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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안료인데 왜 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올까? 문화재 분석의 오차와 한계

cho007 읽는 시간 약 14분

문화재의 붉은색 부분을 분석했더니 철이 많이 검출됐다고 생각해 보자. 같은 문화재에서 바로 옆의 붉은색 부분을 다시 측정했는데 이번에는 원소의 비율이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장비가 잘못 측정한 것일까?

이번에는 며칠 뒤 같은 위치를 다시 분석했는데 숫자가 또 미세하게 달라졌다. 그렇다면 어느 결과를 믿어야 할까?

과학 분석이라고 하면 같은 대상을 측정하면 언제나 똑같은 숫자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측정에서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문화재는 공장에서 균일하게 만들어진 분석용 표준시료와 다르다. 안료 입자의 크기가 제각각일 수 있고 여러 색을 섞었을 수도 있으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표면 일부가 변했을 가능성도 있다. 먼지와 오염물, 과거 보존처리 재료가 함께 존재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화재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조금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왜 차이가 발생했는지 파악하고, 그 차이가 실제 재료의 차이인지 측정 과정에서 발생한 변동인지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안료라면 성분도 똑같아야 하지 않을까?

먼저 ‘같은 안료’라는 표현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종류의 안료라고 하더라도 문화재 표면에서는 완전히 균일하게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전통적인 채색층에서는 안료 입자의 크기와 분포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안료나 바탕 재료와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안료를 고정하기 위해 사용한 결합재가 함께 존재할 수도 있다.

색을 여러 번 칠했다면 표면 아래에 다른 층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붉은색 영역 전체가 화학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하나의 물질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서로 몇 밀리미터 떨어진 위치를 분석했더라도 장비가 실제로 측정한 입자와 층이 다르면 결과에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측정 위치가 조금 달라진 것만으로 결과가 바뀔까?

문화재 분석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분석 장비마다 한 번에 측정하는 영역의 크기와 깊이가 다르다. 매우 좁은 지점을 분석하는 장비도 있고 비교적 넓은 영역의 평균적인 정보를 얻는 장비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점에는 붉은 안료 입자가 많이 모여 있고 바로 옆에는 바탕층이 조금 더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두 지점은 사람의 눈에는 거의 같은 붉은색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분석에서는 첫 번째 위치에서 안료의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고, 두 번째 위치에서는 바탕 재료의 성분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문화재 분석에서는 측정 위치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중에 다시 측정했을 때 이전과 다른 위치를 분석하면서 같은 지점을 측정했다고 생각하면 결과를 잘못 비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XRF 결과가 매번 조금씩 다른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까?

X선 형광분석, 즉 XRF는 문화재의 원소 조성을 조사할 때 활용되는 대표적인 비파괴 분석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XRF 역시 측정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측정 시간과 장비의 설정, 측정 거리, 표면의 굴곡과 거칠기 등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문화재 표면이 평평하지 않다면 장비와 표면 사이의 거리와 각도가 위치마다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XRF는 측정 영역에 포함된 여러 재료에서 발생한 신호를 함께 검출할 수 있다.

표면의 안료층이 매우 얇다면 그 아래에 있는 바탕 재료의 원소 신호가 함께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XRF 결과에서 어떤 원소가 검출됐다는 사실과 그 원소가 반드시 표면 안료에서만 나온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분석 장비에도 오차가 있을까?

모든 측정에는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여기서 오차라는 말을 단순히 ‘장비가 틀렸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안 된다.

측정값은 장비의 성능과 보정 상태, 측정 조건, 시료의 특성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같은 대상을 반복 측정해도 숫자가 완전히 동일하지 않고 작은 범위에서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신호가 매우 약한 성분을 측정하는 경우에는 작은 변동이 결과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분석에서는 단일 숫자의 마지막 자리까지 절대적인 값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측정 방법이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갖는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과학적인 측정의 신뢰성은 오차가 전혀 없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알고 그 범위 안에서 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다.

장비를 보정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장비가 알려진 기준에 대해 적절한 값을 나타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표준물질이나 기준시료다.

성분이나 특성이 잘 알려진 물질을 측정한 뒤 장비의 결과가 예상되는 값과 적절하게 대응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자를 사용하기 전에 눈금이 제대로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하지만 장비를 잘 보정했다고 해서 문화재 측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차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표준물질은 비교적 균질하고 분석하기 좋은 조건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문화재 표면은 거칠고 여러 층이 겹쳐 있으며 오염과 열화가 함께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비의 정확성과 실제 문화재 시료의 복잡성은 별개의 문제다.

안료가 오래되면 분석 결과도 달라질 수 있을까?

가능하다.

문화재의 안료는 제작 당시의 상태로 완벽하게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다.

빛과 수분, 대기 중 물질, 주변 재료와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조건에 의해 오랜 시간 동안 변화할 수 있다.

일부 안료에서는 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표면에 새로운 반응 생성물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오염물이나 보존처리 재료가 표면을 덮고 있다면 분석 신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분석에서 얻은 결과는 반드시 제작 당시 재료의 상태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재료와 시간이 지나면서 만들어진 변화가 함께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문화재 분석에서는 성분을 확인하는 것과 재료의 변화 과정을 해석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색이 같으면 같은 안료라고 판단해도 될까?

