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와 뿔로 만든 문화재도 시간이 지나면 변할까? 골각 재료의 열화
박물관에서 오래된 뼈나 뿔로 만든 문화재를 바라보면 돌이나 도자기처럼 단단한 재료라는 인상을 받기 쉽다.
표면은 단단하고 형태도 분명하다. 종이나 직물처럼 쉽게 찢어질 것 같지도 않고, 가죽처럼 부드러운 재료도 아니다. 그래서 수백 년이 지나도 내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뼈와 뿔은 단순한 단단한 덩어리가 아니다.
동물의 몸에서 만들어진 생물학적 재료이며, 내부에는 유기물과 무기물 또는 단백질 구조가 복잡하게 조직되어 있다. 문화재가 된 뒤에도 이러한 구성은 주변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는다.
수분을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고, 유기성분은 화학적으로 변할 수 있다. 매장환경에서는 토양과 지하수의 영향을 받고, 박물관에 들어온 뒤에는 온도와 상대습도, 빛, 취급 방식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중요한 것은 우리가 흔히 한꺼번에 ‘골각류’라고 부르는 재료들이 실제로는 모두 같은 물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뼈, 사슴뿔과 같은 골각 재료, 치아와 상아, 케라틴을 중심으로 하는 뿔은 구조와 화학적 구성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손상되는 방식도 같지 않다.
113편에서 가죽의 노화를 이해하기 위해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더 단단해 보이는 동물성 문화재 내부로 들어가 본다.
과연 뼈와 뿔로 만든 문화재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목차
골각 문화재라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
문화재 분야에서는 동물의 뼈와 뿔, 치아, 상아 등으로 제작된 유물을 함께 다루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분석할 때는 이들을 하나의 동일한 재료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뼈는 무기질과 유기질이 결합한 복합재료다.
사슴뿔은 뼈와 상당히 유사한 광물화 조직을 가진다.
치아와 상아 역시 무기질과 유기질이 결합되어 있지만 조직 구조와 구성 비율이 뼈와 같지는 않다.
반면 소나 염소 등의 뿔을 이루는 주요 재료는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이다.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내부 구조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같은 보존방법을 서로 다른 재료에 적용하는 실수를 할 수 있다.
뼈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을까?
뼈를 단순히 칼슘 덩어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뼈에는 무기질 성분과 유기질 성분이 함께 존재한다.
무기질 부분에서는 칼슘과 인을 포함하는 인산칼슘계 광물이 중요하며, 뼈의 광물질은 일반적으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와 관련된 구조로 설명된다.
반면 유기질에서는 콜라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뼈는 단단한 무기질과 질긴 유기질이 함께 만들어낸 복합재료다.
건물에 비유한다면 단단한 부분 하나만으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질의 재료가 결합해 전체 성능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이 복합구조 덕분에 살아 있는 뼈는 단순한 광물 덩어리와 다른 기계적 성질을 가질 수 있다.
무기질이 단단하다면 유기질은 없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뼈의 유기질과 무기질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구조 안에서 결합되어 있다.
콜라겐은 뼈의 유기질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광물 성분은 단단함과 강성에 크게 기여한다.
한쪽이 크게 변하면 전체적인 물성도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랜 매장 과정에서 유기성분이 상당히 손실되거나 변하면 형태가 남아 있더라도 원래의 기계적 성질과는 다른 상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광물 성분이 용해되거나 변화해도 구조적 안정성이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뼈 문화재의 상태를 판단할 때는 겉모양이 남아 있는지만 볼 수 없다.
뼈에는 왜 작은 구멍이 많이 보일까?
뼈는 원래 생물학적인 조직이었다.
살아 있는 동물의 몸에서는 혈관과 세포가 존재하고, 뼈 내부에도 복잡한 미세구조가 형성된다.
따라서 뼈를 확대해 보면 완전히 균일한 돌처럼 보이지 않는다.
