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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를 찍는 건 사람뿐이 아니다? 문화재 CT 촬영으로 발견하는 숨겨진 구조

cho007 읽는 시간 약 15분

병원에서 CT 촬영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커다란 원형 장비 안으로 몸이 들어가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CT는 사람의 몸속을 직접 절개하지 않고도 뼈와 장기 등의 내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의료 영상 기술이다.

그런데 CT를 찍는 대상이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물관에 보관된 도자기와 금속 유물, 목조 문화재처럼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된 문화재에도 CT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문화재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유물을 함부로 자르거나 분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하나의 완성된 물건처럼 보이더라도 내부에는 제작 당시의 접합 구조가 남아 있을 수 있고, 과거 수리 과정에서 추가된 부품이나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존재할 수도 있다.

32에서 살펴본 X선 촬영으로도 이러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X선 촬영에는 한 가지 한계가 있다.

3차원인 문화재를 2차원 영상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앞뒤의 구조가 서로 겹쳐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CT(Computed Tomography, 컴퓨터단층촬영)다.

그렇다면 문화재 CT 촬영은 어떻게 유물을 자르지 않고도 내부를 마치 단면으로 잘라본 것처럼 보여주는 것일까?

일반 X선과 CT는 무엇이 다를까?

일반적인 X선 촬영에서는 한 방향에서 X선을 문화재에 통과시키고 반대편 검출기에서 투과 정보를 기록한다.

그 결과 문화재 내부 구조가 하나의 평면 영상에 투영된다.

예를 들어 항아리 내부 앞쪽에 금속 조각이 있고 뒤쪽에도 다른 물체가 있다면 X선 영상에서는 두 구조가 겹쳐 나타날 수 있다.

CT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문화재를 기준으로 여러 방향에서 X선 투과 데이터를 얻은 뒤 컴퓨터가 이를 계산해 단면 영상으로 재구성한다.

쉽게 말하면 실제 문화재를 칼로 자르지 않고도 내부를 얇은 층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단면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결합하면 문화재 내부를 3차원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화재를 정말 돌려가면서 촬영할까?

산업용 CT 장비에서는 조사 대상이 회전하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유물을 회전 테이블 등에 안정적으로 놓고 여러 각도에서 X선 투과 정보를 얻는 것이다.

장비에 따라 X선 발생부와 검출기의 구조 및 움직임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 방향의 정보만 얻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의 X선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점이다.

컴퓨터는 이렇게 얻어진 수많은 투영 데이터를 이용해 내부 구조를 계산한다.

따라서 CT 영상은 단순히 여러 장의 X선 사진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수학적인 재구성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다.

문화재를 실제로 자르지 않고 단면을 볼 수 있다

CT가 문화재 연구에서 특히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예를 들어 오래된 도자기의 내부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항아리를 절반으로 자른다면 문화재 자체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CT에서는 물리적으로 절단하지 않고도 원하는 위치의 가상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단면을 이동하며 내부를 살펴볼 수도 있고, 앞뒤 또는 좌우 방향으로 단면을 변경해 구조를 비교할 수도 있다.

이를 흔히 가상 단면(Virtual Section)을 보는 것처럼 이해할 수 있다.

문화재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내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CT는 중요한 비파괴 검사 기술이다.

도자기 CT에서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도자기는 CT 분석이 활용될 수 있는 흥미로운 대상 가운데 하나다.

겉으로는 매끈한 항아리처럼 보여도 내부에는 제작 과정에서 만들어진 구조와 결함이 남아 있을 수 있다.

CT를 통해 벽체의 두께 차이를 살펴보거나 내부의 균열과 빈 공간 등을 조사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제작 과정에서 형성된 특징을 비교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성형됐는지 연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외부 장식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의 내부 구조를 통해 제작기술을 연구하는 것이다.

토기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볼 수 있을까?

발굴 현장에서는 내부에 흙이나 다른 물질이 채워진 용기가 발견될 수 있다.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무조건 내용물을 꺼내면 원래의 배치 관계가 사라질 수 있다.

특히 내부에 작은 유물이나 취약한 물질이 존재한다면 조사 과정에서 손상될 위험도 있다.

이런 경우 조건이 맞는다면 CT 촬영을 통해 개봉이나 직접적인 제거 전에 내부 구조를 먼저 조사할 수 있다.

