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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지워지지 않는 오염은 무엇으로 제거할까? 용매 선택의 원리

cho007 읽는 시간 약 29분

문화재 표면에 끈적한 얼룩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 보자.

먼저 물을 아주 제한적으로 시험했지만 변화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무엇을 사용해야 할까?

일상적인 청소라면 더 강한 세정제를 찾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재 보존에서는 ‘더 강한 것’을 찾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물에 녹지 않는다는 사실은 오염의 성질에 대한 하나의 단서다.

기름이나 왁스처럼 물과 잘 섞이지 않는 물질일 수도 있고, 오래된 수지나 접착제일 수도 있다. 여러 물질이 오랜 시간 변하면서 만들어진 복합적인 오염층일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물질을 제거하려면 물과 다른 성질을 가진 용매를 검토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오염을 아주 잘 녹이는 용매를 찾았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세척용 용매라는 뜻은 아니다. 같은 용매가 문화재의 원래 마감층이나 안료의 결합재, 과거 보존처리 재료까지 함께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용매가 너무 빠르게 문화재 내부로 스며들 수도 있고, 너무 천천히 증발해 원본과 오랫동안 접촉할 수도 있다.

작업자의 건강과 화재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문화재 세척에서 용매 선택은 ‘무엇이 가장 잘 녹이는가’를 찾는 과정이 아니다.

제거할 물질에는 충분히 작용하면서 남겨야 할 문화재에는 가능한 한 적게 영향을 주는 조건을 찾는 과정이다.

목차

용매는 정확히 무엇일까?

용매는 다른 물질을 녹여 용액을 만드는 물질이다.

124편에서 살펴본 물도 대표적인 용매다.

하지만 문화재 세척에서 ‘용매’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물 이외의 유기용매를 함께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에탄올이나 아세톤처럼 비교적 익숙한 물질도 있고, 특정 보존처리에서 검토되는 다양한 유기용매도 있다.

각 용매는 서로 다른 분자구조와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가진다.

그래서 어떤 용매는 특정 오염을 빠르게 녹이는 반면 다른 물질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용매 선택의 출발점은 바로 이 차이다.

물에 녹지 않는 오염은 왜 다른 용매에는 녹을까?

물질이 녹으려면 용질과 용매 사이에 적절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여기서 용질은 녹이려는 물질이고, 용매는 그것을 녹이는 액체다.

물은 극성이 큰 용매다.

그래서 이온성 물질이나 극성을 가진 여러 물질을 녹이는 데 유리하다.

반면 기름이나 일부 왁스, 수지처럼 비극성 또는 상대적으로 낮은 극성을 가진 물질은 물과 충분히 상호작용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물보다 해당 물질과 더 잘 상호작용하는 다른 용매에서 용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즉 물에 녹지 않는다는 것이 ‘아무것에도 녹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에 녹는다’는 말만 기억하면 될까?

화학에서는 흔히 ‘like dissolves like’, 즉 비슷한 성질을 가진 물질끼리 잘 섞이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을 사용한다.

문화재 세척을 이해하는 좋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실제 용해 현상은 극성 하나만으로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분자 사이에는 여러 종류의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분산력과 쌍극자 사이의 상호작용, 수소결합 능력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용매 선택을 단순히 ‘극성 용매’와 ‘비극성 용매’ 두 종류로만 나누면 실제 세척 거동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용매의 극성이란 무엇일까?

분자 안에서 전하가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으면 부분적으로 양전하와 음전하가 나뉘는 성질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분자의 극성과 관련해 설명할 수 있다.

물은 대표적인 극성 용매다.

반면 일부 탄화수소계 용매는 상대적으로 비극성 성격이 강하다.

문화재 표면의 물질 역시 각각 다른 극성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오염과 용매의 성질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살펴보면 어떤 용매가 해당 물질을 팽윤시키거나 녹일 가능성이 있는지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극성은 용매 선택의 한 가지 기준일 뿐이다.

오염을 녹이는 것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은 같은 현상일까?

같지 않다.

어떤 고분자 물질은 용매와 접촉한다고 곧바로 완전히 녹지 않는다.

먼저 용매를 흡수하면서 부피가 증가하고 부드러워질 수 있다.

