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와 직물이 누렇게 변하는 이유는? 유기재료의 황변을 만드는 화학 변화
오래된 책을 펼치면 새 종이와 확연히 다른 색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밝은 색이었을 종이가 누렇게 변해 있고, 가장자리에는 갈색이 더 짙게 나타나기도 한다. 오래된 직물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흰색이나 밝은 색이었던 천이 크림색이나 황갈색으로 변하고, 접혀 있던 부분과 노출되어 있던 부분의 색이 서로 다르게 남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변화를 우리는 흔히 “세월을 타서 누렇게 됐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보존과학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누런색은 시간이 직접 칠해 놓은 색이 아니다.
종이와 직물을 구성하는 유기물의 분자 구조가 빛과 산소, 열, 수분, 오염물질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변화하고, 그 결과 재료가 빛을 흡수하는 방식이 달라져 우리 눈에 노란색이나 갈색으로 보일 수 있다.
이 현상을 넓게 황변이라고 부른다.
111편에서는 오래된 종이가 약해지는 현상을 셀룰로오스 분자 사슬의 변화와 연결해 살펴봤다. 이번에는 강도가 아니라 색에 집중한다.
왜 오래된 종이와 직물은 점점 누렇게 변하는 것일까?
그리고 누렇게 변했다는 사실만으로 문화재가 심하게 손상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목차
황변이란 정확히 어떤 현상일까?
황변은 재료가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색 또는 황갈색 계열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영어로는 yellow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종이와 직물뿐 아니라 접착제와 바니시, 일부 합성수지 등 여러 유기재료에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황변이 같은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재료가 무엇인지에 따라 황변의 원인도 달라진다.
종이에서는 셀룰로오스와 리그닌 등 종이를 구성하는 성분의 변화가 관련될 수 있고, 직물에서는 식물성 섬유인지 동물성 섬유인지에 따라 열화 과정이 달라질 수 있다.
표면에 쌓인 오염물이나 과거 보존처리 재료의 변색 때문에 누렇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황변은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여러 화학적·물리적 변화가 결과적으로 비슷한 색을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오래되면 모든 종이가 결국 노란색이 될까?
그렇지는 않다.
같은 시대에 만들어진 종이라도 현재의 색은 크게 다를 수 있다.
원료와 제조법, 첨가물, 보관환경, 빛 노출 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종이는 수백 년이 지나도 비교적 밝은 색을 유지하는 반면, 더 최근에 만들어진 종이가 심하게 황갈색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황변의 정도를 단순한 나이 표시로 사용하면 안 된다.
더 노랗다고 반드시 더 오래된 것도 아니고, 밝다고 반드시 보존 상태가 더 좋은 것도 아니다.
색은 시간뿐 아니라 재료와 환경이 함께 만든 결과다.
종이는 원래 완전히 흰색이었을까?
이 질문도 중요하다.
현재 오래된 종이가 누렇게 보인다고 해서 제작 당시에는 순백색이었다고 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종이는 사용한 식물 원료와 섬유 처리 과정, 제조법에 따라 원래부터 미색이나 크림색을 띨 수 있다.
표면 처리나 첨가물에 따라서도 색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색과 우리가 상상한 ‘원래의 흰색’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문화재의 원래 색을 연구하려면 제작재료와 비교 자료, 빛에 덜 노출된 부분, 과거 기록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종이의 노란색은 어디에서 생기는 걸까?
물질이 색을 띤다는 것은 빛과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시광선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영역이다.
어떤 물질이 가시광선의 특정 파장을 더 많이 흡수하면 남은 빛의 조합이 우리 눈에 특정한 색으로 보인다.
종이 내부의 유기분자가 화학적으로 변하면서 새로운 빛 흡수 특성을 가진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구조 가운데 가시광선을 선택적으로 흡수해 색을 나타내는 부분을 발색단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분자 안에서 색이 보이게 만드는 구조적 부분이다.
오래된 유기재료가 노란색이나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이런 발색과 관련된 화학 구조가 형성되거나 변화하는 현상과 연결될 수 있다.
