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세척에는 왜 물만 사용할 수 없을까? 용해도와 세척의 과학
오래된 문화재 표면에 먼지와 얼룩이 쌓여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세척 방법은 물일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언가를 닦을 때도 물은 가장 익숙한 세척재료다. 특별한 화학약품보다 순해 보이고, 사용 후에는 증발하므로 문화재에도 비교적 안전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문화재 보존 현장에서는 물조차 하나의 화학적 처리재료로 생각해야 한다.
어떤 오염은 물에 잘 녹지만 어떤 오염은 거의 녹지 않는다. 더 중요한 문제는 물이 오염만 녹이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를 구성하는 물질이나 표면에 남아 있는 역사적 재료까지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종이 위의 색이 번질 수도 있고, 접착층이 부드러워질 수도 있다. 다공성 재료 안으로 물이 들어가면 표면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내부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물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뜻도 아니다.
핵심은 ‘물은 안전하고 다른 용매는 위험하다’는 단순한 구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화재 세척에서는 무엇을 제거하려는지, 그것이 무엇에 녹는지, 그리고 같은 세척액에 원본 문화재는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124편에서는 문화재 세척의 가장 기본적인 과학 가운데 하나인 용해도를 중심으로 왜 물만으로 모든 오염을 제거할 수 없는지 알아본다.
목차
문화재 세척은 단순히 더러운 것을 없애는 작업일까?
일상생활에서 청소의 목적은 비교적 분명하다.
더러우면 닦아낸다.
하지만 문화재에서는 ‘더러운 것’이라는 표현부터 조심해야 한다.
표면에 붙어 있는 물질이 최근에 쌓인 먼지일 수도 있지만 제작 당시 사용한 재료일 수도 있다. 오랜 사용 과정에서 만들어진 흔적이나 과거 수리재료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세척의 첫 단계는 세척제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제거하려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제거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면 아무리 안전한 세척방법이라도 문화재 정보를 없애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물은 왜 그렇게 좋은 세척제가 될 수 있을까?
물 분자는 독특한 전기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물 분자 안에서는 산소 쪽이 상대적으로 부분적인 음전하를, 수소 쪽이 부분적인 양전하를 띠는 극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물은 이온성 물질이나 여러 극성 물질과 잘 상호작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어떤 물질의 입자들을 서로 떨어뜨려 물속에 분산시키거나 용해시키는 데 유리한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수용성 오염을 물로 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뛰어난 용해 능력이 문화재에서는 동시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물에 잘 녹는다는 것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어떤 고체를 물에 넣었을 때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물질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구성 입자들이 물 분자 사이에 분산되어 용액을 만든 것이다.
이처럼 한 물질이 다른 물질 안에 균일하게 분산되는 성질과 관련된 개념이 용해도다.
용해도는 특정 조건에서 어떤 용매에 물질이 어느 정도 녹을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문화재 세척에서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제거하려는 물질이 세척액에 녹아야 효과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든 오염이 물에 녹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질마다 분자 구조와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극성이 큰 물질은 물과 잘 상호작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름이나 왁스처럼 비극성 성격이 강한 물질은 물과 잘 섞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식용유가 물 위에 떠서 층을 만드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아무리 많은 물을 사용해도 기름이 물에 완전히 녹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재 표면의 오염 역시 하나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먼지, 기름 성분, 왁스, 수지, 오래된 접착재료, 그을음 등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물 하나로 모든 오염을 제거하려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물에 녹지 않는 것은 더 강한 세척제를 사용하면 될까?
여기에서 문화재 세척이 어려워진다.
세척력이 강한 물질을 선택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염을 잘 녹이는 세척액이 문화재의 원래 재료까지 함께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표면에 오래된 코팅이 있고 그 위에 오염이 쌓여 있다고 생각해 보자.
오염 제거를 위해 선택한 용매가 코팅까지 녹인다면 세척 과정에서 원래 유지해야 할 표면층이 함께 사라질 수 있다.
채색문화재에서는 안료 자체보다 안료 입자를 붙잡고 있는 결합재가 세척액에 민감할 수도 있다.
따라서 좋은 세척제는 단순히 ‘잘 녹이는 액체’가 아니다.
제거 대상에는 효과가 있으면서 보존해야 할 재료에는 가능한 한 영향을 적게 주어야 한다.
물은 순하니까 문화재에는 가장 안전하지 않을까?
물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다.
인체에 익숙하고 일상에서 흔히 사용된다는 이유로 물을 화학약품과 전혀 다른 안전한 물질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문화재 입장에서는 물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화학물질이다.
