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직물의 실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문화재 섬유를 구분하는 보존과학
오래된 옷이나 자수, 깃발과 같은 직물 문화재를 바라보면 가장 먼저 색과 무늬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 화려한 직물을 아주 가까이 들여다보면 결국 수많은 실이 서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실을 더 확대하면 다시 수많은 가느다란 섬유가 나타난다.
문제는 수백 년이 지나면 원래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색이 바래고 표면에 먼지가 쌓이며 섬유가 끊어지고 납작해질 수도 있다. 오래된 직물에서는 육안으로 실의 원료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보존과학자는 어떻게 이 실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낼까?
식물에서 얻은 섬유인지, 동물에서 얻은 섬유인지, 같은 천 안에서도 서로 다른 종류의 실이 사용됐는지 조사할 수 있을까?
103편에서 오래된 종이를 이루는 식물 섬유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훨씬 다양한 재료와 구조를 가진 문화재 직물의 섬유를 들여다본다.
목차
직물과 섬유는 같은 말일까?
먼저 용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섬유는 실을 만드는 기본적인 가느다란 재료다. 이런 섬유를 모으거나 꼬아 실을 만들고, 실을 서로 교차시키거나 연결하면 직물이 만들어진다.
쉽게 생각하면 ‘섬유 → 실 → 직물’의 관계다.
다만 모든 실이 짧은 섬유를 꼬아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에고치에서 얻는 견섬유처럼 길게 이어진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재료도 있다. 제작 방법에 따라 여러 가닥을 합치거나 꼬는 과정도 달라진다.
따라서 문화재 직물을 조사할 때는 천의 표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의 구조와 그 실을 구성하는 섬유까지 단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통 직물에는 어떤 섬유가 사용됐을까?
전통 직물의 원료는 크게 식물성 섬유와 동물성 섬유로 구분해 생각할 수 있다.
식물성 섬유에는 삼과 모시 등에 사용되는 여러 식물 원료가 포함된다. 식물 섬유의 주요 구조를 이루는 성분 가운데 하나는 셀룰로오스다.
동물성 섬유의 대표적인 예에는 견과 모가 있다.
견은 누에가 만드는 고치에서 얻으며, 모는 동물의 털에서 얻는다. 이들은 식물 섬유와 달리 단백질을 주요 구성 성분으로 한다.
즉 겉으로는 모두 가느다란 실처럼 보여도 재료를 이루는 기본적인 화학 성분부터 다를 수 있다.
이 차이는 섬유를 식별할 때뿐 아니라 문화재를 보존할 때도 중요하다.
색만 보면 어떤 섬유인지 알 수 있을까?
직물의 색만으로 섬유 종류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보는 색은 섬유 자체의 색일 수도 있지만 염료에 의해 만들어진 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변색과 오염이 일어났다면 현재의 색은 제작 당시와 상당히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누렇게 변한 섬유를 보고 식물성 섬유라고 판단하거나, 광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견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
염색과 표면처리, 노화 상태에 따라 시각적 특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색과 광택은 관찰 정보로 기록할 수 있지만 섬유 종류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현미경으로 보면 섬유마다 정말 다르게 보일까?
그렇다.
섬유의 종류에 따라 표면과 내부 구조에서 서로 다른 특징이 나타날 수 있다.
보존과학자는 섬유를 현미경으로 확대해 길이 방향의 표면을 관찰하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 단면의 형태를 조사하기도 한다.
여기서 단면은 섬유를 가로 방향으로 잘랐다고 생각했을 때 보이는 형태다.
사람의 머리카락도 옆에서 볼 때와 잘린 끝을 확대해서 볼 때 얻는 정보가 다른 것처럼 섬유도 관찰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특징을 보여줄 수 있다.
따라서 한 방향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여러 형태적 특징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모직 섬유는 현미경에서 어떻게 보일까?
양모와 같은 동물의 털에는 표면에서 비늘과 비슷한 구조가 관찰될 수 있다.
이를 스케일이라고 한다.
육안으로는 매끈한 실처럼 보이지만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표면에 겹쳐진 작은 구조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털에서 얻은 섬유를 식별하는 중요한 단서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문화재에서는 표면이 마모되거나 오염물로 덮여 특징이 뚜렷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동물 종류에 따라 털의 미세구조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비늘 구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체적인 동물 종까지 곧바로 확정해서는 안 된다.
비단은 현미경으로 보면 어떻게 다를까?
