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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종이는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문화재 종이의 섬유를 조사하는 방법

cho007 읽는 시간 약 19분

오래된 문서나 그림을 보면 가장 먼저 글씨와 그림에 시선이 간다. 무엇이 기록되어 있는지, 누가 썼는지, 어느 시대의 자료인지가 중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존과학자는 글씨 아래에 있는 종이 자체도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바라본다.

종이는 단순히 기록을 담는 바탕이 아니다. 종이를 만든 식물 원료와 제조 과정에 관한 정보가 그 안에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비슷한 누런 종이처럼 보여도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서로 얽혀 있는 수많은 섬유가 나타나고, 섬유의 형태와 표면에는 원료 식물의 특징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수백 년 전 만들어진 종이 한 장만 가지고도 무엇으로 만든 종이인지 알아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글씨가 아니라 그 글씨를 수백 년 동안 지탱해 온 종이의 섬유를 들여다본다.

목차

종이는 원래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종이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려면 먼저 식물 섬유를 알아야 한다.

식물의 세포벽에는 셀룰로오스라는 성분이 존재한다. 셀룰로오스는 길게 연결된 분자 구조를 가진 물질로, 종이의 기본적인 골격을 이루는 중요한 성분이다.

종이를 만들 때는 적절한 식물 원료를 처리해 섬유를 분리하고 물에 풀어 종이의 형태로 만든다.

물속에 흩어져 있던 섬유가 서로 얽히고 건조되면서 얇은 한 장의 종이가 형성된다.

따라서 종이를 확대해서 보면 매끈한 판이 아니라 수많은 섬유가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진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래된 문화재 종이에서도 이러한 기본적인 섬유 구조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옛날 종이는 모두 닥나무로 만들었을까?

한국의 전통 종이를 이야기할 때 닥나무가 매우 중요하게 등장한다.

닥나무류의 인피섬유는 전통적인 한지 제작에서 중요한 원료로 사용되어 왔다. 인피섬유란 식물 줄기의 껍질 안쪽 부분에서 얻는 섬유를 말한다.

하지만 오래된 종이라고 해서 무조건 닥나무로 만들었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시대와 지역, 종이의 용도에 따라 사용된 원료가 달라질 수 있으며 다른 종류의 식물 섬유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재활용된 종이 원료가 사용됐다면 한 장 안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섬유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문화재 종이의 원료를 연구할 때는 “옛 종이니까 당연히 닥나무일 것”이라고 결론을 정해 놓고 시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섬유의 특징을 관찰해 근거를 찾아야 한다.

식물 종류가 다르면 섬유도 다르게 보일까?

식물마다 섬유의 길이와 폭, 세포벽의 특징 등이 다를 수 있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섬유의 전체적인 형태뿐 아니라 표면과 내부에서 특징적인 구조를 발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일부 섬유에서는 마디처럼 보이는 특징이 나타날 수 있고 섬유의 끝부분이나 폭의 변화도 관찰 대상이 된다.

또한 섬유 주변에 원료 식물의 다른 세포 조직이 함께 남아 있다면 식별에 도움이 되는 추가 단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섬유 하나를 보고 곧바로 식물 종류를 확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제지 과정에서 섬유가 두드려지고 찢어지거나 오랜 시간 열화되면서 원래의 형태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섬유를 관찰하고 특징의 조합을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종이 표면을 확대해서 보는 것만으로 원료를 알 수 있을까?

표면 확대 관찰은 중요한 첫 단계가 될 수 있다.

섬유의 분포와 종이 표면의 상태, 오염이나 손상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이 표면에서 섬유들이 서로 겹쳐 있으면 개별 섬유의 형태를 정확하게 관찰하기 어려울 수 있다.

원료 식물을 보다 구체적으로 조사하려면 개별 섬유를 분리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

이때 문화재에서 새로운 시료를 무조건 떼어내는 것은 아니다.

이미 떨어져 나온 미세한 종이 조각이나 가장자리에서 자연적으로 분리된 섬유, 과거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시료를 활용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재 종이의 섬유 분석 역시 원본 보존이라는 조건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종이 한 장에서 섬유 몇 가닥만 얻어도 충분할까?