물은 수용성 성분을 녹일 수 있고 재료를 팽윤시킬 수 있으며 내부의 물질을 다른 위치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종이와 목재, 직물처럼 수분에 민감한 재료에서는 치수 변화와 변형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어떤 접착제나 결합재는 물에 의해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물의 안전성은 물 자체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상 문화재와의 상호작용으로 판단해야 한다.
종이를 물로 닦으면 왜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종이는 식물성 섬유가 얽혀 만들어진 다공성 재료다.
물이 닿으면 섬유가 수분을 흡수하면서 팽윤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만 젖으면 젖은 영역과 마른 영역의 치수 변화가 달라져 물결처럼 변형될 가능성도 있다.
종이에 글씨와 채색이 있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잉크나 염료, 안료의 결합재 가운데 물에 민감한 성분이 있다면 번짐이나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종이 표면의 작은 얼룩 하나를 제거하려다가 주변의 원래 정보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물에 젖었다가 다시 마르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 아닐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재료가 물을 흡수하면서 구조가 변하고 건조 과정에서 다시 수축하면 처음과 완전히 같은 위치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이미 노화되고 약해진 재료는 반복되는 습윤과 건조에 더 민감할 수 있다.
물이 특정 성분을 녹여 다른 곳으로 옮겼다면 건조 후에도 그 위치 변화는 남는다.
따라서 ‘어차피 물은 마른다’는 생각만으로 세척의 영향을 평가할 수 없다.
물이 사라진 뒤 남은 변화가 더 중요하다.
문화재 표면에 물자국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이 증발하더라도 물에 녹아 있던 물질까지 함께 증발하는 것은 아니다.
용해된 성분은 물이 이동하는 방향을 따라 움직였다가 건조 과정에서 특정 위치에 남을 수 있다.
그 결과 젖었던 영역의 경계를 따라 색이나 성분이 집중되어 얼룩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건조선 또는 물자국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은 부분에 물을 사용하더라도 물이 어디까지 퍼지고 어디에서 증발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증류수나 정제수를 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정제된 물을 사용하는 것은 물속 불순물이 문화재에 새로 남는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물 자체가 원본에 미치는 영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제수도 여전히 물이다.
수용성 성분을 녹이고, 친수성 재료를 팽윤시키며, 다공성 구조 안으로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수돗물보다 깨끗하다’와 ‘문화재에 안전하다’는 같은 뜻이 아니다.
물의 온도도 세척에 영향을 줄까?
그렇다.
많은 물질은 온도에 따라 용해도와 반응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온도가 높아지면 어떤 오염이 더 쉽게 제거될 수 있지만 원본 재료의 반응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접착제나 코팅재가 부드러워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따뜻한 물이 세척력이 좋다는 일상적인 경험을 문화재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세척력이 증가한다는 것은 원하지 않는 재료에 대한 작용도 증가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의 산성도도 중요할까?
중요할 수 있다.
pH는 용액이 산성인지 알칼리성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어떤 물질은 pH에 따라 용해성과 안정성이 달라진다.
문화재를 구성하는 재료도 특정 pH 조건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물을 사용한다고 해도 단순히 H₂O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pH와 이온 성분이 어떤지도 세척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척력을 높이기 위해 알칼리성 물을 사용하면 어떨까?
특정 오염을 제거하는 데 알칼리 조건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알칼리성이 높아질수록 무조건 좋은 세척액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의 재질과 표면처리, 안료와 결합재가 알칼리에 민감할 수 있다.
오염 제거에는 효과적이지만 원본 재료의 화학적 상태까지 바꿀 가능성이 있다면 사용할 수 없다.
산성과 알칼리성 모두 ‘강하면 잘 닦인다’는 관점이 아니라 원본과의 호환성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기름때는 왜 물로 잘 지워지지 않을까?
기름 성분은 대체로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성질을 가진다.
물 분자들은 서로 강하게 상호작용하지만 비극성 성격이 큰 기름 분자와는 같은 방식으로 섞이지 않는다.
그래서 물만으로 닦으면 표면의 기름을 밀어내거나 일부 물리적으로 제거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용해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문화재 표면의 왁스나 일부 수지성 물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물과 다른 성질을 가진 용매를 검토하게 된다.
다만 어떤 용매를 선택할 것인지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비슷한 성질끼리 잘 녹는다’는 말은 문화재 세척에도 적용될까?
