가 돌을 밀어내는 물리적 작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화학적인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미생물이 산을 만들면 돌이 녹을까?
재료와 조건에 따라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일부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산성 물질은 광물과 반응할 수 있다.
특히 산에 민감한 성분을 가진 석재에서는 장기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화재 표면에서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미생물이 돌을 녹이고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 문화재에서는 수분과 대기오염, 염류, 온도 변화 등 여러 풍화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생물만의 손상을 어떻게 구분할까?
이것이 어려운 부분이다.
야외 문화재의 풍화는 하나의 원인만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다.
예를 들어 돌 표면이 약해졌다고 생각해보자.
비와 산성 성분이 화학적 변화를 일으켰을 수 있다.
염류 결정화가 반복됐을 수도 있다.
동결과 해동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그 위에서 생물까지 성장했을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손상을 발견했다고 해서 생물 하나만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보존과학에서는 문화재와 환경 전체를 함께 조사한다.
생물이 돌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을까?
일부 미생물이나 생물 구조는 표면의 기공과 균열 내부에서 존재할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생물층만 제거했다고 해서 내부까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특히 다공성 석재에서는 표면 아래에 미세한 공간이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생물 제거를 계획할 때는 눈에 보이는 표면만이 아니라 재료 내부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지의류는 돌에 얼마나 강하게 붙어 있을까?
지의류는 석재 표면에 매우 밀착해 성장할 수 있다.
종류에 따라 표면의 미세한 틈과 관계를 맺으며 자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손으로 떼어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문제는 문화재 표면이 이미 풍화되어 약해져 있을 때다.
지의류를 강제로 떼어내면서 약한 석재 입자가 함께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의류가 돌을 손상시키니까 제거한다”는 판단만으로는 부족하다.
제거 과정에서 발생할 손상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생물이 문화재를 보호하는 경우도 있을까?
흥미롭게도 생물과 돌의 관계는 항상 일방적으로 해롭다고만 설명하기 어렵다.
일부 표면 생물층이 햇빛이나 빗물의 직접적인 영향을 어느 정도 변화시키거나 표면 미세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연구할 수 있다.
특정 조건에서는 생물층이 제거된 뒤 노출된 약한 표면이 오히려 환경 변화에 직접 노출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생물이 문화재를 보호하므로 모두 남겨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생물의 존재를 무조건 ‘적’ 또는 ‘보호막’ 가운데 하나로 단순화하지 않는 것이다.
오래된 지의류도 문화재의 역사일까?
여기에서 보존윤리의 문제가 등장한다.
수십 년 또는 그 이상 문화재 표면에서 살아온 지의류가 있다면 그것을 단순한 오염으로 볼 것인지 고민할 수 있다.
특히 자연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된 유적에서는 문화유산과 주변 생태환경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반면 지의류 때문에 중요한 비문이나 조각이 가려지고 재료 손실이 진행된다면 보존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결국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제거할지는 문화재의 가치와 생물의 영향, 처리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글자가 가려지면 이끼를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비문이나 조각의 중요한 정보가 생물층 때문에 읽히지 않는다면 제거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글자를 보이게 만들겠다는 이유로 강한 도구를 사용해 표면을 긁으면 원래의 각자 흔적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
특히 오래된 석재에서는 글자의 깊이가 매우 얕아져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가독성을 높이는 목적과 원본 표면을 지키는 목적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철솔로 문지르면 깨끗하게 제거되지 않을까?
문화재에서는 매우 위험한 접근이 될 수 있다.
강한 솔이나 금속 도구로 표면을 반복해서 문지르면 생물뿐 아니라 풍화된 원본 석재까지 함께 제거할 가능성이 있다.
처음에는 깨끗해 보여도 표면의 미세한 조각 흔적과 가공 흔적이 사라질 수 있다.
56편에서 살펴봤듯 문화재 세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었느냐가 아니다.
원본을 얼마나 지켰느냐가 더 중요하다.
고압세척기를 사용하면 빠르지 않을까?
넓은 석조 표면에서는 고압의 물로 한꺼번에 씻어내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약해진 석재 표면에서는 높은 압력이 입자 탈락이나 박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균열 내부로 물을 밀어 넣을 수도 있다.
