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 다락방 정보 다락방

옛 유리의 색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고대 유리의 성분과 발색 원리

cho007 읽는 시간 약 24분

박물관에서 오래된 유리 문화재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색이다.

맑고 투명한 유리도 있지만 푸른빛이나 초록빛, 갈색, 짙은 남색처럼 강한 색을 가진 유리도 있다. 작은 유리구슬 하나에서도 여러 색이 층처럼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겉으로는 비슷한 청색 유리라도 실제 성분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유리의 색을 단순한 장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존과학자에게 색은 재료와 제작기술을 추적하는 중요한 단서다.

유리의 색은 단순히 표면에 칠한 색이 아니라 유리 내부에 존재하는 특정 원소와 화합물, 미세한 입자, 제작 과정에서 형성된 구조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같은 원소가 들어 있어도 언제나 같은 색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소가 어떤 화학적 상태로 존재하는지, 유리를 녹일 때 가마 내부의 분위기는 어떠했는지, 다른 성분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오래된 유리 문화재의 색을 분석하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이번에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색에서 출발해 그 안에 숨어 있는 고대 유리의 재료와 발색 원리를 살펴본다.

목차

유리는 무엇으로 만드는 재료일까?

유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유리가 어떤 재료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유리는 단단한 고체지만, 내부 구조를 결정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일반적인 결정질 물질과 똑같이 볼 수는 없다.

유리는 대표적인 비정질 재료다.

비정질이란 원자들이 결정처럼 장거리에서 규칙적으로 반복 배열된 구조를 가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쉽게 표현하면 결정이 잘 정돈된 벽돌담과 비슷하다면 유리는 훨씬 불규칙하게 연결된 구조에 가깝다.

전통적인 유리의 기본적인 골격을 만드는 중요한 성분 가운데 하나는 실리카다.

실리카는 이산화규소를 중심으로 하는 성분으로 모래나 석영과 관련해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실리카만으로 유리를 만들려면 매우 높은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유리 제작에서는 녹는 과정을 돕는 융제와 유리의 성질을 조절하는 여러 성분이 함께 사용될 수 있다.

바로 이 조합이 고대 유리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모래를 녹이면 바로 유리가 되는 것일까?

단순히 모래를 가열한다고 쉽게 유리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리카를 주성분으로 하는 원료는 높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에 전통적인 제작 환경에서는 융제를 이용해 작업 가능한 온도 범위를 낮추는 것이 중요했다.

융제는 쉽게 말하면 유리를 만들 때 원료가 녹는 과정을 돕는 성분이다.

고대 유리에서는 알칼리 성분이 이러한 역할과 관련된다.

여기에는 나트륨이나 칼륨과 관련된 성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유리가 물에 지나치게 쉽게 영향을 받지 않도록 안정성을 높이는 데 칼슘 등의 성분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오래된 유리 한 조각은 단순히 녹인 모래가 아니다.

여러 원료를 일정한 조건에서 녹이고 냉각해 만든 인공적인 재료다.

고대 유리의 성분을 알아내면 무엇이 달라질까?

유리의 주요 성분 조성을 조사하면 어떤 종류의 원료 체계를 사용했는지 연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트륨과 칼륨 등 알칼리 성분의 상대적인 특징은 유리 원료와 제작 전통을 비교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마그네슘이나 칼슘, 알루미늄 등 다른 원소의 함량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특정 원소 하나가 검출됐다고 곧바로 “이 유리는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비슷한 원료가 여러 지역에서 사용됐을 수 있고 원료나 완성된 유리가 장거리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유리 조성은 제작기술과 원료 체계를 연구하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그 자체가 제작지를 적어 놓은 주소표는 아니다.

투명한 유리에 색은 어떻게 생길까?

유리가 특정한 색으로 보이려면 가시광선 가운데 일부 파장의 빛이 다른 파장보다 더 많이 흡수되거나 산란되는 현상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가 보는 색은 물질이 빛과 상호작용한 결과다.

유리 안에 특정 금속 원소가 존재하면 전자의 에너지 상태와 관련된 빛의 흡수가 일어나면서 색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원소의 이름만으로 색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원소라도 산화 상태와 주변의 화학적 환경이 다르면 빛을 흡수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원소가 있으면 무조건 이 색”이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고대 유리를 해석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파란색 유리는 무엇이 색을 만들었을까?