화학에서 용해 현상을 설명할 때 흔히 ‘비슷한 성질의 물질끼리 잘 섞이는 경향이 있다’는 개념을 사용한다.
극성 물질은 극성 용매와, 비극성 성격이 큰 물질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용매와 상호작용하기 쉬운 경우가 있다는 의미다.
문화재 세척에서도 유용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실제 문화재는 순수한 한 가지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원리 하나만으로 세척액을 결정할 수는 없다.
오염과 원본, 과거 처리재료가 복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먼지는 물에 녹는 물질일까?
먼지는 하나의 화학물질이 아니다.
토양 입자와 섬유 조각, 탄소성 입자, 무기질 입자, 유기물 등 다양한 성분이 섞여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부분은 물에 영향을 받고 어떤 부분은 거의 녹지 않을 수 있다.
먼지가 표면에 느슨하게 놓여 있다면 굳이 액체를 사용하지 않고 부드러운 도구나 적절한 흡입 방법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세척에서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필요한 수준 이상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마른 방법으로 충분하다면 처음부터 액체를 사용할 이유가 없을 수 있다.
물을 쓰기 전에 마른 세척부터 하는 이유가 있을까?
느슨한 먼지를 먼저 제거하면 이후 액체 세척 과정에서 먼지가 물과 섞여 표면 안으로 번지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물에 젖은 미세입자가 다공성 재료의 기공 안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제거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문화재에 마른 세척을 먼저 해야 한다는 공식도 없다.
표면이 매우 약해 작은 붓질에도 원본 입자가 떨어진다면 기계적인 세척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세척 순서도 표면의 안정성을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한다.
검은 오염은 물로 닦으면 사라질까?
색만 보고 용해성을 판단할 수 없다.
검은 물질은 그을음이나 탄소성 입자일 수도 있고 다른 오염과 섞인 복합층일 수도 있다.
표면 변화 자체가 어둡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62편에서 살펴본 흑색오염층처럼 오염은 단순히 표면에 얹힌 먼지가 아니라 원재료와 반응하거나 단단한 층을 형성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검으니 물로 닦는다’는 식의 판단은 위험하다.
먼저 그 검은 부분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오래된 얼룩은 물에 오래 불리면 제거되지 않을까?
문화재에서는 ‘불린다’는 행위 자체가 큰 변화가 될 수 있다.
접촉시간이 길어지면 물이 더 깊이 침투하고 원본의 수용성 성분도 더 많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오염이 부드러워지는 동안 문화재의 결합재나 접착층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오염이 잘 제거되지 않는다고 접촉시간을 무조건 늘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세척효과는 세척액의 종류뿐 아니라 양과 접촉시간, 적용방법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세척액을 많이 사용하면 더 깨끗해질까?
많은 양을 사용하면 오염을 더 많이 용해하거나 씻어낼 수 있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문화재 내부로 들어가는 액체의 양도 증가한다.
다공성 재료에서는 세척액과 함께 용해된 물질이 더 넓은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건조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문화재 세척에서는 가능한 한 통제된 범위에서 필요한 양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적시는 것과 잘 세척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물에 담그면 표면 전체를 균일하게 세척할 수 있지 않을까?
침지 세척이 적합한 특정 재료와 상황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문화재를 물에 담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 전체가 물과 접촉하면 표면뿐 아니라 내부까지 영향을 받는다.
복합재료로 만들어진 문화재라면 각 재료가 서로 다르게 반응할 수도 있다.
접착제와 채색층, 수리재료가 존재한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따라서 침지는 단순히 넓은 면적을 효율적으로 씻는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처리가 아니다.
세척할 때 물이 문화재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왜 중요할까?
표면 세척의 목적은 보통 표면에 있는 특정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세척액이 내부로 깊게 침투하면 처리 범위가 의도보다 넓어진다.
내부의 수용성 성분을 녹일 수 있고 다른 위치로 운반할 수도 있다.
건조 과정에서 그 성분들이 표면이나 특정 경계에 다시 모일 가능성도 있다.
즉 세척액은 단순히 오염을 녹이는 물질이 아니라 문화재 내부에서 물질을 운반하는 매체가 될 수 있다.
문화재 표면을 닦을 때 문지르는 힘도 중요할까?
매우 중요하다.
오염을 녹이는 화학적 작용과 표면에서 떼어내는 기계적 작용은 함께 일어날 수 있다.
세척액이 오염을 충분히 약화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강하게 문지르면 원본 표면까지 마모될 수 있다.
