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가루가 생긴 돌은 왜 계속 부서질까? 문화재를 안에서부터 깨뜨리는 염류의 과학
오래된 석조 건물이나 벽돌 문화재의 표면을 자세히 보면 하얀 가루나 결정 같은 것이 붙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처음 보면 먼지가 쌓였거나 석재 표면이 조금 더러워진 것처럼 보인다.
손으로 털어내면 깨끗해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하얀 물질이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면 어떨까?
그리고 눈에 보이는 하얀 가루보다 돌 내부에 숨어 있는 물질이 더 큰 문제라면 어떨까?
문화재 보존에서 석재와 벽돌, 도자기처럼 작은 기공을 가진 재료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염류(Salts)다.
염류는 물에 녹아 문화재 내부로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물이 증발하면 다시 결정으로 남는다.
문제는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문화재 내부에 압력이 발생하고 결국 표면이 가루처럼 떨어지거나 얇은 층이 벗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63편에서는 돌 내부에 들어간 물이 얼고 녹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석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펴봤다.
이번에는 얼지 않아도 돌을 안에서부터 손상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를 살펴보려고 한다.
바로 염류의 결정화와 문화재의 손상이다.
목차
돌 속에 소금이 들어 있다고?
우리가 소금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음식에 사용하는 소금을 떠올린다.
하지만 문화재 보존에서 말하는 염류는 한 종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양한 이온이 결합한 여러 종류의 염이 문화재 내부에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염류는 처음부터 문화재 재료에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고 토양이나 지하수, 해수, 대기오염, 건축재료 또는 과거의 처리 과정 등을 통해 들어올 수도 있다.
특히 발굴된 문화재는 오랫동안 토양과 지하수에 접촉해 있었기 때문에 염류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는 단단한 돌이나 벽돌도 내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기공과 균열이 존재할 수 있다.
물이 그 공간으로 들어가면 물에 녹아 있던 염류도 함께 이동할 수 있다.
즉, 돌은 완전히 막혀 있는 고체 덩어리가 아니다.
염류는 어떻게 문화재 안으로 들어갈까?
가장 중요한 운반자는 물이다.
빗물이나 지하수 등이 문화재와 접촉하면 물은 재료 내부의 기공을 따라 이동할 수 있다.
그 물에 염류가 녹아 있다면 염류 역시 함께 움직인다.
물이 문화재 내부에서 표면 쪽으로 이동해 증발하면 어떻게 될까?
물은 사라지지만 물에 녹아 있던 염류까지 함께 증발하는 것은 아니다.
염류가 농축되고 조건이 맞으면 결정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특정 영역에 염류가 축적될 수 있다.
따라서 표면에 보이는 하얀 결정은 내부에서 일어난 물질 이동의 결과일 수 있다.
하얀 가루는 왜 생길까?
벽돌이나 석재 표면에 나타나는 흰색 결정성 침착물을 흔히 백화(Efflorescence)와 관련해 설명한다.
재료 내부의 염류가 물에 녹아 표면으로 이동한 뒤 물이 증발하면서 결정으로 남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돌 표면에 흰 가루가 생긴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있다.
하얀 결정이 표면에 있다는 것은 염류가 단순히 표면에 묻었다는 의미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염류가 내부에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표면의 가루만 닦아내고 끝내면 원인을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하얀 결정이 보이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을까?
조금 이상하게 들리지만 상황에 따라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다.
결정이 재료의 바깥 표면에서 형성된다면 적어도 결정화가 일어나는 위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더 위험한 상황은 결정이 표면이 아니라 표면 바로 아래의 기공 안에서 성장하는 경우다.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내부에서는 결정 성장에 따른 압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Subflorescence, 즉 표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염류 결정화와 관련해 설명할 수 있다.
표면에 하얀 가루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염류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소금 결정이 어떻게 돌을 깨뜨릴까?
작은 소금 결정이 단단한 돌을 깨뜨린다는 것이 쉽게 상상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정 하나의 크기가 아니다.
제한된 기공 안에서 결정이 성장하면서 주변 벽에 힘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염이 녹아 있는 용액에서 물이 증발하면 용액의 농도가 높아진다.
조건이 맞으면 결정이 만들어지고 성장한다.
그런데 결정이 자랄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주변의 기공벽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이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면 미세한 손상이 누적될 수 있다.
처음에는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표면의 분말화와 박락, 균열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돌이 가루처럼 떨어지는 이유도 염류 때문일까?
