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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로 만든 작품은 왜 끈적거리거나 갈라질까? 현대재료 보존의 난제

cho007 읽는 시간 약 23분

오래된 고무줄을 서랍에서 꺼내본 경험이 있다면 이상한 변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고무줄은 딱딱하게 굳어 조금만 당겨도 끊어진다. 반대로 어떤 것은 표면이 녹은 것처럼 끈적거리면서 다른 물건에 달라붙기도 한다.

자동차 부품과 신발 밑창, 장난감, 방독면, 산업용 제품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고무가 박물관에 들어가 문화재나 현대미술 작품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새 부품으로 바꾸면 끝나는 일반 제품과 달리 문화재는 원래 재료 자체가 중요한 역사적 정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무가 생각보다 보존하기 어려운 재료라는 점이다.

왜 어떤 고무는 딱딱해지고 어떤 고무는 끈적거리며, 또 어떤 고무는 표면에 수많은 균열이 생기는 것일까?

목차

고무는 왜 그렇게 잘 늘어날까?

고무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탄성이다.

당기면 길게 늘어나지만 힘을 제거하면 다시 원래 형태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성질은 고무를 구성하는 긴 고분자 사슬의 구조와 관련이 있다.

고무가 변형될 때 고분자 사슬의 배열 상태가 달라지고 힘이 제거되면 다시 원래 상태에 가까워지려는 성질이 나타난다.

하지만 단순한 고무 원료만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고무 제품에는 원하는 강도와 탄성, 내구성, 색 등을 얻기 위해 다양한 물질이 함께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고무 문화재의 보존에서는 주된 고분자뿐 아니라 첨가제와 제조 공정까지 살펴봐야 한다.

천연고무는 어디에서 얻을까?

천연고무는 고무나무에서 얻은 라텍스를 원료로 만들 수 있다.

천연고무의 주요 고분자는 폴리이소프렌 계열이다.

하지만 천연고무를 그대로 사용하면 온도 변화 등에 민감하고 원하는 물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고무의 성질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가공기술이 발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가황이다.

가황은 고무를 어떻게 바꿀까?

가황은 고무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고무의 고분자 사슬 사이에 가교 구조를 형성해 탄성과 강도, 안정성을 조절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황을 이용한 가황 기술이 널리 알려져 있다.

가교가 적절하게 형성되면 고무 사슬이 서로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제한하면서도 탄성은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고무 제품마다 가황 방식과 첨가제의 종류, 함량 등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천연고무 계열이라도 수십 년 뒤 나타나는 열화 양상이 다를 수 있다.

고무가 딱딱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된 고무가 딱딱해지는 데에는 여러 변화가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소와 빛, 열 등의 영향으로 고분자 구조가 변하고 가교 상태가 달라지면 고무의 유연성이 감소할 수 있다.

일부 첨가제가 이동하거나 손실되는 현상도 물성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결과 처음에는 부드럽게 구부러졌던 고무가 점차 단단해지고 작은 변형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멀쩡하다고 해서 원래 탄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고무가 끈적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고무가 딱딱해지는 방향으로만 열화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고무에서는 표면이 부드러워지고 끈적거리거나 점성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분자 사슬이 분해되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분자들이 만들어지거나 내부 첨가제가 표면으로 이동하는 현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52편에서 플라스틱 문화재의 첨가제 이동을 살펴봤듯 고무 역시 하나의 순수한 고분자 덩어리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구성성분의 변화가 표면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끈적이는 표면을 단순한 오염으로 보고 강한 세정제로 닦는 것은 위험하다.

같은 고무인데 왜 완전히 반대로 변할까?

고무 열화가 흥미로운 이유다.

어떤 반응에서는 고분자 사슬 사이의 연결이 증가하면서 재료가 더 단단하고 취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고분자 사슬이 끊어지는 방향의 변화가 우세하면 재료의 강도와 구조가 약해질 수 있다.

여기에 가소제나 다른 첨가제의 이동까지 더해지면 표면이 끈적거리거나 물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즉, 고무의 열화는 단순히 ‘낡아진다’는 한 방향의 변화가 아니다.