몇 가닥의 섬유만으로 중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섬유가 종이 전체를 대표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종이 한 장이 반드시 한 종류의 섬유만으로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원료가 혼합되었을 수도 있고, 재활용 원료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채취 위치에 따라 관찰되는 섬유의 상태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 종이의 섬유를 조사할 때는 시료를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시료에서 가능한 한 충분한 특징을 관찰하고 그 결과의 대표성을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97편에서 살펴본 시료 채취의 원칙이 종이 문화재에서도 그대로 중요해지는 이유다.

현미경에서는 종이 섬유가 어떻게 보일까?

육안으로 보면 종이는 평평한 한 장의 재료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미경 아래에서는 길고 가느다란 섬유들이 서로 얽힌 구조가 나타난다.

일부는 거의 곧게 뻗어 있고 일부는 휘어 있거나 꼬여 있을 수 있다. 섬유의 폭도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연구자는 이러한 형태를 관찰하면서 섬유의 길이와 폭, 끝부분의 형태, 표면 특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섬유의 특정 구조를 더 잘 관찰하기 위해 적절한 준비 과정을 거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길다”, “짧다” 정도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형태적 특징을 종합하고 비교 자료와 대조해 원료의 가능성을 좁혀 간다.

섬유가 길면 무조건 닥나무일까?

그렇게 판단할 수는 없다.

섬유의 길이는 원료 식물을 구분하는 단서가 될 수 있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종류를 결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제지 과정에서 섬유가 절단될 수도 있고 문화재가 오래되면서 일부가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식물에서 얻은 섬유라도 모든 섬유의 길이가 정확하게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섬유의 길이뿐 아니라 폭과 형태, 세포벽의 특징, 함께 발견되는 다른 식물 조직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 분석에서 하나의 특징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 원칙은 종이 섬유 조사에서도 중요하다.

섬유에 붙어 있는 작은 세포도 중요한 단서일까?

그럴 수 있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식물 원료를 처리해도 모든 조직이 완벽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섬유 주변에 식물의 다른 세포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세포의 형태가 원료 식물을 구분하는 데 추가적인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즉 연구자는 종이를 구성하는 긴 섬유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에서 함께 발견되는 작은 구조도 관찰한다.

때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세포가 섬유 자체만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종이 섬유에 색을 입혀 관찰하기도 할까?

섬유를 보다 명확하게 관찰하거나 특성을 비교하기 위해 염색 반응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특정 시약과 섬유 성분의 반응을 관찰해 섬유 식별에 보조적인 정보를 얻는 방식이다.

다만 염색 반응 하나만으로 원료 식물을 확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오랜 시간 노화된 문화재 종이는 새로운 종이와 화학적 상태가 다를 수 있고 과거의 처리재료나 오염물이 반응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염색은 형태 관찰과 다른 정보들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오래된 종이는 섬유 모습도 변할까?

시간이 지나면 종이의 섬유도 변한다.

빛과 산소, 산성 물질, 수분 등 다양한 요인이 셀룰로오스의 화학적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섬유가 약해지면 종이의 기계적 강도도 떨어질 수 있다.

문화재 종이에서는 오염물이나 과거의 접착제, 보수재료 등이 함께 존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수백 년 된 종이에서 관찰되는 섬유는 새로 만든 종이의 섬유와 상태가 같지 않을 수 있다.

보존과학자는 이런 변화를 고려하면서 원래 식물의 특징과 후대에 생긴 변화를 구분하려고 한다.

종이의 노화 자체는 111편에서 더 깊게 다룰 주제이므로 여기서는 섬유 식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만 기억하면 충분하다.

종이가 누렇게 변했다면 섬유 종류도 달라진 걸까?

종이의 색 변화와 원료 식물의 종류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오래된 종이가 황색이나 갈색으로 변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특정 섬유를 사용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

색은 원료뿐 아니라 제조 과정, 첨가된 물질, 보관환경과 노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종류의 식물 섬유를 사용한 종이라도 보존 이력이 다르면 현재의 색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 종이의 원료를 판단할 때 현재 보이는 색을 결정적인 기준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색은 하나의 관찰 정보이고 섬유의 형태와 구조는 또 다른 정보다.

종이의 두께가 같으면 같은 원료로 만든 종이일까?