이를 팽윤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용매가 고분자 구조 안으로 들어가 분자 사이의 간격을 벌려놓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화재 세척에서는 완전한 용해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적절한 팽윤을 이용해 오래된 접착제나 수지성 물질을 기계적으로 제거하기 쉽게 만드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녹지 않았다’와 ‘아무 반응도 없었다’는 같은 뜻이 아니다.

오래된 접착제를 제거할 때 팽윤이 왜 중요할까?

오래된 접착제는 처음 사용했을 때와 같은 성질을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

노화 과정에서 고분자의 구조가 달라지면 원래 잘 녹던 용매에 완전히 녹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 용매와 접촉했을 때 부드러워지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접착제가 충분히 약해지면 물리적인 제거에 필요한 힘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접착제만 팽윤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원래 코팅이나 결합재도 함께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가장 빨리 녹이는 용매를 선택하면 작업시간도 줄지 않을까?

작업시간만 생각하면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보존처리에서 용해력이 강하다는 것은 선택성이 낮을 위험도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오염을 빠르게 녹이는 동시에 그 아래의 원래 표면층도 빠르게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염이 너무 빠르게 용해되면 액체를 따라 주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보존 세척에서는 최대 용해력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용해력을 통제해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적 세척이란 무엇일까?

문화재 세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표면에 A라는 오염이 있고 그 아래에는 보존해야 할 B라는 원래 재료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상적인 세척액은 A에는 충분히 작용하면서 B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이런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 선택적 세척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현실에서는 완벽한 선택성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용매 종류뿐 아니라 농도와 접촉시간, 적용량, 온도, 적용방법까지 조절해 원본에 대한 영향을 줄이려 한다.

아세톤은 강한 용매라서 문화재에 위험한 것 아닐까?

특정 용매를 무조건 ‘강하다’ 또는 ‘약하다’로 분류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아세톤은 일부 유기물질을 잘 용해하며 휘발이 빠른 편이다.

하지만 어떤 물질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도 있다.

문화재에 안전한지 여부도 대상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특정 코팅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다른 무기질 재료 자체에는 반응이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무기질 문화재라도 표면에 유기 마감층이나 접착제, 채색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아세톤은 위험하다’ 또는 ‘빨리 날아가니까 안전하다’라는 식의 판단은 모두 피해야 한다.

에탄올은 소독에도 쓰이니까 비교적 안전하지 않을까?

사람에게 익숙한 물질이라는 것과 문화재에 안전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에탄올은 물과 잘 섞이면서도 물과는 다른 용해 특성을 가진다.

일부 유기물질과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특정 코팅이나 결합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물과 혼합하면 혼합비에 따라 세척 특성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에탄올 역시 대상 문화재와 제거하려는 물질의 특성을 확인한 뒤 사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용매가 빨리 증발하면 원본에 덜 위험할까?

접촉시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증발이 항상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용매가 오염을 녹인 뒤 너무 빠르게 증발하면 용해된 물질이 충분히 제거되지 못하고 표면에 다시 남을 수 있다.

작업자가 세척 반응을 조절할 시간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

또한 증발하면서 표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휘발성이 높은 용매는 작업공간의 공기 중 농도와 화재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증발속도 역시 빠를수록 좋다고 단정할 수 없다.

용매가 증발하면 표면이 차가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액체가 기체로 변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휘발성 용매가 표면에서 빠르게 증발하면 주변에서 열을 가져갈 수 있다.

그래서 표면 온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조건에 따라 주변 공기의 수분이 차가워진 표면에서 응축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휘발성 용매의 영향은 단순히 ‘금방 사라진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화재 주변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용매의 끓는점만 알면 증발속도를 알 수 있을까?

끓는점은 중요한 물리적 특성이지만 실제 증발속도는 하나의 숫자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온도와 공기 흐름, 적용량, 표면적 등도 영향을 준다.

문화재의 다공성 구조 안으로 용매가 들어갔다면 표면에 놓인 액체와 다른 방식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따라서 제품자료의 끓는점만 보고 실제 작업 중 체류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용매가 문화재 내부로 스며드는 것도 문제일까?

그렇다.

용매가 다공성 문화재 내부로 이동하면 표면에서 예상한 것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물질과 접촉할 수 있다.

내부에 남아 있던 과거 보존재료를 녹일 수도 있고 용해된 물질을 다른 위치로 운반할 가능성도 있다.

