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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자르지 않고 내부를 볼 수 있을까? X선 촬영의 과학

cho007 읽는 시간 약 13분

박물관에 전시된 오래된 불상이나 금속 문화재를 보면서 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멀쩡한데 안쪽은 어떤 모습일까?”

문화재를 연구할 때 외부에서 보이는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나무로 만든 불상 내부가 비어 있는지, 금속 유물 안쪽에 균열이 존재하는지, 겉으로 하나처럼 보이는 물건이 실제로는 여러 부품을 연결해 제작된 것인지 육안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수백 년 된 문화재를 반으로 자른 뒤 내부를 살펴볼 수는 없다.

문화재는 한번 훼손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조사 방법이 X선 촬영(X-radiography)이다.

병원에서 사람의 뼈를 확인하기 위해 X선 촬영을 하는 것처럼 문화재에도 X선을 투과시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내부 구조와 제작 흔적을 조사할 수 있다.

특히 문화재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 내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X선 촬영은 문화재 비파괴 검사와 보존과학에서 중요한 조사 방법 가운데 하나로 활용된다.

그렇다면 X선은 어떻게 문화재 내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

X선 촬영은 어떤 원리일까?

X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은 전자기파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특정 물질을 통과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모든 물질을 동일하게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의 재질과 두께, 밀도, 구성 원소 등에 따라 X선이 흡수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이 차이를 영상으로 기록하면 내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문화재를 통과하고 남은 X선의 차이를 이용해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 내부의 그림자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병원에서 뼈와 주변 조직이 서로 다르게 보이는 것도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문화재를 X선으로 찍으면 무엇이 보일까?

문화재 X선 촬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유물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금속 문화재에서는 내부의 균열과 접합 상태, 제작 구조 등을 조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목재 문화재에서는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못이나 금속 부품 등이 확인될 수 있으며, 내부의 빈 공간이나 구조적 특징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겉으로는 한 덩어리처럼 보이는 조각품도 X선으로 조사하면 여러 부재를 결합해 제작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X선 촬영은 단순히 문화재가 깨졌는지 확인하는 장비가 아니다.

옛사람들이 문화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연구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불상을 X선으로 촬영하는 이유

불상은 X선 조사가 흥미롭게 활용될 수 있는 문화재 가운데 하나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의 완성된 조각처럼 보이지만 제작 방식에 따라 내부 구조가 복잡할 수 있다.

목조 불상이라면 여러 목재 부재를 결합했을 수 있으며 내부에 빈 공간이 존재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내부에 별도의 물품이나 구성 요소가 존재하는지 조사할 필요도 생긴다.

이때 무작정 불상을 분해한다면 문화재에 큰 위험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먼저 X선과 같은 비파괴 조사 방법을 활용해 내부 구조를 파악하면 이후 조사나 보존처리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못도 찾을 수 있다

오래된 목재 문화재를 수리하려고 하는데 내부에 금속 못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면 어떨까?

외부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작업하다가 숨겨진 금속 부품을 건드릴 수도 있다.

X선 촬영에서는 목재와 금속의 X선 흡수 특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내부의 금속 못이나 핀 등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통해 문화재가 원래 어떻게 조립됐는지 추정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보이는 못이 처음 제작할 때 사용된 것인지, 과거 수리 과정에서 추가된 것인지 다른 자료와 함께 비교해 연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정보는 문화재의 제작기법과 과거 수리 이력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깨지지 않았는데 내부 균열이 있을 수도 있다

문화재는 외부 표면만 보고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특히 두꺼운 금속 유물이나 복잡한 구조의 물건에서는 표면 아래에 결함이 존재할 수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내부에 균열이나 빈 공간이 있다면 이동이나 전시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문화재를 이동하거나 보존처리하기 전에 내부 구조를 조사하는 것은 안전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컨디션 리포트가 외부 상태를 기록하는 방법이라면 X선 촬영은 육안 상태조사를 보완하여 내부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제작 방법도 X선에 남는다

문화재에는 제작자의 손길이 남아 있다.

문제는 완성된 작품에서는 그 과정이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속 문화재를 제작하면서 서로 다른 부분을 연결했다면 외부를 정리한 뒤 접합 흔적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내부 밀도나 구조의 차이가 X선 영상에 나타나면 제작 과정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못과 핀의 위치, 접합 구조, 내부 보강재 등을 확인하면서 과거 장인이 어떤 순서와 방법으로 물건을 만들었는지 연구할 수 있다.

그래서 문화재 X선 촬영은 보존뿐 아니라 고대 제작기술을 연구하는 고고학적 도구이기도 하다.

과거의 복원 흔적도 발견할 수 있을까?

오래된 문화재 가운데는 이미 과거에 여러 차례 수리된 유물이 많다.

하지만 언제, 어떤 재료로 수리했는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겉으로는 원래 문화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보수 흔적을 쉽게 알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X선 촬영을 통해 내부에 추가된 금속 핀이나 보강 구조 등이 발견된다면 과거 수리의 흔적을 추정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새로운 보존처리를 계획할 때 매우 중요하다.

이미 내부에 보강재가 있는데 이를 모르고 작업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 X선 촬영은 비파괴 검사일까?