반대로 세척액이 충분히 작용했다면 훨씬 적은 힘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세척은 ‘어떤 액체를 사용하는가’와 ‘어떻게 접촉시키는가’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면봉에 물을 묻혀 닦으면 안전하지 않을까?
면봉은 작은 영역을 통제하면서 작업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면봉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한 세척이 되는 것은 아니다.
표면을 반복해서 문지르면 마찰이 발생한다.
섬유가 거친 표면에 걸릴 수도 있다.
면봉에 포함된 액체가 원본으로 얼마나 전달되는지도 조절해야 한다.
같은 물과 같은 면봉을 사용해도 작업자의 압력과 횟수, 접촉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세척액을 사용하기 전에 작은 부분에 시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재 전체에 적용하기 전에 제한된 영역에서 반응을 확인하면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색이 묻어나오는지, 표면 광택이 달라지는지, 재료가 부드러워지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시험 위치 선정도 중요하다.
눈에 띄지 않는 곳이라고 해서 재질과 상태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한 문화재 안에서도 재료와 열화 정도가 위치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시험은 중요한 과정이지만 한 지점의 성공이 전체 표면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면봉에 색이 묻어나오면 무조건 세척을 중단해야 할까?
먼저 무엇이 묻어나온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제거하려는 오염이 묻어난 것일 수도 있고 원래의 안료나 마감재가 함께 나온 것일 수도 있다.
후자라면 현재 방법이 원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중요한 경고가 된다.
색만 보고 구분하기 어렵다면 확대관찰이나 재료에 대한 사전정보가 필요하다.
세척 중 면봉이나 흡수재에 묻어나는 물질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처리 반응을 보여주는 정보가 될 수 있다.
물이 안료 자체를 녹이지 않으면 채색문화재에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
안료 입자가 물에 녹지 않더라도 안료를 표면에 붙잡고 있는 결합재가 물에 민감할 수 있다.
또한 안료층 아래의 바탕재나 접착층이 팽윤할 수도 있다.
표면이 물에 젖으면서 광학적 특성이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채색층의 수분 민감성은 안료의 용해성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층 전체의 구조를 봐야 한다.
물이 문화재의 접착제를 다시 부드럽게 만들 수도 있을까?
일부 수용성 또는 수분에 민감한 접착재료에서는 가능하다.
과거에 사용된 접착제가 물에 의해 팽윤하거나 접착력을 잃으면 세척 과정에서 붙어 있던 부분이 움직일 수 있다.
겉으로는 표면 오염을 닦고 있었지만 내부에서는 과거 수리부가 약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 보존처리 이력을 아는 것이 세척에서도 중요하다.
84편에서 다룬 오래된 접착제 분석이 실제 처리 판단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세척액이 증발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 아닐까?
순수한 휘발성 용매라면 대부분 증발할 수 있지만 세척 과정에서 녹인 물질은 남을 수 있다.
세척액이 오염을 녹인 뒤 그 액체를 표면에서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면 용매만 증발하고 오염 성분이 다른 위치에 다시 남을 수 있다.
세척제가 여러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면 비휘발성 성분이 잔류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세척은 단순히 오염을 녹이는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녹이거나 분리한 오염을 문화재 표면에서 실제로 제거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오염을 녹였는데 왜 다시 얼룩이 생길 수 있을까?
오염이 세척액에 녹은 뒤 액체가 주변으로 퍼지면 오염 성분도 함께 이동한다.
그 상태에서 액체가 증발하면 이동한 위치에 오염이 다시 침착될 수 있다.
처음에는 작은 얼룩이었는데 세척 후 더 넓고 옅은 얼룩으로 퍼지는 상황도 가능하다.
따라서 세척에서는 용해력만큼 액체의 이동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126편에서 다룰 젤 세척이 등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 문제와 관련된다.
세척할 때 액체가 너무 빨리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적용량을 줄이고 작은 도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흡수재를 이용해 용해된 오염과 세척액을 회수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액체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점도를 높인 세척 시스템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동을 제한한다고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척액과 원본의 화학적 상호작용은 여전히 남는다.
따라서 ‘퍼지지 않게 하는 기술’과 ‘안전한 세척액을 선택하는 것’은 함께 필요하다.
물과 유기용매를 섞으면 더 많은 오염을 제거할 수 있을까?
특정 상황에서는 혼합 용매를 이용해 세척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 용매나 물과 섞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잘 혼합되지 않는 조합도 있고 혼합비에 따라 용해 특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여러 성분을 섞으면 원본에 미치는 영향 역시 복잡해진다.