가능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석재 표면을 손으로 만지지 않았는데도 작은 입자가 계속 떨어지고 표면이 모래처럼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석재의 풍화에는 온도 변화와 동결·융해, 오염물질, 생물학적 요인 등 여러 원인이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가루가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염류가 원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염류가 반복적으로 용해되고 결정화되는 환경이라면 재료의 입자 결합이 점차 약해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보존과학에서는 눈에 보이는 손상 형태뿐 아니라 그 손상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조사한다.
염류는 한 번 결정되면 그대로 있을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일부 염류는 주변의 상대습도 변화에 따라 물을 흡수하거나 다시 결정화하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즉, 어느 날에는 고체 결정으로 존재하다가 환경 조건이 달라지면 수분과 상호작용하고 다시 조건이 변하면 결정화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반복되면 문화재 내부에서 물질의 이동과 결정화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염류 손상에서는 단순히 평균 상대습도만 보는 것보다 환경 변화와 해당 염의 특성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습도가 오르내리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
문화재 내부에 염류가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주변 습도가 달라지면서 염류와 수분의 상태가 변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건조해지면서 결정이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문화재 내부에 반복적인 물리적 스트레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염류에 오염된 다공성 문화재에서는 단순히 “건조하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어떤 종류의 염이 존재하는지와 그 염이 주변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조사해야 한다.
바닷가 문화재는 염분 때문에 더 위험할까?
해안 환경의 문화유산에서는 염분을 중요한 열화 요인으로 고려할 수 있다.
바닷물과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바람과 해염 입자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염분을 포함한 수분이 석재의 기공으로 들어가고 건조 과정에서 결정화가 반복되면 장기적인 풍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바람과 비를 직접 맞는 야외 석조문화유산은 실내 박물관 문화재보다 훨씬 복잡한 환경에 놓여 있다.
온도와 습도뿐 아니라 강수, 바람, 일사, 오염물질과 염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겨울철 제설제도 문화재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도로와 보행로에 사용되는 제설제 역시 주변 석재와 건축문화유산을 관리할 때 고려할 요소가 될 수 있다.
제설제 성분을 포함한 물이 차량이나 보행에 의해 튀거나 배수 과정에서 주변 다공성 재료와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재료 내부로 들어가면 용해된 염류도 함께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유산 주변에서 제설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눈을 얼마나 잘 녹이는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배수와 비산, 주변 재료와의 접촉 가능성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63편에서 살펴본 동결·융해와 이번 편의 염류 문제가 겨울철 야외 문화재에서 동시에 고려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발굴된 유물에도 소금이 들어 있을까?
가능하다.
땅속에 오랫동안 묻혀 있던 유물은 주변 토양과 지하수의 영향을 받는다.
토양 속에 존재하는 용해성 물질이 수분과 함께 다공성 유물 내부로 이동할 수 있다.
발굴되기 전에는 주변 토양과 수분 환경 속에서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발굴되는 순간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면 내부에 녹아 있던 염류가 결정화할 수 있다.
즉, 발굴은 단순히 문화재를 땅에서 꺼내는 행위가 아니다.
문화재가 수백 년 동안 놓여 있던 환경을 갑자기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발굴 직후 멀쩡했던 유물이 나중에 부서질 수도 있을까?
그럴 수 있다.
발굴 당시에는 표면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 건조되면서 균열이나 박락이 나타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원인은 하나가 아니지만 내부 수분과 염류의 변화 역시 조사해야 할 요소다.
그래서 발굴문화재는 꺼낸 직후의 외관만 보고 안정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환경에 놓인 뒤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문화재 보존에서 상태 기록이 중요한 이유가 다시 등장한다.
도자기도 염류 때문에 손상될 수 있을까?
도자기라고 해서 모두 같은 특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소성 상태와 재질, 유약의 존재 여부 등에 따라 다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다공성 도자기나 발굴 도자기에서는 내부에 용해성 염류가 존재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수분이 이동하면서 염류가 표면 또는 표면 아래에서 결정화하면 표면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유약이 있다고 해도 균열과 파손부 등을 통해 내부와 외부가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발굴 도자기의 보존에서도 물과 염류의 이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벽화에서도 소금 결정이 문제가 될까?
그렇다.
벽화는 벽체와 바탕층, 안료층 등이 연결된 복합적인 구조를 가진다.
