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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문화재가 끈적해지는 이유는? 첨가제 이동과 재료 변화

cho007 읽는 시간 약 25분

박물관 수장고에서 오래된 플라스틱 물건을 조사한다고 생각해 보자.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표면 가까이에서 관찰하니 먼지가 유난히 많이 붙어 있다. 장갑을 낀 손으로 취급하는 과정에서도 표면이 매끈한 플라스틱이라기보다 약간 끈적한 상태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무언가가 흘러 묻었거나 보관 중 오염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표면을 깨끗하게 닦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오래된 플라스틱에서는 끈적임의 원인이 외부 오염이 아니라 재료 내부에 있을 수 있다.

플라스틱을 만들 때 넣었던 가소제와 같은 첨가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에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분자와 첨가제의 관계가 달라지면서 첨가제가 표면 가까이 이동하거나 외부로 빠져나오면 처음에는 단단하고 깨끗했던 표면의 촉감과 광택이 달라질 수 있다.

더 복잡한 문제는 표면으로 나온 물질을 닦아낸다고 해서 내부에서 진행되는 변화까지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116편에서는 플라스틱 문화재의 ‘끈적임’을 단순한 표면 오염이 아니라 재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이동과 변화의 신호로 살펴본다.

목차

플라스틱은 하나의 물질로만 만들어질까?

플라스틱이라는 말을 들으면 하나의 균일한 재료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 플라스틱 제품은 기본이 되는 고분자에 여러 성분을 섞어 만든 경우가 많다.

고분자는 작은 분자 단위가 반복적으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긴 분자 사슬이다.

여기에 제품에 필요한 성질을 부여하기 위해 다양한 첨가제를 사용할 수 있다.

유연성을 높이는 가소제, 빛과 산화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안정제, 색을 만드는 안료와 염료, 물성을 조절하는 충전재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오래된 플라스틱 문화재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고분자 자체의 노화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첨가제가 어디에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중요하다.

가소제는 왜 플라스틱에 넣을까?

가소제는 플라스틱을 더 유연하게 만드는 데 사용되는 첨가제다.

고분자 사슬이 서로 강하게 잡고 있으면 재료가 단단하고 움직이기 어려울 수 있다. 가소제가 들어가면 고분자 사슬 사이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주어 사슬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그 결과 재료는 더 부드럽고 유연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일부 폴리염화비닐, 즉 PVC 제품에서는 원하는 유연성을 만들기 위해 가소제가 사용될 수 있다.

전선 피복이나 유연한 시트, 일부 생활용품처럼 잘 휘어져야 하는 제품에서 이러한 특성이 중요하다.

문제는 가소제가 언제나 고분자 사슬의 일부로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소제는 플라스틱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가능하다.

일부 가소제는 고분자와 화학적으로 완전히 결합된 상태가 아니라 고분자 구조 사이에 존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분자들은 계속 미세하게 움직이고, 가소제 역시 재료 내부에서 이동할 수 있다.

이런 이동은 단순히 중력 때문에 액체가 아래로 흐르는 현상과는 다르다.

재료 내부의 농도 차이와 고분자와 첨가제 사이의 상호작용, 온도, 주변 환경 등 여러 조건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첨가제가 내부에서 표면 쪽으로 이동하고 결국 표면에 나타나거나 주변으로 손실되는 현상을 첨가제의 이동 또는 이행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단단한 플라스틱 안에서 분자가 정말 움직일 수 있을까?

겉으로 단단해 보여도 플라스틱 내부의 분자 수준에서는 완전히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다.

고분자 사슬은 조건에 따라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으며 그 사이에 존재하는 상대적으로 작은 분자들도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플라스틱을 벽돌처럼 빈틈없이 굳어 있는 구조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분자 사슬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 사이에서 작은 분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물론 모든 첨가제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첨가제 분자의 크기와 형태, 고분자와의 친화성, 재료의 구조, 온도 등에 따라 이동성이 달라질 수 있다.

확산이라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

첨가제 이동을 설명할 때 확산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확산은 분자들이 열운동을 하면서 이동하고, 결과적으로 농도 차이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물질이 퍼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플라스틱 내부에서 특정 첨가제의 분포가 균일하지 않거나 표면에서 계속 손실이 일어난다면 내부와 표면 사이에 농도 차이가 형성될 수 있다.

이때 내부에 있던 첨가제가 표면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표면을 한 번 닦았다고 내부의 이동까지 끝났다고 볼 수 없다.

