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 사용된 나무는 어떤 나무였을까? 수종을 알아내는 보존과학
오래된 목조 문화재를 바라보면 우리는 흔히 그것을 하나의 재료로 부른다.
‘나무’다.
하지만 나무라는 말 안에는 매우 다양한 수종이 포함되어 있다. 소나무와 참나무류, 느티나무처럼 서로 다른 나무는 자라는 방식도 다르고 내부 조직의 구조도 다르다.
흥미로운 점은 나무가 잘려 건축 부재나 조각, 가구, 생활도구가 된 뒤에도 이러한 차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면의 색이 변하고 나뭇결이 닳아 육안으로는 종류를 구분하기 어려운 문화재에서도 내부의 세포 구조에는 나무가 살아 있을 때 형성된 특징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보존과학자는 바로 이 구조를 관찰한다.
그렇다면 수백 년 전 장인이 사용한 나무 한 조각을 보고 어떤 나무였는지 정말 알아낼 수 있을까?
이번에는 문화재 속에 남아 있는 나무의 세포를 통해 수종을 추적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목차
나무 종류를 왜 굳이 알아내야 할까?
문화재에 사용된 나무의 종류를 알아내는 일은 단순히 재료 이름 하나를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다.
어떤 목재를 선택했는지는 당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었던 자원과 제작기술을 연구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하나의 문화재에서도 부위에 따라 서로 다른 수종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구조적으로 힘을 받아야 하는 부분과 정교한 가공이 필요한 부분에서 다른 목재를 선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대에 수리하면서 새로운 나무가 추가됐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수종을 조사하면 원래 제작재료와 후대 수리재료를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현재 목재의 상태를 이해하는 기초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나무인가?”라는 질문이 결국 “왜 이 나무를 선택했으며 문화재의 어느 부분에 사용했는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오래된 나무도 수종을 구분할 수 있을까?
가능한 경우가 많다.
목재 내부에는 나무가 살아 있을 때 만들어진 세포 조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땅에서 물과 무기성분을 흡수하고 잎에서 만들어진 물질을 이동시키며 몸을 지탱해야 한다.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세포와 조직이 만들어진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이 조직의 형태와 배열에 차이가 있다.
목재가 오래되어 색이 변해도 세포 구조가 비교적 잘 남아 있다면 현미경 관찰을 통해 수종을 추정할 수 있다.
즉 목재 식별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갈색이나 표면 무늬만이 아니다.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내부 구조가 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나이테만 보면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나이테는 목재를 이해하는 중요한 특징이지만 수종을 확인하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
나이테는 나무가 성장하면서 만들어진 조직의 차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다. 계절에 따라 성장 조건이 달라지는 지역에서는 비교적 뚜렷한 나이테가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나이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수종을 결정할 수는 없다.
나이테의 폭도 나무의 종류뿐 아니라 기후와 생육환경, 나무의 나이와 성장 조건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보존과학자는 나이테만 세는 것이 아니라 목재 내부의 세포 종류와 배열을 함께 관찰한다.
수종 식별과 나이테 연구는 서로 연결될 수 있지만 같은 질문에 답하는 방법은 아니다.
나무를 현미경으로 보면 무엇이 보일까?
목재를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육안으로 보던 나뭇결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난다.
크고 작은 세포가 일정한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고 수분 이동과 저장, 지지 등에 관여했던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일부 목재에서는 비교적 큰 관처럼 보이는 구조가 눈에 띈다.
이러한 구조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도관이다.
도관은 나무가 살아 있을 때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위쪽으로 이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모든 나무에서 도관이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 차이는 목재를 큰 범주로 구분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침엽수와 활엽수는 현미경에서도 다를까?
목재 해부학에서는 침엽수재와 활엽수재가 서로 다른 조직적 특징을 보인다.
침엽수재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지는 경우가 많으며 가도관이라는 길쭉한 세포가 목재의 상당 부분을 구성한다.
가도관은 물의 이동과 나무를 지지하는 기능에 관여하는 세포다.
반면 많은 활엽수재에서는 도관이 중요한 특징으로 나타난다.