재료의 조성과 제조 방법, 보관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화학반응이 경쟁하면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산소는 고무를 어떻게 손상시킬까?

고무는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면서 산화될 수 있다.

이 과정은 빛과 열 등의 영향을 받아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산화가 진행되면 고분자 구조가 변하면서 색과 탄성, 강도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처음에는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분자 수준의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표면의 광택 변화와 경화, 균열, 변색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고무 문화재의 보존에서는 현재 눈에 보이는 균열뿐 아니라 열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존은 고무에 왜 위험할까?

고무 보존에서 특히 흥미로운 열화 요인이 오존이다.

오존은 일부 불포화 고무 재료의 화학구조와 반응해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고무가 늘어나 응력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표면에 특징적인 균열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오존 크래킹과 관련해 설명할 수 있다.

고무 밴드를 팽팽하게 당겨 놓은 채 장기간 보관하거나 고무 부품이 계속 변형된 상태로 고정되어 있다면 열화에 더 취약해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즉, 고무 문화재에서는 주변 공기의 화학적 환경뿐 아니라 문화재가 현재 어떤 형태로 힘을 받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균열 방향에도 정보가 있을까?

고무 표면에 나타난 균열은 단순한 흠집이 아닐 수 있다.

특정 방향으로 반복되는 균열은 재료가 어떤 방향으로 응력을 받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

현미경으로 표면을 관찰하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초기 균열을 발견할 수도 있다.

38편에서 현미경이 문화재의 미세 손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살펴봤는데 고무 문화재에서도 마찬가지다.

초기 단계의 작은 균열을 기록해두면 이후 균열이 확대되는지 비교할 수 있다.

빛은 고무에도 영향을 줄까?

그렇다.

고무 역시 빛에 의해 화학적 변화가 촉진될 수 있다.

특히 자외선은 일부 고무의 고분자 구조와 첨가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빛과 산소가 함께 작용하는 광산화 과정이 열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색이 변하고 표면이 거칠어지거나 탄성이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미술 작품이라고 해서 오래된 직물이나 사진보다 빛 관리가 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재료마다 민감도와 열화 방식이 다를 뿐 빛은 현대재료에서도 중요한 환경요인이다.

온도가 높으면 고무가 더 빨리 늙을까?

일반적으로 많은 화학반응은 온도가 높을수록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고무의 산화와 첨가제 이동 등도 온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고온 환경은 장기적인 보존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온도를 최대한 낮추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무의 종류와 복합재료 구성, 실제 사용과 전시 목적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 저온 환경에서 꺼낼 때 발생할 수 있는 결로나 급격한 환경 변화도 관리해야 한다.

습도는 고무와 관계없을까?

고무는 종이나 직물처럼 모든 종류가 동일하게 흡습하는 재료는 아니지만 수분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고무 제품에는 여러 첨가제가 포함될 수 있고 금속과 직물, 접착제 등이 결합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높은 상대습도는 이러한 다른 구성재료의 부식이나 곰팡이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일부 고분자와 첨가제는 수분과 관련된 열화 반응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고무 문화재도 단일 재료가 아니라 전체 구성과 상태를 기준으로 환경을 관리해야 한다.

오래된 고무에서 하얀 가루가 나오는 이유

고무 표면에서 흰색이나 회색의 가루 또는 결정처럼 보이는 물질이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을 모두 곰팡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무에 포함된 첨가제가 내부에서 표면으로 이동한 뒤 결정화되는 현상일 수도 있다.

보존 분야에서는 이러한 첨가제 이동을 블루밍(Blooming)과 관련해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관만 보고 정확한 물질을 단정할 수는 없다.

먼지인지 곰팡이인지, 첨가제인지 또는 다른 열화 생성물인지 조사해야 한다.

블루밍은 닦아내면 끝날까?

표면에 나타난 물질을 닦으면 일시적으로 깨끗해질 수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 첨가제가 계속 이동하고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물질이 원래 고무의 구성성분이었다는 점이다.