건물의 벽을 따라 수분이 이동하면서 염류가 함께 이동할 수 있고 표면 가까이에서 결정화하면 안료층과 바탕층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때 표면의 하얀 결정만 제거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벽체로 물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면 염류 역시 다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벽화 보존에서는 작품 표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수분 이동과 배수 문제까지 조사해야 할 수 있다.
물이 어디에서 오는지 찾는 것이 왜 중요할까?
염류 이동의 핵심에는 물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지붕에서 빗물이 새고 있을 수도 있다.
지면의 수분이 벽을 따라 올라오고 있을 수도 있다.
배수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외벽의 균열을 통해 빗물이 들어올 수도 있다.
이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표면의 결정만 반복해서 제거한다면 같은 문제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문화재 보존에서 원인 관리가 처리보다 중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벽 아래쪽만 하얗게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된 벽이나 벽돌 건축물에서 아래쪽을 중심으로 흰 결정이나 변색이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능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지면에서 올라오는 수분이다.
다공성 재료에서는 작은 기공을 따라 물이 이동하는 모세관 현상을 고려할 수 있다.
물이 위쪽으로 이동하면서 염류도 함께 운반하고 일정한 위치에서 증발하면 염류가 축적될 수 있다.
따라서 손상 위치 자체가 수분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표면의 소금을 물로 씻으면 해결되지 않을까?
아주 조심해야 하는 생각이다.
염류가 물에 녹는다면 물로 씻어내면 간단해 보인다.
실제로 특정 문화재에서는 적절한 조건 아래 탈염 처리가 검토될 수 있다.
하지만 물을 사용하는 순간 문화재 내부의 염류가 다시 용해되어 다른 위치로 이동할 수도 있다.
안료와 접착제, 과거 복원재료처럼 물에 민감한 재료가 함께 존재할 수도 있다.
또 건조 과정이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새로운 결정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물건을 씻듯 문화재를 물로 세척해서는 안 된다.
탈염은 무엇일까?
탈염은 문화재 내부의 해로운 용해성 염류를 줄이기 위한 보존처리 과정이다.
대상의 재질과 상태에 따라 여러 접근법이 검토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물에 담가 소금을 빼낸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염류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문화재가 수분에 견딜 수 있는지, 다른 재료가 함께 있는지 등을 먼저 조사해야 한다.
처리 과정에서 빠져나오는 이온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처리 정도를 평가하기도 한다.
즉, 탈염 역시 측정과 판단이 필요한 보존처리다.
소금 종류도 분석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표면에서 발견된 결정의 형태를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고 필요하면 적절한 분석법을 이용해 성분을 조사할 수 있다.
어떤 이온과 염이 존재하는지 파악하면 발생 원인과 환경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표면의 결정 하나를 분석했다고 문화재 내부 전체의 상태를 완전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위치에서 시료가 나왔는지와 문화재의 수분 이동 경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분석 결과 역시 문화재의 맥락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
현미경으로 소금 결정을 볼 수 있을까?
38편에서 살펴본 현미경 관찰은 염류 문제에서도 유용하다.
육안으로는 단순한 흰 가루처럼 보이는 물질도 확대하면 결정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결정 모양만으로 물질의 종류를 확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물질이 있을 수 있고 주변 오염물이나 재료가 섞여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미경은 중요한 첫 단서를 제공하지만 필요하면 다른 분석법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
하얀 가루를 곰팡이로 착각할 수도 있을까?
가능하다.
문화재 표면에 흰색 물질이 나타났다고 모두 같은 원인은 아니다.
염류 결정일 수도 있고 먼지나 부식 생성물, 곰팡이 등 다른 물질일 수도 있다.
대응 방법은 완전히 달라진다.
25편에서 살펴본 곰팡이는 생물학적인 문제이고 염류 결정은 물질의 용해와 결정화와 관련된 문제다.
정체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곰팡이 제거제나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문화재에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제거하기 전에 무엇인지 확인한다.
56편의 세척 원칙이 여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염류가 보이면 모두 제거해야 할까?
가능한 한 염류 문제를 관리해야 하지만 문화재에 직접적인 처리를 실시할지는 상태와 위험을 평가해 결정해야 한다.
염류를 제거하려는 과정 자체가 원본에 더 큰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우 취약한 표면이나 물에 민감한 장식이 존재한다면 적극적인 탈염 처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때는 수분 유입을 차단하거나 환경을 조절해 염류의 반복적인 이동과 결정화를 줄이는 방법을 우선 검토할 수 있다.