치밀한 부분과 상대적으로 다공성인 부분이 있으며 미세한 관 구조도 존재한다.
이런 구조는 동물의 종류와 뼈의 위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원래부터 존재하던 생물학적 공간과 열화로 생긴 구멍을 구분하는 것이다.
구멍이 있다고 해서 모두 부식이나 손상은 아니다.
뼈의 단면을 보면 동물의 종류까지 알 수 있을까?
골조직의 미세구조는 동물 종이나 분류군을 연구하는 데 단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면 하나만으로 모든 동물의 정확한 종을 즉시 판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뼈의 위치와 성장 상태, 열화 정도 등에 따라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종류를 확인하는 연구에서는 형태학적 비교와 현미경 관찰을 비롯해 상황에 따라 단백질이나 유전물질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검토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편의 핵심은 동물 종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문화재가 된 골각 재료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중심이다.
땅속에 묻힌 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땅속은 단순히 빛이 없는 보관상자가 아니다.
토양에는 수분과 용해된 이온, 미생물, 유기물 등이 존재하며 산성도와 산소 공급 조건도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뼈가 매장되면 이러한 환경과 오랜 시간 상호작용한다.
유기성분이 분해될 수 있고 무기질도 주변 환경과 화학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토양 속 물질이 뼈 내부의 미세한 공간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반대로 뼈를 구성하던 일부 성분이 주변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이처럼 매장 이후 일어나는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변화를 연구할 때 속성작용 또는 디아제네시스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쉽게 말하면 땅속에 묻힌 뒤 원래 재료가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달라지는 과정이다.
오래 묻혀 있으면 뼈가 돌처럼 변하는 걸까?
모든 오래된 뼈가 동일한 방식으로 ‘돌이 된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매장환경에 따라 원래의 유기성분이 감소하고 주변의 광물 성분이 유입되거나 뼈의 무기질이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토양과 지하수, 온도, 시간, 미생물 활동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뼈는 비교적 원래 구조를 잘 유지할 수 있고, 다른 뼈는 상당한 화학적 변화를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오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광물화 정도를 판단할 수 없다.
겉으로 단단하면 내부도 안전할까?
이것이 골각 문화재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표면이 비교적 온전해 보여도 내부의 미세구조가 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매장 중 유기성분이 손실되거나 미세한 균열이 형성되었을 수도 있다.
표면 가까이에 토양 성분이 침착되어 오히려 단단해 보이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손으로 눌러보고 단단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문화재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손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뼈 문화재는 왜 갈라질까?
뼈는 수분과 완전히 무관한 재료가 아니다.
내부의 유기성분은 주변의 수분과 상호작용하며, 재료 전체 역시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매장되어 있던 뼈를 발굴하면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뀐다.
토양 속에서 오랫동안 유지되던 수분 조건이 갑자기 달라지고 건조가 진행될 수 있다.
이미 내부 구조가 약해진 뼈라면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균열이나 박리, 변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 이미 가열되었거나 장기간 사용되면서 구조적 약점이 생긴 경우에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뼈가 층처럼 떨어지는 현상은 왜 생길까?
뼈의 조직은 완전히 균일하지 않다.
원래의 층상 구조와 미세구조가 있으며 열화가 진행되면 특정 경계를 따라 약해질 수 있다.
그 결과 표면 일부가 얇은 층처럼 들뜨거나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매장 중 뼈 내부와 표면이 서로 다른 정도로 변화했다면 물성 차이가 형성될 수도 있다.
따라서 표면 박리는 단순히 접착제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왜 그 경계가 약해졌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뼈의 색이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면 심하게 열화된 것일까?
색만으로 열화 정도를 결정할 수는 없다.
매장된 뼈에는 토양에서 이동한 물질이 침착될 수 있다.
철이나 망간 등 주변 환경의 무기성분과 관련된 색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유기물이나 불에 노출된 흔적도 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갈색이나 검은색이라는 사실만으로 부패 정도나 연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색은 원인을 추적해야 하는 관찰 정보이지 그 자체가 최종 진단은 아니다.