또 눈에 보이는 생물층을 제거했더라도 성장 조건이 그대로라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문화재 보존에서 빠른 제거가 항상 좋은 제거는 아니다.
락스 같은 살균제를 뿌리면 안 될까?
일반적인 생활공간에서 사용하는 세정제나 살균제를 문화재에 임의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화학성분이 원본 재료와 반응하거나 잔류할 수 있고 표면의 색과 물성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공성 석재에서는 용액이 내부로 침투할 수 있다.
생물은 제거했지만 새로운 염류나 화학적 문제를 남기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
문화재용 처리는 대상 재료와 생물, 약제의 특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살생물제를 사용하기도 할까?
문화재 보존에서는 필요에 따라 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처리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약제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문화재 재료에 미치는 영향과 침투, 잔류 가능성, 변색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작업자와 주변 생태환경에 대한 안전성도 중요하다.
따라서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필요한 범위와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생물을 죽인 뒤 바로 긁어내면 될까?
생물 활동을 억제하는 것과 잔류물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정이다.
죽은 생물체가 표면에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두 강제로 제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문화재 표면이 매우 약하다면 잔류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원본 손상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생물의 비활성화와 실제 제거 범위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세척 테스트가 여기에서도 필요할까?
그렇다.
56편에서 회화 세척 전에 작은 영역에서 테스트해야 한다고 살펴봤다.
석조문화재의 생물 제거에서도 같은 원칙이 중요하다.
작은 시험 영역을 통해 생물층이 얼마나 쉽게 제거되는지, 석재 표면에 변화가 생기는지, 색과 질감이 달라지는지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전체 문화재에 한 번에 같은 방법을 적용하는 것보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제거 전 사진을 왜 남겨야 할까?
생물층도 문화재의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정보다.
어느 방향에 생물이 집중되어 있는지, 어떤 높이에서 많이 자라는지, 균열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기록하면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거한 뒤에는 이러한 분포 정보를 다시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전체 사진과 세부 사진을 남기고 생물 분포를 도면이나 3D 모델에 기록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3D 스캔으로 이끼까지 기록할 수 있을까?
생물층이 충분한 형태와 두께를 가진다면 3D 데이터에 표면 형상의 일부로 기록될 수 있다.
하지만 3D 스캔만으로 그것이 이끼인지 지의류인지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고해상도 사진과 색채 기록, 현미경 관찰 등이 함께 필요할 수 있다.
58편에서 살펴봤듯 하나의 디지털 기술이 문화재의 모든 정보를 기록하지는 못한다.
여러 기록 방법을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AI가 이끼와 균열을 구분할 수 있을까?
59편에서 살펴본 이미지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문화재 사진에서 생물 성장 영역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연구를 생각할 수 있다.
여러 시기의 사진을 비교해 초록색 또는 검은색 생물층이 확장되는 영역을 찾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림자와 얼룩, 대기오염층을 생물로 잘못 분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AI의 결과는 전문가가 확인해야 한다.
생물의 종류를 DNA로 확인할 수도 있을까?
미생물은 형태만으로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필요한 경우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활용해 문화재 표면에 존재하는 생물 군집을 조사하는 연구도 가능하다.
DNA와 관련된 분석은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미생물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시료 채취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문화재에서 분석을 위한 시료를 어디에서 얼마나 채취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양하면 어떤 미생물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일부 미생물은 배양을 통해 조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이 실험실의 특정 배양 조건에서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배양 결과가 문화재 표면에 존재하는 전체 미생물 군집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현미경과 배양, 분자생물학적 분석 등 서로 다른 방법이 각각 다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생물학적 풍화도 계절에 따라 달라질까?
가능하다.
온도와 수분, 햇빛은 계절에 따라 변한다.
장마철에는 문화재 표면이 젖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겨울에는 생물 활동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같은 문화재라도 계절에 따라 표면의 생물층이 눈에 띄게 달라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한 번의 조사만으로 장기적인 상태를 판단하는 것보다 반복적인 관찰이 중요하다.
북쪽 면에 이끼가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재의 방향에 따라 햇빛과 건조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햇빛이 적게 들고 수분이 오래 유지되는 면에서는 특정 생물이 성장하기 유리한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
반대로 강한 햇빛을 받는 표면에서는 건조와 온도 조건이 다르다.