청색 유리에서는 코발트와 구리 등이 발색과 관련된 중요한 원소로 연구될 수 있다.

코발트는 적은 양으로도 강한 청색 계열의 색을 나타낼 수 있는 대표적인 발색 원소다.

구리 역시 유리의 조성과 산화 상태 등에 따라 청색이나 청록색 계열의 색과 관련될 수 있다.

하지만 눈으로 파랗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코발트 유리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비슷하게 보이는 색이라도 발색 원소와 유리의 기본 조성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존과학에서는 색을 먼저 관찰한 뒤 실제 성분 분석을 통해 어떤 원소가 존재하는지 확인한다.

색은 분석을 시작하게 만드는 질문이지 분석 결과 그 자체는 아니다.

초록색 유리는 왜 초록색일까?

철과 구리 같은 원소가 녹색 계열의 색 형성에 관여할 수 있다.

특히 철은 유리 원료에 자연스럽게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중요한 원소다.

유리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모래나 다른 광물 원료가 완전히 순수하지 않다면 철 성분이 함께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철이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가에 따라 유리의 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녹색은 장인이 의도적으로 발색 성분을 첨가해 만든 것일 수 있고, 다른 경우에는 기본 원료에 포함된 성분이 색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보이는 색만으로 의도 여부까지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철은 유리에서 한 가지 색만 만들까?

그렇지 않다.

철은 고대 유리의 색을 이해할 때 특히 흥미로운 원소다.

철은 서로 다른 산화 상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그 비율과 주변 환경에 따라 유리의 색조에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철이 들어 있다’는 사실과 ‘철이 어떤 상태로 들어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이 차이는 유리를 녹이는 과정에서 가마 내부의 산소 조건과도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보존과학자는 단순한 원소의 존재 여부를 넘어 가능하다면 그 원소가 어떤 상태와 환경에서 색을 만드는지 이해하려고 한다.

가마 속 산소가 유리 색까지 바꿀 수 있을까?

가능하다.

유리를 녹이는 동안 가마 내부가 산소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조건인지, 부족한 조건인지에 따라 일부 금속 원소의 산화 상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산화 분위기와 환원 분위기라는 말로 표현한다.

산화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산소가 충분한 조건이고, 환원 분위기는 산소가 제한되어 다른 화학적 상태가 형성되기 쉬운 조건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특정 발색 원소가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101편에서 도자기의 소성 분위기를 살펴봤던 것처럼 가마의 분위기는 유리에서도 중요한 제작 조건이다.

다만 현재의 색 하나만으로 수백 년 전 가마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확정해서는 안 된다.

빨간색 유리도 금속 원소 때문에 만들어질까?

적색 유리의 발색은 상당히 흥미롭다.

일부 유리에서는 구리와 관련된 미세한 입자나 특정한 상태의 성분이 붉은색 형성에 관여할 수 있다.

이 경우 단순히 유리 전체에 원소가 균일하게 녹아 있는 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매우 작은 입자의 형성과 분포가 색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유리의 색은 ‘어떤 원소가 들어갔는가’뿐 아니라 그 원소가 유리 내부에서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가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런 유리를 연구할 때 미세구조 관찰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노란색이나 갈색 유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노란색과 갈색 계열의 유리 역시 하나의 원인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철과 같은 전이금속 원소의 상태가 색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특정 성분이나 미세 입자가 발색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발색 성분이 동시에 존재하면 색은 더욱 복잡해진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색은 한 원소의 신호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유리 전체의 조성과 미세구조, 두께와 빛의 통과 방식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같은 갈색 유리 두 점이 있다고 해도 같은 제조법으로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보라색 유리는 어떤 원리로 만들어질까?

망간은 고대 유리 연구에서 색과 관련해 자주 주목되는 원소 가운데 하나다.

망간의 상태와 농도 등에 따라 보라색 계열의 색과 관련될 수 있다.

하지만 망간은 단순히 색을 만드는 역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유리에서 다른 성분이 만드는 색조를 조절하는 과정과 관련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의 원소가 항상 하나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성분도 유리의 전체 조성과 제조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다.