하얀 뼈가 더 잘 보존된 뼈일까?
그렇지 않다.
하얗다는 것은 단순한 외관 정보다.
오히려 특정 환경이나 가열 등의 영향으로 유기성분이 크게 변화한 뼈가 밝은 색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토양 성분 때문에 색이 짙어졌어도 내부 구조가 상대적으로 잘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문화재의 상태를 색의 밝기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불에 탄 뼈는 일반 뼈와 무엇이 다를까?
뼈가 높은 열에 노출되면 유기질과 무기질 모두 변화할 수 있다.
온도와 가열 시간, 산소 공급 조건 등에 따라 변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유기성분이 열분해되고 무기질의 결정성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색도 검은색이나 회색, 밝은 색 등 여러 단계로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색만 보고 정확한 가열 온도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재료의 원래 상태와 가열 조건이 함께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101편에서 도자기의 색만으로 소성온도를 결정할 수 없었던 것과 비슷하게, 뼈 역시 하나의 외관 특징을 온도계처럼 사용할 수 없다.
뿔은 뼈와 같은 재료일까?
여기서는 ‘뿔’이라는 단어를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일상적으로는 여러 동물의 머리에 있는 단단한 구조를 모두 뿔이라고 부르지만 재료학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사슴의 뿔, 즉 녹각은 성장한 골조직으로 볼 수 있어 뼈와 유사한 광물화 조직을 가진다.
반면 소나 염소 등의 뿔에서 바깥쪽을 이루는 뿔집은 주로 케라틴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사슴뿔로 만든 문화재와 소뿔로 만든 문화재는 같은 방식으로 노화한다고 볼 수 없다.
이 구분은 보존에서 매우 중요하다.
케라틴은 어떤 물질일까?
케라틴은 단백질이다.
사람의 머리카락과 손톱에도 케라틴 계열 단백질이 존재한다.
소나 염소 등의 뿔집 역시 케라틴을 중심으로 한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이런 뿔 문화재는 뼈처럼 인산칼슘계 광물이 중심인 복합재료와 화학적으로 다르다.
케라틴의 단백질 구조와 단백질 사슬 사이의 결합이 재료의 물성에 영향을 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구조가 화학적으로 변하면 뿔의 유연성과 강도, 표면 상태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뿔은 원래 휘어지는 재료일까?
뿔은 제작 과정에서 열과 수분 등을 이용해 형태를 가공할 수 있는 특성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질 덕분에 얇게 만들거나 형태를 변화시켜 다양한 물건을 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뿔 문화재는 제작 당시와 같은 물성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노화가 진행되면 층 사이가 약해지거나 재료가 뻣뻣해질 수 있다.
따라서 과거에 휘어 만들었던 물건이라고 해서 현재 다시 가열하거나 젖게 해 쉽게 형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뿔이 층층이 갈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케라틴계 뿔은 내부에 방향성을 가진 구조를 갖는다.
노화와 환경 변화가 반복되면서 층 사이의 결합이 약해지면 박리처럼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수분 변화로 인한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는 것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표면과 내부의 변화 정도가 다르면 그 차이가 응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뿔의 층간 분리는 단순한 표면 흠집보다 내부 구조의 변화와 연결해서 이해해야 한다.
뿔이 투명하거나 반투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뿔은 얇게 가공하면 빛을 어느 정도 통과시킬 수 있다.
이 특성 때문에 역사적으로 장식이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투명도 역시 두께와 내부 구조, 표면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시간이 지나 미세균열이 증가하거나 표면이 거칠어지면 빛이 더 많이 산란되어 흐릿하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오래된 뿔이 불투명해졌다고 해서 단순히 때가 묻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내부 구조 변화가 광학적 모습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상아는 뼈일까?
상아는 일반적인 뼈와 동일한 재료가 아니다.