표면에서 물질이 제거된 뒤 다시 내부에서 첨가제가 이동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 오래될수록 첨가제가 더 쉽게 움직일 수 있을까?

플라스틱 자체도 노화한다.

빛과 산소, 열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고분자 구조가 달라질 수 있고 분자 사슬이 끊어지거나 새로운 결합이 형성될 수도 있다.

그 결과 처음 제작되었을 때와 고분자와 첨가제 사이의 관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첨가제 자체도 화학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오래된 플라스틱에서 첨가제 이동은 단순히 “시간이 오래되어 밖으로 흘러나온다”는 과정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고분자의 노화와 첨가제의 변화, 주변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플라스틱 표면이 끈적하면 무조건 가소제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이것은 플라스틱 문화재를 조사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표면의 끈적임은 가소제 이동과 관련될 수 있지만 다른 원인도 가능하다.

고분자 자체가 열화되면서 생성된 저분자 물질이 표면에 나타날 수도 있고, 표면 코팅재나 접착제가 변했을 가능성도 있다.

외부에서 기름이나 세척제 같은 물질이 묻었을 수도 있다.

여러 재료가 결합된 제품이라면 인접한 고무나 접착제 등에서 이동한 물질이 플라스틱 표면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끈적하다 = 가소제가 나왔다’는 식으로 바로 결론 내리면 안 된다.

끈적한 표면에 먼지가 유난히 많이 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상적인 매끄러운 표면에서는 가벼운 먼지가 비교적 쉽게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표면에 점착성이 생기면 먼지가 달라붙어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먼지와 표면의 이동 물질이 섞이면서 어둡고 불균일한 오염층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때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처음에는 재료 자체의 변화였지만 이후에는 외부 먼지가 결합하면서 2차적인 표면 오염까지 형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끈적임은 단순한 촉감 변화에 그치지 않고 문화재의 외관 변화와 오염 축적까지 연결될 수 있다.

먼지가 붙었다면 닦아내면 되는 것 아닐까?

일반 생활용품이라면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문화재에서는 무엇으로 어떻게 닦을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다.

끈적한 표면을 천이나 면봉으로 문지르면 섬유가 달라붙을 수 있다.

표면이 이미 약해져 있다면 닦는 과정에서 미세한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용매를 사용하면 표면 물질뿐 아니라 플라스틱 내부의 첨가제까지 추가로 추출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도료나 인쇄층이 있는 제품이라면 세척제가 장식층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제거하기 전에 먼저 끈적임을 만드는 물질의 정체와 원래 표면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표면에 나온 가소제를 모두 제거하면 플라스틱이 좋아질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가소제는 원래 플라스틱에 필요해서 넣은 성분이다.

유연성을 만드는 데 기여했던 가소제가 계속 손실되면 재료의 물성이 달라질 수 있다.

즉 표면에 나온 물질은 보기에는 오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물질의 손실 자체가 플라스틱의 재료 변화와 연결될 수 있다.

표면만 깨끗하게 만드는 것을 보존의 최종 목표로 삼으면 안 되는 이유다.

보존과학에서는 표면의 외관뿐 아니라 그 물질이 어디에서 왔고, 제거했을 때 원래 재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함께 살펴본다.

가소제가 빠져나가면 플라스틱은 더 단단해질까?

경우에 따라 그럴 수 있다.

가소제가 고분자 사슬의 움직임을 쉽게 만들어 유연성을 높이고 있었다면 가소제의 손실은 재료를 더 뻣뻣하게 만들 수 있다.

유연했던 제품이 시간이 지나면서 딱딱해지고 쉽게 갈라지는 현상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제 오래된 플라스틱의 물성 변화에는 고분자 자체의 노화도 함께 영향을 준다.

따라서 단단해졌다는 사실만으로 가소제 손실량을 바로 계산할 수는 없다.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제작 배합과 사용 이력에 따라 변화가 다를 수 있다.

끈적해지면서 동시에 딱딱해질 수도 있을까?

겉보기에는 모순처럼 들리지만 가능하다.

표면에는 이동한 첨가제나 열화생성물 때문에 점착성이 나타나고, 내부에서는 가소제 손실이나 고분자 노화로 유연성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표면과 내부가 같은 상태일 필요는 없다.

표면은 끈적하지만 제품 전체는 오히려 뻣뻣해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문화재 상태를 손으로 느껴지는 한 가지 특징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준다.

플라스틱 표면에 액체방울처럼 보이는 것이 생길 수도 있을까?