그렇지 않다.

종이의 두께는 섬유 원료뿐 아니라 종이를 뜨는 방법과 사용한 섬유의 양, 압착과 건조 과정 등 여러 제작 조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같은 식물 섬유를 사용해도 서로 다른 두께의 종이를 만들 수 있고 다른 원료를 사용한 종이가 비슷한 두께를 가질 수도 있다.

따라서 두께와 무게, 표면 감촉 같은 물리적 특징만으로 원료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러한 특징을 섬유 분석 결과와 함께 비교하면 종이의 제작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종이의 앞면과 뒷면도 다르게 보일 수 있을까?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앞뒤 표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종이를 뜨는 도구와 건조 방식, 표면처리 등에 따라 한쪽과 다른 쪽에서 섬유의 배열이나 표면 특징이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문화재가 사용된 이후에도 앞면과 뒷면은 서로 다른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글씨나 그림이 있는 면에는 안료와 먹, 접착성 물질 등이 존재할 수 있고 뒷면에는 배접이나 보수재료가 추가됐을 수 있다.

따라서 종이 섬유를 조사할 때는 어느 위치에서 얻은 정보인지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종이 한 장이라도 모든 위치를 완전히 동일하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종이에는 섬유 말고 다른 재료도 들어갈까?

종이는 단순히 식물 섬유만으로 구성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문화재 종이에서는 다양한 물질이 함께 발견될 수 있다.

제작 과정에서 종이의 성질을 조절하기 위한 물질이 사용됐을 수 있고 표면에 별도의 처리가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글씨나 그림이 있는 종이라면 먹과 안료, 접착 성분 등이 존재할 수 있다.

후대의 보수 과정에서 새로운 종이나 접착제가 추가됐을 수도 있다.

따라서 종이 문화재를 분석할 때 섬유의 종류와 종이 전체의 구성 재료를 같은 질문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섬유 분석은 기본적으로 종이의 식물성 원료를 추적하는 데 초점을 둔다.

종이를 만든 식물을 알면 제작지역도 알 수 있을까?

원료 식물 정보는 종이의 제작 배경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식물이 확인됐다는 사실만으로 제작지역을 바로 결정하기는 어렵다.

같은 식물이 넓은 지역에서 이용됐을 수 있고 완성된 종이나 원료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종이는 오래전부터 재사용과 유통이 가능한 재료였다.

따라서 섬유 분석 결과는 문헌 기록과 제작기법, 문화재의 역사적 맥락 등 다른 자료와 함께 해석해야 한다.

섬유는 제작지를 알려주는 주소가 아니라 제작과 유통의 가능성을 좁혀 주는 증거 가운데 하나다.

종이의 섬유를 보면 시대도 알아낼 수 있을까?

섬유 종류만으로 정확한 제작연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특정 시대에 어떤 원료가 많이 사용됐다는 연구가 있더라도 같은 원료가 오랜 기간 계속 사용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섬유가 있으니 정확히 몇 세기의 종이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시대가 확실한 여러 종이 자료의 섬유와 제작 특성을 축적해 비교한다면 기술 변화와 원료 사용 경향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섬유 분석은 단독 연대측정법이라기보다 종이 제작기술의 역사를 이해하는 자료다.

같은 문서에서 서로 다른 종이가 발견될 수도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오래된 문서나 서화 문화재는 제작 이후 여러 차례 수리와 보수를 거쳤을 수 있다.

찢어진 부분에 새로운 종이를 덧댔거나 뒷면에 배접지를 붙였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겉으로는 하나의 문화재처럼 보여도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시대와 원료의 종이가 존재할 수 있다.

섬유 분석을 통해 이러한 차이를 확인한다면 원래 종이와 후대 보수지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원료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후대 보수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종이의 위치와 접합 상태, 기록, 다른 분석 결과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재활용한 종이인지도 섬유로 알아낼 수 있을까?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 종이에서는 서로 다른 종류의 섬유가 섞여 나타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섬유가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재활용 종이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처음부터 여러 식물 원료를 혼합해 종이를 만들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활용 종이라도 원래 사용된 종이들이 비슷한 원료였다면 섬유 종류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재활용 여부를 연구할 때는 섬유의 종류뿐 아니라 종이 내부의 다른 흔적과 제작 특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문화재 종이에서 시료를 떼어내는 것은 괜찮을까?