현미경 단면에서 도관은 비교적 큰 구멍처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목재를 관찰했을 때 도관의 존재와 배열 등을 확인하면 수종을 좁혀 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하지만 ‘구멍이 보인다’는 정도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의 형태와 배치를 체계적으로 살펴야 한다.
나무 단면은 왜 한 방향만 보면 안 될까?
목재 수종 식별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 세 가지 관찰면이다.
나무는 방향성을 가진 재료이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잘라 보느냐에 따라 세포의 모습이 달라진다.
먼저 횡단면은 나무줄기를 가로로 자른 면이다. 우리가 흔히 통나무의 나이테를 볼 때 보는 방향과 비슷하다.
방사단면은 나무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는 방향을 따라 세로로 자른 면이고, 접선단면은 나이테에 접하는 방향으로 세로 절단한 면이다.
같은 세포도 어느 방향에서 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양으로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목재 식별을 위해서는 가능한 경우 여러 방향의 특징을 종합해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횡단면에서는 무엇을 볼까?
횡단면에서는 목재 조직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살펴보기 좋다.
활엽수재라면 도관의 크기와 분포가 중요한 특징이 될 수 있다.
어떤 목재에서는 비교적 큰 도관이 특정 성장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이후에는 작은 도관이 나타날 수 있다.
다른 목재에서는 비슷한 크기의 도관이 비교적 넓게 분산될 수 있다.
이러한 배열은 수종을 구분하는 단서가 된다.
침엽수재에서는 조재와 만재의 변화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조재는 성장기의 비교적 앞부분에 만들어지는 목재이고, 만재는 그 뒤쪽에 형성되는 목재를 말한다.
두 영역의 세포벽 두께와 공간 구조 등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나무에 보이는 작은 선도 세포 구조일까?
목재의 횡단면을 자세히 보면 중심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뻗어 있는 가느다란 구조가 관찰될 수 있다.
이를 방사조직이라고 한다.
방사조직은 나무 내부에서 방사 방향으로 물질을 이동시키거나 저장하는 데 관여하는 조직이다.
방사조직의 폭과 높이, 세포의 구성과 배열은 수종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육안에서는 단순한 나뭇결처럼 보였던 특징이 현미경에서는 여러 세포가 모여 만들어진 조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방사단면과 접선단면을 비교하면 방사조직의 형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소나무는 현미경으로 보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까?
소나무류를 포함한 일부 침엽수에서는 수지와 관련된 구조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수지구가 관찰될 수 있다.
수지구는 수지가 존재하거나 이동하는 공간과 관련된 구조다.
하지만 수지구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특정 소나무 한 종이라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비슷한 특징을 가진 다른 목재가 있을 수 있으며 수지구의 형태와 위치, 주변 세포의 특징 등을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목재 식별은 하나의 특징을 발견하고 이름을 맞히는 방식이 아니다.
여러 해부학적 특징의 조합을 이용해 가능한 범위를 점차 좁혀 가는 과정이다.
참나무류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참나무류를 포함한 여러 활엽수에서는 도관의 크기와 배열, 방사조직 등의 특징이 중요한 식별 단서가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성장륜의 앞부분에 큰 도관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구조가 관찰될 수 있다.
이처럼 큰 도관이 특정 부분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목재를 환공재라고 부른다.
반대로 비교적 비슷한 크기의 도관이 성장륜 전체에 분산되어 나타나는 목재는 산공재라고 한다.
그 중간적인 배열을 보이는 목재도 있다.
이러한 분류는 목재 식별의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환공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특정 수종을 결정할 수는 없다.
다시 다른 미세구조를 확인해야 한다.
세포에 난 아주 작은 구멍도 중요할까?
목재 세포벽에는 물질 이동과 관련된 미세한 구조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벽공이다.
벽공은 세포 사이에서 물질이 이동하는 데 관여하는 미세구조라고 이해하면 된다.
침엽수의 가도관이나 여러 목재 세포에서 관찰되는 벽공의 형태와 배열은 수종 식별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 정도 크기의 특징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미경 관찰이 필요하다.
목재 수종을 알아내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이런 작은 구조가 겉으로 보이는 색보다 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나무의 색이나 냄새도 수종을 알려주는 단서일까?