일부 재료에서는 표면으로 이동한 저분자 성분이 액체나 유성막처럼 관찰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표면에 액체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가소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주변에서 떨어진 오염물이나 과거 사용된 광택제, 윤활제, 세척제일 수도 있다.

보존과학에서는 액체의 존재보다 그 물질의 출처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재료 내부에서 나온 것이라면 현재 진행 중인 열화와 관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얀 결정이나 뿌연 막도 첨가제 이동 때문에 생길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가능하다.

일부 첨가제나 저분자 성분이 표면으로 이동한 뒤 고체 상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블루밍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표면에 희거나 뿌연 막, 결정성 물질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흰색 물질이 블루밍인 것은 아니다.

먼지나 외부 오염물, 다른 재료에서 이동한 성분일 수도 있다.

문화재에서 흰 물질을 발견했을 때 색만으로 정체를 결정하면 안 되는 이유다.

블루밍과 끈적임은 같은 현상일까?

관련될 수 있지만 완전히 같은 모습은 아니다.

이동한 물질의 성질과 양, 주변 조건에 따라 표면에서 나타나는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성분은 액체나 점성이 있는 막처럼 나타날 수 있고, 다른 성분은 결정이나 고체성 침전물처럼 보일 수 있다.

또한 같은 재료에서도 온도와 시간에 따라 외관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표면에서 관찰되는 모습만 보고 내부 이동 과정을 하나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첨가제는 왜 표면 쪽으로 이동할까?

표면에서는 첨가제가 공기와 접촉하고 증발하거나 주변 재료로 이동할 수 있다.

이렇게 표면의 첨가제 농도가 낮아지면 내부와 표면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 결과 내부에 있던 성분이 다시 표면 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고분자와 첨가제의 상용성이 달라지면 첨가제가 재료 내부에 안정적으로 머물기 어려워질 수 있다.

상용성이란 서로 다른 물질이 안정적으로 섞여 있는 정도라고 이해하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관계가 변하면 처음에는 균일하게 존재하던 성분이 분리되거나 이동할 수 있다.

온도가 높으면 첨가제 이동도 빨라질까?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아지면 분자 운동이 활발해지고 많은 화학반응의 속도도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플라스틱에서는 첨가제의 확산이나 휘발, 고분자의 열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모든 플라스틱에 동일한 온도 효과를 단순 적용할 수는 없다.

고분자의 종류와 첨가제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존에서는 단순히 ‘차갑게 하면 된다’는 접근보다 해당 재료가 어떤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리전이온도는 플라스틱 보존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고분자에는 유리전이온도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고분자의 분자 운동성이 크게 달라지는 온도 영역과 관련된 개념이다.

유리전이온도보다 낮은 영역에서는 재료가 상대적으로 단단하고 유리처럼 거동할 수 있으며, 높은 영역에서는 분자 사슬의 움직임이 더 커질 수 있다.

가소제는 일부 고분자의 유리전이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원래 단단할 수 있는 고분자를 사용 온도에서 더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가소제가 손실되면 이러한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플라스틱의 유연성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이유를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따뜻한 전시조명 아래에 두면 더 위험할까?

빛과 온도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플라스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조명에서 발생하는 빛은 일부 플라스틱의 광화학적 열화를 촉진할 수 있고, 온도가 높아지면 화학반응과 분자 이동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조명은 단순히 밝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재가 실제로 받는 광량과 빛의 파장 특성, 주변 온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미 열화가 진행 중인 플라스틱에서는 추가적인 에너지 공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습도도 플라스틱의 끈적임에 영향을 줄까?

플라스틱은 종이나 목재처럼 모두 동일하게 수분에 민감한 재료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습도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고분자나 첨가제는 수분과 상호작용할 수 있고, 가수분해 반응이 중요한 열화 과정인 플라스틱도 있다.

또한 표면에 이동한 물질이 주변 수분과 상호작용하면서 표면 상태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끈적임을 발견했다고 곧바로 높은 습도 하나를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

재질과 열화반응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플라스틱끼리 맞닿아 있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한 플라스틱에서 이동한 저분자 성분이 접촉하고 있는 다른 재료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접촉에 의한 물질 이동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플라스틱이 장기간 밀착되어 있으면 한쪽에서 나온 가소제나 다른 성분이 상대 재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플라스틱과 도료, 고무, 접착제처럼 서로 다른 고분자 재료가 맞닿아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장기 보관에서는 단순히 물건끼리 부딪히지 않도록 하는 것뿐 아니라 어떤 재료가 서로 접촉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플라스틱을 비닐에 싸서 보관하면 안전할까?