대표적인 상아는 치아와 관련된 조직이며 상아질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상아질 역시 무기질과 유기질을 포함하는 복합재료이지만 뼈와 조직 구조가 다르다.
상아에서는 특유의 미세한 구조적 특징이 재료 식별에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뼈로 만든 장식품과 상아로 만든 장식품을 단순히 색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재료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상아는 왜 갈라지기 쉬울까?
상아도 주변 환경과 수분을 주고받을 수 있다.
환경이 변화하면 재료 내부에서 치수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특히 구조적으로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위치에 따라 변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급격하거나 반복적인 환경 변화가 발생하면 내부 응력이 증가해 균열이 형성되거나 기존 균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오래된 상아는 이미 미세한 손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상아 문화재를 안정적으로 보존하려면 현재의 균열뿐 아니라 환경 변화의 폭도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
상아가 노랗게 변하면 원래 흰색으로 되돌려야 할까?
상아의 색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다.
빛과 유기성분의 변화, 표면 오염, 과거 처리재료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황색을 단순한 때로 보고 강하게 제거하는 것은 위험하다.
오래된 표면에는 제작과 사용의 흔적이 함께 남아 있을 수 있고, 무리한 세척은 표면 자체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112편에서 종이와 직물의 황변을 살펴봤듯이 색이 변했다는 사실과 제거해야 할 오염이 존재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판단이다.
치아도 문화재 재료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
치아는 장식품이나 도구 등의 재료로 이용될 수 있으며 고고학적 출토품 자체가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치아에는 법랑질과 상아질 등 서로 다른 조직이 존재한다.
법랑질은 인체에서 매우 높은 무기질 비율을 가진 조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이 영구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매장환경에서는 표면과 내부가 주변 물질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또한 법랑질과 상아질의 물성이 다르기 때문에 두 조직의 경계와 균열 상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골각 문화재에는 왜 염류가 들어갈 수 있을까?
매장된 문화재는 토양수와 접촉한다.
토양수에는 여러 용해성 이온이 포함될 수 있다.
이 물질들이 뼈의 다공성 구조 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발굴 후 환경이 달라지고 수분이 증발하면 일부 용해성 물질이 이동하거나 결정화할 수 있다.
하지만 골각 문화재에서 표면 결정이 보인다고 해서 모든 경우를 같은 염류 문제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재료 자체의 무기질과 토양에서 유입된 물질, 보존처리 과정에서 남은 성분을 구분해야 할 수도 있다.
61편과 81편에서 염류 자체를 이미 자세히 다뤘으므로 이번 편에서는 골각 재료가 다공성 구조를 통해 주변 환경과 물질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만 연결하면 충분하다.
물에 젖어 있던 뼈는 바로 말려도 될까?
발굴된 뼈가 매우 취약하고 수분을 많이 포함한 상태라면 급격한 환경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
건조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이미 약해진 구조에 물리적인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젖은 뼈에 동일한 처리를 적용할 수는 없다.
뼈의 열화 정도와 매장환경, 함께 존재하는 물질 등을 조사해야 한다.
71편에서 발굴 직후 문화재를 바로 씻거나 처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살펴본 것처럼, 골각 문화재에서도 출토 직후의 상태 기록과 안정화 판단이 중요하다.
뼈에 묻은 흙은 바로 씻어내면 안 될까?
깨끗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 때문에 물로 씻는 것이 가장 간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취약한 뼈에서는 표면과 함께 원래 재료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
흙 속에 남아 있는 미세한 흔적이 연구정보를 포함할 수도 있다.
물과 접촉하면서 용해성 물질이 이동하거나 표면 상태가 달라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세척 여부와 방법은 뼈의 상태를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한다.
‘흙이 묻었다’와 ‘즉시 물로 씻어야 한다’는 같은 문장이 아니다.
뼈 문화재에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을까?
가능하다.