용매 자체는 결국 증발하더라도 이동시킨 물질은 내부의 다른 곳에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세척에서 용매의 침투성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용매가 들어간 깊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원본 문화재에서는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사한 다공성 재료로 시험편을 만들어 용매의 이동을 관찰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용매의 물성뿐 아니라 문화재의 기공 크기와 연결성, 표면 상태에 따라 침투가 달라진다.

122편에서 보강재의 침투를 살펴봤던 것처럼 액체가 문화재 내부에서 움직이는 문제는 세척에서도 중요하다.

다만 이번에는 보강재를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용매와 함께 오염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용매가 원래 안료를 녹이지 않으면 안전한 것 아닐까?

안료 자체만 봐서는 안 된다.

채색층에는 안료 입자를 붙잡아주는 결합재가 존재할 수 있다.

용매가 안료에는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결합재를 팽윤시키거나 녹이면 채색층이 약해질 수 있다.

그 아래의 바탕층이나 과거 접착재료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채색문화재에서는 여러 층의 재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같은 색의 안료라도 용매 반응이 다를 수 있을까?

가능하다.

겉으로 같은 색으로 보인다고 같은 재료라는 보장은 없다.

안료가 같더라도 사용된 결합재가 다를 수 있다.

과거 보존처리 여부도 다를 수 있다.

노화 정도와 표면 상태 역시 위치마다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한 부분에서 안전했던 용매가 같은 색으로 보이는 다른 부분에서도 반드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래된 코팅을 제거할 때는 코팅만 녹이는 용매를 찾으면 될까?

이론적으로는 매우 좋은 목표다.

하지만 실제 문화재에서는 코팅 아래에 원래 마감층이나 채색층이 존재할 수 있다.

과거 코팅이 여러 번 겹쳐 있을 수도 있다.

각 층이 서로 다른 용해성을 가진다면 세척 과정에서 특정 층까지만 선택적으로 제거해야 할 수 있다.

이때는 ‘코팅을 제거한다’는 단순한 목표보다 어느 층을 남기고 어느 층을 제거할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용매로 닦았더니 표면이 갑자기 반짝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능성이 있다.

오염이 제거되면서 원래 광택이 드러났을 수도 있다.

반대로 용매가 기존 표면층을 부분적으로 녹인 뒤 다시 굳게 만들어 광택이 변했을 수도 있다.

표면의 미세한 질감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세척 후 반짝인다는 현상을 무조건 ‘깨끗해졌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처리 전후의 표면 특성을 비교해야 한다.

표면이 뿌옇게 변하는 것도 용매 때문일 수 있을까?

가능하다.

용매가 기존 코팅을 부분적으로 변화시키거나 특정 성분을 이동시키면 표면의 빛 산란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급격한 증발이나 수분과의 상호작용으로 일부 재료에서 흐림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세척 중 갑작스러운 광택이나 투명도 변화가 나타나면 작업을 계속하기보다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용매를 섞으면 더 정밀하게 세척할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가능하다.

두 가지 이상의 용매를 혼합하면 단일 용매와 다른 용해 특성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특정 물질에 대한 작용을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용매만 사용했을 때는 오염에 거의 반응하지 않고 다른 용매에서는 너무 빠르게 반응한다면 혼합비를 조절해 중간적인 거동을 찾는 접근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용매가 서로 자유롭게 섞이는 것은 아니다.

혼합 후에는 증발 과정에서 조성도 변할 수 있다.

혼합 용매의 비율은 왜 중요할까?

혼합비가 달라지면 전체 용매 시스템의 성질이 달라진다.

오염을 팽윤시키는 속도와 원본에 대한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10%의 변화만으로도 특정 재료의 반응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에탄올과 물을 사용했다’라고만 기록하는 것보다 어떤 비율로 사용했는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재 보존에서는 용매의 이름만큼 조성도 처리정보다.

혼합 용매는 시간이 지나도 같은 비율을 유지할까?

항상 그렇지는 않다.

혼합된 용매들의 휘발성이 서로 다르면 더 잘 증발하는 성분이 먼저 줄어들 수 있다.

작업용 용기에 오래 노출되어 있으면 처음 만든 혼합비와 실제 사용 시점의 조성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휘발성이 큰 혼합 용매를 사용할 때는 보관과 작업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용매 조성은 종이에 적힌 배합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사용 순간의 상태와도 관련된다.

용해도 매개변수라는 것은 무엇일까?