새로운 목재에서는 색과 냄새, 무게와 촉감 등이 종류를 구분하는 참고 특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재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수백 년 동안 산화와 오염, 빛의 영향 등이 누적되면서 원래 색이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 칠이나 접착제, 방부 목적의 재료 등이 적용됐다면 표면 특성이 더욱 달라질 수 있다.
냄새 역시 현재의 수종을 확정하는 기준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63편에서 살펴봤듯 문화재의 냄새는 재료 자체뿐 아니라 열화와 미생물,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원인과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오래된 목재에서는 색과 냄새보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남아 있는 해부학적 구조가 중요한 식별 근거가 된다.
나뭇결만 보고도 수종을 맞힐 수 있을까?
숙련된 사람이 육안으로 목재의 특징을 보고 어느 정도 범위를 좁힐 수 있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문화재에서는 표면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칠이나 안료가 덮여 있을 수 있고 오랜 마모로 나뭇결이 희미해졌을 수도 있다.
조각된 문화재에서는 원래 목재 표면 자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서로 비슷한 육안 특징을 가진 목재도 존재한다.
그래서 문화재 수종 조사에서는 육안 관찰을 시작점으로 활용하되 필요한 경우 현미경 수준의 해부학적 특징까지 확인한다.
오래되어 썩은 나무에서도 세포가 보일까?
열화 정도에 따라 다르다.
목재가 부후되면 미생물 등의 작용으로 세포벽 성분이 분해되고 구조가 약해질 수 있다.
손상이 심하면 수종 식별에 필요한 특징 일부가 사라질 수도 있다.
반대로 겉으로 상당히 약해 보이는 목재에서도 일부 영역에는 식별 가능한 세포 구조가 남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보존과학자는 가장 잘 보존된 부분에서 필요한 특징을 찾으려고 한다.
중요한 점은 손상된 세포 구조를 원래 수종의 특징으로 잘못 해석하지 않는 것이다.
제작 당시부터 존재한 구조와 이후 열화로 변형된 구조를 구분해야 한다.
불에 탄 목재도 어떤 나무였는지 알 수 있을까?
탄화된 목재에서도 세포 구조가 일정 부분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목재가 탄화되면 색과 화학적 성질은 크게 변하지만 조직의 형태가 남아 있다면 현미경으로 특징을 조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고학 분야에서도 탄화 목재의 수종을 연구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탄화 과정에서 목재가 수축하거나 변형될 수 있고 세포벽이 깨지기 쉬운 상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의 정상적인 목재와 완전히 같은 모습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남아 있는 구조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식별 가능한 특징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물에 오래 잠겨 있던 나무도 수종을 알 수 있을까?
수침목재에서도 조직이 충분히 남아 있다면 수종 식별을 시도할 수 있다.
다만 물에 오랫동안 잠겨 있던 목재는 내부 성분이 변화하고 세포벽이 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73편에서 살펴봤듯 수침목재는 겉모습을 유지하고 있어도 내부 구조가 매우 취약해져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수종 분석을 위해 시료를 다룰 때에도 재료의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이번 편의 핵심은 수침목재의 보존처리가 아니라, 상태가 변화한 목재에서도 남아 있는 해부학적 특징을 통해 원래 수종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미경으로 보려면 나무를 잘라야 할까?
전통적인 목재 해부학 관찰에서는 얇은 절편을 만들어 현미경으로 살펴보는 방법이 사용된다.
절편은 목재의 조직이 관찰될 정도로 매우 얇게 만든 시료다.
하지만 문화재는 연구용 목재처럼 원하는 부분을 자유롭게 잘라낼 수 없다.
따라서 먼저 이미 떨어져 나온 작은 목재 조각이나 과거 보존처리 과정에서 확보한 시료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최소한의 양으로 필요한 세 방향의 특징을 얻을 수 있는지 신중하게 계획해야 한다.
시료가 작을수록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너무 작아 필요한 구조를 전혀 관찰할 수 없다면 원본을 소모하고도 연구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 채취란 단순히 가장 작은 조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원본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재를 자르지 않고 수종을 확인할 방법은 없을까?
대상의 상태와 조사 목적에 따라 비파괴적 또는 저침습적인 관찰 방법을 먼저 검토할 수 있다.
