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쳤는데 왜 문화재는 계속 젖어 있을까? 모세관현상과 수분 이동의 과학
비가 내린 다음 날 오래된 석조 건축물이나 성벽을 바라본 적이 있다면 이상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비는 이미 그쳤고 햇빛까지 비치고 있는데 돌의 아랫부분만 짙은 색으로 젖어 있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빗물이 덜 마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며칠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비슷한 젖음이 반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은 위에서 내리는 비를 통해서만 문화재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땅속에 존재하는 수분이 돌과 벽돌의 아주 작은 구멍을 따라 위로 이동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물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땅과 건축재료 속에 존재하는 염류를 녹여 함께 이동시킬 수 있다.
물이 표면에서 증발하면 염류만 남는다.
61편에서 살펴본 문화재 표면의 하얀 가루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물은 어떻게 중력을 거슬러 돌과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을까?
그 비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모세관현상(capillary action)이다.
목차
돌은 정말 물을 빨아들일까?
단단한 돌을 손으로 만져보면 물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모든 석재가 완전히 치밀한 덩어리는 아니다.
암석 내부에는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작은 공극과 균열이 존재할 수 있다.
벽돌과 모르타르, 토기와 같은 다공성 재료 역시 내부에 다양한 크기의 빈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 물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마른 스펀지에 물을 떨어뜨렸을 때 물이 내부로 퍼지는 것처럼 다공성 문화재에서도 수분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돌은 스펀지와 구조가 다르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단단해 보이는 문화재에도 물이 이동할 수 있는 미세한 공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공극률이란 무엇일까?
재료 전체 부피 가운데 빈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을 공극률이라고 한다.
공극이 많다면 물이 들어갈 공간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문화재의 수분 거동을 이해할 때 공극률 하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공극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표면까지 이어져 있는지도 중요하다.
서로 완전히 막혀 있는 공극은 외부의 물이 쉽게 접근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작은 공극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물이 내부 깊숙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문화재의 물 흡수 특성은 단순히 “구멍이 많다, 적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모세관현상은 무엇일까?
아주 가느다란 관을 물에 넣으면 물이 관 내부에서 일정 높이까지 올라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를 모세관현상이라고 한다.
문화재 내부의 연결된 미세공극도 복잡한 모세관처럼 작용할 수 있다.
물과 공극 벽 사이의 상호작용과 물 자체의 표면장력 등이 작용하면서 수분이 이동한다.
그래서 땅과 접촉하고 있는 벽에서는 지하의 수분이 위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흔히 상승습(rising damp)과 연결해 설명한다.
물이 중력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가능하다.
중력은 물을 아래쪽으로 끌어당기지만 아주 작은 공간에서는 모세관 작용이 물의 이동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물이 끝없이 위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재료의 공극 구조와 증발 조건, 수분 공급 상태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준다.
따라서 오래된 벽에서 상승습의 높이는 항상 똑같은 것도 아니다.
계절과 날씨, 주변 환경이 달라지면서 젖은 영역의 위치가 변할 수도 있다.
왜 문화재의 아랫부분이 더 젖어 있을까?
건축문화유산의 벽이 토양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토양에 수분이 존재하면 벽의 다공성 재료가 이를 흡수할 수 있다.
수분은 연결된 공극을 따라 위쪽과 주변으로 이동한다.
그러는 동안 표면에서는 계속 증발한다.
결과적으로 벽의 아래쪽에서 반복적으로 수분이 공급되고 위쪽이나 표면에서는 수분이 빠져나가는 복잡한 이동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래된 건축물에서 벽 하부의 변색이나 박락, 염류 결정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벽 아래가 젖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상승습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빗물과 지하수는 어떻게 구분할까?
현장에서는 이것이 중요한 문제다.
벽이 젖어 있다고 해서 원인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지붕이나 배수시설에서 빗물이 흘러들어왔을 수도 있다.
외벽의 균열을 통해 비가 침투했을 수도 있다.
지면에서 수분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고 배관이나 배수 문제로 물이 공급될 수도 있다.
심지어 표면에서 결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젖은 흔적 하나만 보고 원인을 결정하면 잘못된 보존대책을 세울 수 있다.
수분의 분포와 건축 구조, 주변 지형, 배수 상태, 기상 조건 등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
같은 돌인데 어떤 부분만 젖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재는 균일한 재료가 아닐 수 있다.
같은 석재라도 위치에 따라 공극과 균열의 상태가 다를 수 있다.
과거 보수에 사용한 모르타르나 충전재가 원래 재료와 다른 수분 이동 특성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표면에 과거 적용된 코팅이나 발수제가 남아 있다면 물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젖음의 분포 자체가 문화재의 재료와 과거 보수 상태를 알려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균열이 있으면 물이 더 빨리 들어갈까?