고대 유리 분석에서 개별 원소보다 전체적인 조성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무색 유리는 정말 아무것도 넣지 않은 유리일까?

무색으로 보인다고 해서 불순물이나 발색 관련 성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유리 원료에 자연적으로 포함된 철 등으로 인해 약한 색조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인은 이런 색을 줄이기 위해 다른 성분을 이용해 시각적인 색 균형을 조절했을 가능성이 있다.

쉽게 표현하면 한 색을 완전히 제거했다기보다 다른 광학적 효과를 이용해 전체적으로 무색에 가깝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명하고 무색에 가까운 유리도 중요한 기술적 정보를 담고 있다.

색이 없다는 것 역시 제작 결과일 수 있다.

유리 색이 진하면 발색 원소가 더 많이 들어 있는 것일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발색 성분의 농도는 색의 강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유리의 색은 농도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유리의 두께가 다르면 같은 재료라도 더 진하거나 연하게 보일 수 있다.

빛이 통과하는 거리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소의 산화 상태와 주변 유리 조성도 중요하다.

미세 입자에 의해 색이 형성되는 경우에는 입자의 크기와 분포 역시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짙은 파란색 유리가 연한 파란색 유리보다 반드시 코발트를 몇 배 더 많이 포함한다고 눈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색이 비슷하면 같은 유리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것은 고대 유리를 연구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사람의 눈에는 거의 같은 청색으로 보이는 두 유리구슬이 서로 다른 발색 원소를 포함할 수 있다.

기본 유리 조성도 다를 수 있다.

반대로 성분이 상당히 비슷한 유리라도 두께와 제작조건, 보존 상태에 따라 현재의 색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색에 따른 분류와 화학적 조성에 따른 분류는 서로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

보존과학자는 두 정보를 연결하되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유리의 색을 숫자로 측정할 수도 있을까?

가능하다.

색은 사람의 눈으로만 표현할 필요가 없다.

적절한 색 측정 방법을 이용하면 밝기와 색의 방향을 수치로 기록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조금 더 푸르다”거나 “약간 어둡다”는 주관적인 표현보다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색 측정값 역시 측정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유리가 투명한지 불투명한지, 두께가 어떤지, 배경과 조명이 무엇인지에 따라 측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 유리의 색을 비교하려면 측정 조건을 가능한 한 일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색 측정 자체의 원리는 133편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유리의 성분은 어떻게 분석할까?

문화재 유리의 성분을 조사하는 데에는 연구 목적과 대상 상태에 따라 여러 분석법이 활용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X선 형광분석, 즉 XRF를 이용하면 유리에 포함된 여러 원소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XRF는 물질에 X선을 조사했을 때 원소마다 특징적으로 발생하는 X선을 측정해 어떤 원소가 존재하는지 조사하는 방법이다.

문화재를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장비도 있어 시료를 떼어내지 않고 원소 정보를 얻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XRF가 모든 원소를 동일한 조건에서 완벽하게 분석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유리 조성을 정밀하게 연구할 때는 연구 질문에 따라 다른 분석법이 필요할 수 있다.

XRF로 색의 원인을 바로 알 수 있을까?

XRF를 이용해 코발트나 구리, 철, 망간처럼 발색과 관련될 수 있는 원소를 확인하면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원소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원소가 현재 색을 얼마나 만들고 있는지 곧바로 결정할 수는 없다.

어떤 산화 상태인지, 유리 안에서 어떤 구조로 존재하는지에 따라 발색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원소가 의도적으로 넣은 착색제인지 원료에서 자연스럽게 들어온 불순물인지 판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XRF 결과는 색과 연결해서 해석해야 하지만 색의 원인을 자동으로 출력하는 정답표는 아니다.

아주 작은 유리 조각에서는 더 정밀한 분석이 가능할까?

이미 떨어져 나온 작은 유리 파편이나 연구가 허용된 미세 시료가 있다면 보다 다양한 분석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사전자현미경과 에너지 분산형 X선 분석을 함께 사용하면 미세구조를 관찰하면서 특정 영역의 원소 조성을 조사할 수 있다.

이를 흔히 SEM-EDS 분석이라고 부른다.