따라서 생물 분포는 문화재 주변의 미세환경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생물을 제거했는데 왜 다시 생길까?
성장 조건을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다.
표면의 생물만 제거했더라도 주변에 수분이 계속 공급되고 햇빛과 온도 조건이 적합하다면 다시 성장할 수 있다.
비가 새는 지붕이나 좋지 않은 배수, 주변 식생 때문에 문화재가 계속 젖어 있다면 반복적인 세척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것은 66편에서 강조했던 물 관리와 직접 연결된다.
생물 제거보다 배수가 먼저일 수도 있을까?
그렇다.
문화재 표면이 계속 젖는 원인이 있다면 먼저 그 원인을 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배수로가 막혔거나 지붕에서 물이 특정 벽면으로 흘러내린다면 이를 개선해야 한다.
주변 식생이 지나치게 밀집해 햇빛과 공기 흐름을 막고 있다면 주변 환경 관리도 검토할 수 있다.
문화재에 직접 약품을 바르지 않고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 생물 성장을 줄일 수 있다면 원본에 대한 개입도 줄어든다.
주변 나무를 모두 베면 해결되지 않을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나무는 그늘과 습도를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문화유산 경관과 생태환경의 중요한 일부일 수 있다.
갑자기 많은 나무를 제거하면 햇빛과 바람, 지표 수분 조건이 크게 변할 수도 있다.
또 뿌리 제거가 토양 안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상황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유산 주변의 식생 관리는 보존과 경관, 생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내 문화재에도 미생물이 자랄 수 있을까?
가능하다.
박물관 안이라고 해서 생물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5편에서 살펴봤듯 높은 습도와 수분 문제는 곰팡이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먼지와 유기물도 미생물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누수와 결로가 발생하면 국소적으로 높은 습도의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실내 문화재에서도 환경관리가 중요하다.
문화재 표면을 완전히 무균으로 만들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항상 필요한 목표도 아니다.
문화재는 병원 수술실처럼 모든 미생물을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환경에는 미생물이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문화재의 손상과 관련된 생물 활동이 발생하는 조건을 관리하는 것이다.
즉, 문화재 보존의 목표는 ‘생명체가 하나도 없는 표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생물학적 열화를 줄이는 데 가깝다.
생물은 문화재의 적일까?
문화재 보존에서는 이렇게 단순한 표현을 사용하기 어렵다.
일부 식물의 뿌리는 구조적 손상을 만들 수 있고 특정 미생물 활동은 재료의 화학적 변화와 관련될 수 있다.
생물층이 수분을 오래 유지하거나 중요한 문양과 글자를 가릴 수도 있다.
반면 문화재 표면의 모든 생물을 제거하는 것이 언제나 더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오랫동안 형성된 생물층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약해진 원본 표면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에 자란 이끼는 모두 제거해야 할까?
답은 ‘무조건 그렇지는 않다’이다.
먼저 어떤 생물이 존재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 생물이 문화재의 재료와 구조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중요한 글자와 문양을 가리고 있는지, 표면의 수분 상태를 변화시키고 있는지, 실제 재료 손실과 관련되어 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제거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과 제거 과정에서 발생할 위험을 비교해야 한다.
문화재 보존에서 생물 제거의 목표는 돌을 새것처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문화재의 중요한 원본 정보가 앞으로 더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때로는 생물을 제거해야 한다.
때로는 일부만 관리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당장 제거하지 않고 상태와 환경을 계속 관찰하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일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끼가 있느냐?”가 아니다.
“이 생물이 지금 문화재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느냐?”이다.
65편에서 공기가 돌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살펴봤고 66편에서는 비와 눈, 수분이 그 변화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살펴봤다.
이번에는 그 물과 돌 사이에서 살아가는 생물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야외 문화재를 변화시키는 것은 자연만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문화재를 만지고 걷고 기대고 사진을 찍는다.
관광객이 계속 밟는 오래된 돌계단은 조금씩 닳고 손으로 반복해서 만지는 조각상의 표면은 다른 부분보다 매끄럽게 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화재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행위 자체가 문화재를 손상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음 68편에서는 「사람이 문화재를 닳게 만들 수 있을까? 관광객과 관람이 만드는 문화재 손상」을 통해 문화재 보존과 관람 사이의 또 다른 딜레마를 살펴본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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