그럴 수 있다.
균열은 외부의 물이 내부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특히 빗물이 반복적으로 닿는 야외 문화재에서는 작은 균열을 통해 물이 침투하고 내부에서 다른 방향으로 퍼질 수 있다.
하지만 균열의 존재만으로 실제 수분 이동량을 단순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균열의 폭과 깊이, 연결 상태와 주변 재료의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균열은 단순히 ‘갈라진 선’이 아니라 물의 이동 경로라는 관점에서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물은 문화재 안에서 액체로만 움직일까?
그렇지 않다.
수분은 액체 상태뿐 아니라 수증기의 형태로도 이동할 수 있다.
문화재 내부와 외부의 온도와 상대습도 조건이 달라지면 수분의 이동과 평형 상태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의 수분 문제를 이해하려면 단순히 “물이 들어왔다”는 사실뿐 아니라 주변 환경과 증발 과정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5편에서 상대습도를 다룬 이유도 여기에서 다시 연결된다.
문화재와 주변 공기는 끊임없이 수분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발은 문화재를 말려주니 좋은 것 아닐까?
항상 그렇지는 않다.
표면에서 물이 증발하는 것 자체는 문화재가 건조되는 과정이다.
문제는 그 물에 무엇이 녹아 있느냐이다.
수분이 문화재 내부의 수용성 염류를 녹여 이동시킨다고 생각해보자.
물은 표면으로 이동하고 결국 증발한다.
하지만 물에 녹아 있던 염은 증발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 남아 결정화될 수 있다.
즉, 증발이 일어나는 위치가 염류가 집중되는 위치가 될 수 있다.
61편에서 살펴본 백화현상이 바로 수분 이동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이유다.
하얀 가루가 생긴 높이를 보면 물의 이동을 알 수 있을까?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벽의 특정 높이를 따라 염류 결정이 띠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수분 이동과 증발 영역을 조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표면에 보이는 염류 위치가 수분 이동의 전체 경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염은 표면 아래에서 결정화할 수 있고 과거의 환경에서 형성된 흔적이 현재까지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하얀 가루만 보고 현재의 수분 상태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표면보다 내부에서 소금이 생기는 것이 더 위험할까?
경우에 따라 그렇다.
61편에서는 염류가 표면에서 결정화하는 백화와 표면 아래에서 결정화하는 현상의 차이를 살펴봤다.
수분이 표면까지 이동한 뒤 염이 밖에서 결정화하면 눈으로 확인하기 쉽다.
하지만 물이 표면에 도달하기 전에 증발하고 염류 결정이 공극 내부에서 성장한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결정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압력이 재료의 미세구조에 부담을 주면서 표면 박락이나 분말화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겉에 하얀 가루가 적다고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문화재 표면이 가루처럼 떨어지는 것도 물 때문일까?
수분 하나만의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복적인 젖음과 건조, 염류의 용해와 결정화는 다공성 재료의 손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물이 들어올 때 염이 녹고 물이 빠져나갈 때 다시 결정화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과정이 장기간 지속되면 재료 내부에 반복적인 물리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표면 입자가 느슨해지거나 얇은 층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비가 많이 오는 날보다 비가 그친 뒤가 더 중요할 수도 있을까?
흥미로운 부분이다.
비가 내릴 때에는 문화재에 수분이 공급된다.
비가 그친 뒤에는 표면에서 증발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
이때 내부에 있던 수분이 표면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녹아 있던 염류도 함께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손상 과정은 단순히 ‘젖는 순간’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젖었다가 마르는 전체 과정이 중요하다.
문화재 보존에서 반복적인 습윤과 건조를 주의 깊게 보는 이유다.
햇빛으로 빨리 말리면 더 안전하지 않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강한 햇빛으로 표면이 빠르게 가열되면 표면과 내부의 건조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또 수분 이동과 염류 결정화 위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미 취약해진 문화재를 무조건 빠르게 건조하는 것이 항상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
문화재의 재질과 상태, 염류 존재 여부 등을 고려해 건조 과정을 판단해야 한다.
26편에서 침수 문화재를 다룰 때도 단순히 “빨리 말리면 된다”고 할 수 없었던 이유와 비슷하다.
벽에 방수제를 바르면 물 문제가 해결될까?
이 역시 간단하지 않다.
겉으로 생각하면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표면을 완전히 막으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내부에 수분과 염류가 존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은 줄였지만 내부 수분이 빠져나가는 경로까지 제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처리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 원본과 물리·화학적으로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문화재 보존에서는 ‘물을 막는다’는 기능 하나만으로 재료의 적합성을 판단하지 않는다.