비단의 원료가 되는 견은 누에고치에서 얻는 단백질 섬유다.
견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매우 긴 섬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누에고치에서 얻은 원래의 견섬유에는 피브로인과 세리신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관련된다.
피브로인은 견의 중심적인 섬유 구조를 이루는 단백질이고, 세리신은 그 주변에서 섬유를 서로 붙이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전통적인 견직물 제작 과정에서는 정련을 통해 세리신의 상당 부분을 제거하기도 한다.
정련은 쉽게 말하면 견에서 불필요한 성분을 제거해 보다 부드럽고 광택 있는 섬유 상태를 만드는 과정이다.
따라서 오래된 견직물을 조사할 때는 단순히 ‘비단처럼 보인다’는 느낌뿐 아니라 섬유 형태와 재료적 특징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삼과 모시는 현미경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식물에서 얻는 인피섬유는 서로 비슷하게 보이는 특징도 있지만 식물 종류에 따라 형태적인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인피섬유는 식물 줄기의 껍질 안쪽 부분에서 얻는 섬유다.
삼과 모시에 이용되는 섬유도 이 범주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미경에서는 섬유의 폭과 길이, 마디와 같은 구조, 세포벽과 내부 공간의 특징 등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섬유에서는 제작 과정과 노화 때문에 특징이 불완전하게 남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한 가지 형태만으로 종류를 단정하기보다는 여러 특징을 비교해야 한다.
103편에서 종이 섬유를 조사할 때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번에는 섬유 자체뿐 아니라 실로 가공된 방식과 직물 구조까지 함께 볼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식물성 섬유와 동물성 섬유는 화학적으로도 다를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식물성 섬유는 셀룰로오스를 주요 구조 성분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견과 모 같은 동물성 섬유는 단백질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화학적 차이는 현미경 형태가 불분명할 때 추가적인 정보를 얻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특정 분석법을 이용하면 섬유를 구성하는 물질의 분자 구조와 관련된 정보를 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문화재 분석에서는 대상의 상태와 시료 크기, 오염 및 과거 보존처리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
화학적 분석 결과 역시 문화재의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적외선 분석으로 섬유를 구분할 수 있을까?
푸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분석, 흔히 FT-IR이라고 부르는 방법이 문화재 유기재료 분석에 활용될 수 있다.
물질에 적외선을 조사하면 분자의 결합 구조에 따라 특정 영역의 빛을 흡수하는 특성이 나타난다.
이 패턴을 조사하면 어떤 종류의 물질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셀룰로오스 기반 섬유와 단백질 기반 섬유는 분자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적외선 스펙트럼에서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현미경 관찰과 적외선 분석을 함께 활용하면 섬유의 성격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염료와 오염물, 접착제나 후대 보존재료 등이 함께 존재하면 결과 해석이 복잡해질 수 있다.
현미경만으로 충분한데 왜 성분 분석까지 할까?
현미경 관찰에는 큰 장점이 있다.
섬유의 실제 형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된 문화재 섬유에서는 표면이 심하게 손상돼 원래 특징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서로 형태가 비슷한 섬유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재료의 화학적 특성을 조사하는 방법이 보완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반대로 성분 분석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단백질 계열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섬유의 제작 상태와 실의 구조까지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문화재 섬유 연구에서는 형태와 성분이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실이 어느 방향으로 꼬였는지도 중요할까?
매우 중요한 제작 정보가 될 수 있다.
짧은 섬유를 모아 실을 만들 때는 섬유를 꼬아 하나의 연속된 실을 형성한다.
이때 꼬임의 방향과 정도가 관찰될 수 있다.
실의 꼬임 방향은 일반적으로 형태에 따라 구분해 기록할 수 있으며, 여러 가닥의 실을 다시 합쳐 꼰 경우에는 구조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이 정보는 섬유의 원료 종류와는 다른 차원의 정보다.
섬유 분석이 ‘무엇으로 만들었는가’를 알려준다면 실의 꼬임은 ‘어떻게 실을 만들었는가’를 보여주는 단서다.
따라서 보존과학자는 섬유 종류를 알아냈다고 조사를 끝내지 않는다.
직물의 씨실과 날실은 무엇일까?
직물을 이해하려면 날실과 씨실이라는 용어를 알아두면 좋다.
직조할 때 기본 방향으로 길게 걸어 놓는 실을 날실이라고 하고, 그 사이를 교차하며 지나가는 실을 씨실이라고 한다.