종이는 얇고 손상되기 쉬운 재료이기 때문에 시료 채취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

몇 가닥의 섬유라도 원본에서 제거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먼저 비파괴적인 표면 관찰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미 자연스럽게 떨어진 작은 조각이나 과거 보존처리 과정에서 확보한 섬유가 있다면 우선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새로운 시료가 꼭 필요하다면 분석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과 적절한 위치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정확한 채취 위치와 목적을 기록해야 한다.

문화재를 알아내기 위한 분석이 문화재의 중요한 정보를 불필요하게 줄이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섬유 분석 결과가 서로 다르면 어떻게 해석할까?

한 종이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섬유가 발견됐다고 해서 분석이 잘못됐다고 볼 필요는 없다.

실제로 여러 원료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후대의 보수 섬유가 함께 들어갔을 수도 있고 표면에 붙어 있던 외부 섬유가 시료에 섞였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어떤 위치에서 시료를 얻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분석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료가 문화재의 어느 부분을 대표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문화재 분석에서는 예상과 다른 결과가 오류가 아니라 새로운 제작 또는 보수 이력을 보여주는 단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오래된 종이와 새 종이의 섬유를 직접 비교하면 될까?

현대에 원료가 명확한 종이를 만들어 비교 자료로 사용하는 것은 섬유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식물 종류별로 섬유의 형태를 관찰하고 기준 자료를 구축하면 문화재에서 발견된 섬유와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종이와 새 종이는 상태가 같지 않다.

오랜 노화와 제작 과정의 차이로 인해 문화재 섬유의 형태와 화학적 특성이 달라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비교 시료는 중요한 기준 자료이지만 문화재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섬유를 알아내는 것이 문화재 보존에도 도움이 될까?

그렇다.

종이의 원료와 구조를 이해하면 문화재가 어떤 재료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종이를 구성하는 섬유의 상태는 강도와 유연성 등 물리적 성질과도 연결된다.

또한 원래 종이와 후대에 추가된 보수지가 서로 다른 재료라면 각각의 상태와 특성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제작 당시의 특징을 현재의 손상으로 오해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문화재 보존에서 재료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은 어떤 처리를 하기 전 반드시 필요한 기초 단계다.

보존과학자는 종이 섬유를 어떻게 조사할까?

먼저 문화재의 전체 상태와 종이의 구조를 관찰한다.

원본과 보수 부분이 구분되는지 살펴보고 과거 조사기록이나 보존처리 기록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섬유 분석이 필요한 경우 이미 분리된 미세 시료를 사용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확보한 섬유는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형태적 특징을 기록하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보조적인 식별 방법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기준 섬유 자료와 비교해 원료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 가닥의 섬유에 모든 판단을 맡기지 않는 것이다.

여러 특징과 문화재의 제작 맥락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오래된 종이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정말 알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식물 섬유에 남아 있는 특징을 조사해 원료의 종류를 추정하거나 식별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종이를 구성하는 섬유의 형태와 미세한 구조, 함께 남아 있는 식물 조직 등이 단서가 된다.

하지만 섬유는 수백 년 동안 노화됐을 수 있고 제작 과정에서 원래 모습이 변했을 수도 있다.

한 장의 종이에 여러 원료가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문화재 종이의 섬유 분석은 단순히 현미경으로 보고 이름표를 붙이는 작업이 아니다.

작은 섬유가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고 여러 특징을 비교하면서 가장 타당한 원료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오래된 문서를 읽을 때는 대개 그 위에 적힌 글을 읽는다.

보존과학자는 그보다 더 작은 글을 읽는다.

종이를 이루는 섬유 하나하나에 남아 있는 제작의 흔적이다.

그렇다면 종이보다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꼬고 짜서 만든 직물에서는 어떨까?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실이라도 실제로는 식물에서 얻은 섬유일 수도 있고 동물에서 얻은 섬유일 수도 있다. 수백 년이 지나 색과 표면이 변한 뒤에도 그 차이를 찾아낼 수 있을까?

다음 104편에서는 「전통 직물의 실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문화재 섬유를 구분하는 보존과학」이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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