용매와 고분자의 상호작용을 좀 더 체계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용해도 매개변수라는 개념을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극성 하나만 보는 대신 물질 사이에서 작용하는 여러 상호작용을 수치적으로 비교하려는 접근이다.

문화재 보존에서는 특정 고분자나 코팅재에 어떤 용매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데 이런 개념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센 용해도 매개변수와 같은 방법이 알려져 있다.

한센 용해도 매개변수는 무엇을 보여줄까?

한센 용해도 매개변수는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크게 분산력, 극성 상호작용, 수소결합과 관련된 요소로 나누어 표현한다.

이를 이용하면 용매와 특정 고분자의 성질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비교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하나의 ‘극성 숫자’만 보는 대신 세 가지 방향에서 물질 사이의 친화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보존과학자는 이를 후보 용매를 좁히는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계산값만으로 실제 문화재 세척 결과가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숫자로 계산할 수 있다면 직접 시험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문화재는 이상적인 순수 고분자 시료가 아니다.

오랜 시간 산화와 가수분해, 빛에 의한 변화 등을 겪었을 수 있다.

오염과 먼지, 다른 코팅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같은 재료였더라도 노화하면서 용해 특성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용해도 매개변수는 후보를 비교하고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지만 실제 원본에서의 제한적인 시험과 관찰을 대신할 수 없다.

오래된 수지는 왜 새 수지와 다른 용매 반응을 보일까?

고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화학구조가 변할 수 있다.

분자 사슬이 끊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사슬 사이에 새로운 결합이 형성될 수도 있다.

산화된 작용기가 증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용매와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수십 년 전에 쉽게 녹았던 재료가 현재는 잘 녹지 않거나, 완전히 녹는 대신 팽윤만 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과거 처리재료를 제거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용매에 오래 담가두면 결국 녹지 않을까?

시간을 늘리면 더 많은 용매가 재료 안으로 들어가 반응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원본이 용매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진다.

오염만 천천히 녹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재료도 함께 변화할 수 있다.

다공성 문화재에서는 용매의 침투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반응이 약하다고 무조건 접촉시간을 늘리는 것은 안전한 해결책이 아니다.

면봉으로 조금씩 사용하면 어떤 용매든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

면봉은 용매의 적용량과 위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용매의 화학적 성질 자체를 바꾸지는 않는다.

원본에 매우 민감한 용매라면 소량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반복적으로 문지르면 기계적인 마찰이 추가된다.

따라서 면봉은 안전성을 보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세척액을 통제해서 전달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다.

같은 면봉으로 계속 닦으면 안 될까?

오염을 흡수한 면봉을 계속 사용하면 이미 제거한 물질을 다른 위치에 다시 묻힐 수 있다.

면봉에 용해된 오염이 얼마나 묻어나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세척 진행 상태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원본의 색이 함께 묻어나오기 시작한다면 중요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세척도구 자체의 상태도 계속 확인해야 한다.

용매를 붓으로 바르면 더 빠르지 않을까?

넓은 면적에 적용하기는 쉬울 수 있지만 문화재의 상태에 따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용매가 넓게 퍼지면서 처리 범위를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다공성 재료에서는 내부 침투량도 증가할 수 있다.

표면이 약하다면 붓의 움직임 자체가 입자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보존 세척에서 작업 속도는 원본 안전성보다 우선할 수 없다.

용매 증기를 이용해 재료를 부드럽게 만들 수도 있을까?

특정 상황에서는 직접 많은 양의 액체를 접촉시키는 대신 용매 증기를 이용해 재료의 반응을 조절하는 방법이 검토될 수 있다.

하지만 증기는 작업공간 전체로 확산될 수 있으며 작업자 노출 문제도 중요하다.

또한 문화재가 어느 정도의 증기에 노출되는지를 정확하게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액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더 안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물과 유기용매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

이 질문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물은 인체에 익숙하지만 문화재의 수용성 성분과 섬유, 결합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유기용매는 특정 유기 오염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데 유용할 수 있지만 원래 코팅이나 접착재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유기용매는 인체 유해성과 인화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물과 유기용매를 ‘안전한 것과 위험한 것’으로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상과 사용조건에 따라 위험이 달라진다.

작업자의 안전도 용매 선택 기준일까?

당연히 중요하다.

문화재에 효과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작업자에게 과도한 위험을 주는 용매를 무조건 선택할 수는 없다.