노출된 목재 표면에서 식별에 필요한 구조가 충분히 보인다면 확대 관찰을 통해 일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문화재에서 세 방향의 해부학적 특징이 적절하게 노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칠이나 오염층이 표면을 덮고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비파괴 분석만으로 모든 목재 수종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문화재의 상태와 필요한 분류 수준에 따라 조사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현미경 사진을 컴퓨터에 넣으면 자동으로 수종을 알려줄까?
목재 이미지의 특징을 비교하고 분류하는 디지털 기술이 연구에 활용될 수는 있다.
하지만 문화재 목재에서는 현대의 깨끗한 표준 목재와 다른 문제가 많다.
부후와 탄화, 오염, 표면처리로 인해 세포 구조가 불완전할 수 있고 관찰 가능한 방향도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자동 분류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최종적인 수종 판정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실제 해부학적 특징과 비교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주제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이름이 아니라 어떤 특징을 근거로 식별했는지가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DNA를 분석하면 정확한 나무 종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유전정보를 활용하는 접근은 식물의 종류를 연구하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목재 문화재에서는 DNA가 잘 보존되어 있지 않을 수 있고 오염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분석을 위해 시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목재 문화재의 수종을 조사한다고 해서 언제나 DNA 분석부터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목재 해부학적 식별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현미경으로 충분히 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면 굳이 더 복잡하거나 시료 소비가 필요한 분석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경우도 있다.
분석기술은 가장 첨단인가보다 연구 질문에 적합한가가 중요하다.
수종을 어디까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현미경으로 목재를 관찰했다고 해서 언제나 정확한 종 단위까지 식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가까운 종류의 나무는 목재 해부학적 특징이 매우 비슷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속이나 여러 종을 포함하는 수종군 수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찰된 특징으로 특정 범주까지는 확실하게 좁힐 수 있지만 그 안의 개별 종을 구분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억지로 하나의 종 이름을 선택하는 것은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
보존과학에서는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를 밝히는 것만큼 어디부터는 구분할 수 없는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비교표본은 왜 필요할까?
현미경에서 특이한 구조를 발견했다고 해도 그것이 어떤 수종의 특징인지 알려면 비교할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종이 명확하게 확인된 현대 목재 표본과 해부학적 자료가 중요하다.
문화재에서 관찰한 도관과 방사조직, 가도관, 벽공 등의 특징을 기준 표본과 비교하면 가능한 수종의 범위를 좁힐 수 있다.
다만 현대 목재와 문화재 목재의 상태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문화재는 오랜 노화와 열화, 가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표본은 정답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관찰된 특징을 체계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기준이다.
같은 문화재에서 여러 종류의 나무가 발견되면 이상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제작 정보일 수 있다.
목조 문화재를 만들 때 모든 부분에 반드시 같은 수종을 사용할 이유는 없다.
부위의 기능과 필요한 강도, 가공성, 당시의 재료 수급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나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수리를 거쳤다면 원래 부재와 후대 교체 부재가 함께 남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수종이 확인되면 먼저 위치를 살펴야 한다.
어느 부분에서 어떤 나무가 발견됐는지를 문화재 구조와 연결하면 제작과 수리의 역사를 이해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수종이 다르면 무조건 후대에 수리한 부분일까?
그렇지 않다.
원래 제작 단계에서부터 여러 수종을 의도적으로 사용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부위가 다른 나무라는 사실만으로 후대 교체재라고 판단하면 원래 제작기술을 잘못 해석할 위험이 있다.
후대 수리 여부를 판단하려면 수종뿐 아니라 부재의 결합 방식과 가공 흔적, 표면 상태, 기록 자료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가능한 경우 연대와 관련된 다른 연구 결과도 참고할 수 있다.
수종 분석은 강력한 단서지만 그 자체로 문화재의 시간 순서를 자동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나무 종류를 알면 문화재가 만들어진 지역도 알 수 있을까?
수종 정보는 지역을 연구하는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주소표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어떤 나무가 특정 지역에서 많이 자랐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목재 자체가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목재를 가져와 사용했을 수도 있고 이미 가공된 부재가 이동했을 수도 있다.