셀룰로오스도 원래 노란색일까?
비교적 순수한 셀룰로오스 자체를 단순히 강한 노란색 물질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셀룰로오스가 산화 등의 화학적 변화를 겪으면 분자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빛의 흡수 특성에 영향을 주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111편에서 셀룰로오스의 노화가 종이의 강도 저하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같은 분자 변화가 색과도 관련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지만 종이의 황변을 셀룰로오스 하나만으로 설명해서도 안 된다.
실제 문화재 종이에는 여러 성분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산화가 일어나면 왜 색이 달라질까?
산화는 유기재료의 황변에서 중요한 화학 변화 가운데 하나다.
산화가 진행되면 분자의 화학 구조가 바뀔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카보닐기와 같은 특정 화학 구조가 증가하거나 여러 구조 변화가 이어지면서 재료의 빛 흡수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분자가 흡수하는 빛의 영역이 가시광선 쪽으로 영향을 받으면 사람의 눈으로도 색 변화가 느껴질 수 있다.
처음에는 아주 미세한 변화여서 눈으로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장기간 축적되면 종이 전체가 누렇게 보이거나 갈색으로 짙어질 수 있다.
종이가 누렇게 변하면 셀룰로오스가 많이 끊어졌다는 뜻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색 변화와 기계적 강도 저하는 서로 관련될 수 있지만 같은 현상은 아니다.
어떤 종이는 상당히 누렇게 변했어도 형태와 강도를 비교적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겉으로는 크게 누렇지 않아 보여도 셀룰로오스의 분자 사슬이 상당히 짧아져 종이가 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황변 정도를 종이의 강도 측정값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보존과학에서는 색과 물성을 서로 다른 지표로 조사한다.
눈에 보이는 색이 내부의 모든 화학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리그닌은 왜 황변과 함께 자주 언급될까?
식물 세포벽에는 셀룰로오스뿐 아니라 리그닌이라는 복잡한 고분자 성분도 존재한다.
리그닌은 식물 조직의 구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빛과 산소 등의 영향을 받으면 다양한 화학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색을 나타내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황변과 관련될 수 있다.
특히 리그닌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는 일부 목재펄프 기반 종이에서는 황변이 두드러질 수 있다.
오래된 신문지가 비교적 빠르게 누렇게 변하는 현상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모든 종이가 리그닌을 같은 양으로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오래된 종이가 누렇다는 이유만으로 “리그닌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문지가 책 속의 종이보다 빨리 누렇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문용지는 장기적인 문화재 보존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재료가 아닐 수 있다.
제조시기와 공정에 따라 목재펄프의 특성과 잔류 성분, 산성도 등이 장기적인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빛과 산소에 노출되는 환경도 황변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장기 보존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재료와 공정으로 제작된 종이는 같은 시간 동안 다른 변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신문은 무조건 나쁜 종이’라고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의 원료와 제조기술이 장기적인 색 안정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빛을 받으면 종이는 왜 더 빨리 누렇게 변할 수 있을까?
빛은 단순히 문화재를 밝게 보여주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빛에는 에너지가 있다.
유기분자가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광화학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광화학 반응은 빛에 의해 시작되거나 촉진되는 화학반응을 말한다.
특히 자외선과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높은 일부 빛은 유기재료의 분자 구조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리그닌이나 여러 유기성분이 빛의 영향을 받으면 산화와 분해가 진행되면서 색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종이와 직물 문화재의 전시에서 조명은 단순한 미관 문제가 아니다.
재료의 장기적인 화학 안정성과 연결된다.
햇빛만 피하면 황변 문제는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직사광선은 매우 강한 빛 노출원이기 때문에 피해야 할 중요한 요인이지만 실내 조명도 장기간 누적되면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황변에는 빛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산소와 열, 수분, 오염물질, 재료 자체의 조성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창문을 가리는 것만으로 유기재료의 모든 황변을 막을 수는 없다.