어떤 물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면 이후 실제 조사와 보존처리를 보다 안전하게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즉, CT는 문화재를 직접 건드리기 전에 내부 지도를 만들어 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목조 문화재 속 숨겨진 구조도 찾는다

목재로 만들어진 문화재도 겉모습만으로 내부 구조를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

여러 목재 부재를 연결해 제작했을 수도 있고 내부에 금속 못이나 보강재가 사용됐을 수도 있다.

과거 수리 과정에서 새로운 부품이 추가됐을 가능성도 있다.

CT 데이터를 이용하면 조건에 따라 이러한 내부 구조를 공간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 X선에서 여러 구조가 겹쳐 보였다면 CT에서는 각각의 위치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불상 안에 숨겨진 공간도 확인할 수 있을까?

목조 불상과 같은 문화재는 내부 구조 자체가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외부에서는 하나의 조각처럼 보이지만 여러 부재를 결합해 제작됐을 수 있고 내부에 빈 공간이 존재할 수도 있다.

CT를 활용하면 유물을 분해하지 않고도 내부 공간의 형태와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내부에 별도의 물체가 존재한다면 위치와 형태를 조사한 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다.

문화재를 열기 전에 내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보존 측면에서 큰 장점이다.

내부 균열은 왜 중요할까?

문화재가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내부에 균열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런 균열을 모르고 유물을 이동하거나 방향을 바꾸면 예상하지 못한 파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무게가 크거나 구조적으로 복잡한 문화재라면 내부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안전한 전시와 운송 계획에 도움이 될 수 있다.

CT를 통해 균열의 위치와 진행 방향 등을 3차원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어느 부분이 구조적으로 취약한지 판단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즉, CT 촬영은 연구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문화재의 안전관리와 보존 계획을 위한 기술이기도 하다.

과거 복원 흔적도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백 년 동안 보존된 문화재 가운데는 과거에 여러 차례 수리된 유물이 많다.

깨진 부분을 접합하거나 내부에 핀을 삽입하고 보강재를 추가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수리 흔적이 겉에서는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CT 촬영에서 서로 다른 재료의 밀도와 구조 차이가 확인된다면 과거 수리 부위와 보강 구조를 조사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의 문화재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부터 그대로 유지된 것인지, 아니면 여러 시대의 수리를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됐는지 연구할 수 있다.

CT로 문화재의 두께도 측정할 수 있을까?

3차원 데이터가 확보되면 문화재의 내부와 외부 표면을 기준으로 여러 구조적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자기 벽의 두께가 어느 부분에서 두꺼워지고 얇아지는지 비교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제작 과정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특정 위치에서 비정상적으로 얇아졌다면 손상 위험을 평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문화재 CT는 단순히 “안에 무엇이 있나?”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형태를 수치와 공간 데이터로 연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CT 데이터로 3D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CT 촬영으로 얻은 단면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결합하면 문화재의 내부와 외부 구조를 3차원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3D 데이터는 연구자가 화면에서 문화재를 회전시키며 여러 방향에서 관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유물을 계속 이동시키지 않고도 구조를 연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특정 부분만 분리해서 시각화하는 가상 분리(Virtual Segmentation) 작업을 통해 서로 다른 구조를 구분해 연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디지털 분석은 실제 문화재에 가하는 물리적인 접근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3D 프린팅과 연결될 수도 있다

CT에서 얻은 3차원 데이터는 조건에 따라 3D 프린팅 등 다른 기술과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연구와 교육 목적으로 문화재 내부 구조의 모형을 제작할 수 있다.

실제 문화재는 너무 약해서 직접 만질 수 없지만 복제 모형을 이용하면 제작 구조를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보존처리를 계획할 때 맞춤형 지지대나 포장 구조를 검토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즉, CT 데이터는 촬영이 끝난 뒤 사라지는 사진이 아니라 다양한 연구와 보존에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료가 될 수 있다.

의료용 CT와 문화재 CT는 똑같을까?

기본적인 원리는 비슷하지만 조사 대상과 목적에는 차이가 있다.

의료용 CT는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촬영 시간과 방사선 노출 등 의료적 조건이 중요하다.

문화재는 살아 있는 대상은 아니지만 재질과 크기, 밀도가 매우 다양하다.

작은 토기와 두꺼운 금속 유물은 필요한 촬영 조건이 크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 조사에서는 산업용 CT 또는 마이크로 CT(Micro-CT) 등 대상에 적합한 장비가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작은 시료나 세밀한 내부 구조를 조사할 때는 높은 해상도의 CT 기술이 유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 CT는 얼마나 작은 것까지 볼까?