계속 제거하면 재료 내부의 조성이 점차 달라질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보존처리에서는 표면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왜 물질이 이동하고 있는지와 그 변화가 문화재의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고무 냄새가 강해지면 열화 신호일까?

새 고무에서도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냄새만으로 열화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래된 고무에서 이전과 다른 냄새가 새롭게 나타난다면 재료 변화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고분자나 첨가제가 열화되면서 휘발성 물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51편의 아세테이트 필름에서 식초 냄새가 중요한 경고 신호였던 것처럼 현대 고분자 문화재에서도 냄새의 변화는 상태 관찰 항목이 될 수 있다.

다만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려면 다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고무의 종류는 어떻게 알아낼까?

고무 역시 외관만으로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천연고무뿐 아니라 합성고무에도 여러 종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작 당시의 제조사 기록과 제품 사양, 작가의 작업 기록 등을 먼저 조사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FT-IR이나 Raman 같은 분광학적 방법을 활용해 고분자 종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52편에서 플라스틱 재료를 분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현대재료 보존에서는 정확한 재료 식별이 보존 전략의 출발점이다.

작은 고무 조각을 분석해도 될까?

문화재에서 분석을 위해 원본을 떼어내는 것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

42편에서 살펴봤듯 미세시료 분석은 분석 목적이 명확하고 필요한 최소량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고무 문화재에서 이미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온 작은 조각이 있다면 이를 우선적으로 분석에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원본을 새롭게 절단하지 않고도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떨어진 파편 역시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문화재에서 나온 분석 자료가 될 수 있다.

고무를 당겨서 탄성을 확인하면 안 될까?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새 고무라면 손으로 조금 당겨 탄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오래된 문화재에서는 같은 행동이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겉으로는 유연해 보여도 고분자 구조가 이미 약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재의 물성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직접 잡아당기거나 반복해서 구부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가능하면 비파괴적인 관찰과 기록을 먼저 활용해야 한다.

딱딱해진 고무를 열로 부드럽게 만들면 어떨까?

가열하면 일부 고무가 일시적으로 부드러워질 수 있다.

하지만 문화재에 임의로 열을 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온도 상승은 산화와 첨가제 이동 등 열화 반응을 촉진할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변형이나 변색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고무가 다른 플라스틱과 접착제, 금속 등에 연결되어 있다면 열이 전체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문화재 보존에서 일시적으로 모양이 좋아지는 것과 장기적으로 안정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끈적이는 고무에 알코올을 사용하면 될까?

재료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용매를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고무 종류와 첨가제에 따라 알코올이나 다른 용매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표면의 끈적임을 제거하려다가 첨가제를 더 많이 추출하거나 표면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56편에서 다룰 문화재 세척의 딜레마가 고무 문화재에서는 특히 복잡하다.

끈적이는 물질이 외부 오염인지 고무 자체의 열화 생성물인지부터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무에 보호제를 바르면 오래갈까?

자동차 타이어나 현대 고무제품에는 광택제와 보호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재에 일반 소비자용 고무 보호제를 임의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제품의 정확한 조성과 장기적인 안정성을 알기 어렵고 원래 표면의 광택과 색을 바꿀 수도 있다.

또 깊숙이 침투한 물질은 나중에 제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문화재에서는 새로운 재료를 추가하기 전에 그 필요성과 장기적인 영향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갈라진 고무는 접착제로 붙이면 될까?

경우에 따라 구조적 안정화를 위해 접합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고무는 유연한 재료이기 때문에 단단한 접착제를 사용하면 접합부와 원래 고무 사이의 물성 차이가 커질 수 있다.

고무가 움직일 때 접착부 주변에 응력이 집중되어 새로운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일부 고무 표면은 첨가제 이동 때문에 접착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접착제 선택은 재료와 현재 물성, 향후 전시 방식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새 고무로 교체하면 가장 간단하지 않을까?

일반적인 산업제품이라면 노후된 고무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문화재에서는 문제가 달라진다.