두 방향의 실이 일정한 규칙으로 얽히면서 천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날실과 씨실에 항상 똑같은 실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성질에 따라 굵기나 꼬임이 다른 실을 사용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서로 다른 재료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직물 문화재를 조사할 때는 단순히 작은 섬유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섬유가 날실에서 나온 것인지 씨실에서 나온 것인지도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한 벌의 옷에 서로 다른 섬유가 사용될 수도 있을까?
가능하다.
직물 문화재는 하나의 재료만으로 이루어졌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겉감과 안감이 다를 수 있고 장식용 실과 바탕 직물의 재료가 다를 수도 있다.
후대에 수선한 부분에는 원래 제작 당시와 다른 실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 위치에서 얻은 섬유 분석 결과를 문화재 전체의 재료라고 확대해서 해석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느 부위에서 어떤 섬유가 확인됐는지를 기록하고 문화재의 전체 구조와 연결해야 한다.
88편에서 다룬 한 지점 측정의 한계가 직물 연구에서도 적용되는 셈이다.
금색으로 보이는 실도 실제 섬유일까?
화려한 직물에서는 금속성 광택을 가진 장식 실이 발견될 수 있다.
이런 실은 일반적인 식물성 또는 동물성 섬유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섬유나 다른 바탕 재료에 금속성 재료를 결합하거나 감아 만든 복합적인 구조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빛이 보인다고 단순히 금으로 된 철사라고 생각해서도 안 되고, 노란색 섬유라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확대 관찰을 통해 실의 구조를 먼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금속성 부분과 바탕 재료를 구분해 조사해야 한다.
문화재의 실 하나가 여러 재료로 구성된 작은 복합재료일 수 있는 것이다.
자수실과 바탕 천은 따로 조사해야 할까?
그럴 필요가 있는 경우가 많다.
자수는 완성된 바탕 직물 위에 별도의 실을 사용해 무늬를 만드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수실과 바탕 천의 섬유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색이 다른 자수실 사이에서도 재료나 제작방법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차이를 조사하면 단순히 어떤 섬유가 사용됐는지를 넘어 제작자가 재료를 어떻게 선택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후대의 수리나 추가 장식이 있다면 원래 자수와 다른 특징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오래된 섬유가 부서져 있으면 종류를 알아내기 어려울까?
어려워질 수 있다.
섬유가 심하게 열화되면 원래의 표면 구조가 사라지거나 섬유가 짧게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섬유의 표면 특징이 마모될 수 있고 식물성 섬유도 손상으로 형태가 변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형태 관찰만으로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여러 분석 정보를 함께 활용하거나 결론의 범위를 넓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구체적인 식물 종까지 확인할 근거가 부족하다면 더 큰 분류 수준에서 판단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적절할 수 있다.
알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특정하는 것보다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된 직물에서 새 섬유가 발견되면 무엇을 의심해야 할까?
무조건 최근 오염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후대 수선에 사용된 실일 수도 있고 과거 보존처리에서 추가된 보강재일 수도 있다.
반대로 보관이나 취급 과정에서 현대 섬유가 표면에 붙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문화재에서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섬유가 원래 제작재료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섬유가 실제 직물 구조에 포함되어 있는지, 표면에 느슨하게 붙어 있는지, 다른 실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먼저 관찰해야 한다.
분석 결과만큼 중요한 것이 시료의 위치와 맥락이다.
직물의 재료를 알면 제작 시기도 알 수 있을까?
섬유 종류 하나만으로 문화재의 제작연대를 정확하게 결정하기는 어렵다.
같은 종류의 섬유가 매우 오랫동안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시기가 알려진 직물들의 섬유와 직조 구조, 실의 꼬임, 염색과 장식기법 등의 자료가 축적되면 시대별 기술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비교 자료가 될 수 있다.
즉 섬유 분석은 직접적인 연대측정 방법이라기보다 제작기술과 재료 사용의 역사를 이해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섬유 종류를 알면 직물이 만들어진 지역도 알 수 있을까?
역시 하나의 정보만으로 제작지역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섬유 원료와 완성된 직물은 지역 사이에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에서 생산된 실이 다른 지역에서 직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고 완성된 천 자체가 교역됐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특정 섬유가 확인됐다는 사실은 제작지역을 연구하는 단서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지리적 증명은 아니다.
