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 곰팡이가 발견되면 어떻게 할까? 박물관의 곰팡이 대응 과정

박물관 수장고에서 오래된 고문서를 확인하던 중 표면에 하얀 얼룩이 발견됐다고 가정해 보자.
단순한 먼지일 수도 있지만 만약 곰팡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 가정에서는 물티슈로 닦거나 소독제를 뿌리는 방법부터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문화재에는 이러한 방법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종이와 직물, 가죽, 목재 같은 문화재는 물과 화학물질에 민감할 수 있으며 잘못된 세척은 곰팡이보다 더 심각한 손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물관에서는 문화재에 곰팡이가 의심될 경우 단순히 얼룩을 제거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곰팡이가 발생한 원인을 찾고, 다른 문화재로 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막으며, 유물의 재질과 상태에 적합한 방법으로 안정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화재 곰팡이 관리는 청소가 아니라 하나의 보존과학 작업인 셈이다.
목차
곰팡이는 왜 문화재에 생길까?
곰팡이 포자는 우리 주변의 공기와 먼지 속에 존재할 수 있다.
포자가 있다고 해서 항상 눈에 보이는 곰팡이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하기에 적합한 수분과 온도, 영양분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문화재 가운데 종이와 목재, 직물, 가죽처럼 유기물로 만들어진 재료는 곰팡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높은 상대습도가 장시간 유지되거나 누수와 침수로 유물이 젖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 곰팡이 문제는 단순히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건물 환경과 습도, 공기 순환, 누수, 보관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될 수 있다.
곰팡이를 발견하면 먼저 격리하는 이유
문화재에서 곰팡이가 의심되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주변 소장품으로의 확산을 막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유물을 그대로 다른 문화재 사이에 두고 계속 다루면 포자나 오염물이 주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관의 절차와 유물 상태에 따라 해당 문화재를 별도의 공간으로 옮겨 조사하거나 주변 유물과 분리할 수 있다.
24편에서 해충이 발견된 유물을 격리하는 방법을 살펴봤는데 곰팡이 역시 비슷한 원리다.
중요한 것은 급하게 유물을 들고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이동 과정에서 곰팡이 포자가 퍼지거나 약해진 유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이동 방법과 동선까지 고려해야 한다.
정말 곰팡이인지 확인해야 한다
오래된 문화재에는 다양한 얼룩이 존재한다.
먼지와 흙, 접착제 흔적, 염류 결정, 과거의 오염 등이 곰팡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반대로 곰팡이 흔적을 단순한 먼지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따라서 육안만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상태와 발생 환경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 확대 관찰이나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오염물의 특성을 확인할 수도 있다.
특히 과거에 곰팡이가 발생했다가 이미 비활성화된 흔적인지, 현재도 성장 가능한 상태인지 구분하는 것이 보존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할 수 있다.
왜 바로 닦아내지 않을까?
곰팡이가 보이면 깨끗하게 닦아내고 싶은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문화재에서는 곰팡이가 붙어 있는 표면 자체가 매우 약할 수 있다.
오래된 종이를 강하게 문지르면 종이 섬유가 떨어져 나갈 수 있고, 회화 작품이라면 안료층이 함께 손상될 수도 있다.
직물 역시 마찰로 섬유가 끊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곰팡이 제거 방법은 문화재의 재질과 표면 상태를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한다.
곰팡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원래 문화재까지 제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습도를 먼저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한 이유
곰팡이가 발생했다면 눈에 보이는 부분만 제거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발생 원인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다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장고의 높은 상대습도가 원인이었다면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공조 시스템과 제습 설비를 점검하고, 누수나 결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선반이 외벽에 지나치게 가까워 공기 흐름이 좋지 않은지도 살펴볼 수 있다.
즉, 곰팡이 대응의 핵심은 표면 청소보다 곰팡이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다시 만드는 것이다.
누수는 특히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박물관에서 곰팡이 위험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는 상황 가운데 하나가 누수와 침수다.
천장에서 물이 새거나 배관이 파손되면 종이와 직물, 목재 문화재가 직접 젖을 수 있다.
젖은 문화재를 그대로 방치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곰팡이가 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면 물의 유입을 먼저 차단하고 피해 범위를 확인한 뒤 문화재의 재질과 상태에 맞는 건조 및 응급 보존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많은 양의 자료가 동시에 젖은 재난 상황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유물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화재 곰팡이를 락스로 닦으면 안 될까?