원래 고무 자체가 제작 당시의 기술과 재료를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 고무로 바꾸면 형태와 기능은 회복할 수 있지만 원본 재료는 사라진다.

반대로 원본을 유지하면 기능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

52편에서 오래된 전자제품의 기능적 원본성과 물질적 원본성을 살펴봤듯 고무 부품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

자동차 문화재의 타이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박물관에 보존된 역사적인 자동차를 생각해보자.

타이어가 갈라지고 변형됐지만 원래 제작 당시 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의 타이어라면 쉽게 버릴 수 없다.

그렇다고 차량의 전체 무게를 계속 오래된 타이어에 실으면 변형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차량의 하중을 별도의 지지 구조로 분산하고 타이어에 걸리는 부담을 줄이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22편에서 살펴본 마운트와 지지체의 원리가 현대 산업유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고무 마스크가 찌그러졌다면 다시 펴야 할까?

방독면이나 마스크, 장난감처럼 얇은 고무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형태가 무너질 수 있다.

이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내부에 무언가를 강하게 넣으면 취약한 고무가 갈라질 수 있다.

따라서 강제로 형태를 교정하기보다 현재 형태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지지체를 제작하는 것이 우선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원본 표면과 반응하지 않는 적절한 재료를 선택해 내부 또는 주변에서 형태를 지지한다.

보존에서 지지체는 원형을 강요하는 도구가 아니라 문화재가 스스로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 장치다.

고무 작품이 바닥에 달라붙으면 어떻게 할까?

끈적임이 심한 고무는 전시대나 포장재에 달라붙을 수 있다.

이 상태에서 힘으로 떼어내면 표면이 함께 떨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고무 문화재와 직접 접촉하는 포장재와 지지재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장기 보관에서는 두 재료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달라붙거나 화학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지 검토해야 한다.

현재는 안전해 보여도 수년 뒤 고무의 첨가제가 이동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밀폐된 상자에 보관하면 더 안전할까?

먼지와 오염을 줄이는 장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열화 과정에서 휘발성 물질이 발생하는 재료라면 밀폐 공간에 이러한 물질이 축적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무조건 밀폐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재료의 종류와 열화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보관 용기와 환기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23편에서 살펴본 마이크로클라이밋은 문화재를 작은 공간에 넣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내부 환경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개념이다.

고무 문화재를 다른 플라스틱과 붙여 보관해도 될까?

현대 고분자 재료는 서로 영향을 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각 재료에서 이동하거나 방출되는 첨가제와 휘발성 물질이 다른 문화재와 상호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끈적이는 표면은 인접한 물체에 물리적으로 달라붙을 수도 있다.

따라서 상태가 불안정한 고무 문화재는 다른 물체와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개별적인 지지와 포장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

현대미술에서는 고무의 변화도 작품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현대미술 보존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작가가 시간이 지나면서 고무가 처지고 갈라지는 변화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의도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처음 제작했을 때의 검고 매끄러운 표면과 탄성을 유지하기를 원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보존과학자 혼자 재료의 상태만 보고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작가 인터뷰와 제작 기록, 전시 이력 등을 조사해 작품에서 무엇이 핵심 가치인지 파악해야 한다.

작가가 “썩어도 괜찮다”고 했다면 그대로 둬야 할까?

현대미술 보존에서 매우 흥미로운 문제다.

작가가 재료의 변화와 소멸을 작품 개념의 일부로 명확하게 설정했다면 전통적인 의미의 보존과 충돌할 수 있다.

박물관은 작품의 물질을 최대한 오래 유지해야 하지만 작품의 의도 자체가 변화와 소멸이라면 무조건 열화를 막는 것이 작품의 의미를 바꾸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현대미술 보존에서는 물질의 수명뿐 아니라 작품의 개념과 작가의 의도를 함께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무 문화재의 상태는 어떻게 기록할까?

고무에서는 균열과 색 변화, 광택, 끈적임, 변형, 가루나 결정의 발생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할 수 있다.

사진을 일정한 조건에서 반복 촬영하면 균열이 얼마나 확대되는지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필요하다면 치수 변화와 형태 변형도 측정할 수 있다.

