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접착제는 어떻게 찾아낼까? 과거 보존재료를 분석하는 과학
오래된 문화재를 조사하다 보면 원래 재료와 조금 다른 부분이 발견될 때가 있다. 깨진 조각 사이에 얇은 물질이 남아 있거나, 표면 일부가 주변보다 유난히 반짝이고, 틈 사이에서 누렇게 변한 물질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 물질은 문화재가 만들어질 때 사용된 재료일 수도 있지만 과거 수리나 보존처리 과정에서 사용된 접착제나 합성수지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오래전에 사용된 재료일수록 처음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투명했던 접착제가 누렇게 변할 수 있고, 단단했던 재료가 약해지거나 갈라질 수도 있다. 먼지와 오염물이 달라붙으면 원래 색과 질감조차 알아보기 어려워진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어떤 재료를 언제 사용했는지 확인하는 일은 더욱 복잡해진다.
그렇다면 보존과학자는 문화재에 남아 있는 정체불명의 물질이 과거에 사용된 접착제인지 어떻게 알아낼까?
목차
눈으로 보면 접착제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육안 관찰은 중요한 첫 단계다.
접합된 틈을 따라 투명하거나 황갈색 물질이 남아 있는지, 주변 표면과 광택이 다른 부분이 있는지, 원래 재료 위에 얇은 막처럼 형성된 부분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작은 차이가 더 분명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색과 모양만으로 재료의 정체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서로 다른 접착제라도 노화되면서 비슷한 색을 나타낼 수 있고, 같은 종류의 재료라도 사용 농도와 첨가물, 노화 환경에 따라 모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접착제처럼 보이는 물질이 원래 문화재에 사용된 재료이거나 오염물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관찰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단계”라기보다 “어디를 더 조사해야 하는지 찾는 단계”에 가깝다.
자외선을 비추면 오래된 보존재료가 보일까?
일부 유기물은 자외선을 받았을 때 가시광선을 방출하는 형광 현상을 나타낼 수 있다.
이 특성을 이용하면 일반 조명에서는 주변과 비슷하게 보이던 부분이 자외선 조사 아래에서 서로 다른 형광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표면에 특정 재료가 부분적으로 도포되어 있다면 원래 재료와 다른 밝기나 색의 형광이 관찰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과거 처리된 영역의 분포를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형광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접착제의 이름까지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유기물질이 비슷한 형광을 나타낼 수 있고, 재료가 오래되면서 형광 특성이 변할 수도 있다. 표면의 오염이나 다른 마감재 역시 관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자외선 관찰은 정체불명의 물질이 어디에 분포하는지를 탐색하는 데 유용할 수 있지만, 정확한 성분 확인에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아주 작은 접착제 조각으로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문화재의 틈이나 이미 떨어져 나온 부분에서 극소량의 물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성분 분석을 검토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시료의 양보다 시료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명확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접합부 안쪽에서 얻은 물질과 표면에 묻어 있던 물질은 같은 색을 가지고 있어도 의미가 다를 수 있다.
시료가 주변의 먼지나 문화재 원재료와 섞여 있다면 분석 결과에도 여러 성분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보존과학자는 작은 조각 하나를 분석할 때도 채취 위치와 형태, 주변 재료와의 관계를 기록한다.
분석 장비가 아무리 정밀해도 출처를 알 수 없는 시료라면 결과의 의미를 해석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외선으로 접착제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까?
오래된 접착제와 합성수지를 분석할 때 활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푸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분석, 즉 FT-IR이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기본 원리는 물질이 적외선을 흡수하는 특징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질을 이루는 분자에는 다양한 화학 결합이 존재한다. 적외선을 조사하면 이러한 결합들이 특정한 에너지 영역에서 반응하며, 물질에 따라 특징적인 흡수 패턴이 나타난다.
이 패턴을 적외선 스펙트럼이라고 한다.
쉽게 비유하면 물질이 가진 화학적 특징을 그래프 형태의 단서로 바꾸어 보는 것이다.
분석한 시료의 스펙트럼을 알려진 물질의 자료와 비교하면 어떤 종류의 재료와 유사한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화재에 남아 있는 접착제나 코팅재, 합성수지 같은 유기재료를 조사할 때 FT-IR이 활용될 수 있는 이유다.
스펙트럼이 일치하면 접착제 이름을 바로 알 수 있을까?
항상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실험실에서 새 제품을 분석한다면 비교적 명확한 특징이 나타날 수 있지만 문화재에 남아 있는 보존재료는 수십 년 동안 빛과 산소, 온도, 수분 등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재료의 화학 구조가 변할 수 있다.
이것을 노화 또는 열화라고 한다.
접착제가 산화되거나 분자 구조가 변하면 처음 사용했을 때와 적외선 스펙트럼이 달라질 수 있다. 먼지, 안료, 토양 성분, 다른 보존재료가 섞여 있으면 여러 물질의 신호가 한꺼번에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분석 결과가 특정 물질의 기준 자료와 비슷하다고 해서 제품명이나 정확한 사용 시기까지 자동으로 밝혀지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계열의 합성수지나 유기물이라는 수준에서 판단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라만 분광분석으로도 접착제를 찾을 수 있을까?
라만 분광분석 역시 분자의 진동과 관련된 정보를 이용해 물질의 성분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레이저를 시료에 조사했을 때 나타나는 빛의 변화를 분석해 물질의 구조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FT-IR과 라만 분석은 모두 분자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지만 물질에 따라 잘 관찰되는 신호가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래서 특정 상황에서는 두 방법이 서로 보완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래된 유기재료를 라만으로 분석할 때는 형광이 강하게 발생해 원하는 신호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결국 어떤 분석법을 사용할지는 시료의 상태와 예상되는 물질, 조사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하나의 장비가 모든 오래된 접착제를 완벽하게 구별해 주는 것은 아니다.
