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의 먹은 모두 같은 먹일까? 먹의 재료와 제작 흔적을 조사하는 과학
오래된 수묵화나 서예 작품을 바라보면 먹은 대부분 하나의 색처럼 느껴진다.
검은색이다.
진하게 칠한 부분은 짙은 검정으로 보이고 물을 많이 사용한 부분은 회색에 가까워지지만, 우리는 대체로 이 모든 흔적을 하나의 재료인 ‘먹’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존과학의 시선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먹은 단순한 검은 물감이 아니다. 검은색을 만드는 미세한 입자와 그것을 하나의 먹으로 만들어 주는 재료가 함께 존재하며, 원료와 제조 과정에 따라 먹의 성질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게다가 문화재에서 관찰되는 검은색이 언제나 먹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오래된 그림이나 글씨에 남아 있는 검은색을 과학적으로 조사하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먹의 원료가 무엇인지, 서로 다른 먹이 사용됐는지, 제작과 사용 과정에서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검은색이라는 한 가지 색 안에 숨어 있는 재료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목차
먹은 단순히 검은 돌을 갈아서 만드는 것일까?
먹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검은색 광물을 갈아 굳힌 재료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통적인 먹의 핵심 재료 가운데 하나는 그을음이다.
그을음은 유기물이 불완전하게 연소할 때 발생하는 매우 작은 탄소질 입자를 포함한다. 쉽게 말하면 어떤 물질이 완전히 타서 사라지지 않고 검은 미세 입자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미세한 검은 입자를 모아 아교와 같은 결합재와 섞고 일정한 형태로 만들어 건조하면 고체 형태의 먹을 만들 수 있다.
결합재는 작은 입자들을 서로 붙잡아 하나의 재료로 만들어 주는 물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가 먹을 벼루에 갈아 물과 섞으면 고체 먹에서 미세한 검은 입자들이 분산되어 먹물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먹은 단순한 검은 덩어리가 아니라 매우 작은 탄소질 입자와 결합재 등이 함께 구성하는 복합적인 재료라고 볼 수 있다.
먹의 검은색은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먹의 강한 검은색에는 탄소질 입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입자는 매우 작기 때문에 빛과 상호작용하면서 짙은 검은색을 나타낸다.
하지만 모든 먹이 완전히 동일한 크기와 형태의 입자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을음을 만드는 원료와 연소 조건, 그을음을 수집하는 방법, 이후의 제조 과정에 따라 입자의 특성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 차이는 먹의 색조와 광학적 성질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그림을 보고 “이 먹은 더 검으니 특정 원료로 만든 먹이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보는 검은색에는 먹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먹의 농도, 종이나 비단 같은 바탕재료, 붓질 방법, 노화 상태와 촬영·조명 조건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옛 먹은 무엇을 태워 만들었을까?
전통적인 먹은 그을음을 얻는 원료와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소나무를 태워 얻은 그을음을 이용하는 방식과 기름을 연소시켜 얻은 그을음을 이용하는 방식이 알려져 있다.
전자를 흔히 송연먹과 관련된 방식으로 설명하고, 후자는 유연먹과 관련된 방식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보존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질문은 서로 다른 원료와 연소 과정이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탄소질 입자에 어떤 차이를 남기는가 하는 것이다.
소나무를 태우는 것과 기름을 연소시키는 것은 그을음이 만들어지는 조건이 완전히 같지 않다.
연료의 화학적 조성과 불꽃의 상태, 온도와 산소 공급 등 여러 조건이 그을음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완성된 먹에는 원료와 제조 과정에서 비롯된 차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송연먹과 유연먹은 눈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먹의 색감과 광택 등을 통해 서로 다른 먹의 특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재 보존과학에서는 현재 보이는 색감 하나만으로 원료를 확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먹의 농도가 다르면 색이 달라진다.
같은 먹이라도 물을 얼마나 사용했는지에 따라 짙은 검정부터 연한 회색까지 표현할 수 있다.