문화재 연구에서는 가능한 한 원본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31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은 경우에 따라 소량의 시료를 채취해야 하므로 미세 파괴 분석이 될 수 있다.

반면 X선 촬영은 일반적으로 문화재를 잘라 내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외부에서 방사선을 투과시켜 정보를 얻는다는 점에서 비파괴 검사(Non-destructive Testing)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볼 수 있다.

문화재에 직접적인 시료 채취를 하지 않고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래서 보존과학에서는 가능하다면 비파괴 방법으로 먼저 조사하고, 그 결과만으로 부족할 경우 다른 분석 방법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모든 문화재를 똑같이 촬영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문화재의 크기와 두께, 재질에 따라 적절한 촬영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얇은 목재 문화재와 두꺼운 금속 유물에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문화재 내부를 충분히 투과하면서도 구조 차이를 구분할 수 있도록 촬영 조건을 조절해야 한다.

또한 크기가 매우 큰 문화재라면 장비와 촬영 공간의 제약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재 X선 조사는 단순히 장비에 넣고 버튼을 누르는 작업이 아니라 조사 대상에 맞는 조건을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X선 사진 한 장만 보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X선 영상에서 보이는 밝고 어두운 부분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재질이 다를 수도 있고 두께가 다를 수도 있으며 내부에 다른 물질이 존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영상의 특정 부분이 다르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이곳은 과거에 수리한 부분이다”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문화재의 제작 방식과 재료 특성, 외부 상태, 다른 분석 결과를 함께 비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여러 방향에서 촬영해 구조를 비교할 수도 있다.

결국 X선 영상은 답 그 자체라기보다 문화재 내부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증거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평면 X선에는 한계도 있다

일반적인 X선 촬영은 3차원 구조를 2차원 영상으로 기록한다.

이 때문에 앞뒤에 있는 여러 구조가 한 화면에 겹쳐 나타날 수 있다.

복잡한 문화재라면 어느 부분이 앞쪽에 있고 어느 부분이 뒤쪽에 있는지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내부에 여러 개의 금속 부품이 서로 다른 깊이에 존재하더라도 일반 X선 영상에서는 겹쳐 보일 수 있다.

바로 이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 가운데 하나가 CT(Computed Tomography)다.

CT는 여러 방향에서 얻은 X선 데이터를 이용해 내부 구조를 단면과 3차원 형태로 재구성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다음 33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X선 촬영 전에 문화재 상태부터 확인한다

X선이 비파괴 조사라고 해서 준비 없이 문화재를 바로 촬영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를 촬영 장비까지 이동시키거나 촬영 자세로 고정하는 과정 자체에 물리적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균열이 있거나 구조가 약한 유물은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촬영 전에 문화재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과 지지 구조를 계획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맞춤형 받침대를 사용하여 촬영 중 문화재가 움직이거나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비파괴 분석에서 ‘비파괴’는 장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사 과정 전체가 안전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X선은 문화재 보존처리 계획에도 활용된다

문화재 내부 구조를 미리 알고 있다면 보존처리 계획도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는 하나의 부재처럼 보였지만 X선 조사에서 여러 부분이 결합된 구조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가정해 보자.

보존전문가는 어떤 부분에 힘을 가하면 위험한지, 어느 부위가 구조적으로 약한지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다.

과거에 추가된 금속 보강재가 발견된다면 그 재료의 부식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즉, X선 촬영은 문화재에 문제가 있는지를 찾는 것뿐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안전하게 보존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자료가 된다.

문화재를 열지 않고 비밀을 확인하는 기술

과거에는 문화재 내부를 정확히 확인하려면 물리적으로 열거나 분해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한번 분해된 문화재가 언제나 완벽하게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현대 보존과학은 가능한 한 문화재에 직접적인 개입을 줄이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X선 촬영은 이러한 원칙을 잘 보여주는 기술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내부를 확인하면서도 문화재를 자르거나 분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X선 영상에서 발견되는 작은 못 하나, 숨겨진 접합선 하나가 문화재의 역사를 새롭게 설명하기도 한다.

겉모습보다 더 많은 역사가 문화재 안에 숨어 있다

우리가 박물관에서 보는 것은 문화재의 바깥 모습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제작 당시 장인이 사용했던 못과 핀, 여러 부재를 연결한 흔적, 내부의 빈 공간, 오래전 수리하면서 추가된 보강재 등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문화재를 단순한 오래된 물건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만들었고,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수리되고 보존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으로 바꿔준다.

X선 촬영의 가장 큰 가치는 단순히 내부 사진을 얻는 데 있지 않다.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제작기법과 구조, 손상 흔적을 확인하고 그 정보를 앞으로의 보존에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31편에서 작은 탄소 원자를 이용해 문화재의 시간을 추적했다면, 32편에서는 X선을 이용해 문화재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셈이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는 평면적인 X선 영상을 넘어 문화재 내부를 마치 얇게 잘라보는 것처럼 관찰하고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기술로 이어진다.

바로 문화재 CT 촬영이다.

문화재를 실제로 자르지 않고도 내부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 비밀은 33에서 이어진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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