특히 유리 안에 미세한 결정이나 입자가 존재한다면 그 주변과 입자의 성분 차이를 조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 목적에 따라 보다 정밀한 정량 성분 분석법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분석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원본을 무조건 떼어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문화재에서는 먼저 연구 질문과 시료 채취의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

유리 안에 작은 기포가 보이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오래된 유리를 확대해 보면 작은 기포가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 기포는 유리를 녹이고 만드는 과정에서 형성된 흔적일 가능성이 있다.

기포의 형태와 분포는 제작기술을 연구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작온도나 특정 제작법을 정확하게 결정할 수는 없다.

유리의 점도와 원료 상태, 용융 시간, 가스 발생 등 다양한 조건이 기포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포 역시 색과 마찬가지로 제작 과정의 단서이지 하나의 특징만으로 모든 과정을 설명하는 증거는 아니다.

불투명한 유리는 왜 빛이 통과하지 않을까?

유리가 불투명하게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부에 존재하는 미세한 입자나 결정이 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빛이 유리를 그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면 투명도가 낮아진다.

고대 유리에서는 의도적으로 불투명한 효과를 만들기 위해 특정 성분과 미세한 결정상을 이용한 사례들이 연구되어 왔다.

따라서 불투명 유리를 분석할 때는 전체 원소 조성뿐 아니라 내부에 어떤 미세 입자가 존재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흰색이나 노란색 불투명 유리라도 발색과 불투명화의 원리가 서로 다를 가능성이 있다.

유리 표면이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면 원래 장식일까?

오래된 유리 문화재에서는 표면에 아름다운 무지갯빛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을 제작 당시 의도된 색이라고 바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유리가 오랫동안 토양이나 습한 환경에 놓이면 표면 성분이 변화하면서 매우 얇은 변질층이 형성될 수 있다.

이런 얇은 층에서 빛의 간섭이 일어나면 무지갯빛과 비슷한 광학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즉 현재 매우 화려하게 보이는 색이 오히려 수백 년 또는 그 이상의 열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원래의 발색과 후대의 표면 변화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유리는 단단한데도 부식될까?

유리는 금속처럼 녹이 생기는 방식으로 부식하지는 않지만 환경과 반응하면서 표면이 변할 수 있다.

특히 수분은 유리 표면의 일부 성분 이동과 화학적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리 조성이 안정적이지 않거나 장기간 좋지 않은 환경에 놓이면 표면이 흐려지거나 거칠어지고 층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오래된 유리에서 보이는 색은 원래의 유리 내부 색과 표면 열화가 함께 영향을 주고 있을 수 있다.

보존과학자는 발색 원리를 연구할 때 현재 표면 상태도 함께 확인한다.

표면이 변한 유리를 분석하면 원래 성분을 잘못 알 수도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유리 표면에서 일부 성분이 선택적으로 빠져나가거나 상대적인 조성이 변했다면 표면과 내부의 성분이 완전히 같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표면을 주로 측정하는 분석 결과를 유리 전체의 원래 조성이라고 해석하면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연구자는 분석법이 어느 깊이의 정보를 주로 반영하는지 고려해야 한다.

표면 상태를 먼저 관찰하고 필요하다면 내부 조성과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한다.

문화재 분석에서 측정값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를 측정했는가’라는 사실이다.

색이 다른 부분은 모두 다른 유리로 만든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여러 색의 유리를 각각 만들어 결합했을 수도 있지만 하나의 유리에서 제작 조건이나 구조의 차이로 색이 달라진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눈에는 거의 같은 색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서로 다른 조성의 유리가 결합되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다색 유리 문화재에서는 색의 경계와 제작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

색이 다른 영역의 성분을 비교하면 어떤 재료를 따로 만들어 결합했는지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색 분석을 넘어 제작 순서를 추적하는 연구로 발전한다.

유리구슬의 색을 알면 교역도 연구할 수 있을까?

유리의 조성과 발색기술은 고대 사회의 기술 교류와 유통을 연구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서로 멀리 떨어진 유적에서 비슷한 조성 체계와 발색 특징을 가진 유리가 발견된다면 원료와 완제품, 제작기술의 이동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화학적으로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두 유리가 같은 공방에서 만들어졌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비슷한 기술이 여러 지역에 존재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리 분석 결과는 고고학적 출토 맥락과 형태, 제작기법, 역사적 자료와 함께 해석할 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특정 발색 원소가 나오면 제작지를 찾을 수 있을까?