바탕재료가 종이인지 비단인지에 따라서도 빛이 반사되고 흡수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빛과 오염, 재료의 노화가 진행됐다면 현재의 모습은 제작 직후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색조와 광택은 중요한 관찰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송연먹과 유연먹을 확정하는 것은 어렵다.
같은 그림 안에서도 먹이 다를 수 있을까?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하나의 먹만 사용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제작자가 작업 과정에서 서로 다른 먹을 사용했을 수도 있고, 후대에 글씨나 선이 추가됐을 수도 있다.
수리 과정에서 보채나 보완이 이루어진 작품이라면 원래의 검은 재료와 후대에 추가된 검은 재료가 함께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진하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다른 먹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같은 먹을 사용하더라도 먹물의 농도와 붓에 포함된 수분, 붓질 횟수에 따라 매우 다양한 농담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검은색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은 조사의 시작이지 결론이 아니다.
먹의 농담과 재료 차이는 어떻게 구분할까?
이 문제는 회화 문화재를 조사할 때 상당히 중요하다.
눈으로 볼 때 두 부분의 검은색이 다르다고 해도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먹 자체가 다를 수도 있다.
같은 먹을 서로 다른 농도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
한 부분은 여러 번 붓질했고 다른 부분은 한 번만 칠했을 수도 있다.
바탕 종이의 상태가 다르거나 후대의 오염과 열화가 색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보존과학자는 색 차이 하나를 바로 재료 차이로 해석하지 않는다.
확대 관찰과 다양한 분석 결과, 작품의 제작기법과 위치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
먹 입자는 얼마나 작을까?
먹의 검은색을 만드는 탄소질 물질은 매우 미세한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개별 입자는 서로 뭉쳐 더 큰 집합체를 형성할 수도 있다.
이러한 미세한 구조는 육안으로 관찰할 수 없다.
그래서 먹의 재료적 특성을 연구할 때는 높은 배율의 관찰법이 필요할 수 있다.
현미경이나 전자현미경과 같은 장비를 활용하면 미세한 입자의 형태와 분포에 관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문화재의 먹층은 매우 얇고 바탕재료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작품에서 먹만을 자유롭게 떼어내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분석 가능성만큼 원본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입자 크기를 보면 어떤 먹인지 바로 알 수 있을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을음의 입자 특성은 연료와 연소 조건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먹은 그을음을 얻은 뒤 여러 제조 과정을 거친다.
입자가 서로 뭉칠 수도 있고 결합재와 혼합되면서 관찰되는 상태가 달라질 수도 있다.
문화재에서는 수백 년 동안 노화와 오염까지 진행된다.
따라서 특정 크기의 입자가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원료를 곧바로 하나로 결정하기 어렵다.
입자의 크기와 형태는 하나의 단서이고 다른 분석 정보와 결합할 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먹에는 왜 아교가 필요할까?
그을음은 매우 작은 입자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단단한 먹 덩어리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전통적인 먹 제조에서는 아교와 같은 결합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교는 동물의 피부나 뼈 등에 존재하는 콜라겐과 관련된 단백질성 재료를 가공해 얻는 접착성 물질이다.
먹 제조에서는 미세한 그을음 입자들이 서로 결합하고 먹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먹을 갈아 물에 풀었을 때도 먹물의 거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완성된 먹의 성질은 검은 탄소 입자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을음과 결합재, 제조 조건이 함께 작용한다.
오래된 그림에서도 아교 성분을 찾을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단백질성 재료를 조사하는 분석법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회화 문화재에서는 해석이 복잡해질 수 있다.
그 이유는 그림에서 아교가 먹에만 존재한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료를 붙이기 위한 결합재나 바탕 처리 등에 단백질성 재료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후대 보존처리에서 유사한 성격의 재료가 추가됐을 수도 있다.
따라서 특정 위치에서 단백질과 관련된 신호가 검출됐다고 곧바로 “먹을 만들 때 사용한 아교를 찾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검출됐는지, 주변 재료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탄소로 만들어졌다면 성분 분석도 간단하지 않을까?
오히려 탄소질 검은 재료를 구분하는 일은 까다로울 수 있다.
