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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냄새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 휘발성 물질과 열화 진단

cho007 읽는 시간 약 15분

오래된 책이나 목재 가구가 있는 공간에 들어갔을 때 특유의 냄새를 맡아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문화재를 보관하는 수장고나 전시 공간에서도 평소와 다른 냄새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냄새는 단순히 오래된 물건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특징일까?

경우에 따라서는 문화재를 구성하는 재료가 변하면서 공기 중으로 방출한 물질이 냄새와 관련될 수 있다. 목재, 종이, 접착제, 도료, 합성수지처럼 다양한 재료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작은 분자가 공기 중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교적 쉽게 기체 상태로 이동하는 유기화합물을 휘발성 유기화합물, 영어로는 VOCs(Volatile Organic Compounds)라고 부른다.

하지만 냄새를 맡았다는 사실만으로 어떤 물질이 열화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86편에서 중요한 질문은 63편에서 다룬 ‘왜 오래된 문화재에서 냄새가 나는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이번에는 그 냄새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분자를 실제로 어떻게 포집하고 분석하는지를 살펴보자.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분석할까?

우리가 냄새를 느낀다는 것은 공기 중에 존재하는 특정 분자가 코의 후각 수용체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분자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핀셋으로 집을 수도 없다.

그래서 냄새 분석의 첫 단계는 보이지 않는 분자를 붙잡는 것이다.

문화재 주변의 공기를 일정한 방법으로 채취하거나, 공기 중의 휘발성 물질을 특정 흡착재에 모은 뒤 분석할 수 있다.

여기서 흡착은 기체 상태의 분자가 특정 물질의 표면에 붙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생각하면 공기 전체를 분석 장비에 넣는 것이 아니라, 공기 속에 흩어져 있는 미량의 성분을 한곳에 모아 분석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문화재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물질의 양은 매우 적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포집 과정이 분석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문화재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 냄새 성분을 채취할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가능하다.

휘발성 물질은 문화재에서 공기 중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반드시 문화재에서 고체 시료를 떼어내야만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 주변의 공기를 조사하면 대상에 직접적인 시료 채취를 하지 않고도 방출되는 물질에 관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이 점은 문화재 분석에서 상당히 중요한 특징이다.

하지만 주변 공기를 분석한다고 해서 그 안에서 검출된 모든 물질이 문화재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용하는 향수나 세정제, 전시장의 건축재료, 수장고 내부의 가구와 페인트, 포장재, 접착제 등에서도 휘발성 물질이 나올 수 있다.

심지어 실외 공기가 들어오면서 외부 오염물질이 함께 유입될 수도 있다.

따라서 문화재 가까이에서 채취한 공기와 주변 환경의 공기를 비교하는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아주 적은 양의 냄새 성분은 어떻게 모을까?

휘발성 물질을 포집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고체상 미세추출, 즉 SPME(Solid Phase Microextraction)가 활용될 수 있다.

이 방법에서는 특정 물질을 흡착하거나 흡수할 수 있는 얇은 코팅이 적용된 섬유를 사용한다.

이 섬유를 분석하려는 공기와 접촉시키면 공기 중의 휘발성 성분 일부가 섬유에 모인다.

쉽게 비유하면 냄새 분자를 모으는 아주 작은 포집 장치와 비슷하다.

시료를 용기에 넣을 수 있는 경우에는 시료 자체보다 그 위쪽 공간에 모인 기체를 조사하기도 한다. 이 공간을 헤드스페이스라고 한다.

다만 실제 문화재에 어떤 포집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대상의 크기와 상태, 조사 환경, 분석 목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냄새를 모은 다음에는 어떻게 성분을 구분할까?

공기에서 포집한 휘발성 물질에는 한 종류의 성분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종류의 분자가 복잡하게 섞여 있을 수 있다.

이 혼합물을 분리하는 데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장비가 기체 크로마토그래피, 즉 GC(Gas Chromatography)다.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에서는 분석하려는 성분들이 장비 내부의 긴 컬럼을 통과한다. 각 물질은 화학적 특성에 따라 컬럼과 상호작용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동하는 시간에도 차이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처음에는 함께 섞여 있던 물질들이 서로 다른 시간에 장비에서 나오게 된다.

즉 기체 크로마토그래피가 하는 중요한 역할은 복잡하게 섞여 있는 휘발성 물질을 하나씩 분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리됐다는 것만으로 그 물질의 정확한 정체를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른 분석 장치와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GC-MS라는 장비는 냄새의 이름을 알려주는 걸까?