뼈에는 유기성분이 존재하고 표면에 토양 유기물이나 다른 오염물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환경이 미생물 성장에 적합하다면 생물학적 열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표면에 얼룩이나 색 변화가 있다고 해서 모두 곰팡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광물 침착이나 토양 오염도 비슷한 외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활동 여부를 판단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현상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벌레가 뼈나 뿔도 먹을 수 있을까?
동물성 재료는 해충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케라틴을 포함하는 뿔이나 털, 가죽 등의 재료는 특정 해충과 관련된 위험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고 바로 현재의 충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70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과거 피해인지 현재 활동 중인 피해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뼈 자체의 원래 구멍과 열화로 생긴 공간, 해충 흔적도 서로 구분해야 한다.
손으로 만졌을 때 가루가 묻어나면 심각한 상태일까?
원본을 반복적으로 만져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은 피해야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이미 표면 분말화가 확인된다면 중요한 손상 신호가 될 수 있다.
가루가 외부 먼지인지 원래 재료의 손실인지 먼저 구분해야 한다.
뼈 자체가 분말화되는 상태라면 표면 조직의 결합력이 상당히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일반적인 솔질이나 세척도 원본 손실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무엇을 제거할 것인가보다 무엇이 떨어지고 있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약해진 뼈에 접착제를 스며들게 하면 튼튼해질까?
취약한 골각 재료에서는 경우에 따라 보강 처리를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보강재를 많이 넣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재료 내부로 들어간 보강재는 원래의 기공 구조를 변화시키고 색과 광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향후 분석을 방해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너무 강하게 굳어진 표면과 약한 내부 사이에 새로운 물성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보강은 ‘약하니까 단단하게 만든다’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122편에서 보강재의 침투와 고화가 문화재 내부에서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별도로 살펴볼 예정이다.
뼈가 깨졌다면 조각을 모두 붙이는 것이 좋을까?
깨진 조각의 위치와 접합 관계가 분명하고 접합이 구조적 안정성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는 접합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조각을 반드시 완전한 형태로 복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매우 취약한 조각을 억지로 맞추다가 더 큰 손상을 만들 수도 있다.
또한 결손부를 어느 정도까지 복원할지는 문화재의 연구가치와 전시 목적, 증거의 충분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93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완전한 외형을 만드는 것과 문화재를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것은 항상 같은 목표가 아니다.
골각 문화재를 엑스레이로 보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방사선 투과영상은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내부 구조를 조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재료의 두께와 밀도 차이에 따라 영상에서 차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균열이나 접합 구조, 다른 재료가 결합되어 있는지 등을 조사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반적인 엑스레이 사진만으로 모든 미세한 열화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정보에 따라 다른 분석법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
CT로 보면 내부 손상이 모두 보일까?
컴퓨터단층촬영, 즉 CT는 여러 방향에서 얻은 방사선 데이터를 이용해 내부 구조를 단층 또는 3차원적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이다.
골각 문화재 내부의 밀도 차이와 균열, 제작구조 등을 조사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상도와 문화재의 크기, 재료 특성에 따라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의 크기가 달라진다.
화학적 열화가 진행되었더라도 밀도 차이가 충분하지 않다면 영상만으로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CT가 정상처럼 보인다고 화학적 노화까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현미경으로 보면 열화된 뼈를 구분할 수 있을까?
현미경을 이용하면 표면과 미세구조의 보존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
원래 조직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미세균열과 표면 손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형태 관찰만으로 화학적 변화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뼈의 무기질과 유기질이 각각 어느 정도 변했는지를 알아보려면 분석 목적에 맞는 추가적인 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
보존과학에서는 ‘보이는 구조’와 ‘화학적 구성’을 서로 보완적인 정보로 다룬다.
뼈의 무기질은 어떻게 조사할까?
연구 목적에 따라 엑스선 회절분석과 분광학적 방법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엑스선 회절분석은 결정성 물질의 구조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뼈 무기질의 결정 특성이나 함께 존재하는 광물 성분을 연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뼈에서는 원래 뼈의 광물질뿐 아니라 매장 중 들어온 토양 광물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검출된 광물이 모두 원래 뼈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분석 결과를 매장환경과 함께 해석해야 하는 이유다.