마이크로 CT는 일반적인 CT보다 훨씬 작은 구조를 높은 해상도로 관찰하기 위해 활용되는 기술이다.

문화재 전체뿐 아니라 작은 유물이나 특정 시료의 내부 구조를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은 씨앗이나 뼈, 미세한 제작 구조 등을 3차원적으로 조사하는 연구에 적용할 수 있다.

다만 해상도를 높이려면 촬영 가능한 대상의 크기와 조건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 높은 해상도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질문에 필요한 수준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문화재를 CT로 촬영할 수 있을까?

CT 역시 만능 기술은 아니다.

장비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며 매우 크거나 무거운 문화재는 촬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재질의 밀도와 두께도 중요한 변수다.

X선이 충분히 투과하기 어려운 매우 두껍거나 밀도가 높은 재료에서는 원하는 품질의 영상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서로 비슷한 X선 특성을 가진 재료가 붙어 있다면 영상에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문화재의 재질과 크기, 연구 목적을 먼저 파악한 뒤 CT가 적절한 분석 방법인지 판단해야 한다.

CT 영상에도 오류처럼 보이는 현상이 생긴다

CT 이미지는 실제 내부를 그대로 사진 찍은 것이 아니라 X선 데이터를 컴퓨터로 계산해 재구성한 결과다.

따라서 촬영 조건과 문화재의 재질에 따라 아티팩트(Artifact)라고 불리는 영상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밀도가 높은 금속 등이 포함된 경우 주변 영상에 줄무늬나 왜곡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실제 균열이나 구조로 잘못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좋은 CT 연구에는 장비 운용뿐 아니라 영상 결과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전문성도 필요하다.

CT 촬영도 문화재를 안전하게 움직여야 한다

CT가 비파괴 분석이라고 해도 촬영 과정 전체가 자동으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문화재를 장비까지 이동하고 촬영대에 올려놓는 과정에서 물리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깨지기 쉬운 도자기나 이미 균열이 있는 유물은 회전 과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지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촬영 전에 문화재의 상태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맞춤형 지지대를 제작한다.

분석 장비가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는 것만큼 문화재를 장비에 안전하게 가져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CT 데이터는 미래의 상태 비교에도 활용할 수 있다

문화재 CT 촬영 결과를 체계적으로 보관하면 미래에 같은 유물을 다시 조사했을 때 비교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내부에 작은 균열이 발견됐다면 몇 년 뒤 다시 촬영하여 균열이 확대됐는지 비교할 수 있다.

이는 30에서 다룬 예방적 보존과도 연결된다.

문화재가 이미 크게 손상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기록하고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것이다.

CT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의 상태까지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3차원 컨디션 리포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문화재를 열지 않고도 역사를 읽는다

박물관에서 문화재를 볼 때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표면이다.

하지만 문화재의 진짜 이야기는 내부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도자기 벽 안의 작은 빈 공간, 목조 문화재 속의 금속 못, 불상의 내부 구조, 과거 수리 과정에서 삽입된 보강재,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균열까지 모두 문화재가 지나온 시간을 보여주는 증거다.

과거에는 이러한 정보를 얻기 위해 문화재를 분해하거나 일부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CT 기술을 이용하면 실제 문화재를 자르지 않고도 가상의 단면을 만들고 내부 구조를 3차원으로 살펴볼 수 있다.

32의 일반 X선 촬영이 문화재 내부를 한 장의 그림자처럼 보여주는 기술이라면, CT는 그 그림자를 여러 방향에서 모아 입체적인 내부 지도로 바꾸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현대 문화재 보존과학이 추구하는 중요한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문화재에 가능한 한 적게 개입하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

작은 CT 단면 하나에서 발견된 균열이나 못 하나가 수백 년 전 제작기법을 밝혀낼 수도 있고, 앞으로 발생할 파손을 예방하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문화재 CT 촬영은 단순한 첨단 영상 기술이 아니다.

과거의 제작 기술을 연구하고 현재의 상태를 진단하며 미래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비파괴 보존과학 기술인 것이다.

그리고 다음 34편에서는 X선과 CT로도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비밀을 찾아간다.

오래된 그림의 완성된 색채 아래에 숨어 있는 밑그림과 수정 흔적이다.

눈에는 완성된 그림 한 장만 보이는데 과학자들은 어떻게 그 아래에서 화가가 처음 그렸던 선을 찾아낼까?

그 비밀은 적외선 촬영에 숨어 있다.

cho007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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