서로 다른 원료로 만든 그을음도 주요 성분이 탄소질 물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단순한 원소 분석에서 탄소가 확인됐다는 사실만으로 원료의 종류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먹을 연구할 때는 단순히 “탄소가 있는가?”에서 질문을 끝내지 않는다.
탄소질 물질의 구조가 어떤지, 입자 형태는 어떤지, 함께 존재하는 다른 성분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분석법이 모든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사례다.
라만 분광분석으로 먹을 조사할 수 있을까?
탄소질 재료를 조사할 때 라만 분광분석이 활용될 수 있다.
라만 분광분석은 물질에 빛을 조사했을 때 나타나는 빛의 산란 특성을 이용해 물질의 분자 구조와 관련된 정보를 얻는 방법이다.
탄소질 재료에서는 탄소 구조의 특성과 관련된 특징적인 신호를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먹과 같은 검은 탄소계 재료를 연구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장점 가운데 하나는 매우 작은 영역을 대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장비로 측정하면 자동으로 먹의 원료 이름이 나오는 검사가 아니다.
탄소질 재료의 구조와 상태에 관한 정보를 얻고, 비교 자료와 다른 분석 결과를 함께 해석해야 한다.
검은 부분을 라만으로 측정하면 항상 결과가 잘 나올까?
그렇지는 않다.
문화재 분석에서는 측정 대상의 상태가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먹 주변에 다른 유기물이나 오염물이 존재할 수 있고 바탕 종이나 비단의 신호가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레이저를 사용하는 분석에서는 대상 재료의 반응을 고려해 측정 조건을 신중하게 설정해야 한다.
비파괴 분석이라고 해도 에너지를 문화재에 조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89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비파괴’라는 표현을 ‘어떤 조건에서도 영향이 전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특히 빛에 민감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재료에서는 측정 조건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적외선 분석으로도 먹을 조사할 수 있을까?
FT-IR과 같은 적외선 분광분석은 유기물의 분자 결합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 데 활용된다.
먹에서는 탄소질 입자 자체뿐 아니라 결합재나 함께 존재하는 유기성 재료를 연구할 때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분석 대상이 매우 복합적이라면 여러 재료의 신호가 겹칠 수 있다.
종이 위의 먹을 조사한다고 생각해 보자.
종이 자체가 셀룰로오스로 이루어져 있고 먹에는 탄소질 입자와 결합재가 존재할 수 있다. 주변에는 안료나 접착성 물질, 후대 보존재료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하나의 스펙트럼에서 여러 성분의 정보가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결과를 해석할 때 문화재의 층위와 위치가 중요한 이유다.
먹에 섞인 무기물도 단서가 될 수 있을까?
먹을 조사하면 탄소질 재료 외의 무기 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
이러한 성분 가운데 일부는 원료나 제조 과정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고, 다른 일부는 바탕재료나 오염에서 유래했을 수도 있다.
후대의 보존처리 과정에서 들어온 물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특정 원소가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먹의 산지를 결정하거나 제조법을 확정해서는 안 된다.
어떤 위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 주변 재료에서도 동일하게 검출되는지 등을 비교해야 한다.
미량 성분은 흥미로운 단서가 될 수 있지만 그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미경으로 붓질의 흔적도 볼 수 있을까?
확대 관찰을 하면 먹층의 분포와 붓질에 관한 특징을 관찰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먹이 종이 섬유 사이로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표면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 여러 번 겹쳐 칠한 것으로 보이는 영역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이런 특징은 먹의 재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종이의 흡수성과 표면처리, 먹물의 농도, 붓에 포함된 물의 양, 붓질 속도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확대 관찰은 제작행위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지만 한 가지 흔적을 특정한 붓질 방법과 직접 연결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먹이 종이 안으로 얼마나 스며들었는지도 중요한가?
중요한 관찰 정보가 될 수 있다.
종이는 수많은 섬유와 빈 공간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가진다.
먹물을 올리면 액체가 종이의 구조를 따라 이동하면서 먹 입자가 표면이나 내부에 분포할 수 있다.