발수와 방수는 같은 의미일까?
완전히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어떤 처리는 액체 상태의 물이 표면에 스며드는 것을 줄이면서도 수증기 이동에는 상대적으로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표면을 매우 치밀하게 막는 층은 문화재 내부와 외부의 수분 교환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실제 성능은 사용된 재료와 문화재의 기질, 처리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문화재에 적용되는 표면처리는 단순히 “물이 튕겨 나가니까 효과가 좋다”는 식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시멘트로 단단하게 보수하면 물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오래된 건축문화유산에서는 보수재료의 호환성이 매우 중요하다.
원래의 석재나 벽돌, 전통 모르타르와 새롭게 사용한 보수재가 서로 다른 공극 구조와 수분 이동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쪽 재료가 지나치게 치밀하면 수분이 다른 영역으로 집중될 수도 있다.
또 보수재가 원본보다 지나치게 강하면 물리적인 손상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57편에서 과거 보존처리를 재검토했던 이유가 여기에서도 연결된다.
좋은 보수재는 단순히 강하고 단단한 재료가 아니다.
원본과 어떻게 함께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
물이 어디에서 들어오는지 어떻게 조사할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문화재와 주변 환경을 함께 보는 것이다.
균열과 배수로, 지붕, 지면의 높이, 벽과 토양의 접촉 상태 등을 조사할 수 있다.
비가 온 직후와 건조한 시기의 상태를 비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분 분포를 조사하기 위한 다양한 측정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측정값 하나만으로 원인을 확정하기보다는 여러 증거를 함께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재에서 수분 문제는 입구가 하나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열화상카메라로 젖은 곳을 찾을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수분과 증발은 표면의 열적 거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열화상에서 주변과 다른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넓은 건축물에서 이상 영역을 빠르게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온도 차이가 나타났다고 해서 반드시 그곳에 수분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햇빛과 그늘, 재료 차이, 표면 색, 바람 등도 표면온도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열화상은 수분을 직접 눈으로 보는 마법의 카메라라기보다 추가 조사가 필요한 영역을 찾는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수분계만 대면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
측정 방식에 따라 결과가 재료의 특성과 염류, 표면 상태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재료의 값을 단순 비교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한 번 측정한 숫자보다 동일한 위치에서 반복적으로 측정해 변화 경향을 확인하는 것이 더 유용한 경우도 있다.
보존과학에서는 숫자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그 숫자를 곧바로 진실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무엇을 어떤 원리로 측정한 값인지 이해해야 한다.
문화재에 구멍을 뚫어 내부 수분을 측정하면 더 정확하지 않을까?
더 많은 정보를 얻을 가능성은 있지만 문화재에 손상을 만드는 조사라면 신중해야 한다.
문화재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원본 자체가 보존 대상이다.
측정을 위해 원본을 제거하거나 천공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돌이킬 수 없는 개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비파괴·비접촉 방법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먼저 검토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개입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42편에서 미세시료 채취를 다룰 때 살펴본 원칙과 같다.
물의 출처를 과학적으로 추적할 수도 있을까?
상황에 따라 수분과 염류의 분포, 주변 토양과 건축재료의 상태 등을 분석해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
특정 염류가 어디에서 공급됐을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하는 것도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문화재에서는 빗물과 지하수, 과거 보수재, 주변 환경 등 여러 원인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수분 문제는 하나의 검사 결과로 끝나는 경우보다 여러 조사 결과를 조합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물을 제거하는 것보다 물의 길을 찾는 것이 먼저다
문화재 표면이 젖어 있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물기를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표면만 말려도 지하에서 계속 수분이 공급된다면 문제는 반복된다.
하얀 염류를 닦아내더라도 내부에 염과 수분이 남아 있다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보존에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어떻게 말릴까?”가 아니다.
물은 어디에서 들어와 어디를 지나 어디에서 빠져나가는가?
이 경로를 이해해야 한다.
배수가 문화재 보존에서 중요한 이유
야외 문화유산에서는 물이 문화재 주변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배수로가 막혀 빗물이 기초 주변에 고이면 수분 공급이 증가할 수 있다.
지면의 경사가 변하면서 물이 문화재 쪽으로 흐르게 될 수도 있다.
건축물을 직접 보존처리하기 전에 주변의 배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대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예방적 보존의 또 다른 모습이다.
문화재에 무언가를 바르는 것보다 물이 문화재에 도달하지 않도록 주변 환경을 관리하는 것이다.