먼지를 막는다는 점에서는 포장이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플라스틱 문화재를 밀폐된 비닐에 넣는 방식이 적절한 것은 아니다.

문화재에서 휘발성 물질이 발생한다면 밀폐공간 내부에 축적될 수 있다.

포장재 자체와 문화재 사이에서 첨가제가 이동하거나 상호작용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보존용 포장재를 선택할 때는 투명하고 깨끗해 보이는지보다 화학적 안정성과 문화재와의 적합성을 살펴야 한다.

PVC 문화재는 모두 끈적해질까?

그렇지 않다.

PVC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단한 PVC 제품도 있고 많은 가소제를 사용해 유연하게 만든 제품도 있다.

가소제의 종류와 함량도 제품마다 다를 수 있다.

안정제와 충전재, 안료 등의 조성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재료 이름이 같다고 열화 속도와 현상이 모두 같다고 볼 수 없다.

문화재 보존에서 제품의 실제 배합을 완전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찰과 분석, 제작정보를 함께 활용해야 한다.

가소제가 얼마나 빠져나갔는지 측정할 수 있을까?

연구 조건이 갖춰진다면 여러 분석적 접근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문화재 원본에서는 원하는 만큼 시료를 채취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다.

표면에서 관찰되는 물질을 분석하거나 비파괴 또는 최소 침습적인 방법으로 고분자와 첨가제의 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미량 시료를 이용한 크로마토그래피나 질량분석 등으로 특정 유기성분을 조사하는 연구도 가능하다.

하지만 분석법의 선택은 무엇을 알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물건이 PVC인가?’와 ‘표면으로 이동한 물질이 어떤 가소제인가?’는 서로 다른 분석 질문이다.

적외선 분광분석으로 가소제까지 모두 알 수 있을까?

적외선 분광분석은 고분자 종류와 특정 화학성분을 조사하는 데 매우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혼합물에서는 여러 성분의 신호가 겹칠 수 있다.

첨가제의 양이 적거나 표면과 내부의 조성이 다르면 해석이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적외선 스펙트럼 하나만으로 모든 첨가제의 종류와 양을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다른 분석법과 함께 결과를 해석해야 한다.

90편에서 다룬 여러 분석법의 종합이 플라스틱 문화재에서도 중요한 이유다.

표면을 분석하면 내부 상태까지 알 수 있을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첨가제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면 표면은 내부와 다른 조성을 가질 수 있다.

표면에는 특정 첨가제가 농축되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휘발성이 높은 성분은 이미 많이 손실되었을 수도 있다.

고분자 자체도 빛과 산소에 직접 노출되는 표면에서 더 심하게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표면 분석 결과를 제품 전체의 평균적인 상태로 해석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분석 위치와 깊이도 중요한 정보가 된다.

끈적임의 정도를 손으로 만져 비교하면 안 될까?

문화재를 손으로 반복해서 만지는 방식은 적절한 평가법이 아니다.

접촉 자체가 표면을 오염시키거나 약한 부분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금 끈적하다’, ‘많이 끈적하다’는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보존과학에서는 가능한 한 관찰 조건을 일정하게 하고 사진 기록과 표면 상태 기록을 남겨 시간에 따른 변화를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재료 특성에 맞는 측정법을 검토할 수 있다.

어제보다 오늘 더 끈적해졌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장기 기록의 중요성이 나타난다.

한 번의 관찰만으로 현재 변화 속도를 알기는 어렵다.

같은 위치를 일정한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기록하고 먼지 부착이나 광택 변화, 표면 침전물의 증가 등을 비교해야 한다.

보관환경 기록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온도나 전시 조건이 바뀐 시점과 표면 변화가 일치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재의 변화는 현재 모습만 보는 것보다 시간에 따른 기록을 비교할 때 훨씬 잘 드러난다.

이 문제는 136편의 장기 모니터링으로 다시 이어진다.

끈적한 플라스틱에 파우더를 뿌리면 괜찮아질까?

일상생활에서는 끈적임을 줄이기 위해 표면에 분말을 사용하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문화재에 임의의 분말을 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분말이 표면 물질과 결합해 제거하기 어려운 새로운 층을 만들 수 있고 미세한 틈이나 균열로 들어갈 수도 있다.

원래 표면의 색과 광택을 바꾸거나 향후 분석을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

보존에서는 불편한 현상을 가리는 것과 원인을 해결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새 가소제를 다시 넣으면 원래처럼 부드러워질까?