용매에 따라 흡입과 피부 노출, 눈 접촉 등에 대한 위험이 다르다.

인화성이 높은 물질은 화재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적절한 환기와 보호장비, 안전한 보관 및 폐기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

사용하려는 물질의 안전자료를 확인하는 것도 기본적인 과정이다.

문화재의 안전과 작업자의 안전은 서로 경쟁하는 목표가 아니다.

둘 다 충족해야 한다.

냄새가 강한 용매가 더 위험한 것일까?

냄새만으로 위험성을 판단할 수 없다.

낮은 농도에서도 강한 냄새가 느껴지는 물질이 있는 반면 위험한 농도에 도달해도 냄새만으로 알아차리기 어려운 물질도 있을 수 있다.

후각은 안전 측정장비가 아니다.

따라서 ‘냄새가 별로 안 나니까 안전하다’거나 ‘냄새가 강하니 가장 독하다’는 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안전성은 해당 물질의 독성 및 노출정보를 바탕으로 평가해야 한다.

친환경 용매라면 문화재에도 더 안전할까?

환경과 작업자에 대한 부담이 낮은 용매를 찾는 것은 중요한 방향이다.

하지만 친환경이라는 특성이 문화재 재료와의 호환성까지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떤 용매가 환경적 측면에서 장점이 있어도 특정 안료층이나 코팅재를 강하게 팽윤시킬 수 있다.

반대로 원본에는 적합하더라도 다른 안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용매 선택은 원본 안전성, 작업자 안전성, 환경적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세척한 뒤 용매가 완전히 없어졌는지는 어떻게 알까?

휘발성 용매는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증발할 수 있다.

하지만 다공성 재료 내부에서는 표면보다 오래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용매가 사라지는 동안 무엇을 이동시켰는가이다.

용매 자체가 없어져도 녹였던 오염이나 원본 성분이 다른 위치에 다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냄새가 없어졌다’ 또는 ‘표면이 말랐다’는 것만으로 처리의 영향을 평가할 수 없다.

세척 후 오염이 다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용매에 녹은 오염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고 건조 과정에서 다시 표면에 남았을 수 있다.

다공성 재료 내부에 있던 물질이 용매를 따라 표면으로 이동했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투명해 보였던 잔류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색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세척 직후의 외관만으로 장기적인 성공을 판단하기 어렵다.

세척 전후 사진만 비교하면 충분할까?

사진은 매우 중요한 기록이지만 모든 변화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광택이나 미세한 표면 질감 변화는 조명조건에 따라 사진에서 다르게 보일 수 있다.

필요한 경우 확대관찰이나 색 측정, 다른 분석자료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세척 전후 사진의 조명과 촬영조건을 가능한 한 일관되게 해야 비교의 의미가 커진다.

이 문제는 131편과 132편에서 기록사진을 다룰 때 더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용매 시험은 어떻게 진행할까?

먼저 제거하려는 물질과 원본의 성질을 조사한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가능성이 있는 용매 또는 용매 시스템의 범위를 좁힌다.

가능하다면 유사재료나 별도의 시험편에서 먼저 반응을 확인한다.

원본에서 시험이 필요하다면 적절한 제한 영역을 선정해 최소량을 사용하고 반응을 관찰한다.

오염이 팽윤하거나 용해되는지뿐 아니라 원본의 색과 광택, 표면감이 달라지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접촉시간과 적용량을 찾는다.

눈에 띄지 않는 뒷면에서 시험하면 충분할까?

뒷면이 앞면과 같은 재료와 상태라는 보장은 없다.

표면처리가 다를 수도 있고 노출환경이 달랐을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보이지 않는 위치라는 이유만으로 대표적인 시험지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험 위치는 시각적 중요성뿐 아니라 재료와 상태가 실제 처리영역을 얼마나 대표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88편에서 한 지점 측정의 위험성을 다뤘던 이유와도 연결된다.

용매를 선택할 때 과거 보존기록은 왜 중요할까?

표면에 어떤 보존재료가 사용되었는지 알고 있다면 용매 반응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

과거 접착제와 코팅재가 존재한다면 새로운 세척용 용매가 이들을 다시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제거 대상 자체가 과거 보존처리 재료일 수도 있다.

처리기록에는 사용한 재료와 용매, 농도, 적용 위치가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현재의 기록이 미래 세척의 안전성을 결정할 수 있다.

