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진열장 속 공기가 문화재를 손상시킬 수 있을까? VOC와 문화재 보존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재를 바라보면 진열장은 문화재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가장 안전한 공간처럼 보인다.
사람의 손이 직접 닿는 것을 막아주고 먼지와 오염물질의 유입을 줄이며 갑작스러운 온도와 습도 변화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조금 의외의 문제가 숨어 있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밀폐된 공간 안에서 오히려 문화재에 좋지 않은 물질이 축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물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놀랍게도 진열장 자체에서 나올 수도 있고 내부에 사용한 접착제나 페인트, 목재, 바닥재, 전시용 지지체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심지어 문화재 자체가 어떤 물질을 공기 중으로 방출하기도 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문화재 주변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기체 상태의 물질.
이번 70편에서는 박물관의 진열장과 수장고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즉 VOC와 문화재 보존의 관계를 살펴보자.
목차
VOC란 무엇일까?
VOC는 Volatile Organic Compounds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비교적 공기 중으로 이동하기 쉬운 여러 유기화합물을 넓게 가리키는 표현이다.
새 가구나 페인트를 사용한 공간에 들어갔을 때 특유의 냄새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냄새의 원인 가운데 일부도 재료에서 방출되는 휘발성 물질과 관련될 수 있다.
하지만 VOC가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람이 냄새로 알아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도 특정 물질이 존재할 수 있으며 반대로 강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문화재에 대한 위험도를 판단할 수도 없다.
따라서 박물관에서는 코로 냄새를 맡는 것보다 어떤 물질이 어디에서 발생하고 문화재와 어떤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열장 안에는 왜 VOC가 생길까?
박물관 진열장은 생각보다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다.
목재와 합판, 플라스틱, 도료, 실란트, 접착제, 직물, 폼, 고무, 전시용 받침재 등이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재료 가운데 일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휘발성 물질이 방출될 수 있다.
새로 제작된 진열장이나 전시 구조물이라면 특히 재료 선택과 충분한 사전 검토가 중요하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진열장 자체가 새로운 오염원이 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밀폐된 진열장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을까?
밀폐는 문화재 보존에 매우 유용하다.
외부 먼지와 오염물질의 유입을 줄이고 진열장 내부에 별도의 마이크로클라이밋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3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작은 공간의 환경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은 민감한 문화재를 보호하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밀폐에는 반대쪽 측면도 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막는 대신 내부에서 발생한 물질 역시 밖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진열장 내부의 재료나 문화재에서 특정 기체가 계속 방출된다면 작은 공간 안에서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좋은 진열장은 단순히 ‘얼마나 잘 막혀 있는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내부에 어떤 재료가 사용됐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목재도 문화재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목재는 전시대와 수납장, 진열장 내부 구조 등에 사용하기 편리한 재료다.
하지만 목재와 목질 재료에서는 종류와 상태에 따라 여러 휘발성 물질이 방출될 수 있다.
특히 합판이나 섬유판처럼 접착제와 가공재료가 함께 사용된 목질 제품에서는 목재 자체뿐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사용된 물질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박물관에서 모든 목재를 무조건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목재인지, 표면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문화재와 얼마나 가까이 위치하는지, 공간이 얼마나 밀폐되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문화재에 위험할 수 있는 산성 물질도 있을까?
문화재 보존에서는 유기산과 같은 산성 성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부 재료에서는 아세트산이나 포름산과 같은 물질이 방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물질이 밀폐된 공간에서 축적되면 민감한 금속이나 다른 재료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눈으로 공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진열장 내부가 깨끗해 보인다고 해서 화학적으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의 주변 환경에는 온도와 습도뿐 아니라 공기의 화학적 성분도 존재한다.
금속 문화재가 특히 민감할 수 있을까?
금속은 주변 환경과 화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재료다.
45편과 46편에서는 철과 청동의 부식을 살펴봤다.