단일 발색 원소만으로 제작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코발트나 구리 같은 원소는 여러 지역과 시대에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발색 원소와 함께 나타나는 미량 원소의 조합이 원료 특성을 연구하는 단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연구에는 출처가 명확한 충분한 비교 자료가 필요하다.

몇 개의 원소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제작지를 확정하면 안 된다.

보존과학에서 ‘성분이 비슷하다’와 ‘같은 장소에서 만들어졌다’는 서로 다른 결론이다.

고대 장인이 색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었을까?

오래된 유리 문화재에 나타나는 다양한 색은 당시 제작자들이 원료와 가마 조건에 관한 상당한 경험적 지식을 축적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발색 성분을 넣는 양뿐 아니라 유리를 녹이고 유지하는 과정, 가마의 분위기와 냉각 조건 등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화학식이나 산화수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반복된 제작 경험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방법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따라서 고대 유리의 색을 분석하는 것은 단순히 화학성분을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다.

당시 장인이 재료를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추적하는 일이기도 하다.

유리의 색을 분석하는 것이 보존에는 왜 중요할까?

발색 원소와 기본 유리 조성을 이해하면 문화재의 제작재료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현재 관찰되는 색 가운데 어떤 부분이 원래 제작 당시의 특징이고 어떤 부분이 후대의 표면 열화와 관련되는지를 구분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유리의 기본 조성은 장기적인 화학적 안정성과도 관련될 수 있다.

따라서 보존과학자는 유리를 단순히 ‘파란 유리’, ‘초록 유리’라고 분류하는 데서 끝내지 않는다.

색을 만든 재료와 현재 유리의 상태를 함께 조사해야 보다 적절한 보존 판단을 할 수 있다.

보존과학자는 고대 유리의 색을 어떤 순서로 조사할까?

먼저 육안과 확대 관찰을 통해 색의 분포와 투명도, 기포와 표면 상태 등을 기록한다.

원래의 색과 표면 변질에 의한 색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도 살펴본다.

그다음 비파괴적으로 얻을 수 있는 원소 정보를 검토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색 영역이 있다면 같은 조건에서 비교해 어떤 성분 차이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 미세구조와 특정 입자의 성분을 조사하는 방법을 추가할 수 있다.

그리고 발색 원소만 따로 보지 않는다.

유리의 기본 조성과 발색 원소, 미세구조, 표면 열화 상태를 함께 해석한다.

그래야 눈앞의 색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보다 타당한 설명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대 유리의 색을 보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을까?

색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색과 성분, 미세구조를 함께 조사하면 상당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코발트와 구리, 철, 망간 같은 원소는 유리의 색과 관련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미세한 입자와 결정의 형성도 발색이나 불투명화에 영향을 준다.

같은 원소라도 산화 상태와 유리의 전체 조성, 가마 분위기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고대 유리의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원료 선택과 가마의 조건, 장인의 제작 경험이 함께 만들어낸 재료적 결과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보는 색에는 제작 당시의 색뿐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일어난 표면 변화가 겹쳐 있을 수도 있다.

보존과학자는 이 여러 층의 정보를 하나씩 분리해 읽는다.

그런데 다음 문화재에서는 색보다 훨씬 얇은 층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겉으로 금빛을 내는 문화재가 있다고 해보자. 전체가 금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다른 금속 위에 매우 얇은 금속층을 입힌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표면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금빛 층이 무엇인지, 얼마나 얇게 존재하는지, 그 아래에는 어떤 재료가 숨어 있는지 조사할 수 있을까?

다음 108편에서는 「금빛 문화재는 정말 순금으로 만들었을까? 도금층을 조사하는 보존과학」이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cho007

cho007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error: Content is protected !!

광고 차단 알림

광고 클릭 제한을 초과하여 광고가 차단되었습니다.

단시간에 반복적인 광고 클릭은 시스템에 의해 감지되며, IP가 수집되어 사이트 관리자가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