빛 노출을 관리하면서 온도와 습도, 주변 재료와 오염환경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어두운 수장고에 보관하면 황변은 완전히 멈출까?
빛과 관련된 열화 반응을 크게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다른 화학반응은 계속될 수 있다.
종이 내부의 산성 성분이 셀룰로오스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산소와 관련된 산화 반응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온도와 수분도 화학반응 속도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어두운 환경은 중요한 보존 조건이지만 시간을 완전히 멈추는 장치는 아니다.
문화재 보존에서 목표는 노화를 완전히 정지시키는 것보다 가능한 한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
산소가 없다면 황변도 생기지 않을까?
산소는 여러 산화 반응에 관여하기 때문에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문화재의 황변을 산소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미 재료 안에 존재하는 반응성 물질과 산성 성분, 수분과 열, 빛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실제 문화재를 완전히 무산소 상태에서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다른 보존 문제와 운영 조건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산소만 제거하면 황변이 멈춘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
온도가 높으면 누렇게 변하는 속도도 빨라질까?
많은 화학반응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유기재료의 산화와 분해 반응 역시 온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높은 온도에 장기간 노출되면 종이와 직물의 화학적 노화가 빨라지고 색 변화도 촉진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온도만으로 황변 속도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다.
재료의 종류와 산성도, 수분 상태, 빛 노출 등의 조건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보존환경에서 온도를 관리하는 이유는 단순히 문화재를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학반응의 속도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습도가 높으면 황변도 심해질까?
수분은 여러 화학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종이와 직물은 주변 공기의 수분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흡습성 재료다.
수분이 증가하면 분자 이동과 일부 화학반응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산성 조건에서 일어나는 가수분해에도 수분이 관련된다.
하지만 높은 습도가 곧바로 황변의 정도와 정확히 비례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재료와 온도, 노출 기간 등 다른 조건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높은 습도에서는 곰팡이 같은 생물학적 손상 위험도 별도로 커질 수 있다.
직물도 종이와 같은 이유로 누렇게 변할까?
일부 원리는 비슷하지만 모든 과정이 같지는 않다.
종이와 식물성 직물에는 셀룰로오스가 중요한 구성 성분으로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면이나 마와 같은 셀룰로오스계 섬유에서는 산화와 분자 구조 변화가 색 변화와 관련될 수 있다.
하지만 직물에는 염료와 매염제, 오염물질, 가공재료 등 다양한 성분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
또한 실크와 양모처럼 단백질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섬유는 셀룰로오스계 섬유와 화학 구조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모든 직물의 황변을 종이와 똑같은 반응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비단도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할까?
그럴 수 있다.
비단의 주성분인 실크는 단백질계 섬유다.
104편에서 살펴봤듯이 실크는 누에가 만든 섬유이며 주된 구조 단백질로 피브로인이 중요하다.
단백질 역시 빛과 열, 산소 등 여러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아 화학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 결과 색과 물성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실크 문화재에서는 황변과 강도 저하가 함께 관찰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두 현상이 항상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비단이 누렇게 변했다면 색만 볼 것이 아니라 섬유의 현재 상태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
양모도 누렇게 변할 수 있을까?
양모 역시 단백질계 섬유이기 때문에 환경에 따른 화학 변화가 가능하다.
빛과 산화, 열 등의 영향으로 색이 달라질 수 있으며 원래의 염색재료가 함께 존재한다면 변화 양상은 더욱 복잡해진다.
흰색 양모의 황변과 염색된 양모의 변색은 같은 문제로 볼 수 없다.
염색된 직물에서는 섬유 자체의 황변뿐 아니라 염료의 퇴색이나 색 변화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눈에 보이는 색은 여러 변화가 겹쳐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
누렇게 보이는 것이 정말 재료 자체의 황변인지 어떻게 알까?
이 질문이 실제 조사에서 중요하다.
