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사람이 잘못 복원한 문화재는 어떻게 할까? 과거 보존처리를 다시 되돌리는 이유
박물관 수장고에서 오래된 도자기 한 점을 발견했다고 생각해보자.
도자기는 이미 한 차례 복원되어 있다.
깨진 조각들은 접착제로 붙어 있고 사라진 부분에는 새로운 재료가 채워져 있다. 멀리서 보면 비교적 온전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문제가 있다.
접착제가 누렇게 변했고 일부 접합부가 벌어지고 있다. 보충재에는 균열이 생겼으며 원본보다 지나치게 단단한 재료가 사용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의 복원을 모두 제거하고 처음부터 다시 복원하면 될까?
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현재 기준에서 좋지 않아 보이는 보존처리라고 해서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거에 이루어진 처리라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남겨두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문화재 보존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복원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 처리가 문화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재 보존에는 ‘재처리’라는 또 하나의 어려운 영역이 존재한다.
목차
문화재도 여러 번 복원될 수 있을까?
그렇다.
문화재는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동안 존재하면서 여러 차례 수리와 보존처리를 경험할 수 있다.
사용되던 시기에 깨져 수리됐을 수도 있고 발굴된 직후 다시 접합됐을 수도 있다.
박물관에 들어온 뒤 새로운 보존처리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보는 문화재의 모습이 단 한 번의 복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하나의 문화재 안에 서로 다른 시대의 수리 흔적이 겹쳐 있을 수 있다.
옛날 사람들도 깨진 문화재를 고쳤을까?
물론이다.
그들에게는 ‘문화재 복원’이 아니라 생활용품을 다시 사용하기 위한 수리였을 가능성이 크다.
깨진 그릇에 구멍을 뚫고 금속 재료로 고정하거나 손상된 물건에 새로운 부품을 붙이는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었다.
오늘날 기준에서는 거칠어 보이는 수리라도 당시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기술을 보여주는 중요한 흔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오래된 수리 흔적을 단순한 잘못된 복원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과거 수리와 현대 보존처리는 구분해야 한다
문화재에 남아 있는 모든 추가 재료가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가 실제 사용되던 시기에 이루어진 수리는 문화재의 역사적 생애와 직접 연결될 수 있다.
반면 박물관에 들어온 이후 현대의 보존 목적으로 추가된 접착제와 보충재는 성격이 다를 수 있다.
물론 오래된 박물관 보존처리 역시 시간이 지나면 보존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무엇을 제거하기 전에 그 재료가 언제, 왜 추가됐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왜 과거에는 지금과 다른 재료를 사용했을까?
보존기술도 시대에 따라 발전한다.
현재는 문화재에 적합한 여러 보존재료가 연구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선택할 수 있는 재료와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일상적인 접착제나 충전재가 사용된 사례도 있을 수 있다.
또 당시에는 매우 안정적이라고 평가됐던 재료가 수십 년이 지나면서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열화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의 지식을 과거에 그대로 적용해 “왜 이런 재료를 사용했을까?”라고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다.
투명했던 접착제가 왜 누렇게 변할까?
많은 유기 고분자 재료는 시간이 지나면서 빛과 산소, 열 등의 영향을 받아 화학적으로 변할 수 있다.
처음에는 투명했던 접착제가 황변하면서 문화재의 색을 방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미적인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접착제가 노화하면서 취약해지거나 수축하고 접착력이 감소할 수도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단단해져 원본에 물리적인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오래된 접착제는 색뿐 아니라 구조적인 안정성까지 함께 조사해야 한다.
접착제가 노랗게 변하면 바로 제거해야 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황변이 발생했더라도 문화재를 안정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원본에 특별한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즉각 제거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반대로 색은 크게 변하지 않았더라도 접착제가 수축하면서 원본을 잡아당기거나 균열을 만들고 있다면 재처리가 더 시급할 수 있다.
보존에서 중요한 것은 외관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그 재료가 문화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오래된 접착제가 원본보다 강하면 왜 위험할까?
깨진 도자기의 접합부를 매우 강한 접착제로 붙였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튼튼해 보인다.
하지만 문화재가 충격을 받으면 접착부가 떨어지는 대신 접착부 주변의 원본 도자기가 새롭게 깨질 수 있다.
즉, 수리재료가 살아남고 원본이 손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54편에서 복원재료의 강도가 무조건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고 살펴본 이유다.
보존재료는 원본과 물리적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접착제를 제거하는 과정도 문화재를 손상시킬 수 있다
오래된 접착제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서 제거 작업이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다.