금속의 부식은 수분과 산소뿐 아니라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오염물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정 금속은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한 물질과 반응하면서 표면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금속 문화재를 새로 만든 진열장이나 보관함에 넣을 때에는 내부 재료의 적합성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재를 비에 맞지 않게 하고 습도를 관리했다고 해서 모든 부식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납으로 만든 문화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납은 특정 유기산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부식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 금속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납이나 납을 포함한 재료가 부적절한 목재나 기타 방출원과 함께 밀폐된 공간에 놓인다면 표면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이 사례는 문화재 보존에서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진열장 재료와 문화재 재료는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작은 환경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전시 디자인 단계부터 어떤 문화재가 어떤 재료와 함께 놓이게 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은이 검게 변하는 것도 주변 공기와 관련이 있을까?
은제품의 표면이 검게 변하는 현상은 주변에 존재하는 황을 포함한 물질 등과의 반응과 관련될 수 있다.
따라서 은 문화재 주변에 사용하는 직물과 고무, 접착제, 전시재료 등을 선택할 때에도 재료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겉보기에 부드럽고 깨끗한 재료라고 해서 문화재에도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시용 천 하나도 문화재와 장기간 같은 공간에 놓인다면 보존 환경의 일부가 된다.
전시용 접착제도 문제가 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전시를 만들다 보면 패널과 바닥재, 장식재 등을 고정하기 위해 다양한 접착제가 사용될 수 있다.
접착제가 완전히 경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휘발성 성분이 방출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재 가까이에서 사용할 재료는 단순히 접착력이 좋은지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건조와 경화 과정, 방출되는 물질, 문화재와의 거리와 사용 환경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전시 공사가 끝나자마자 문화재를 넣는 것보다 필요한 경우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는 이유도 이러한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페인트가 마르면 안전한 것 아닐까?
표면이 손으로 만졌을 때 말라 있다고 해서 모든 휘발성 물질의 방출이 즉시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도료의 종류에 따라 경화와 방출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재 전시 공간에서는 어떤 페인트와 코팅재를 사용했는지 확인하고 적절한 준비 기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반 인테리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반드시 박물관 진열장 내부에도 적합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새 진열장의 냄새가 강하면 위험하다는 뜻일까?
주의가 필요한 신호가 될 수는 있지만 냄새만으로 위험성을 확정할 수는 없다.
사람의 후각은 물질마다 감지할 수 있는 농도가 다르고 개인차도 크다.
문화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이 냄새로 쉽게 감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냄새는 관찰 정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어떤 재료가 사용됐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적합성 평가와 분석을 실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화재 자체에서도 VOC가 나올 수 있을까?
그렇다.
이 점이 더욱 흥미롭다.
오래된 문화재도 단순히 주변의 오염물질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는 아니다.
문화재를 구성하는 유기재료가 열화되면서 여러 휘발성 물질을 방출할 수 있다.
51편에서 살펴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필름의 열화가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일부 아세테이트 계열 필름이 열화되면서 산성 물질이 발생하면 특유의 냄새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 중요한 것은 냄새 자체가 아니다.
문화재에서 방출된 물질이 주변의 작은 보관 환경에 축적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문화재에서 나온 물질이 다른 문화재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까?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여러 문화재를 좁은 공간에 함께 보관하면 한 재료에서 방출된 물질이 주변의 다른 재료와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열화가 진행되는 일부 플라스틱과 필름 등은 보관 환경을 별도로 검토해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장고에서는 단순히 크기가 비슷한 물건끼리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재질과 상태, 열화 특성까지 고려해 보관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문화재도 서로에게 환경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플라스틱이 끈적해지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을까?
52편과 53편에서는 플라스틱과 고무의 첨가제 이동과 열화를 살펴봤다.
일부 고분자 문화재에서는 열화 과정에서 저분자 물질이 생성되거나 첨가제가 이동할 수 있다.
표면에 나타나는 끈적임과 냄새, 변색 등은 서로 다른 열화 과정과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재료를 보관할 때는 단순히 먼지를 막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재료 자체가 주변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도 관찰해야 한다.
VOC는 어떻게 확인할까?
가장 단순한 방법은 사용된 재료의 정보를 먼저 조사하는 것이다.