콜라겐이 남아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뼈에 남아 있는 유기성분과 콜라겐 관련 정보를 조사할 수 있다.
분광학적 방법이나 단백질 분석 등 다양한 접근이 연구에 이용될 수 있다.
고고학에서는 콜라겐의 보존 정도가 다른 연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콜라겐이 검출됐다는 사실과 뼈가 기계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남아 있는 양과 상태, 무기질 구조와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한다.
DNA가 남아 있으면 뼈 상태가 좋다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DNA의 보존 여부와 문화재의 물리적 보존 상태는 서로 다른 문제다.
특정 조건에서 유전물질이 일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뼈 자체는 매우 취약할 수도 있다.
반대로 형태가 잘 남아 있어도 분석 가능한 DNA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DNA 보존에는 매장환경과 온도, 수분, 오염 등 여러 조건이 영향을 준다.
따라서 DNA 분석 가능성을 문화재 상태의 단순한 등급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분석을 위해 뼈를 갈아 가루로 만들어도 될까?
일부 화학적·분자적 분석은 시료를 필요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재는 연구재료인 동시에 원본이므로 원하는 만큼 시료를 채취할 수 없다.
먼저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질문인지 검토해야 한다.
시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이미 떨어진 조각이나 기존 시료를 활용할 수 있는지도 살펴본다.
새로운 채취가 필요하다면 위치와 양, 분석으로 얻을 정보의 중요성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97편에서 다룬 시료 채취 윤리는 골각 문화재에서도 그대로 중요하다.
뼈 문화재를 분석하면 정확한 나이도 알 수 있을까?
재료 분석과 연대측정은 구분해야 한다.
특정 유기성 문화재에서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이 연구 목적에 따라 활용될 수 있지만 시료 조건과 오염, 보존처리 이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연대측정 결과는 분석 대상 물질의 연대와 관련된 것이며 문화재가 어떤 형태로 제작된 정확한 날짜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접착제나 보존재료가 시료에 섞였다면 분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뼈이므로 기계에 넣으면 제작연도가 나온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 보강된 뼈는 분석이 더 어려울까?
그럴 수 있다.
취약한 출토 뼈에는 과거 보존처리에서 합성수지나 접착재가 적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재료가 표면이나 내부 기공으로 침투했다면 원래 뼈의 화학 분석이나 분자 분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분석 전에 과거 처리 이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록이 없다면 84편과 129편에서 다루는 것처럼 보존재료의 존재와 위치를 별도로 조사해야 할 수도 있다.
문화재의 현재 상태에는 제작 당시 재료뿐 아니라 과거의 보존처리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골각 문화재는 왜 보존환경 변화에 주의해야 할까?
뼈와 뿔, 상아는 모두 완전히 환경과 단절된 재료가 아니다.
특히 유기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수분 변화와 온도, 빛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급격한 환경 변화가 반복되면 팽창과 수축, 내부 응력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균열이 존재하거나 층간 결합이 약해진 문화재에서는 작은 변화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환경은 새로운 열화를 줄이는 중요한 예방보존 방법이다.
그렇다면 항상 같은 습도를 유지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고정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문화재의 재료와 상태, 다른 구성재료와의 결합, 전시와 보관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과거에 특정 환경에 오랫동안 적응해 있던 문화재를 갑자기 전혀 다른 조건으로 이동시키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불필요하게 큰 변동과 극단적인 환경을 피하면서 문화재의 상태에 적절한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뼈와 뿔을 같은 보관함에 두어도 될까?
같은 공간에 보관하는 것 자체가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재료가 같은 물질이라는 이유로 동일한 상태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케라틴계 뿔과 광물화된 뼈는 화학적 구성과 열화 특성이 다르다.