이론적으로 가소제가 재료의 유연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만 보면 부족한 가소제를 다시 공급하면 될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문화재에서는 훨씬 복잡하다.

원래 어떤 가소제가 얼마나 들어 있었는지 정확히 모를 수 있다.

고분자 자체도 이미 노화되어 있을 수 있다.

새로운 물질을 넣으면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거나 표면과 내부의 물성 차이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색과 광택이 달라지거나 다른 첨가제와 상호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오래된 플라스틱에 가소제를 임의로 다시 넣어 ‘젊게 만드는’ 방식은 단순한 복원법으로 볼 수 없다.

냉장 보관하면 첨가제 이동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까?

낮은 온도는 많은 화학반응과 분자 이동의 속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특정 불안정한 플라스틱이나 필름 자료에서 저온 보관이 중요한 전략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온도를 낮춘다고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재료에 따라 저온에서 물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꺼내는 과정에서 결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수도 있다.

복합재료라면 함께 붙어 있는 다른 재료의 반응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저온 보관은 재질과 상태에 맞춰 설계하는 보존 전략이지 모든 플라스틱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만능 처방이 아니다.

끈적해진 플라스틱을 다른 문화재와 분리해야 할까?

상태에 따라 분리 보관을 검토할 수 있다.

표면에서 이동한 물질이 인접한 문화재에 묻을 수 있거나 휘발성 성분이 발생하는 경우 주변 재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직접 접촉을 피하고 적절한 지지와 포장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무조건 밀폐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휘발성 열화생성물이 발생하는 재료라면 환기 조건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분리의 목적은 단순히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재와의 불필요한 상호작용을 줄이는 데 있다.

보존과학자는 끈적한 플라스틱을 발견하면 무엇부터 확인할까?

먼저 끈적임이 어디에 나타나는지 기록한다.

문화재 전체가 균일하게 끈적인지, 특정 부품이나 한쪽 표면에서만 나타나는지를 살펴본다.

그다음 기본 고분자가 무엇인지 확인한다. 제작연도와 제조정보가 남아 있다면 함께 조사한다.

표면에 나타난 물질이 외부 오염인지, 과거 처리재료인지, 내부에서 이동한 첨가제나 열화생성물인지 구분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필요하면 분광분석이나 미량 유기성분 분석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동시에 보관환경과 다른 재료와의 접촉 여부도 확인한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종합한 뒤 세척이나 분리 보관, 환경 조절 등 실제 조치의 필요성을 판단한다.

끈적임이 사라지면 열화도 끝난 것일까?

그렇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표면에 나오던 성분이 상당히 손실된 뒤 끈적임이 감소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플라스틱은 더 단단하고 취약해졌을 수 있다.

즉 눈에 띄는 증상이 줄었다고 재료가 건강해졌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문화재 열화에서는 현재 보이는 현상뿐 아니라 그 현상이 어떤 과정의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플라스틱 문화재의 끈적임은 결국 무엇을 알려주는 신호일까?

플라스틱 문화재의 끈적임은 단순히 표면이 더러워졌다는 뜻이 아닐 수 있다.

플라스틱은 고분자 하나로 이루어진 고정된 물질이 아니라 여러 첨가제가 함께 존재하는 복잡한 재료다.

그중 일부 저분자 성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에서 이동할 수 있다.

가소제가 표면으로 이동하거나 재료 밖으로 손실되면 표면에는 점착성이 나타날 수 있고 내부에서는 유연성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동한 물질이 먼지를 붙잡으면 2차 오염까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끈적임이 가소제 때문인 것은 아니다.

고분자의 열화생성물과 표면 코팅, 접착제, 외부 오염도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보존과학자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무엇으로 닦을까?”가 아니다.

“이 물질은 어디에서 왔을까?”에 가깝다.

표면에 나타난 작은 변화가 실제로는 플라스틱 내부에서 진행되는 분자 이동을 보여주는 단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플라스틱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성분이 이동하는 재료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근현대 재료는 처음에는 놀라울 정도로 잘 늘어나고 원래 형태로 돌아오다가 점점 그 능력을 잃는다.

고무다.

한때 말랑하고 탄력적이었던 고무가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지고 갈라지거나, 반대로 끈적한 상태로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117편에서는 「고무로 만든 문화재는 왜 딱딱해질까? 산화와 탄성의 상실」을 통해 고무의 탄성을 만드는 분자 구조와 시간이 그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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