휘발성 유기화합물 분석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GC-MS다.

앞의 GC는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이고, 뒤의 MS는 질량분석기(Mass Spectrometer)를 의미한다.

GC가 혼합된 성분을 시간에 따라 분리한다면 MS는 분리되어 나온 물질의 이온과 질량 정보를 측정한다.

물질이 질량분석기로 들어가면 분석 조건에 따라 특징적인 질량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다.

이 패턴을 기준 자료와 비교하면 어떤 화합물일 가능성이 높은지를 추정하거나 확인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GC-MS는 단순히 “냄새가 강하다”를 측정하는 장비가 아니다.

공기 속에 섞여 있는 여러 휘발성 성분을 분리하고 각각의 화학적 정체를 추적하는 분석법이다.

분석하면 우리가 맡은 냄새를 그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서 냄새와 화학 분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느끼는 냄새의 강도와 공기 중 화합물의 농도는 단순하게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은 어떤 물질에는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냄새를 느끼는 반면, 다른 물질은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에서도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여러 화합물이 동시에 존재하면 냄새가 서로 섞이기도 한다.

따라서 GC-MS에서 많이 검출된 성분이 반드시 사람이 가장 강하게 느끼는 냄새의 주인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아주 적은 양으로 검출된 물질이 전체 냄새의 인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기계가 측정하는 화학적 조성과 사람이 느끼는 후각은 서로 관련되어 있지만 같은 정보는 아니다.

오래된 종이 냄새에서도 열화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

종이와 같은 유기질 재료는 시간이 지나면서 구성 성분이 화학적으로 변할 수 있다.

종이의 주요 구성 성분 가운데 하나인 셀룰로오스뿐 아니라 종이의 종류에 따라 포함될 수 있는 리그닌과 기타 성분도 산화나 분해 과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휘발성 화합물이 생성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오래된 종이에서 방출되는 휘발성 성분을 분석하면 재료의 열화 과정과 관련된 정보를 연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냄새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종이의 보존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종이의 원료와 제조 방식, 보관 환경, 과거 처리 이력 등에 따라 방출되는 물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목재에서도 휘발성 물질이 계속 나올까?

목재에는 다양한 유기성분이 존재한다.

목재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천연 추출성분이 휘발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나 분해 과정에서 새로운 휘발성 물질이 생성될 수도 있다.

따라서 목재에서 특정 휘발성 성분이 검출됐다고 해서 곧바로 심각한 열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원래 목재가 가지고 있던 성분에서 나온 것인지, 노화 과정에서 생성된 것인지, 과거에 사용된 보존처리제와 관련된 것인지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휘발성 물질 분석에서는 문화재의 재료 자체에 관한 정보가 중요하다.

같은 화합물이 검출되더라도 어떤 문화재에서 나온 것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접착제나 합성수지의 변화도 냄새로 추적할 수 있을까?

84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문화재에는 과거 보존처리 과정에서 접착제나 합성수지가 사용되었을 수 있다.

이런 유기재료도 시간이 지나면서 화학적으로 변할 수 있고, 조건에 따라 휘발성 물질이 방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문화재 주변에서 특정 휘발성 성분이 발견된다면 과거 보존재료와의 관련성을 검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하나의 성분만으로 특정 접착제의 존재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비슷한 물질이 다른 재료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과거 처리 기록이나 문화재에 남아 있는 보존재료의 직접 분석 결과와 비교해야 한다.

공기 분석과 고체 시료 분석은 서로 다른 정보를 제공하므로 함께 활용하면 해석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냄새가 강해지면 열화도 심해졌다는 뜻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휘발성 물질이 공기 중에서 얼마나 검출되는지는 문화재의 상태뿐 아니라 온도와 환기, 공간의 크기, 공기 흐름 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달라지면 물질의 휘발 특성도 달라질 수 있다.

밀폐된 작은 공간에서는 방출된 물질이 축적될 가능성이 있고, 환기가 잘되는 공간에서는 같은 물질이 빠르게 희석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날 냄새가 강하게 느껴졌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재의 열화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분석 결과를 비교하려면 채취 당시의 환경 조건도 함께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시장에서 검출된 물질이 문화재에서 나온 것인지 어떻게 알까?

이것은 실제 분석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문화재 주변 공기에는 수많은 발생원이 존재할 수 있다.