표면에 먼지와 오염물이 쌓여 노란색이나 갈색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사용된 접착제나 보강재가 변색되면서 주변까지 누렇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물에 젖은 뒤 오염물질이 이동하면서 갈색 테두리가 생기는 현상도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색이 노랗다고 모두 재료 내부의 화학적 황변이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
보존과학자는 색의 분포와 표면 상태, 재료 구성, 오염의 형태를 함께 조사한다.
가장자리만 더 누렇게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이나 직물의 가장자리는 중앙보다 외부 환경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빛과 공기, 먼지와 오염물질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있다.
책에서는 종이 가장자리가 외부 공기와 직접 접촉하는 반면 안쪽은 상대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가장자리 황변을 공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과거 보관 방식이나 물에 젖었던 흔적, 주변 재료와의 접촉도 색 분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황변의 위치 자체가 문화재가 지나온 환경을 추적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접혀 있던 부분만 색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접힌 부분은 빛과 공기에 노출되는 정도가 주변과 달랐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직물이 오랫동안 접힌 상태로 보관되었다면 바깥쪽에 노출된 부분과 안쪽에 가려진 부분이 서로 다른 빛 노출 이력을 가질 수 있다.
그 결과 펼쳤을 때 색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경계는 과거의 보관 상태를 추정하는 흥미로운 단서가 되기도 한다.
다만 접힌 부분에서는 기계적인 압력과 마찰도 함께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색 차이만으로 모든 원인을 설명해서는 안 된다.
액자 속 종이가 가장자리와 중앙에서 다르게 변하는 이유도 비슷할까?
가능하다.
액자나 마운트에 가려진 영역과 노출된 영역은 빛을 받은 양이 다를 수 있다.
또한 문화재와 접촉하는 주변 재료의 성분이 장기간 영향을 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산성도가 높은 보조재와 장기간 접촉했다면 접촉 영역 주변에서 다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종이 문화재의 변색 경계는 단순한 미관 문제가 아니라 과거 전시와 보관 환경의 기록이 될 수 있다.
다른 종이와 맞닿은 부분만 누렇게 될 수도 있을까?
가능하다.
서로 다른 재료가 오랫동안 접촉하면 한쪽에서 방출되거나 이동한 물질이 다른 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넓은 의미에서 물질의 이동 또는 이행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
책의 표지와 속지, 접착제와 종이, 보관용 판지와 문화재처럼 서로 다른 재료가 장기간 맞닿아 있으면 주변의 화학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보존용 포장재를 선택할 때도 단순히 단단하고 깨끗한지만 보는 것이 아니다.
문화재와 장기간 접촉해도 안정적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접착제가 누렇게 변하면 종이까지 변한 것처럼 보일 수 있을까?
그렇다.
오래된 접착제 가운데 일부는 노화하면서 황색이나 갈색으로 변할 수 있다.
접착제가 종이 안으로 스며들어 있었다면 변색된 영역이 종이 자체의 황변처럼 보일 수도 있다.
84편에서는 오래된 접착제를 분석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이번 편에서 중요한 것은 누런색의 위치와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다.
종이 자체가 변한 것인지, 표면이나 내부에 들어간 다른 유기재료가 변한 것인지에 따라 보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얼룩과 황변은 어떻게 다를까?
황변은 비교적 넓은 영역에서 재료 자체의 색이 변화하는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얼룩은 특정 위치에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문화재에서는 두 현상의 경계가 항상 명확하지 않다.
물과 함께 이동한 열화생성물이 특정 위치에 농축되면서 갈색 영역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67편에서는 얼룩의 오염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112편에서는 얼룩 자체를 다시 다루기보다 유기재료의 분자 변화가 어떻게 색으로 나타나는지를 중심으로 본다.
갈색 반점도 모두 황변의 일부일까?
그렇지 않다.
오래된 종이에서 작은 갈색 반점이 여러 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현상을 폭싱과 관련해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폭싱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재료와 환경에 따라 여러 요인이 논의되며 모든 갈색 반점을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금속성 미세 입자와 산화, 미생물 활동, 습도 조건 등이 관련될 가능성이 연구되어 왔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종이가 누렇게 변하는 황변과 작은 갈색 반점이 생기는 현상을 무조건 같은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눈에는 모두 갈색 계열로 보여도 형성 과정은 다를 수 있다.