나무의 자연 분포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수종이 확인됐다는 사실만으로 문화재 제작지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역사 기록과 유통 가능성, 제작기술 등 다른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수종을 알면 문화재의 나이도 알 수 있을까?
수종 식별과 연대 판단은 다른 질문이다.
“소나무류 목재다”라는 결과는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를 알려주지만 그 나무가 언제 잘렸는지를 직접 알려주지는 않는다.
나이테를 이용한 연륜연대학은 별도의 연구 영역이다.
연륜연대학에서는 여러 해에 걸쳐 만들어진 나이테 폭의 변화 패턴을 기준 자료와 비교해 목재의 연대를 연구한다.
하지만 모든 목재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충분한 나이테와 적절한 비교 자료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종을 확인했다고 곧바로 제작연대까지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나무 종류가 같으면 같은 곳에서 가져온 목재일까?
그 역시 알 수 없다.
같은 수종의 나무는 넓은 지역에 분포할 수 있다.
두 부재가 모두 같은 종류의 소나무라고 해도 서로 다른 산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하나의 큰 나무에서 여러 부재를 얻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구분하려면 단순한 수종 식별보다 추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문화재 분석에서는 ‘같은 재료’와 ‘같은 출처’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종류라는 것은 재료 분류가 같다는 의미이지 자동으로 같은 원산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목재 수종을 알면 보존처리도 달라질까?
수종은 보존 판단을 위한 중요한 기초 정보가 될 수 있다.
목재는 종류에 따라 밀도와 조직 구조, 수분 이동 특성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종 이름만 보고 보존처리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같은 수종이라도 현재의 열화 정도와 사용 위치, 과거 보존처리 이력에 따라 상태가 크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수종 분석은 처방전이라기보다 문화재의 재료적 성격을 이해하는 자료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보존과학자는 수종과 현재 상태를 함께 살펴본 뒤 어떤 조사와 보존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한다.
보존과학자는 문화재의 수종을 어떤 방식으로 판단할까?
먼저 문화재 전체에서 목재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살펴본다.
한 종류의 나무로 만들어졌는지, 여러 부재가 결합되어 있는지, 후대에 교체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는지 관찰한다.
기존 기록과 과거 보존처리 자료도 확인한다.
그다음 수종 식별에 필요한 해부학적 특징을 확보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가능한 경우 횡단면과 방사단면, 접선단면에서 관찰되는 구조를 살펴본다.
도관의 존재와 배열, 가도관과 방사조직, 수지구와 벽공 등 수종을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을 비교한다.
그리고 기준 표본과 목재 해부학 자료를 이용해 가능한 범위를 좁힌다.
특징이 충분하지 않다면 지나치게 구체적인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수종 이름 하나보다 그 이름을 어떤 구조적 증거를 통해 판단했는지가 명확한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수백 년 전 사용된 나무의 종류를 정말 알아낼 수 있을까?
목재의 세포 구조가 충분히 남아 있다면 수종을 식별하거나 일정한 범위까지 좁히는 것이 가능하다.
나무가 살아 있을 때 만들어진 도관과 가도관, 방사조직, 수지구와 벽공 같은 미세구조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 구조는 나무가 잘리고 가공되어 문화재가 된 뒤에도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문화재에서 정확한 종 단위의 이름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열화가 심하면 식별 특징이 사라질 수 있고 서로 가까운 수종은 해부학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수종 분석은 가장 구체적인 이름을 찾아내는 경쟁이 아니다.
남아 있는 증거가 허용하는 범위까지 정확하게 말하는 작업이다.
목재 문화재의 겉면에는 장인의 칼과 끌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지만, 그보다 더 안쪽에는 나무가 숲에서 살아가던 시절의 구조가 남아 있다.
보존과학자는 그 작은 세포를 통해 문화재가 되기 이전의 재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다음 재료는 나무보다 훨씬 낯선 방식으로 자신의 제작 흔적을 남긴다.
투명해 보이는 오래된 유리도 자세히 살펴보면 파란색, 녹색, 갈색처럼 서로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색은 단순히 오래되어 변한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특정 성분을 넣어 만들어진 것일까?
다음 107편에서는 「옛 유리의 색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고대 유리의 성분과 발색 원리」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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