종이의 제작방법과 표면처리 상태에 따라 먹의 침투 정도가 달라질 수 있고 먹물 자체의 농도와 점성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먹이 얼마나 번졌는지 또는 깊이 침투했는지를 먹의 종류 하나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먹과 바탕재료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비단 위의 먹과 종이 위의 먹은 똑같이 분석할 수 있을까?
같은 먹을 사용했더라도 바탕이 다르면 분석 환경도 달라진다.
종이는 주로 셀룰로오스계 섬유 구조를 가지지만 견직물은 단백질 섬유를 바탕으로 한다.
표면의 형태와 흡수 특성도 서로 다르다.
따라서 먹층의 분포와 바탕재료의 간섭도 달라질 수 있다.
분석법을 선택할 때는 먹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 놓여 있는 바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문화재의 재료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 서로 접촉하며 하나의 작품을 이루기 때문이다.
먹색이 갈색으로 보이면 먹이 변한 것일까?
가능성은 여러 가지다.
먹 자체의 변화가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바탕 종이의 황변이나 오염 때문에 검은 부분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먹이 매우 얇게 칠해진 영역에서는 바탕의 색 변화가 더욱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표면에 쌓인 오염이나 과거의 처리재료가 광택과 색조를 바꾸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현재 갈색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먹이 화학적으로 갈색 물질로 변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색 변화가 어느 층에서 발생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작품에서 유난히 검은 부분이 있다면 다른 먹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먹의 농담 표현에서는 같은 먹으로도 상당히 넓은 명도 범위를 만들 수 있다.
먹물을 진하게 사용하거나 같은 위치를 반복해서 칠하면 더 짙게 보일 수 있다.
종이의 흡수 정도가 다른 경우에도 시각적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실제로 다른 시기에 다른 먹이 추가된 경우도 가능하다.
따라서 보존과학자는 먼저 위치와 붓질의 관계를 관찰한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서로 다른 지점을 비교 분석해 재료적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색이 다르다’와 ‘재료가 다르다’는 같은 문장이 아니다.
후대에 덧그린 먹도 찾아낼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여러 증거를 통해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후대에 추가된 먹선이 원래의 층 위에 놓여 있다면 겹침 관계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확대 관찰을 통해 어떤 선이 먼저 그어졌고 어떤 선이 그 위를 지나가는지 살펴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서로 다른 부분의 재료적 특성이 다르다면 추가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먹은 모두 검게 보이고 탄소질 재료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원래 먹과 후대 먹을 과학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재료 분석뿐 아니라 작품의 양식과 제작기법, 과거 사진과 보존기록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먹 분석만으로 작품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을까?
먹 분석 결과 하나만으로 문화재의 진위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정 재료가 어느 시대에 사용됐는지에 관한 정보는 제작 시기를 검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전통 재료가 오랫동안 계속 사용될 수 있고 후대에도 과거 방식으로 만든 먹을 사용할 수 있다.
오래된 재료를 재사용했을 가능성도 이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먹 분석은 작품의 제작과 재료를 이해하는 과학적 증거 가운데 하나다.
진위와 제작연대를 판단하려면 역사학적 자료와 서지, 양식, 제작기법, 다른 재료 분석 등 다양한 근거가 필요하다.
먹의 산지도 과학적으로 알아낼 수 있을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질문이다.
원료와 제조법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차이가 곧바로 특정 지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원료가 이동할 수 있고 제작기술 역시 지역 사이에서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래된 먹에서는 노화와 오염의 영향이 더해진다.
특정 성분이나 구조가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이 먹은 반드시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졌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산지를 연구하려면 출처가 확실한 기준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어야 하고 여러 종류의 증거가 서로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비교할 기준 먹이 왜 필요할까?
문화재에서 얻은 분석 결과만 바라보면 그 특징이 얼마나 특별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원료와 제작방법이 알려진 먹을 비교 자료로 활용하는 연구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조건으로 만든 그을음과 먹의 입자 특성, 분광학적 특징 등을 조사하면 문화재 먹을 해석하는 기준을 만들 수 있다.
다만 현대에 재현한 먹이 수백 년 전 먹과 완전히 같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원료의 상태와 제조도구, 연소환경, 숙련된 제작기술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 시료는 정답지가 아니라 해석의 범위를 좁혀 주는 기준이다.