지붕의 작은 누수가 왜 큰 문제가 될까?
아주 적은 양의 물이라도 같은 위치로 오랫동안 반복해서 들어오면 문제가 축적될 수 있다.
목재와 벽체가 반복적으로 젖을 수 있고 염류 이동과 생물학적 성장 조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얼룩은 작아도 내부에서는 더 넓은 범위로 수분이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오래된 건축문화유산에서는 작은 누수 흔적도 수분의 출발점을 찾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결로와 누수는 어떻게 다를까?
누수는 외부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들어오는 현상과 연결된다.
결로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차가운 표면 등에서 액체 물로 변하는 현상이다.
겉으로 보면 둘 다 문화재가 젖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해결 방법도 달라질 수 있다.
누수인데 환기만 늘리거나 결로 문제인데 표면만 방수하는 식의 대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보존처리 전에 손상 원인을 조사해야 하는 이유다.
수분이 있으면 곰팡이도 생길까?
유기재료와 먼지 등 영양원이 존재하고 적절한 환경이 형성되면 높은 수분 조건은 곰팡이 위험과 연결될 수 있다.
25편에서 살펴봤듯 곰팡이는 단순히 습도 숫자 하나만으로 발생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간 습한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중요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수분 이동 문제는 석재와 벽체의 염류 손상뿐 아니라 주변 목재와 유기재료의 생물학적 손상과도 연결될 수 있다.
겨울에는 물이 얼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길까?
추운 환경에서는 문화재 내부에 존재하는 수분의 동결과 융해를 고려해야 할 수 있다.
다공성 재료 내부에서 물이 얼고 녹는 과정이 반복되면 재료에 물리적인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손상은 공극 구조와 수분 상태, 온도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기온이 0℃ 아래로 내려갔다고 모든 석재가 동일하게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재료 내부에 어느 정도의 물이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가이다.
결국 물 하나가 여러 손상을 연결한다
수분은 문화재 보존에서 매우 특별한 요소다.
그 자체로 젖음과 변형을 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손상 과정의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염류를 녹여 이동시킬 수 있다.
금속 부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곰팡이와 같은 생물학적 위험과도 연결될 수 있다.
추운 환경에서는 동결과 융해 문제와도 관련될 수 있다.
그래서 문화재에서 물의 존재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습기 관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문화재가 젖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무조건 닦거나 말리거나 방수제를 바르는 것이 아니다.
먼저 원인을 찾아야 한다.
물이 어디에서 공급되는지 조사하고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빗물인지, 지면에서 올라오는 수분인지, 누수인지, 결로인지 살펴봐야 한다.
염류가 함께 존재하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의 젖음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장기간 반복되는 문제인지 확인해야 한다.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보존처리는 증상만 잠시 가릴 수 있다.
문화재 안의 물은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움직인다
우리는 문화재 표면에 나타난 얼룩과 하얀 결정, 박락을 먼저 본다.
하지만 실제 손상 과정은 눈에 보이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을 수 있다.
땅속의 물이 미세한 공극을 따라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염류가 녹는다.
수분과 염이 문화재 내부를 이동한다.
표면 가까이에서 물이 증발한다.
염이 결정화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표면에 하얀 가루가 나타나거나 재료가 약해질 수 있다.
61편에서 보았던 염류 결정은 결국 더 큰 수분 이동 과정의 한 장면이었던 셈이다.
비가 그쳤는데 왜 문화재는 계속 젖어 있을까?
이제 그 이유를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
문화재에 보이는 물은 반드시 방금 내린 비의 흔적만은 아니다.
다공성 재료 내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통로가 존재할 수 있고 물은 그 통로를 따라 이동한다.
토양에서 수분이 공급될 수도 있고 균열을 통해 빗물이 침투할 수도 있으며 내부와 외부의 환경 차이에 따라 수분의 분포가 계속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물이 움직이는 곳에서는 염류와 오염물질, 재료의 열화도 함께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문화재의 수분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표면의 물을 없애는 일이 아니다.
물의 출발점과 이동 경로를 찾는 것이다.
수분 공급을 줄이고 배수를 개선하며 문화재가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수분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보존에서 중요하다.
문화재 보존은 눈앞에 나타난 손상만 치료하는 일이 아니다.
손상을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과정을 찾아내는 과학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긴다.
문화재 내부로 들어온 물이 겨울에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주 작은 공극 속에서 얼음이 만들어지는 것만으로 단단한 돌이 실제로 갈라질 수 있을까?
다음 63편에서는 「겨울만 되면 돌 문화재가 부서지는 이유는? 동결·융해와 석재 풍화의 과학」을 살펴본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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