역사 기록과 직조기법, 염색 재료, 문화재의 출처 등 다른 정보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섬유를 태워 보면 종류를 쉽게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일반적인 섬유 식별에서 연소 특성을 참고하는 방법이 알려져 있지만 문화재에서는 접근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원본 섬유를 태우는 순간 그 시료는 소모된다.
특히 귀중한 직물 문화재에서는 아주 작은 섬유조차 제작기술과 재료 정보를 담고 있는 원본이다.
따라서 단순히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파괴적인 시험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비파괴 또는 미세한 시료로 가능한 관찰과 분석을 먼저 검토하고, 시료를 소비하는 분석이 필요하다면 그 필요성과 얻을 정보가 충분한지 판단해야 한다.
97편에서 다룬 보존윤리가 다시 중요해지는 부분이다.
섬유를 조사하면 직물의 손상 원인도 알 수 있을까?
섬유 종류를 아는 것은 현재 상태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식물성 셀룰로오스 섬유와 동물성 단백질 섬유는 화학적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환경과 오염물에 대한 반응도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
하지만 “이 섬유니까 반드시 이런 손상이 생긴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연결해서는 안 된다.
실제 손상에는 염색재료와 제작기법, 빛에 노출된 정도, 보관환경과 과거 처리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섬유 식별은 손상 원인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검사가 아니다.
보존과학자가 문화재의 재료적 조건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기초 정보다.
같은 종류의 섬유라도 상태가 다를 수 있을까?
물론이다.
같은 견으로 만든 두 직물이라도 현재 상태는 크게 다를 수 있다.
한쪽은 오랫동안 어두운 곳에서 안정적으로 보관됐을 수 있고 다른 한쪽은 오랜 기간 빛과 오염물에 노출됐을 수 있다.
염색과 가공 방법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같은 직물 안에서도 바깥으로 노출된 부분과 접혀 있던 내부의 상태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섬유 종류를 확인하는 것과 섬유의 보존 상태를 평가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재료의 이름을 알아냈다고 문화재의 상태까지 모두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보존과학자는 직물 섬유를 어떤 순서로 조사할까?
먼저 직물 전체를 관찰한다.
겉감과 안감, 자수와 장식, 수선 부분 등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날실과 씨실의 구조와 실의 굵기, 꼬임도 기록할 수 있다.
그다음 확대 관찰을 통해 서로 다른 종류의 실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위치를 찾는다.
섬유의 직접적인 식별이 필요하다면 원본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한다.
이미 떨어져 나온 섬유를 활용할 수 있는지도 확인한다.
현미경에서는 섬유의 길이 방향과 필요한 경우 단면 특징 등을 살펴보고, 형태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연구 목적에 적합한 추가 분석을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에는 분석 결과를 직물의 위치와 제작구조에 다시 연결한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아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재료가 문화재의 어느 부분에 왜 사용됐는지를 해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백 년 된 실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정말 알아낼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미경으로 섬유의 표면과 형태를 관찰하면 식물성 섬유와 동물성 섬유를 구분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고, 특징이 충분히 남아 있다면 보다 구체적인 섬유 종류를 검토할 수도 있다.
분자 수준의 분석은 형태 관찰을 보완할 수 있다.
실의 꼬임과 날실·씨실의 구성, 자수와 장식실의 차이까지 함께 조사하면 단순한 원료 식별을 넘어 직물이 어떻게 제작됐는지 이해하는 자료가 된다.
다만 수백 년의 노화는 섬유의 특징을 변화시킨다.
오염과 후대 수선도 분석을 복잡하게 만든다.
따라서 문화재 섬유 분석의 핵심은 현미경 사진 하나를 보고 이름을 맞히는 데 있지 않다.
섬유의 형태와 성분, 실의 구조와 직물에서의 위치를 연결해 가장 타당한 해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종이에서는 식물 섬유가 얽혀 한 장의 기록 바탕을 만들었고, 직물에서는 서로 다른 섬유가 실이 되고 다시 복잡하게 교차하면서 옷과 장식품이 되었다.
그런데 오래된 회화에는 이들과 또 다른 검은 재료가 등장한다.
바로 먹이다.
눈으로 보면 모두 검게 보이는 먹도 정말 같은 재료일까? 검은색 속에 남아 있는 성분과 미세한 차이를 조사하면 먹의 재료와 제작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다음 105편에서는 「옛 그림의 먹은 모두 같은 먹일까? 먹의 재료와 제작 흔적을 조사하는 과학」이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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