어떤 목재와 접착제, 도료, 플라스틱이 사용됐는지 확인하면 잠재적인 위험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필요한 경우 공기 중의 특정 물질을 포집해 분석하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센서와 분석기술을 이용해 특정 오염물질의 존재를 조사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다만 ‘VOC가 검출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문화재가 곧 손상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농도와 노출 시간, 문화재의 재질과 상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오드디 테스트는 무엇일까?
박물관 보존 분야에서는 전시와 수장에 사용할 재료가 문화재에 적합한지 평가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사용되어 왔다.
그 가운데 널리 알려진 방법 중 하나가 오드디 테스트(Oddy test)다.
시험하려는 재료와 금속 시편을 일정한 조건에서 함께 두고 금속에 부식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특정 재료가 박물관 환경에서 사용하기에 문제가 될 가능성을 선별할 수 있다.
하지만 오드디 테스트 역시 모든 문화재와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절대적인 시험은 아니다.
시험 조건과 실제 전시 환경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안전하다고 판정된 재료는 영원히 안전할까?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다.
재료의 제조 방식과 제품 구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제품명이라도 제조사가 성분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
또 새 제품일 때와 오랜 시간 노화된 뒤의 방출 특성이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박물관에서는 제품 이름만 기억하는 것보다 실제 사용한 재료와 제조 정보, 적용 시점 등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57편에서 보존처리 재료의 기록을 강조했던 이유가 전시재료에도 적용된다.
활성탄을 넣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흡착재를 이용해 특정 오염물질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활성탄과 같은 흡착재는 여러 분야에서 기체상 물질을 흡착하는 데 활용된다.
하지만 진열장 안에 흡착재 하나를 넣는다고 모든 오염물질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물질을 줄이려는지, 흡착재의 양과 교체주기는 적절한지, 진열장의 기밀성과 내부 발생원은 어떤지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가 되는 재료의 사용을 처음부터 줄이는 것이다.
환기를 많이 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환기는 내부에 축적되는 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재 진열장에서는 환기를 무조건 많이 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외부 공기가 들어오면서 온습도 변화와 먼지, 대기오염물질도 함께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별도의 마이크로클라이밋이 필요한 문화재라면 높은 기밀성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밀폐와 환기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내부 발생원을 줄이고 필요한 환경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오염물질도 관리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작은 진열장일수록 더 조심해야 할까?
같은 양의 물질이 방출된다면 작은 밀폐 공간에서는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문화재와 전시재료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질 수 있다.
따라서 소형 밀폐 진열장이나 보관용기에서는 내부에 넣는 재료를 더욱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만든 작은 상자가 오히려 화학적으로 불리한 미세환경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포장재도 문화재 주변 공기의 일부다
문화재는 전시될 때만 다른 재료와 접촉하는 것이 아니다.
수장과 운송 과정에서도 폼과 비닐, 접착테이프, 완충재, 상자 등 다양한 포장재와 가까이 놓인다.
특히 장기간 포장된 상태로 보관한다면 포장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질과 문화재의 상호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안전한 포장은 충격을 막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화학적으로도 문화재와 장기간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VOC 위험은 온도와도 관련이 있을까?
재료에서 물질이 방출되는 속도는 온도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온도가 높아지면 여러 화학적 과정과 휘발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고온 환경에서는 문화재 자체의 열화뿐 아니라 주변 전시재료에서 발생하는 물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온도 관리가 단순히 문화재 한 점의 반응속도만을 조절하는 문제가 아닌 이유다.
진열장 전체가 하나의 작은 화학 환경이기 때문이다.
습도와 오염물질은 서로 독립적일까?
항상 독립적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일부 화학 반응에서는 수분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금속 표면의 부식 역시 주변의 상대습도와 오염물질이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습도는 적절하니 안전하다”거나 “오염물질만 제거하면 된다”는 식으로 하나의 변수만 관리해서는 부족할 수 있다.
문화재 보존환경은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시스템이다.
진열장 안의 공기를 기록할 필요도 있을까?