누렇게 변한 종이를 현미경으로 보면 원인을 알 수 있을까?
현미경 관찰은 표면과 섬유의 상태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
표면에 오염물이 붙어 있는지, 특정 입자가 존재하는지, 변색이 섬유 자체와 관련되어 보이는지 등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황변은 분자 수준의 화학 변화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미경만으로 원인을 모두 알아내기는 어렵다.
눈에 보이는 형태와 화학적 분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색을 숫자로 기록하면 황변 정도를 비교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사람의 눈으로 “조금 더 노랗다”고 표현하는 대신 색을 수치화하면 시간에 따른 변화를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일정한 조건에서 색을 측정해 두었다가 몇 년 뒤 같은 위치를 다시 측정하면 변화가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측정 위치와 조명 조건, 장비 설정 등이 달라지면 결과를 직접 비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문화재 색 측정의 구체적인 원리는 133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여기서는 황변을 장기적으로 추적하기 위해 색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점만 기억하면 충분하다.
자외선을 비추면 황변 원인을 알 수 있을까?
자외선을 이용한 관찰은 일부 재료의 형광 특성을 조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특정 유기재료는 자외선을 받았을 때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내는 형광을 나타낼 수 있다.
과거의 코팅이나 접착재, 보수재를 구분하는 데 단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형광색 하나만 보고 물질을 확정할 수는 없다.
노화 정도와 혼합물, 표면 상태에 따라 형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외선 관찰은 분석을 시작하는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최종적인 물질 확인법으로 단독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적외선 분석으로도 황변을 조사할 수 있을까?
연구 목적에 따라 적외선 분광분석을 이용해 유기재료의 화학 구조와 관련된 정보를 조사할 수 있다.
분자가 특정 적외선 영역을 흡수하는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산화 과정에서 특정 작용기와 관련된 변화가 나타났다면 스펙트럼의 변화가 연구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문화재는 여러 재료가 섞여 있고 변화 정도도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피크만으로 황변 원인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비교 시료와 다른 분석 결과를 함께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변된 종이를 햇빛에 두면 다시 하얘질 수도 있을까?
일부 유기재료에서는 빛에 노출되면서 일시적으로 색이 옅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을 보존 방법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빛은 동시에 광화학적 열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는 밝아진 것처럼 보여도 재료 내부에서는 추가적인 분자 변화가 진행될 수 있다.
색을 밝게 만드는 것과 문화재를 안정하게 보존하는 것은 같은 목표가 아니다.
따라서 오래된 종이를 하얗게 만들기 위해 햇빛에 노출시키는 방식은 적절한 일반적 보존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누렇게 변한 종이를 표백하면 원래 색으로 돌아갈까?
표백 처리는 종이의 색을 밝게 만드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개입이다.
색을 만드는 화학 구조를 변화시키는 과정 자체가 종이의 다른 성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의 재료와 상태, 기록재료의 안정성, 처리 목적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오래된 종이가 제작 당시 완전히 흰색이었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누런색을 제거하면 원래 모습이 된다’는 전제 자체가 틀릴 수 있다.
보존처리는 새 종이처럼 보이게 만드는 미백 작업이 아니다.
누런색도 문화재의 역사라고 볼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그렇다.
황변은 재료가 지나온 시간과 환경의 결과다.
현재의 색에는 제작 당시의 재료뿐 아니라 사용과 보관, 빛 노출과 자연적인 노화의 흔적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물론 모든 변색을 무조건 보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해한 오염물이나 진행 중인 열화와 관련된 변화라면 보존을 위한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색을 보기 싫은 얼룩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92편에서 오래된 얼룩과 사용 흔적의 역사성을 살펴본 것처럼 황변 역시 문화재가 지나온 시간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황변이 심하면 무조건 보존처리를 해야 할까?