보존처리는 언제나 직접 제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염류 문제도 예방적 보존으로 줄일 수 있을까?
그렇다.
오히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빗물이 문화재에 반복적으로 침투한다면 물의 유입 경로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건축문화유산에서는 지붕과 배수, 지면 수분과 벽체 상태 등을 함께 살펴야 할 수 있다.
해안에서는 염분과 바람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전시와 수장 환경에서는 급격한 환경 변화가 염류와 수분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
즉, 눈에 보이는 하얀 가루보다 왜 그 가루가 생겼는지를 관리해야 한다.
제설제를 문화재 바로 옆에 뿌리지 않는 것도 보존일까?
충분히 예방적 보존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문화재 주변에서 사용하는 물질이 빗물과 녹은 눈을 통해 어디로 이동하는지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제설제 사용이 필요한 공간이라면 문화재와의 거리, 배수 방향, 비산 가능성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문화재를 직접 만지지 않아도 주변 환경을 바꾸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적 보존의 대표적인 사고방식이다.
염류 손상과 동결·융해가 동시에 일어나면?
야외 석조문화유산에서는 하나의 열화 요인만 작용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물이 석재 내부로 들어간다.
그 물에 염류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추운 계절에는 일부 수분과 관련된 동결·융해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건조 과정에서는 염류의 결정화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온도 변화와 대기오염, 생물학적 요인 등이 함께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실제 문화재의 풍화는 교과서의 한 가지 원인처럼 단순하지 않다.
여러 열화 과정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장기간 누적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하얀 가루보다 중요한 것
석재 표면의 하얀 가루를 발견하면 가장 먼저 닦아내고 싶어진다.
하지만 보존과학자의 질문은 다르다.
이 물질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떤 물과 함께 이동했는가?
결정은 표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가, 내부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는가?
현재 손상이 진행되고 있는가?
수분 유입을 막지 않으면 다시 나타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표면만 깨끗하게 만들면 문제의 흔적만 잠시 지운 셈이 될 수도 있다.
문화재를 안에서부터 깨뜨리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염류 손상의 흥미로운 점은 가장 위험한 과정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얀 결정이 표면에 나타나기 전부터 물과 이온은 재료 내부를 이동할 수 있다.
결정화 역시 표면 아래에서 일어날 수 있다.
작은 기공 속에서 반복되는 변화가 오랜 시간 축적된 뒤에야 표면의 박락과 분말화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문화재 보존은 눈에 보이는 손상만 고치는 작업이 아니다.
손상이 만들어지는 보이지 않는 과정을 찾아내는 과학이다.
하얀 가루가 생긴 돌은 왜 계속 부서질까?
결국 문제는 하얀 가루 자체만이 아니다.
다공성 문화재 내부로 물이 들어가고 그 물과 함께 염류가 이동한다.
물이 증발하면서 염류가 농축되고 결정이 형성될 수 있다.
이 과정이 제한된 기공 안에서 반복되면 재료에 물리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환경 변화에 따라 일부 염류는 다시 수분과 상호작용하고 이동하거나 결정화할 수 있다.
따라서 표면의 결정을 한 번 제거했다고 문제가 끝났다고 볼 수 없다.
물은 어디에서 들어오는가?
어떤 염류가 존재하는가?
어디에서 결정화하고 있는가?
문화재는 현재 얼마나 취약한가?
이 모든 정보를 함께 살펴야 한다.
63편에서 우리는 물이 얼고 녹으면서 돌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살펴봤다.
64편에서는 물에 녹아 이동하는 작은 이온과 결정이 돌을 내부에서부터 손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단단해 보이는 돌도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물질을 주고받으며 변한다.
그리고 다음 질문이 생긴다.
돌을 손상시키는 것은 물과 소금뿐일까?
도시 한가운데 놓인 석조문화재는 매일 자동차 배기가스와 미세먼지, 여러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된다.
오래된 석조 건물의 표면이 검게 변하고 일부 석회질 문화재에서 검은 껍질 같은 층이 만들어지는 현상도 단순히 먼지가 쌓였기 때문일까?
다음 65편에서는 「도시의 공기가 돌을 녹일 수 있을까? 대기오염과 석조문화재의 검은 표면」을 통해 대기오염물질이 석재 표면의 화학적 변화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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