색은 안료를 추정하는 중요한 단서지만 그것만으로 재료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서로 다른 성분의 안료가 사람의 눈에는 비슷한 색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같은 안료라도 입자의 크기와 농도, 바탕색, 결합재, 표면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색조로 보일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표면이 변색되었다면 원래 색과 현재 관찰되는 색이 다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두 부분이 같은 붉은색이므로 같은 안료다”라고 먼저 결론을 내린 뒤 분석 결과를 맞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

색 관찰과 성분 분석은 서로를 보완하는 정보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만 분석에서도 같은 물질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까?

라만 분광분석은 물질에 레이저를 조사했을 때 나타나는 빛의 변화를 이용해 분자 구조에 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다.

특정 안료와 광물의 정체를 확인하는 데 유용할 수 있지만 실제 문화재에서는 분석을 방해하는 요소가 존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형광이다.

문화재 표면에 존재하는 유기물이나 오염물 등이 강한 형광을 발생시키면 확인하려는 라만 신호가 묻혀 버릴 수 있다.

레이저의 파장이나 출력, 측정 시간 같은 조건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안료 입자가 매우 작고 여러 물질과 섞여 있다면 어느 입자에 레이저가 조사되었는지에 따라서도 스펙트럼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 번의 라만 측정에서 원하는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곧바로 결론 내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분석 결과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그 성분은 없는 걸까?

이 역시 흔히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다.

어떤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니다.

분석 장비에는 검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가 있다.

성분의 양이 너무 적으면 존재하더라도 장비에서 충분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분석법 자체가 특정 성분을 측정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 다른 물질의 강한 신호에 가려져 확인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보존과학에서는 ‘미검출’을 곧바로 ‘존재하지 않음’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어떤 분석법을 어떤 조건에서 사용했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분석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다시 측정해야 할까?

경우에 따라 재측정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 측정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먼저 결과가 달라진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측정 위치가 달랐는지, 표면 상태가 균일하지 않은지, 장비 조건에 변화가 있었는지, 실제로 서로 다른 재료가 존재하는지를 검토한다.

그다음 같은 지점을 반복 측정하거나 주변의 여러 지점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차이의 원인을 좁혀 갈 수 있다.

반복 측정의 목적은 마음에 드는 숫자를 얻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얼마나 일관되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다.

한 지점에서 나온 결과를 문화재 전체에 적용해도 될까?

문화재 분석에서 특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문화재는 위치마다 재료와 보존 상태가 다를 수 있다.

채색 문화재라면 같은 색 영역에서도 안료의 혼합 비율이나 층의 두께가 달라질 수 있고, 과거에 일부만 보수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 지점의 분석 결과를 문화재 전체의 특징으로 확대해서 해석하면 중요한 차이를 놓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점에서 특정 안료가 확인됐다고 해서 같은 색으로 보이는 모든 부분에 그 안료가 사용됐다고 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분석 위치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는 장비 선택만큼 중요한 문제가 된다.

숫자가 다르면 어느 결과가 정답일까?

문화재 분석에서는 때때로 ‘정답 하나’를 찾으려는 생각 자체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두 측정값이 다르다면 먼저 그 차이가 측정의 일반적인 변동 범위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 범위를 넘어서는 차이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실제로 위치에 따른 재료 차이가 존재하는지 검토할 수 있다.

즉 서로 다른 숫자가 나왔다고 해서 하나는 맞고 다른 하나는 틀렸다고 바로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차이 자체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같은 재료라고 생각했던 두 부분이 실제로는 서로 다른 제작 재료나 보수 흔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존과학자는 분석의 오차를 어떻게 줄일까?

먼저 조사 목적을 명확하게 정한다.

어떤 원소가 존재하는지 알고 싶은 것인지, 두 지점의 차이를 비교하려는 것인지, 안료의 정확한 종류를 확인하려는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분석 방법이 달라진다.

측정 위치와 조건도 가능한 한 정확하게 기록한다.

반복 측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같은 조건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필요하다면 기준시료나 표준물질을 이용해 장비 상태를 확인한다.

문화재 표면이 불균일하다고 판단되면 한 지점의 결과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위치를 조사할 수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방법은 서로 다른 원리를 가진 분석법의 결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원소 분석과 분자 분석, 현미경 관찰 등이 서로 보완적인 정보를 제공하면 하나의 분석법만 사용했을 때보다 해석의 근거를 넓힐 수 있다.

분석 결과의 한계를 밝히는 것도 과학일까?

그렇다.

문화재 분석에서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결론은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현재 사용한 분석법과 시료 상태로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분석 결과를 통해 철을 포함한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만 정확한 화합물까지 특정하기 어렵다면 그 범위까지만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다.

가능성이 높은 물질과 확정된 물질도 구분해야 한다.

분석 장비가 만들어 낸 그래프와 숫자가 아무리 정밀해 보여도 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결론을 내리면 정확한 측정값도 잘못 사용될 수 있다.

보존과학의 신뢰성은 모든 질문에 단정적인 답을 주는 데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는지를 구분하는 데서 만들어진다.

같은 안료를 분석했는데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문화재 자체가 불균일할 수도 있고, 측정 위치와 표면 상태가 다를 수도 있으며, 장비와 분석 조건에서 어느 정도의 변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분석 결과의 차이를 무조건 오류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확인하고 실제 재료의 차이와 측정 과정에서 생긴 변동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한 번의 측정만으로는 결과가 우연인지 실제 차이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도대체 몇 번을 측정해야 할까? 문화재 전체를 측정할 수 없다면 어느 위치를 골라야 가장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다음 88편에서는 「문화재 분석은 몇 번 해야 정확할까? 한 지점 측정이 위험한 이유」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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