황변의 정도만으로 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색이 많이 변했어도 재료가 안정적인 상태일 수 있고, 반대로 색 변화는 크지 않지만 내부의 화학적 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먼저 황변의 원인이 무엇인지, 현재 진행 중인지, 문화재의 물리적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해야 한다.
외관을 개선하기 위해 개입하는 것과 재료의 추가 열화를 줄이기 위해 개입하는 것은 목적이 다르다.
보존과학에서는 이 목적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황변은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일부 처리를 통해 색을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할 수 있지만 노화된 유기재료를 제작 당시의 분자 상태로 완전히 되돌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산화되고 분해된 분자 구조를 단순히 색만 밝게 만들었다고 해서 원래 상태로 복원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보존에서는 ‘색의 회복’과 ‘재료의 회복’을 구분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비슷해졌다고 내부 화학 상태까지 과거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황변을 예방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하나의 조건만 관리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불필요한 빛 노출을 줄이고 과도한 온도와 습도 조건을 피하며 급격한 환경 변화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재와 접촉하는 포장재와 전시재료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것을 선택해야 한다.
먼지와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이미 황변이 시작된 문화재에서는 현재 색을 되돌리는 것보다 추가적인 변화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더 현실적인 보존 목표가 될 수 있다.
황변 정도만 보고 남은 수명을 계산할 수 있을까?
어렵다.
황변은 재료의 노화 상태를 보여주는 한 가지 지표일 수 있지만 전체 상태를 대표하지 않는다.
같은 색을 가진 두 종이도 셀룰로오스 중합도와 산성도, 기계적 강도가 다를 수 있다.
직물에서는 섬유 종류와 염료, 가공재료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색 데이터만으로 “앞으로 몇 년 남았다”고 계산할 수는 없다.
보존과학에서는 색과 화학적 상태, 물성, 환경 자료를 함께 비교해야 한다.
보존과학자는 황변을 어떻게 조사할까?
먼저 황변의 분포를 기록한다.
전체가 균일하게 변했는지, 가장자리만 짙은지, 접힌 부분과 노출된 부분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 분포만으로도 빛과 접촉재료, 과거 보관 방식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재료를 확인한다.
종이라면 어떤 섬유와 제조법이 관련되는지, 직물이라면 식물성 섬유인지 단백질계 섬유인지 등을 고려한다.
필요하다면 색 측정과 분광분석 등으로 변화를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다.
과거 사진과 전시기록이 있다면 현재 상태와 비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황변 자체가 현재 가장 중요한 보존 문제인지 판단한다.
색은 눈에 가장 먼저 보이지만 항상 가장 위험한 손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종이와 직물은 왜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할까?
종이와 직물의 황변은 단순히 먼지가 쌓여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유기재료를 이루는 분자가 빛과 산소, 열, 수분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화학적으로 변화하고, 그 결과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종이에서는 셀룰로오스의 산화와 여러 구성 성분의 변화가 관련될 수 있고, 리그닌이 존재하는 재료에서는 리그닌의 광화학적·산화적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직물에서는 셀룰로오스계 섬유와 단백질계 섬유가 서로 다른 화학적 노화 과정을 겪을 수 있다.
여기에 접착제와 오염물, 염료, 과거 보존재료까지 더해지면 현재의 누런색은 더욱 복잡한 결과가 된다.
따라서 황변은 단순한 ‘낡은 색’이 아니다.
재료가 빛과 공기, 온도와 수분 속에서 지나온 시간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드러낸 화학적 흔적이다.
그런데 유기재료의 노화가 언제나 색 변화부터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가죽을 만져보면 색보다 먼저 다른 변화가 느껴질 수 있다. 한때 부드럽게 휘어졌을 재료가 단단해지고, 접히는 부분에서 작은 균열이 벌어지며, 심한 경우 표면이 가루처럼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동물의 피부로 만든 가죽은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에서 무엇이 변하기 때문에 유연성을 잃는 것일까?
다음 113편에서는 「오래된 가죽은 왜 딱딱해지고 갈라질까? 가죽 문화재의 노화 원리」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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