접착제가 문화재의 기공이나 균열 깊숙이 침투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억지로 긁어내면 원본 표면이 함께 떨어질 수 있다.
용매를 사용하면 접착제는 녹지만 원본의 안료나 코팅층까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재처리에서는 항상 두 가지 위험을 비교해야 한다.
그대로 두었을 때의 위험과 제거했을 때의 위험이다.
과거 복원을 제거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하나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다만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복원재료가 원본을 지속적으로 손상시키고 있는가?
구조적인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있는가?
문화재의 중요한 정보를 가리고 있는가?
제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과거 복원 자체에 역사적 가치가 있는가?
제거한 뒤 더 안정적인 방법으로 재처리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X선으로 과거 복원을 찾을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매우 유용하다.
32편에서 살펴본 X선 촬영은 문화재 내부의 밀도 차이를 이용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구조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과거에 깨진 도자기나 조각상을 수리하면서 금속 핀과 못, 철사 등을 사용했다면 X선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겉으로는 단순한 접합처럼 보이지만 내부에 복잡한 금속 보강재가 들어 있을 수도 있다.
이 정보를 모르고 문화재를 분해하려 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재처리 역시 조사부터 시작한다.
CT를 이용하면 무엇을 더 볼 수 있을까?
33편에서 살펴본 CT는 문화재 내부 구조를 단면과 3차원 형태로 조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과거 복원 과정에서 삽입된 지지 구조가 어디까지 들어가 있는지, 내부에 빈 공간이 있는지, 균열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복잡한 조각이나 입체 문화재에서는 외관만 보고 분해 방법을 결정하는 것보다 내부 상태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비파괴 조사가 재처리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자외선으로 옛날 덧칠을 찾을 수도 있을까?
35편에서 살펴본 자외선 조사는 회화 작품의 과거 복원 흔적을 조사할 때 유용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원래 바니시와 나중에 사용한 보존재료가 서로 다른 형광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손상 부위를 넓게 덧칠했다면 자외선 사진에서 주변과 다른 영역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자외선 반응만으로 정확한 재료와 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다.
다른 조사와 기록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과거 복원이 원본을 가리고 있다면?
이 경우 재처리를 검토할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화의 작은 결손을 복원하면서 원본 물감층 위까지 넓게 덧칠했다고 생각해보자.
이 덧칠이 시간이 지나 변색되면 원래 그림의 색과 붓질을 가릴 수 있다.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면 과도한 덧칠을 줄여 원본을 다시 드러내는 처리를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56편의 세척 원칙이 적용된다.
어디까지가 덧칠이고 어디부터가 원본인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덧칠을 제거했더니 더 보기 싫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과거 복원이 큰 결손을 감추고 있었다면 이를 제거한 뒤 원본의 손상이 훨씬 크게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보존의 목적은 단순히 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과거 복원이 원본을 왜곡하고 있다면 제거 후 현재의 보존 원칙에 맞는 새로운 색 보완을 실시할 수도 있다.
이때 새로운 보완 역시 원본과 식별 가능하고 향후 재처리를 고려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충재가 갈라지면 원본도 위험할까?
그럴 수 있다.
도자기의 결손부에 사용된 보충재가 시간이 지나 수축하거나 팽창하면 원본과의 경계에서 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보충재가 원본보다 지나치게 단단하다면 변형에 대응하지 못해 원본에 응력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오래된 복원부의 균열은 단순한 미관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상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과거에 뚫어놓은 구멍은 다시 없앨 수 있을까?
이미 원본에 만들어진 구멍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과거 수리 과정에서 못이나 금속 핀을 넣기 위해 구멍을 뚫었다면 원본 재료는 이미 제거된 상태다.
이것은 가역성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금속 부품은 제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원래 없었던 구멍을 다시 원본 물질로 채울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날의 보존처리에서 불필요하게 원본을 절삭하거나 천공하는 방식이 신중하게 검토되는 것이다.
금속 핀은 무조건 제거해야 할까?
아니다.
금속 핀이 안정적이고 문화재의 구조를 잘 지지하고 있다면 반드시 제거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또 핀을 제거하려면 주변 원본을 더 많이 손상시켜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금속 핀이 부식하면서 부피가 증가하고 주변 도자기나 석재를 밀어내고 있다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금속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현재 어떤 위험을 만들고 있는지다.
철 핀이 녹슬면 문화재가 깨질 수도 있을까?
가능하다.
철이 부식하면서 형성되는 부식 생성물은 원래 금속과 다른 부피와 구조를 가질 수 있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부식이 진행되면 주변 재료에 압력을 줄 수 있다.