가정에서 곰팡이를 제거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을 문화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강한 산화성 세정제나 소독제는 종이와 직물의 색을 변화시키거나 재료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
금속 부품이나 안료, 접착제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것 역시 유기 재료의 변형이나 얼룩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역사 자료나 중요한 소장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면 가정용 곰팡이 제거제를 임의로 사용하는 것보다 보존 전문가에게 상태를 확인받는 것이 안전하다.
작업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곰팡이는 문화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업자의 건강과도 연결될 수 있다.
곰팡이와 먼지가 많이 발생한 자료를 다루면 공기 중 입자를 흡입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작업 환경과 보호 장비를 고려해야 한다.
기관에서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호흡 보호구와 장갑, 보호복 등을 사용하고 오염물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작업 영역을 관리할 수 있다.
문화재 보존에서 중요한 것은 유물만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업자와 주변 환경까지 함께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곰팡이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보존처리를 했다고 해서 문화재가 반드시 새것처럼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다.
곰팡이가 이미 재료의 색을 변화시켰거나 표면에 얼룩을 남겼다면 흔적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무리하게 얼룩을 없애려다 원래 재료를 손상시키는 것보다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18편과 19편에서 살펴본 최소 개입과 원형 보존의 원칙이 여기에서도 적용된다.
문화재 보존의 목표는 보기 싫은 흔적을 모두 지우는 것이 아니라 손상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안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 문화재도 함께 확인한다
곰팡이가 발견된 문화재 한 점만 조사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
같은 수장고나 선반에 있던 다른 문화재도 비슷한 환경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 소장품과 보관 상자, 선반 등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정 위치에서만 반복적으로 문제가 나타난다면 해당 공간의 환경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외벽 근처에서 결로가 발생하거나 공기 흐름이 부족할 수도 있고, 작은 누수가 장기간 이어졌을 수도 있다.
이러한 조사 과정은 곰팡이 제거보다 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데이터 로거 기록이 단서가 된다
16편에서 살펴본 온습도 데이터 로거는 곰팡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현재 수장고의 습도가 정상이라고 해서 과거에도 항상 정상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며칠 전 특정 시간대에 습도가 급격히 상승했을 수도 있고, 공조 설비가 고장 난 기간이 있었을 수도 있다.
장기간 기록된 환경 데이터를 확인하면 문제가 언제 시작됐는지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즉, 평소에는 단순한 숫자처럼 보였던 온습도 기록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추적하는 보존 기록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진열장 내부에서도 곰팡이를 확인해야 한다
23편에서 박물관 진열장과 마이크로클라이밋을 살펴봤다.
밀폐된 진열장은 외부 환경 변화와 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내부에 수분 문제가 발생하면 별도의 위험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내부 환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문제를 늦게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민감한 유물을 보관하는 진열장에서는 작은 데이터 로거 등을 활용하여 내부 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
좋은 진열장은 단순히 밀폐하는 장치가 아니라 내부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관리하는 작은 보존환경이어야 한다.
곰팡이 예방은 청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화재 곰팡이 예방을 위해서는 여러 관리 방법이 함께 필요하다.
수장고와 전시실의 상대습도를 모니터링하고, 누수와 결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공기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소장품을 지나치게 밀집해 보관하는 것도 피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소장품이 들어올 때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가 의심된다면 기존 소장품과 분리해 조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기적인 청소와 먼지 관리 역시 중요하다.
결국 곰팡이 예방은 하나의 특별한 약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관리와 관찰, 기록, 시설 점검이 함께 이루어지는 예방적 보존 활동이다.
곰팡이를 없애는 것보다 다시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재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면 사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눈앞의 얼룩에 집중된다.
하지만 보존전문가가 먼저 생각해야 하는 질문은 조금 다르다.
왜 이곳에서 곰팡이가 발생했을까?
언제부터 환경이 변했을까?
다른 문화재에도 문제가 있을까?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표면만 깨끗하게 만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 곰팡이 대응은 발견 → 격리 → 상태조사 → 환경 안정화 → 필요한 보존처리 → 주변 점검 → 재발 방지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곰팡이 제거 기술은 강력한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곰팡이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작은 이상을 빠르게 발견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다.
결국 문화재를 지키는 힘은 눈에 보이는 복원 기술만에서 나오지 않는다.
매일 기록되는 습도 데이터와 정기적인 수장고 점검, 작은 얼룩 하나를 놓치지 않는 관찰이 수백 년 된 문화재의 다음 수백 년을 지켜준다.
이것이 문화재 곰팡이 관리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보존과학인 이유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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