개별 문화재의 상태와 과거 처리재료, 함께 사용된 금속이나 목재, 접착제 등의 존재도 고려해야 한다.
보존환경은 재료 이름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화재의 전체 구조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골각 문화재의 균열은 무조건 접착해야 할까?
균열이 존재한다고 해서 모두 즉시 접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에 형성되어 안정된 균열일 수도 있고 현재 계속 확대되는 균열일 수도 있다.
접착하지 않으면 조각이 탈락할 위험이 있는지, 접착 과정에서 새로운 힘이 발생하지는 않는지도 살펴야 한다.
65편에서 다룬 것처럼 균열의 존재와 균열의 진행성은 서로 다른 질문이다.
골각 문화재에서도 먼저 상태를 기록하고 변화 여부를 확인한 뒤 개입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존과학자는 골각 문화재를 어떤 순서로 조사할까?
가장 먼저 재료를 구분한다.
뼈인지, 사슴뿔인지, 케라틴계 뿔인지, 치아나 상아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 문화재 전체에서 균열과 박리, 분말화, 변색, 변형, 결손이 어디에 나타나는지 기록한다.
출토품이라면 매장환경과 발굴 당시 상태에 관한 정보도 중요하다.
필요하면 확대관찰과 방사선 영상 등을 이용해 표면 아래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무기질 변화가 중요한 질문이라면 광물학적 분석을, 유기질 보존 상태가 중요하다면 콜라겐이나 단백질과 관련된 분석을 검토할 수 있다.
과거 보존처리가 존재한다면 그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
마지막에는 여러 결과를 종합해 현재 손상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판단한다.
골각 재료에서 가장 쉽게 하는 오해는 무엇일까?
가장 큰 오해 가운데 하나는 ‘단단해 보이므로 안정하다’는 생각이다.
뼈와 상아는 종이보다 단단하다.
하지만 단단하다는 것과 열화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오랜 매장 과정에서 유기성분이 손실될 수 있고 무기질이 주변 환경과 반응할 수 있다. 케라틴계 뿔은 단백질 구조가 변화하면서 층간 분리와 취약화가 발생할 수 있다.
겉모양을 유지하고 있다고 내부까지 제작 당시 상태인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오해는 모든 골각류를 같은 재료로 생각하는 것이다.
뼈와 사슴뿔, 소뿔, 상아는 겉모습에 공통점이 있어도 내부의 재료 구조는 다르다.
따라서 정확한 재질 확인이 보존의 출발점이 된다.
그렇다면 뼈와 뿔로 만든 문화재도 시간이 지나면 변할까?
분명히 변할 수 있다.
뼈는 콜라겐을 중심으로 한 유기질과 인산칼슘계 무기질이 결합한 복합재료다. 매장환경에서는 유기성분이 분해되고 무기질이 변화하거나 주변 토양 성분이 유입될 수 있다.
사슴뿔처럼 광물화된 조직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
반면 소나 염소의 뿔집처럼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재료는 단백질의 화학 변화와 층상 구조의 약화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상아와 치아 역시 각각의 조직 구조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환경에 반응한다.
따라서 골각 문화재의 열화를 이해하는 핵심은 단단함이 아니다.
무엇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내부 구조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문화재 보존과학은 표면에 난 균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재료 내부의 변화를 추적한다.
그리고 여기까지 살펴보면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지금까지 다룬 종이와 직물, 가죽, 뼈와 뿔은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천연재료였다. 그런데 문화재가 반드시 수백 년 전 물건일 필요는 없다.
20세기에 만들어진 생활용품과 예술품, 디자인 제품, 산업유산도 이미 보존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중에는 천연재료보다 오히려 보존하기 까다로운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오래가고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합성수지가 불과 수십 년 만에 갈라지고, 변색되고, 끈적해지거나 형태를 잃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115편에서는 「오래된 플라스틱도 문화재가 될 수 있을까? 근현대 합성수지의 보존 문제」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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