석조나 도자기 내부에 철제 보강재가 들어 있다면 이 압력이 균열이나 박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45편에서 철제 문화재의 부식을 살펴봤지만 철과 다른 재료가 결합된 복합 문화재에서도 부식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과거의 복원재료를 분석하기도 할까?
그렇다.
복원재료의 종류를 알면 어떤 방법으로 제거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FT-IR이나 Raman 등의 분석법을 통해 유기재료의 특성을 조사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다른 분석법을 조합할 수 있다.
42편에서 살펴본 미세시료 분석도 활용될 수 있다.
이미 떨어져 나온 복원재료가 있다면 원본을 새로 채취하지 않고 이를 분석 시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옛날 보존처리 기록이 있다면 가장 좋은 단서가 된다
과거 보존처리자가 어떤 접착제와 보충재를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기록해두었다면 재처리는 훨씬 쉬워진다.
어떤 용매에 반응할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 위치에 재료가 사용됐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55편에서 보존처리 기록이 미래의 보존과학자를 위한 정보라고 살펴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 작성한 처리 보고서가 수십 년 뒤 문화재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기록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오래된 문화재에서는 처리 기록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문화재 자체가 기록이 된다.
육안 관찰과 현미경, 자외선 촬영, X선, CT, 성분 분석 등을 통해 어떤 재료가 어디에 사용됐는지 하나씩 추적해야 한다.
말 그대로 문화재를 대상으로 한 과학수사와 비슷하다.
접착제의 색과 균열 형태, 층의 순서, 재료의 성분이 과거 보존처리의 흔적을 알려줄 수 있다.
잘못된 복원도 역사적 가치가 생길 수 있을까?
여기에서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100년 전에 이루어진 복원이라면 그 복원 자체가 문화재 보존 역사의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당시 사람들이 문화재를 어떻게 바라봤고 어떤 재료와 기술을 사용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늘날 기준에서 부적절한 처리라도 보존기술의 역사를 연구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잘못됐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지워버리면 또 다른 역사를 없앨 수도 있다.
오래된 수리를 남겨야 하는 경우
과거 수리가 문화재의 사용 역사와 직접 연결된다면 보존 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래된 그릇이 깨진 뒤 당시 사용자가 직접 수리해 계속 사용했다면 그 흔적은 물건의 생애를 보여준다.
수리 방법을 통해 당시의 생활기술과 물건을 아끼는 방식까지 연구할 수 있다.
이런 수리를 현대 보존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거하면 문화재의 중요한 역사적 층을 잃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복원’일까?
이 표현 자체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현재 문화재에 실제 손상을 일으키는 처리와 단순히 현재의 미적 취향에 맞지 않는 처리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색이 조금 어색하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복원을 잘못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원본을 화학적으로 손상시키거나 구조적으로 위험하게 만들고 있거나 중요한 원본 정보를 심각하게 가리는 경우라면 재처리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다.
즉, 평가는 외관보다 위험성과 정보 보존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 복원을 제거하면 그것도 새로운 역사 아닌가?
그렇다.
재처리 역시 문화재의 역사에 새로운 층을 추가한다.
2026년에 이루어진 보존처리도 100년 뒤에는 ‘21세기 보존처리’라는 역사적 정보가 된다.
따라서 현재의 보존과학자가 자신의 판단을 절대적인 최종 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래에는 더 좋은 분석법과 새로운 보존 철학이 등장할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한 범위에서 원본을 남기고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해야 한다.
재처리 전에 왜 과거 사진을 찾을까?
과거 전시 사진과 발굴 사진, 소장 기록은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현재 복원된 부분이 언제 추가됐는지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50년대 사진에는 결손이 그대로 보이는데 1970년대 사진에서는 완전히 복원되어 있다면 그 사이에 보존처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사진 기록은 문화재의 외관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오래된 복원부를 제거하기 전에 3D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
매우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과거 복원 자체에 연구 가치가 있다면 제거하기 전에 사진과 3D 스캔 등으로 형태를 정밀하게 기록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물리적인 복원재료를 제거하더라도 과거 상태에 대한 디지털 기록을 남길 수 있다.
58편에서 다룰 3D 스캔은 단순히 문화재 원형을 복제하는 기술이 아니라 보존처리 전후의 변화를 기록하는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제거한 복원재료는 버려도 될까?
경우에 따라 보존할 가치가 있다.
제거한 접착제나 보충재는 과거 보존처리의 재료를 연구할 수 있는 실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기록이 없다면 제거된 시료 자체가 중요한 분석 자료가 된다.