문화재 세척에서 혼합 용매는 ‘강력한 만능 세척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용해 특성을 세밀하게 조절하기 위한 접근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세제는 물보다 잘 닦이는데 문화재에도 사용할 수 있을까?
일상용 세제에는 계면활성제와 향료, 색소, 점증제 등 다양한 성분이 포함될 수 있다.
계면활성제는 물과 기름 성분 사이의 상호작용을 돕기 때문에 세척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문화재에서는 잔류물과 원본 재료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생활용 제품은 문화재 보존을 목적으로 성분과 장기 안정성이 설계된 것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집에서 사용하는 세제를 문화재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계면활성제는 무엇을 하는 물질일까?
계면활성제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잘 섞이지 않는 물질의 경계에서 작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한쪽은 물과 친한 성질을, 다른 쪽은 기름과 친한 성질을 가진 분자 구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때문에 기름성 오염을 작은 입자 형태로 물속에 분산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문화재 세척에서도 특정 상황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종류와 농도, 잔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세척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표면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의 표면장력을 낮추면 세척이 더 잘될까?
표면장력이 낮아지면 액체가 표면에 더 잘 퍼지고 작은 공간으로 들어가기 쉬워질 수 있다.
이는 오염과 세척액의 접촉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재에서는 동시에 원하지 않는 내부 침투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즉 세척액이 잘 퍼지는 것은 장점이면서 위험이 될 수 있다.
세척에서 중요한 것은 최대한 잘 스며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영역에서 이동을 통제하는 것이다.
오래된 코팅을 물로 씻어낼 수 있을까?
코팅재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물에 민감한 재료라면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물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수지나 왁스도 있다.
더구나 오래된 코팅은 노화 과정에서 처음과 다른 화학적 성질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겉모습만 보고 어떤 세척액을 사용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필요하다면 재료분석과 제한적인 용해성 시험을 통해 적절한 방법을 찾는다.
오염의 정체를 모르면 세척할 수 없을까?
모든 성분을 완벽하게 분석해야만 세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거 대상과 원본의 기본적인 성질을 이해할수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육안과 확대관찰로 오염의 분포와 형태를 살펴보고 과거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분석을 통해 유기물인지 무기물인지, 특정 코팅이나 접착재료와 관련되는지 조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분석을 위한 분석이 아니라 실제 처리 결정에 필요한 만큼 정보를 얻는 것이다.
세척 전 사진을 찍는 이유는 단순한 기록 때문일까?
기록은 세척의 판단자료이기도 하다.
세척 전후 사진을 비교하면 어디에서 얼마나 변화가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문화재 세척은 제거된 물질을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처리 전 상태를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원래 있었는지 나중에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세척 전 사진은 단순한 작업 인증사진이 아니라 제거 이전 상태를 남기는 과학적 자료다.
131편에서는 이러한 보존처리 기록사진의 역할을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세척은 어디까지 해야 할까?
문화재 세척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가운데 하나다.
새것처럼 보일 때까지 닦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오염 아래에 원래 표면이 있다고 생각해 계속 제거하다 보면 역사적 표면과 사용 흔적까지 없앨 수 있다.
반대로 문화재의 안정성을 해치는 오염이나 이후 보존처리를 방해하는 물질은 제거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세척의 종료 지점은 단순한 미적 만족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무엇을 제거하려 했고 그 목적이 달성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깨끗해 보이는 문화재가 더 잘 보존된 문화재일까?
반드시 그렇지 않다.
문화재의 표면에는 제작 당시의 가공 흔적과 사용 흔적, 자연적인 노화, 과거 수리의 증거가 함께 남아 있을 수 있다.
지나치게 깨끗한 표면은 오히려 이런 정보를 잃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92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오래된 흔적이 모두 제거해야 할 손상은 아니다.
보존과학에서 세척은 과거를 지우는 작업이 아니라 원본에 해로운 요소와 역사적 정보를 구분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보존과학자는 세척 전에 어떤 순서로 판단할까?
먼저 제거하려는 물질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최근에 쌓인 먼지인지, 오래된 오염인지, 제작재료나 과거 보존처리층인지 살펴본다.
다음으로 원본 표면의 안정성을 조사한다.
표면이 단단한지, 안료나 입자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 가능한 세척방법 가운데 가장 적은 개입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한다.
마른 세척으로 충분하다면 액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액체가 필요하다면 물에 대한 원본과 오염의 반응을 먼저 살펴본다.