먹을 분석하려면 작품에서 검은 부분을 떼어내야 할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문화재 분석에서는 원본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
확대 촬영과 현미경 관찰, 대상과 조건에 따라 적용 가능한 비파괴 또는 비접촉 분석을 먼저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 질문에 따라 미세한 시료가 필요한 분석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이미 떨어져 나온 작은 조각이나 과거에 확보된 시료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료 채취가 필요하다면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해야 한다.
검은 점 하나를 분석하기 위해 작품의 중요한 붓선을 훼손한다면 연구 목적과 방법이 적절한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먹 분석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오해는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분석 장비가 먹의 이름을 자동으로 알려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분석 장비가 제공하는 것은 특정한 물리적·화학적 신호다.
현미경은 형태를 보여주고, 분광분석은 물질의 구조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며, 원소 분석은 특정 원소의 존재와 분포를 조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송연먹”, “유연먹”, “어느 시대의 먹”이라는 역사적 이름은 이러한 데이터를 연구자가 다른 증거와 비교해 해석한 결과다.
측정과 해석은 같은 과정이 아니다.
좋은 분석은 정밀한 장비뿐 아니라 적절한 질문과 비교 자료, 문화재의 역사적 맥락을 필요로 한다.
먹의 종류를 아는 것이 보존에는 왜 중요할까?
먹의 재료와 제작 특성을 이해하면 작품의 원래 재료와 후대에 추가된 부분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먹층과 바탕재료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면 현재 관찰되는 번짐과 박락, 표면 변화 등을 해석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특히 회화 문화재는 먹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종이나 비단, 안료, 접착성 재료, 배접지와 후대의 보수재료 등이 여러 층으로 구성될 수 있다.
따라서 보존처리를 계획할 때는 검은 부분을 단순히 ‘먹’이라는 한 단어로 묶기보다 실제 재료와 상태를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작기술에 관한 연구와 현재의 보존 판단이 다시 만나는 지점이다.
보존과학자는 오래된 먹을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까?
먼저 작품 전체에서 먹이 사용된 위치와 표현 방식을 관찰한다.
진한 먹과 옅은 먹, 선과 면, 겹쳐진 부분 등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기록한다.
확대 관찰을 통해 먹이 바탕재료 위에서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살펴보고 서로 다른 시기에 추가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그다음 연구 질문에 따라 적절한 분석법을 선택한다.
탄소질 재료의 구조를 조사할 것인지, 결합재와 같은 유기성 성분을 확인할 것인지, 미세한 무기 성분을 비교할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방법은 달라진다.
그리고 한 가지 결과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먹의 미세구조와 화학적 특징, 바탕재료, 작품의 제작기법과 보존 이력을 함께 검토한다.
그렇다면 옛 그림의 먹은 모두 같은 먹일까?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전통적인 먹은 탄소질 그을음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지만 그을음을 얻는 원료와 연소 조건, 결합재와 제조 과정에는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그 차이가 완성된 먹의 입자와 구조, 물리적·화학적 특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같은 작품에서도 서로 다른 먹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검은색의 차이만으로 먹의 종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먹물의 농도와 붓질, 바탕재료, 노화와 오염도 현재 보이는 색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보존과학자가 읽으려는 것은 검정이라는 색 하나가 아니다.
그 검정을 만든 미세한 탄소 입자와 결합재, 그것이 바탕 위에 놓인 방식, 그리고 수백 년 동안 일어난 변화를 함께 읽는 것이다.
종이에서는 작은 식물 섬유가 원료를 알려주었고, 직물에서는 실의 미세구조가 재료와 제작방법을 보여주었다. 먹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가 오래전 제작 과정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목조 문화재에서는 어떨까?
나무는 겉으로 보면 비슷한 갈색 재료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나무가 자라면서 형성된 고유한 세포 구조가 남아 있다. 그 구조만 보고 어떤 나무를 사용했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
다음 106편에서는 「문화재에 사용된 나무는 어떤 나무였을까? 수종을 알아내는 보존과학」이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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