접착제가 여러 종류 섞여 있다면 어떻게 할까?
문화재는 한 번만 수리되었다고 보장할 수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차례 수리를 거쳤다면 서로 다른 시기에 사용된 재료가 한곳에 겹쳐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오래된 접착층 위에 새로운 접착제가 추가되었거나, 접착제 위에 표면 강화제나 코팅재가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혼합물에서는 하나의 분석 결과에 여러 성분의 특징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때 활용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크로마토그래피다.
크로마토그래피는 복잡하게 섞여 있는 물질을 성분의 특성 차이를 이용해 분리하는 분석 원리다. 분석 목적에 따라 기체 크로마토그래피나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등 서로 다른 방식이 활용된다.
필요한 경우 질량분석과 결합하면 분리된 성분의 질량과 분자에 관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정밀 분석은 시료 준비 과정과 분석 조건이 중요하며 모든 문화재 조사에서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분석 수준을 결정한다.
접착제를 찾았는데 왜 과거 보존 기록까지 확인할까?
과학 분석만으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보존처리 보고서, 수리 기록, 사진, 재료 구입 기록 등이 남아 있다면 분석 결과를 해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문서에는 특정 시기에 어떤 종류의 접착제를 사용했다고 기록되어 있고, 실제 분석에서도 그와 일치하는 계열의 물질이 확인된다면 두 정보는 서로를 보완한다.
반대로 기록과 분석 결과가 다르다면 이유를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
기록되지 않은 재처리가 있었을 수도 있고, 시료를 채취한 위치가 기록된 처리 영역과 다를 수도 있다. 오래된 재료가 열화되어 분석 특징이 변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보존과학에서 문헌 기록과 기기 분석은 서로 경쟁하는 증거가 아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다.
오래된 접착제는 발견하면 모두 제거해야 할까?
과거에 사용된 보존재료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안정적으로 기능하고 있고 문화재에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무리한 제거가 오히려 원재료를 손상시킬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접착력이 크게 떨어져 조각의 안정성을 위협하거나, 변색이 심해졌거나, 수축과 경화로 주변 재료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처리가 필요한지 검토할 수 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오래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현재 어떤 상태이며 문화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오래된 접착제가 원재료의 미세한 공극이나 틈 안으로 깊이 들어가 있다면 완전한 제거가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제거 과정에서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제거 여부는 재료의 종류뿐 아니라 접착 상태, 열화 정도, 문화재 원재료와의 관계 등을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분석하기 전에 용제로 닦아 보면 더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정체를 모르는 물질에 바로 용제를 사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어떤 용제에 녹는지를 관찰하는 용해도 특성이 재료를 추정하는 단서가 될 수는 있지만 문화재 표면에서 무분별하게 시험하면 원래의 안료나 코팅, 접착층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오래된 합성수지는 노화되면서 처음과 다른 용해 특성을 보일 수 있다.
과거에는 특정 용제에 잘 녹던 재료가 시간이 지나면서 잘 녹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실제 문화재에 적용하기 전에는 재료와 표면 상태를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매우 제한적인 시험이나 별도의 시료 분석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존과학에서 분석은 처리보다 앞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먼저 제거해 버리면 중요한 정보를 잃을 수도 있다.
접착제의 종류를 알아내는 것이 왜 중요할까?
단순히 과거에 어떤 제품을 사용했는지 궁금해서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보존재료의 성질은 앞으로의 처리 방법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떤 재료가 남아 있는지 알아야 새로운 접착제나 보존재료와 함께 사용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기존 재료를 제거해야 한다면 어떤 방법을 시험할지도 판단해야 한다.
또 과거 보존처리의 흔적은 문화재가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래된 접착제를 분석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체불명의 물질에 이름표를 붙이는 작업이 아니다.
현재 상태를 이해하고 앞으로 어떤 보존처리를 선택할지 결정하기 위한 조사다.
보존과학자는 오래된 접착제를 어떤 순서로 추적할까?
먼저 문화재 전체와 의심되는 부분을 관찰하고 과거 수리 흔적이 어디에 있는지 기록한다. 일반 조명과 확대 관찰을 기본으로 하고, 대상에 적합하다면 자외선 등을 이용한 관찰을 통해 처리 영역의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그다음 기존의 보존처리 기록과 사진을 확인한다.
성분 확인이 필요하다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적절한 분석 방법을 선택한다. 확보 가능한 시료의 양과 상태에 따라 FT-IR, 라만 분광분석이나 보다 정밀한 분리·분석법 등이 검토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분석 결과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료가 나온 위치, 현미경 관찰 결과, 과거 기록, 재료의 노화 가능성을 함께 비교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무엇과 비슷한가?“라는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물질이 문화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를 판단할 수 있다.
오래된 접착제는 시간이 지나면 색과 질감, 화학적 성질까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눈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정체를 판단하기 어렵고, 하나의 분석 결과만으로 제품명과 사용 시기를 모두 확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과거 보존재료를 찾아내는 과정은 관찰과 기록 조사, 분자 수준의 성분 분석을 서로 연결해 정체를 좁혀 가는 작업이다. 보존과학자는 오래된 접착제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디에 있고, 얼마나 변했으며, 현재 문화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본다.
그런데 이렇게 정체를 알기 위해 반드시 눈에 띄는 크기의 시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문화재 표면에서 우연히 떨어진 아주 작은 가루나 미세한 조각에도 재료와 손상에 관한 정보가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손끝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을 만큼 작은 가루 하나로 보존과학자는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다음 85편에서는 「문화재 표면에서 떨어진 작은 가루 하나로 무엇을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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