제한된 영역에서 시험하고 색 변화와 광택, 팽윤, 번짐, 묻어남 등을 관찰한다.
그리고 실제 세척 과정에서도 결과를 계속 확인하면서 방법과 접촉시간을 조절한다.
세척방법을 처음 결정했다고 끝까지 같은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다.
물을 사용할지 말지는 어떻게 결정할까?
첫 번째 질문은 제거 대상이 물에 반응하는가이다.
두 번째는 원본도 물에 반응하는가이다.
세 번째는 물이 표면에서 어디까지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가이다.
네 번째는 물에 녹은 오염을 다시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는가이다.
다섯 번째는 건조 과정에서 변형이나 성분 이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가이다.
이 질문에 답한 뒤 물 사용 여부와 양, 적용방법을 결정한다.
따라서 물 세척은 가장 단순한 방법이 아니라 충분한 판단이 필요한 하나의 보존처리 방법이다.
물로 조금씩 닦는 것과 한 번에 많이 씻는 것은 왜 결과가 다를까?
같은 물을 사용해도 적용량과 접촉시간이 다르면 문화재와의 상호작용 정도가 달라진다.
소량을 제한적으로 적용하면 액체의 이동 범위를 통제하기 쉬울 수 있다.
반대로 많은 양의 물은 더 깊고 넓은 범위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소량이라고 자동으로 안전한 것도 아니다.
물에 매우 민감한 채색층이라면 작은 한 방울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안전성은 ‘물의 양이 적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원본의 민감도와 함께 판단해야 한다.
물이 가장 친환경적이니까 우선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보존처리에서는 작업자와 환경에 대한 안전성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하지만 환경적으로 익숙한 물질이라는 이유만으로 원본에도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물로 제거되지 않는 오염을 계속 문지른다면 오히려 물리적 손상이 커질 수 있다.
물을 많이 사용해 원본을 팽윤시키는 것보다 목적에 맞는 다른 방법을 소량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한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작업자 안전과 환경영향, 원본 안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문화재 세척에 왜 하나의 만능 세척액이 존재하지 않을까?
문화재도 다르고 오염도 다르기 때문이다.
종이와 금속, 유리, 목재는 물과 용매에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
같은 종이라도 사용된 잉크와 안료, 접착재료가 다를 수 있다.
오염 역시 수용성 물질과 기름성 물질, 수지, 미세입자가 복합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게다가 문화재는 이미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노화되어 있기 때문에 새 재료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가정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존 세척에서는 제품 이름보다 재료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로 지워지지 않는다면 세척에 실패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정보를 얻은 것이다.
물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제거 대상의 성질을 추정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힘을 더 주어 문지르는 것이 아니라 세척 전략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오염과 원본의 용해 특성이 다르다면 다른 성질의 용매가 더 적합할 수 있다.
반대로 다른 용매가 원본에 더 큰 위험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다음 단계는 ‘더 강하게 닦기’가 아니라 ‘무엇이 무엇을 녹이는가’를 더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결국 문화재 세척에는 왜 물만 사용할 수 없을까?
물은 매우 유용한 세척재료다.
극성 물질과 이온성 물질을 용해하는 능력이 있어 다양한 오염 제거에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오염이 물에 녹는 것은 아니다.
기름과 왁스, 일부 수지성 물질처럼 물과 잘 섞이지 않는 물질도 있다.
동시에 물은 오염만 선택해서 공격하지 않는다.
문화재의 섬유와 결합재, 접착층, 수용성 성분도 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공성 재료에서는 물이 내부로 들어가 성분을 이동시키고 건조 과정에서 새로운 얼룩과 변형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문화재 세척의 핵심은 가장 순해 보이는 액체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
제거할 물질과 남겨야 할 물질의 성질 차이를 이용해 가능한 한 선택적으로 세척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더 어려운 문제가 시작된다.
물에 녹지 않는 오염을 발견했다고 하자.
기름성 오염이나 왁스, 오래된 수지처럼 물로 제거하기 어려운 물질이라면 다른 용매를 검토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용매의 종류는 매우 많고 각각 녹일 수 있는 물질도 다르다.
오염을 잘 녹이면서 문화재 원본에는 가능한 한 영향을 적게 주는 용매를 어떻게 고를 수 있을까?
다음 125편에서는 「물로 지워지지 않는 오염은 무엇으로 제거할까? 용매 선택의 원리」를 통해 문화재 보존에서 용매를 선택하는 과학적 기준을 살펴본다.
cho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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