과거에 같은 용매를 사용했다면 이번에도 안전할까?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

문화재의 상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다.

과거에는 안정적이었던 표면이 현재는 더 취약해졌을 수 있다.

기존 보존재료도 노화하면서 용해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같은 이름의 용매라도 실제 사용조건과 순도, 혼합비가 다를 수 있다.

과거 사례는 중요한 참고자료지만 현재 상태에 대한 검토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용매 세척을 하면 오염을 완전히 없애야 할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오염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원본에 과도한 영향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때는 일부를 남기는 것이 더 안전한 보존 판단이 될 수 있다.

문화재 세척에서 100% 제거는 항상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원본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수준의 안정성과 가독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오래된 수리 흔적까지 녹여 없애면 더 깨끗해지지 않을까?

깨끗함과 보존은 같은 목표가 아니다.

과거 수리 흔적이 현재 문화재를 손상시키고 있다면 제거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문화재가 사용되고 관리되어온 역사를 보여주는 증거라면 보존할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용매로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거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기술적 가능성과 보존윤리적 필요성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용매가 너무 위험하다면 기계적으로 긁어내면 되지 않을까?

기계적 제거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역시 위험이 있다.

오염층과 원래 표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면 원본까지 함께 긁어낼 수 있다.

단단한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큰 힘을 가하면 표면에 흠집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용매로 오염을 적절히 부드럽게 만든 뒤 최소한의 기계적 힘으로 제거하는 방식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화학적 세척과 기계적 세척은 서로 반대되는 방법이라기보다 필요에 따라 조합할 수 있는 도구다.

용매를 조금 더 오래 머물게 하면 세척을 통제하기 쉬울까?

액체 용매는 중력과 모세관 작용을 따라 예상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수직면이나 다공성 표면에서는 원하는 위치에만 머물게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용매의 화학적 성질은 유지하면서 흐르는 속도만 줄일 수는 없을까?

바로 여기에서 세척액의 점도를 높이거나 액체를 특정 재료 안에 붙잡아두는 방법이 등장한다.

하지만 단순히 걸쭉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보존과학자는 최종적으로 어떤 용매를 선택할까?

먼저 제거 대상의 성질을 파악한다.

수용성인지, 기름이나 왁스처럼 물과 잘 섞이지 않는 물질인지, 오래된 고분자 재료인지 조사한다.

다음으로 원본을 구성하는 재료와 표면층을 확인한다.

후보 용매가 오염에는 충분히 작용하면서 원본에는 가능한 한 적은 영향을 주는지 비교한다.

용해와 팽윤뿐 아니라 침투성과 증발속도도 검토한다.

작업자의 독성과 인화성 같은 안전문제 역시 포함한다.

필요하다면 단일 용매가 아니라 혼합 용매를 검토하고, 실제 적용 전 제한적인 시험을 진행한다.

그리고 세척 도중에도 원본의 색과 광택, 표면 상태가 변하지 않는지 계속 확인한다.

즉 용매 선택은 병에 적힌 이름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다.

오염과 원본, 용매, 적용방법, 시간이라는 여러 조건을 함께 조정하는 과정이다.

물로 지워지지 않는 오염은 결국 무엇으로 제거해야 할까?

정답은 ‘더 강한 용매’가 아니다.

오염의 화학적 성질과 원본의 성질 차이를 이용할 수 있는 적절한 용매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단일 유기용매가 적합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물과 다른 용매를 조절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완전히 녹이는 대신 오염층만 적절하게 팽윤시켜 제거하는 방법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성이다.

제거해야 할 물질에는 충분히 작용하되 남겨야 할 문화재에는 가능한 한 영향을 적게 주어야 한다.

그리고 용매의 종류만큼이나 적용량과 접촉시간, 침투 범위와 증발속도를 통제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적절한 용매를 찾아도 액체는 우리가 원하는 위치에 가만히 머물러주지 않는다. 다공성 문화재 안으로 빠르게 스며들거나 주변으로 번질 수 있다.

그렇다면 세척액의 화학적 작용은 이용하면서 액체가 움직이는 범위만 더 정밀하게 조절할 수는 없을까?

다음 126편에서는 「문화재 세척에 젤을 사용하는 이유는? 세척액의 이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통해 흐르는 액체를 붙잡아 세척 위치와 접촉시간을 조절하는 원리를 살펴본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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