전시 케이스를 구성하는 재료, 바닥재, 페인트, 실란트, 접착제, 청소용품 등에서도 다양한 휘발성 물질이 방출될 수 있다.

그래서 문화재 가까이에서 공기를 채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문화재가 없는 위치에서 얻은 공기 시료를 함께 비교하거나, 전시 케이스 내부와 외부의 공기를 비교하는 방법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이런 비교용 시료를 흔히 블랭크 또는 대조 시료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문화재가 있는 곳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기준이다.

이 비교 과정이 없다면 주변 환경에서 나온 물질을 문화재의 열화 생성물로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한 번 공기를 분석하면 열화 상태를 알 수 있을까?

한 번의 분석은 특정 시점의 상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문화재에서 방출되는 휘발성 물질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따라서 변화 추세를 알고 싶다면 같은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을 두고 같은 위치에서 공기를 채취했을 때 특정 성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거나 새로운 성분이 나타난다면 추가 조사가 필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한 번만 검출되고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외부 오염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분석값 하나보다 변화의 흐름이다.

이 점은 82편에서 살펴본 수분 진단과도 닮아 있다. 문화재 보존에서는 특정 시점의 숫자보다 시간에 따른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보존과학자가 판단할 수 있을까?

사람의 후각은 이상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평소와 다른 냄새가 갑자기 나타났다면 주변 환경이나 문화재 상태를 확인해야 할 신호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냄새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 특정 냄새에 익숙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냄새만으로 화학물질의 종류와 농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후각은 정밀 분석 장비를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라 조사 필요성을 알려주는 관찰 정보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냄새를 직접 맡기 위해 문화재에 얼굴을 가까이 대거나 밀폐된 용기의 냄새를 의도적으로 확인하는 방식도 피해야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휘발성 물질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냄새 분석 결과만으로 손상 원인을 확정할 수 있을까?

휘발성 물질 분석의 가장 큰 주의점 가운데 하나다.

어떤 화합물이 검출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하나의 열화 과정에서만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

비슷한 화합물이 여러 재료에서 만들어질 수도 있고, 문화재가 아니라 주변 보관재료에서 방출됐을 수도 있다.

따라서 분석 결과는 문화재의 재질, 보존 상태, 환경 조건, 과거 처리 기록 등과 함께 해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동일한 재료의 기준 시료나 인공적으로 노화시킨 비교 시료와 분석 결과를 비교하는 연구도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무슨 물질이 검출됐는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물질은 어디에서 왔으며 문화재의 현재 상태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까지 확인해야 한다.

보존과학자는 보이지 않는 냄새를 어떻게 추적할까?

먼저 냄새가 느껴지는 위치와 상황을 기록한다.

언제부터 나타났는지, 특정 전시 케이스나 보관함에서만 느껴지는지, 온도나 환기 상태가 달라졌는지 등을 살펴본다.

그다음 분석 목적에 맞게 공기 중 휘발성 물질을 포집한다.

필요한 경우 SPME 같은 방법을 이용해 미량의 성분을 모으고, GC-MS 등을 통해 혼합된 휘발성 물질을 분리하고 화학적 특징을 조사할 수 있다.

이후 주변 환경의 대조 시료와 비교하고 문화재의 재질 및 보존처리 기록 등을 함께 검토한다.

반복 측정이 필요하다면 가능한 한 비슷한 조건을 유지해 시간에 따른 변화도 살펴본다.

이 과정을 거쳐야 단순한 “오래된 냄새”가 실제 재료 변화와 관련된 신호인지, 주변 환경에서 유입된 물질인지 조금씩 범위를 좁혀 갈 수 있다.

문화재의 냄새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냄새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일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휘발성 분자를 포집하고 분리해 어떤 물질들이 공기 중에 존재하는지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문화재의 재료와 환경이라는 맥락 속에서 해석하는 과정이다.

때로는 문화재를 직접 떼어내지 않고도 공기 속에서 재료 변화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휘발성 물질 분석은 흥미로운 조사 방법이다. 동시에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하나의 검출 결과를 곧바로 열화의 증거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분석 장비에서 분명한 숫자와 그래프가 나왔다고 해서 언제나 같은 답을 얻는 것도 아니다. 같은 안료를 분석했는데 측정 위치나 장비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과학 장비로 측정한 결과는 왜 매번 완벽하게 같지 않을까?

다음 87편에서는 「같은 안료인데 왜 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올까? 문화재 분석의 오차와 한계」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cho007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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