장기간 전시되는 중요한 문화재라면 내부 환경에 대한 기록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온도와 상대습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환경요인도 조사할 수 있다.
문화재 표면에 변화가 나타났을 때 과거 환경기록이 있다면 원인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시점에 진열장 내부 재료가 교체된 뒤 금속 표면 변화가 나타났다면 두 사건의 관계를 검토할 수 있다.
기록은 문제가 발생한 뒤 원인을 찾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미래에는 진열장이 공기의 화학성분까지 감시할까?
가능성이 있는 방향이다.
60편에서 살펴본 미래 보존과학에서는 센서와 AI를 이용해 문화재 주변 환경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가능성을 생각해봤다.
현재 주로 기록하는 온도와 습도뿐 아니라 특정 오염물질이나 재료에서 발생하는 이상 신호까지 감지할 수 있다면 손상이 눈에 보이기 전에 위험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와 다른 기체 성분이 증가했을 때 관리자가 진열장 내부의 재료와 문화재 상태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다만 센서가 경고를 보냈다고 해서 곧바로 문화재가 손상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결국 전문가의 조사와 해석이 필요하다.
문화재의 냄새가 ‘조기경보’가 될 수도 있을까?
어떤 재료에서는 열화 과정에서 특유의 냄새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재에 코를 가까이 대고 반복적으로 냄새를 맡는 방식은 적절한 분석법이라고 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재료가 열화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적 변화가 먼저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래의 보존과학에서는 사람이 냄새를 알아차리기 전에 센서나 분석장비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는 방향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보이는 손상 이후의 치료’에서 ‘보이지 않는 변화 단계의 예방’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문화재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환경이 존재한다
박물관에서 문화재를 바라볼 때 우리는 보통 빛과 온도, 습도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문화재 주변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화학적 환경도 존재한다.
진열장 목재에서 나온 물질, 접착제와 도료에서 발생한 성분, 외부에서 들어온 대기오염물질 그리고 문화재 자체에서 방출된 열화 생성물이 같은 작은 공간에 존재할 수 있다.
이 물질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와 주변 재료 사이에서 계속 상호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문화재 보존에서는 ‘무엇에 넣어 보관하는가’도 ‘어떤 온도에서 보관하는가’만큼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다.
좋은 진열장은 단순히 예쁜 상자가 아니다
관람객에게 진열장은 문화재를 보기 좋게 보여주는 전시 장치다.
보존과학자에게 진열장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문화재 주변의 빛과 먼지, 온습도와 오염물질을 조절하는 작은 환경이다.
따라서 좋은 진열장은 디자인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문화재와 함께 사용되는 재료가 적절하고 내부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재와 접촉하지 않는 재료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같은 공기를 공유한다면 이미 문화재 보존환경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진열장 속 공기가 문화재를 손상시킬 수 있을까?
가능하다.
진열장과 보관함 내부에 사용된 목재와 접착제, 도료, 플라스틱 등에서는 여러 휘발성 물질이 발생할 수 있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이러한 물질이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
문화재 자체에서도 열화 과정에서 휘발성 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특정 물질은 민감한 금속이나 다른 문화재 재료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진열장과 수장재료의 선택은 단순한 인테리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모든 VOC가 문화재를 즉시 손상시키는 것도 아니며 냄새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하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어떤 물질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문화재가 어떤 재료인지, 얼마나 오래 노출되는지, 온도와 습도는 어떤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결국 문화재를 지킨다는 것은 문화재 자체만 바라보는 일이 아니다.
문화재를 둘러싼 상자와 받침대, 접착제와 페인트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공기까지 함께 살펴보는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문화재를 가장 조용하게 변화시키는 위험이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공간 안에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문화재 주변의 공기가 문제라면 박물관 밖의 공기는 어떨까?
자동차와 산업시설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 미세먼지와 황산화물·질소산화물 같은 물질이 야외 문화재와 박물관 소장품에 장기간 닿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다음 71편에서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은 문화재를 어떻게 망가뜨릴까? 문화유산과 공기오염의 과학」을 살펴본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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