21편에서 살펴본 컨디션 리포트가 중요한 이유다.

현대 고분자 문화재에서는 변화 속도가 빠를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의 상태 기록이 특히 가치가 크다.

3D 스캔은 고무 문화재에도 도움이 될까?

그렇다.

형태가 점차 처지거나 수축하는 문화재라면 일정한 간격으로 3D 스캔을 실시해 형태 변화를 비교할 수 있다.

육안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운 작은 변형도 디지털 데이터로 비교하면 발견할 수 있다.

또 작품이 미래에 심하게 변형되더라도 과거 형태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남길 수 있다.

58편에서 다룰 3D 스캔과 디지털 기록은 물리적인 열화를 완전히 막지 못하는 현대재료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고무 문화재의 보존은 왜 어려울까?

가장 큰 이유는 고무가 본래 탄성과 움직임을 가진 재료라는 점이다.

보존처리를 위해 무언가를 붙이거나 코팅하면 원래 고무와 다른 물성을 가진 재료가 추가될 수 있다.

고무가 움직일 때 새 보존재료가 그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면 오히려 새로운 응력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고무의 첨가제 이동은 접착과 코팅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단단한 도자기 조각을 접합하는 문제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굳어버린 고무를 원래 탄성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이미 발생한 고분자의 화학적 열화를 완전히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새로운 물질을 넣어 일시적으로 부드러워 보이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원래의 고분자 구조가 복원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추가한 물질이 장기적으로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고무 문화재 보존에서는 ‘젊게 만드는 것’보다 현재 상태에서 추가적인 열화를 최대한 늦추는 방향이 중요하다.

고무 문화재를 오래 남기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먼저 정확한 재료를 파악해야 한다.

천연고무인지 어떤 합성고무인지, 어떤 첨가제가 사용됐는지 가능한 범위에서 조사한다.

그다음 현재 나타나는 변화가 산화와 오존, 빛, 열, 첨가제 이동 또는 물리적 응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평가한다.

불필요한 빛과 열 노출을 줄이고 문화재가 계속 늘어나거나 눌리는 상태라면 적절한 지지체를 이용해 응력을 줄인다.

다른 문화재나 포장재와 직접 달라붙지 않도록 보관하고 정기적인 상태 기록을 통해 변화 속도를 확인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디지털 촬영과 3D 기록을 함께 활용한다.

고무의 균열은 단순한 노후화가 아니다

오래된 고무에 생긴 균열과 끈적임, 변색은 모두 재료가 지나온 시간을 보여준다.

어떤 환경에서 사용됐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빛과 산소에 노출됐는지, 어떤 제조기술과 첨가제가 사용됐는지가 현재의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고무 문화재의 손상은 단순히 보기 싫은 결함이 아니라 재료와 제작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정보이기도 하다.

문화재 보존과학이 모든 손상을 무조건 없애려고 하지 않는 이유다.

결국 「고무로 만든 작품은 왜 끈적거리거나 갈라질까?」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답만 존재하지 않는다.

고무의 고분자 구조와 가교 상태가 산소, 오존, 빛, 열 등의 영향을 받아 변화할 수 있고 첨가제가 이동하거나 손실되면서 물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고무에서는 경화와 균열이 나타나고 다른 고무에서는 연화와 끈적임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재료 보존의 첫 번째 원칙은 겉모습만 보고 처리하지 않는 것이다.

먼저 어떤 고무인지 확인하고 어떤 열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일어난 변화를 억지로 되돌리기보다 앞으로의 변화를 늦추는 환경과 지지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편부터는 다시 조금 다른 질문으로 넘어간다.

깨진 문화재를 복원할 때 보존과학자는 얼마나 원래 모습처럼 만들어야 할까?

깨진 도자기의 절반이 사라졌다면 빈 부분을 전부 새로 만들어 완벽한 그릇처럼 보여주는 것이 좋은 복원일까? 아니면 사라진 부분을 그대로 남겨야 할까?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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