따라서 대표적인 시료를 별도로 보관하고 출처와 제거 위치를 기록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문화재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해서 모든 것이 쓰레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재처리를 하면 문화재가 계속 약해지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복적인 보존처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접착제를 제거하고 다시 붙이는 과정마다 원본에 물리적·화학적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무조건 전부 해체하고 다시 복원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현재 상태를 조사해 필요한 부분만 개입하고 이후 환경 관리와 지지 구조 개선 등을 통해 재처리 주기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적 보존이 다시 등장하는 이유다.
환경을 바꾸면 재처리를 피할 수도 있을까?
경우에 따라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오래된 금속 보강재의 부식이 높은 습도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 적절한 환경 관리로 부식 속도를 낮출 수 있다.
이 경우 위험한 분해 작업보다 환경 개선이 우선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빛 때문에 과거 복원재료가 빠르게 변색되고 있다면 전시 조건을 조정해 추가 변화를 줄일 수 있다.
보존처리는 항상 문화재에 직접 손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재처리 여부는 누가 결정할까?
중요한 문화재에서는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존과학자와 보존처리 전문가, 큐레이터, 미술사·고고학 연구자 등 여러 분야의 의견이 필요할 수 있다.
현대미술이라면 작가나 작품 제작 관계자의 기록도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된다.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하는지에 따라 적절한 처리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실수를 완전히 지울 수 있을까?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과거 세척에서 원본 표면이 이미 제거됐다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잘못된 접착제가 깊숙이 침투했다면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울 수 있다.
원본에 구멍을 뚫었다면 사라진 원래 재료를 다시 만들 수 없다.
이 때문에 과거 보존처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오늘의 보존처리를 신중하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한 번의 개입이 미래 세대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신 재료라면 앞으로는 문제가 없을까?
그렇게 장담할 수도 없다.
현재 사용하는 보존재료는 과거보다 많은 연구와 시험을 거치지만 수백 년 뒤의 변화를 완벽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문화재가 놓이는 환경도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현재의 판단이 수정될 수도 있다.
그래서 현대 보존의 중요한 태도는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는 절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다시 평가할 수 있도록 정보를 남기는 것이다.
재처리 후에는 무엇을 기록해야 할까?
처리 전 상태와 과거 복원재료의 위치, 제거한 범위와 방법, 새롭게 사용한 재료 등을 기록해야 한다.
가능하면 처리 중 발견한 새로운 정보도 함께 남긴다.
예를 들어 보충재 아래에서 원래 장식이 발견됐거나 내부에서 과거 금속 핀이 확인됐다면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된다.
처리 전·중·후 사진 역시 남겨야 한다.
이 기록은 앞으로 또 다른 재처리가 필요해졌을 때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문화재에는 몇 개의 시간이 겹쳐 있을까?
하나의 문화재에는 제작 당시의 시간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제작된 시간, 사용된 시간, 파손된 시간, 과거에 수리된 시간, 발굴된 시간, 박물관에 들어온 시간 그리고 여러 차례 보존처리를 받은 시간이 겹쳐 있다.
보존과학자는 이 층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 나머지를 지우는 사람이 아니다.
각 흔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조사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이것이 문화재 재처리가 단순한 ‘다시 수리하기’가 아닌 이유다.
이전 사람이 잘못 복원한 문화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제거가 아니다.
조사다.
현재 보존재료가 무엇인지, 언제 추가됐는지, 원본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대로 두었을 때의 위험과 제거했을 때의 위험을 비교하고 과거 복원 자체가 가진 역사적 가치도 평가해야 한다.
원본을 실제로 손상시키고 있고 더 안전한 방법으로 재처리할 수 있다면 기존 처리를 제거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반대로 안정적이고 역사적 가치가 있다면 남겨두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문화재 보존에서 과거의 복원을 다시 되돌리는 목적은 이전 사람의 흔적을 지우는 데 있지 않다.
현재 남아 있는 원본을 미래까지 더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재처리를 결정하는 순간에도 한 가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 우리가 하는 보존처리 역시 언젠가는 ‘과거의 보존처리’가 된다.
미래의 보존과학자가 오늘의 선택을 다시 검토할 수 있도록 원본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사용한 재료와 판단 근거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보존처리는 자신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의 선택을 남겨두는 처리에 가깝다.
그렇다면 문화재를 직접 만지지 않고도 현재 모습을 아주 정확하게 남길 방법은 없을까?
균열과 결손, 과거 복원 흔적을 3차원 데이터로 기록해두면 다음 보존처리에서 현재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심지어 실제 문화재의 빈 부분을 물리적으로 복원하지 않고 컴퓨터 안에서만 원래 모습을 추정할 수도 있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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